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던진 한 마디에 댓글이 1000개 이어지는 짜릿함을 어찌 잊을까요?"

조회수 2023. 1. 11. 15:1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7년 방송 생활 접고 1인 유튜브 운영하는 김필원 전 CBS 아나운서

한국 여대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앙케이트에서 항상 수위를 차지하는 직업이 아나운서다. 웬만한 미모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데다가 ‘똑 소리나는’ 지적 이미지 덕분일 것이다.김필원(42) 전 CBS 아나운서는 CBS 음악FM(93.9 MHz)에서 ‘김필원의 12시에 만납시다’를 진행하면서 CBS 음악FM이 청취율 16%를 돌파하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관록의 아나운서다.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16년 10월 청취율 조사에서 달성한 16%라는 청취율은 1995년 12월 CBS 음악FM이 개국한 이래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이는 당시 전체 조사대상 라디오 채널 중 2번째로 높은 청취율이었다.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김씨는 17년 아나운서 경력을 접고 지난해 말 독립, 현재 유튜브에서 ‘김필원 잡화점’을 운영하는 ‘주인장’이면서, CBS 디지털 미디어 센터의 고양이 전문방송 ‘키티피디아’를 3년째 진행 중이다.

많고 많은 직업 중에 아나운서를 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졸업 후 처음 들어간 직장이 ‘LG 커뮤니케이션 센터’였습니다. 거기에서 방송의 참맛을 알게 된 거죠. 서울대 시절에도 방송반 활동을 하며 방송인의 꿈을 키우긴 했지요. 마이크 앞에 앉아 자분자분 멘트할 때의 그 짜릿함은 한 번 맛보면 헤어나기 힘들지요.(웃음)”

CBS 시절 활약상이 대단했습니다.

“2001년 아나운서 공채로 입사해 2017년 10월에 사표를 냈으니 17년 근무한 친정집 같은 곳이지요. 아나운서 부문으로 달랑 1명을 선발했는데 뽑혔고, <12시에 만납시다>라는 간판 프로그램을 만 7년 동안 진행할 수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이른바 ‘장수 MC’였지요.”

낮 12시면 경쟁 라디오에도 쟁쟁한 분들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화정, 박지윤, 김신영씨와 같은 시간대였지요. 강석, 김혜영씨도 있었고. 저희는 진행자의 이야기보다는 철저하게 음악 중심 방송을 표방했었습니다. 덕분에 ‘가장 음악 FM다운’ 방송으로 꼽혀왔지요. 무엇보다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청취자들의 요구에 충실한 겁니다. 아마도 연예인 진행자들의 수다와 쏟아지는 정보에 식상함을 느낀 성인 청취자들이 좋은 음악을 찾아준 덕분이라고 봅니다.”

방송하다 실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유, 많지요. 광고 나가야 하는데 깜빡 실수해서 아무 소리도 전파를 타지 않는 블랭크가 7초가량 이어진 적도 있습니다. 그 정도면 방송 사고거든요. 흥미로운 건 진행자가 멘트 같은 데서 실수하면 청취자 분들은 오히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당신도 별 수 없구나’ 싶으신가 봐요.(웃음)”

일주일 내내 장장 7년 동안 생방송을 진행하면 고충도 많았겠습니다.

“방송이 일종의 감정 노동입니다. 직장인이기에 새벽 뉴스 근무도 뛰어야 하고요.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나빠 감정이 따라오지 않을 때에도 방송은 즐겁게 했어야 하니까요. 근데 또 막상 방송을 시작하면 기분이 나아지기도 합니다.”

국립 국악고 출신입니다. 국악과 무슨 특별한 인연이라고 있었나요?

“국악고가 1992년 장충동을 떠나 포이동으로 이전을 했는데, 건축업을 하셨던 아버지 소유의 건물이 마침 포이동에 있었거든요. 마침 등록금도 저렴하겠다 불쑥 입학을 한 겁니다. 당시엔 음악 실기 없이 시창(視唱)-청음(聽音)과 연합고사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았거든요. 입학생 90여명 중 남학생은 7명 뿐이었지요.”

서울대 국악과에서 피리를 전공했습니다.

“국악고에서도 3년 동안 피리만 불었지요. 입학을 하고 보니 어려서부터 가야금 거문고 대금 등은 연주한 ‘빵빵한’ 애들 투성인 거예요.(웃음)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아이들이 잘 택하지 않는 피리가 가장 만만했습니다. 피리 과정은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 대피리, 태평소 등을 불수 있어야 합니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은 왜 그만두었나요?

“5년여 전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라디오 DJ라는 안정되고 루틴한 생활에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 거지요. 제 안의 다른 모습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학원에도 진학했는데, 석사는 상담 코치로 땄습니다.

“평소 상담 치료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안에 개설된 상담코칭대학원에서 상담코칭 인문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싶습니다.”

사회인으로서 욕심이 많은 타입인가 봅니다.

“하하, 그렇습니다. 실은 제가 자격증이 8개나 있답니다. 직장 그만두기 전에 뭐라도 해둬야 되겠다 싶어서 2012년부터 자격증을 모으기 시작했지요. 한식 조리사, 양식 조리사, 생활체육지도자,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가족전문 상담사,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등등입니다.”

지금도 방송을 2개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김필원 잡화점’ (https://www.youtube.com/channel/UCqC5rlaGL_zRbUYLzZiVQdQ)을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생방송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 연지 얼마 안 되는 ‘따끈따끈한’(웃음) 방송이니 많이들 찾아주세요. 그리고 CBS 디지털 미디어센터의 고양이 전문방송 ‘키티피디아’(Kittipedia)를 3년째 진행 중이고요.”

방송 진행의 맛이나 보람은 어떤 건지요?

“청취자와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가장 짜릿합니다. 요즘은 문자나 댓글로 청취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제가 어떤 멘트를 던졌더니 순식간에 댓글이 1,000개 주루룩 달리는 상상을. 그 맛은 경험해보지 못하면 감 잡기 힘들 겁니다.”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후배분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아나운서는 사실 전달력과 소구력이 있어야 하는데, 소구력이 있는 말들은 대부분 화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경우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진지하게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목소리나 발성은 어찌 보면 부차적인 것이지요.”

프리랜서로 장도의 첫발을 내딛었는데,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사실 조직이라는 우산을 벗어나고서 나날이 많은 것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불러주면 아나운서라는 명찰 떼고 달려갈 것입니다.(웃음) ‘김필원 잡화점’ 15만 구독자 수 확보가 당면한 목표이고, 변화나 용기, 도전을 주제로 한 강연도 활발히 펼치고 싶어요. 언젠가 강연과 소통을 다루는 전문 연구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