'수지핑크'를 만든 남자

조회수 2023. 1. 11. 15: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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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핑크’의 탄생은 사소한 일상과 경험에 대한 호기심의 결과

요즘 20~30대 사이에서는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찍은 K2 광고가 화제다. 호주 시드니의 투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핑크색 재킷을 걸친 수지의 밝고 천진한 얼굴이 그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팝 싱어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히트곡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의 신나는 선율을 배경 음악으로 깐 이 광고에 등장하는 옷은 K2 의류기획팀의 김석(34) MD(과장)이 제작했다. 2010년 코오롱스포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2014년 K2로 옮겨 제2의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의류기획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브랜드 방향성 정립, 시즌별, 월별 판매 전략 수립, 전략상품 개발, 판매율 및 매출 목표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많지요?(웃음) 제품의 기획단계서부터 판매 후 관리까지 모든 의사결정에 관여합니다. 제품 하나하나에 판매 포인트를 설정하고, 판매를 증진시켜 브랜드의 매출을 성장시키지요.

MD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옷’ 자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브랜드에 민감했고, 중학생 때는 패션브랜드 카페 활동을 했으며, 아예 대학을 의류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주로 기획하는 제품들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MD들은 주로 재킷, 팬츠, 티셔츠 같은 품종으로 담당을 나누거나, 브랜드 내 소(小) 라인을 담당으로 나누고 있는데, K2에서는 각 라인별로 담당을 나눠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K2 브랜드 내의 스포츠, 영캐주얼 라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FW시즌에는 다운류 중심으로, SS 시즌에는 티셔츠를 중점적으로 기획합니다.

의류 기획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소비자가 오래도록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옷은 관상용이 아니라, 직접 착용하면서 하루하루를, 몇 년을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매일 만나도 즐겁고, 정말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운 친구 같은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입사 후 기획했던 제품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다면?

포디엄 롱다운. 정체되어 가는 다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많은 가능성을 찾던 중, 예술대학생들이 ‘과 잠바’로 입던 롱패딩 상품에서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애슬레저와 오버핏, 젠더리스 등의 트렌드와 맞물려 당시 유행하던 캐나다 구스 스타일의 야상다운에 식상해하는 젊은 고객들이 롱패딩으로 옮겨갈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타깃으로 삼아, ‘메달리스트의 여유’라는 컨셉으로 시상대를 지칭하는 ‘PODIUM’이라는 단어를, K2 ‘FLYWALK’의 승리라는 의미에서 ‘FODIUM’이라고 네이밍 했지요. 당시 생소한 아이템이었던 롱다운에 대해 매장, 영업 등 유관부서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제품으로 출시하여 완판의 결과를 얻었고, 작년 롱다운 열풍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다양한 색상이 있었을 텐데, 왜 핑크색을 사용하게 되었나요?

작년 FW시즌, 수지가 K2 모델로 선정되고, 수지와 잘 어울리면서 여성들이 봄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로 ‘핑크 컬러’를 떠올렸습니다. 그 중에서도 꽃을 연상하는 라이트한 핑크 컬러를 ‘수지 핑크’라고 네이밍하여 K2만의 신선한 컬러 마케팅의 포인트로 사용했습니다.

제품 네이밍 아이디어는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요?

예전부터 영감의 원천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했었습니다. 유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찾아서 읽어보면서 대체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의 경우엔 일상적으로 겪었던 사소한 경험들, 예를 들면 여행, 독서, 기사, 친구들의 대화 등을 통해 특정 주제에 몰입됐을 때 잊고 있던 단어, 주제가 갑자기 떠오르곤 합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담고 있으면서,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부르기 쉬운 이름을 찾아내려고 특히 노력합니다.

앞으로 기획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매 시즌 상품을 기획하는 시즌만큼 신나는 기간이 없습니다. K2 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서 좀 더 젊은 또래의 고객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또한 바쁜 직장인들이 경제적이면서 실용적인 스포츠웨어를 만들고 싶습니다. 밤과 낮에 운동할 때 필요한 기능성을 하나의 옷에 담은 상품을 기획해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K2 매장에서 결과물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MD로서 본인의 목표는?

많은 MD들이 그러하듯이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관심 있는 분야는 이너웨어 입니다. 과거에 비해 겉옷 안에 입는 이너웨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의 볼륨이 작아서 대기업이나 일반 브랜드에서 등한시 하는 시장이라 생각합니다. 뛰어난 콘셉트와 실행력만 있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MD를 꿈꾸는 사람들에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MD는 정말 재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그 새로움을 하나의 실체로 만들고, 그 상품이 시장과 만나 피드백을 받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일들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움을 위하여 빛나지 못하는 궂은일들이 많습니다. 옷 자체를 많이 입어보고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교 4년 동안 일주일에 2번은 꼭 백화점에 갔습니다. 백화점을 1층부터 옥상까지 돌아보면서 모르는 브랜드는 검색해보는 것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또, 동대문 시장도 자주 다니며,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구매하지 않더라도 점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MD에게 필요한 역량은?

새로운 발상, 커뮤니케이션 능력, 신속성, 끈기 등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옷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작은 부자재, 디테일부터 실루엣과 컬러, 크게는 브랜드까지 옷과 관련된 모든 것이 관심을 갖는 만큼 보입니다.

관심이 적으면 깊게 알지 못하고, 일반 소비자보다 많이 고민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기대에 맞는 옷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일상 속에서 입는 익숙한 옷에서 새로움을 찾고,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들의 옷차림새에서 또 특이점을 찾아내는 관심과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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