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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랩

“클래식 음악이 여러분들에게 영혼의 안식을 선사할 겁니다”

서울대 음대졸업 후 미국서 음악학 박사 취득한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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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지만, 인간 활동의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축구에는 엘리트 코스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수로 뛰면서 청소년대표, U-21국가대표, 국가대표, 올림픽 대표 등에 선발되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리오넬 메시는 5세 때부터 유소년 팀에 입단해서 결국 만 17세에 FC 바르셀로나 소속 1군 선수로 첫 경기를 뛰었다.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18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했고, 남들은 아직 대학생일 23세 나이에 축구계의 노벨상인 발롱도르를 받고, 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축구만큼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독립된 플레이어로 대접받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계도 당연히 엘리트 코스가 있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 때부터 악기를 다루기 시작, 예원학교(중학 과정), 서울예고나 선화예고(고교 과정)를 거쳐 서울대 음대로 진학하는 코스가 그렇다. 그 과정 중간중간에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대학을 마친 뒤에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진(44) 씨는 바로 이러한 엘리트 코스를 거친 연주자다. 예술전문 중-고교를 거쳐 서울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이후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재직 중 도미,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이스트만 음대(Eastman School of Music)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상임단원, CMK오케스트라 악장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동덕여대와 서울교대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국내 최고 학부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좋은 ‘직장’까지 들어갔는데 굳이 왜 유학을 갔습니까?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게 30대 초반이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좀 더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거죠. 6~7년 미국에 있었는데, 애초엔 한 2년만 있다가 올 생각이었지요. 가서 수업을 들어보니 제가 서울대에서 배운 건 정말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더군요. 우리는 대학 가기 전에 평생 최고로 높은 밀도의 공부를 하지않아요.(웃음) 원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줄리아드는 들어봤어도 이스트만 음대는 과문합니다.

“로체스터 주립대에 소속된 단과대학입니다. 한국 음학도들이 많이 유학을 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다국적 기업 코닥 필름의 설립자 조지 이스트만이 투자해서 설립한 대학이지요. 줄리아드가 대학이라기보다 일종의 스타 양성소인 반면 이스트만 대학은 이론 공부도 많이 시키는 학구적인 풍토의 학교입니다.”

많은 악기 중에 바이올린을 택한 계기는?

“원래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한 살 어린 여동생은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그 모습이 무척 부럽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어머니께 졸라서 저도 초등 1학년 때 바이올린을 잡을 수 있었는데, 저와 맞는 것 같았습니다.”

과문하지만, 명품 바이올린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그걸 쓰시나요?

“저는 ‘토노니’라는 이탈리아 악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1712년 제작입니다.”

가끔 신문에 몇 억 짜리 악기를 차에 두고 내려서 애타게 찾고 있다는 기사가 나곤 합니다. 갖고 있으신 악기는 얼마쯤 합니까?

“미국 유학 시절에 구입했는데, 많이 비쌉니다.(웃음)”

얼마나 자주 무대에 오르는 지요?

“제가 지금 단원 100여명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소속인데요, 여기서 하는 공연 외에 콰르텟 같은 앙상블 팀으로도 연주회가 있고 독주회도 갖습니다. 매년 평균 20~25회 가량 연주회를 갖습니다. 해외 연주도 1~2회 있고요.”


연주회 일정이 잡히면 어느 정도 연습을 하시는 지요?

“연주회 프로그램에 따라 다릅니다. 제가 익숙한 곡 위주일 때는 상대적으로 덜 시간을 쏟지만 그렇지 않은 곡일 때에는 많은 시간 연습해야 합니다. 연주회 최소 2개월 전부터 매일 적게는 2시간, 많게는 6~7시간동안 매달립니다. 앙상블 연주인 경우는 그 보다 적을 수도 있지만, 공동 작업의 특성상 리허설 전에 각자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지요.”

일반 관객들은 무대 위의 ‘멋진’ 모습에 환호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퍼포먼스를 보이기까지 혼자만의 힘든 시간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연주의 완성도는 성실성에 비례하는 듯합니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지요. 이전에 잘했던 연주자도 대충 준비해 임하면 연주회에서 적나라하게 다 드러납니다. 드레스와 스포트라이트에 화려하게 보이겠지만 대부분의 연주자는 외롭고 고독합니다. 온통 자기와의 싸움이지요. 그리고 앙상블 연주인 경우는 나만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를 사람과의 조화, 배려심이 필요합니다. 협력이 잘 되어야 좋은 연주가 나오는 만큼 또 다른 어려움이 있지요.”

자신과의 싸움인 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연주자도 공연 외에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스트레스는 오히려 연습에 몰입함으로써 풀리기도 합니다. 모든 걸 다 잊을 수 있으니까요.”

월드컵 축구 대표가 볼을 차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얘긴데(웃음), 연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럼 어쩝니까?

“연주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이기에 스트레스가 많긴 합니다. 친구 만나 수다를 떨면서 풀기도 하지만, 저는 주로 요가를 합니다. 악기 하는 사람에게는 요가가 특히 좋습니다. 악기마다 연주하는 자세가 따로 있는데, 그게 신체에 부분적으로 지속적 무리를 가하는 동작이거든요. 요가는 신체적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동작을 취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운동선수들이 부상당하면 안 되듯 저희 연주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손을 보호해야 하기에 다른 스포츠는 엄두를 잘 못냅니다.”

대학 입학 동기들 가운데 연주자 활동을 지속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 지요?

“현악과 동기가 30여명 되는데 40대 중반인 지금 직업 연주자는 반 정도 되는 듯하네요.”

서울대 음대를 나와도 연주자로 독립하는 비율이 50%밖에 안 된다니 놀랍습니다. 직업적인 보람은 어떤 건지요?

“청중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연주자들끼리 공유하는 ‘우리 잘 해냈다’는 느낌도 아주 중요합니다. 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내 덕분에 아이들이 발전하는 구나, 하는 보람도 아주 크고요.”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대중이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합니다만.

“극장에서 둘이서 데이트 한 번 하려면 이래저래 3만원 넘게 들 겁니다. 그에 비하면 클래식 공연 티켓 값이 그리 비싼 편도 아닌데 관객들이 줄어드는 걸 보면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서구에는 클래식 애호가 층이 탄탄한데 무척 부럽습니다. 우리도 1인당 GDP가 더 오르면 나아질까요?(웃음) 클래식이 원래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접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 점도 작용할 겁니다. 현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어려움이 더욱 커졌고요. 클래식 연주자들이 대중과 호흡하기 위한 참신한 기획과 새로운 시도를 고민해야 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곡가가 있습니까?

“하하, 너무 많아서…. 베토벤은 연주하기 어렵지만 정말 대단한 작곡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람스, 슈만도 좋고요.”

요즘 젊은 층은 힙합이나 랩은 즐겨 들어도 클래식 음악은 그렇지 못한 듯합니다. 어떻게 하면 클래식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요?

“처음 관심을 갖는 이라면 소나타처럼 긴 곡 보다는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같은 소품부터 들어보세요. 영화 삽입곡도 좋고요. 처음 시작은 어려울 수 있지만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클래식 음악은 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영혼의 안식, 곧 정서적 편안함과 위로를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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