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가이드서울' 에디터가 추천하는 지금, 여기, 찐 중국음식

조회수 2023. 1. 11.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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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가이드서울' 에디터 임선영 작가 인터뷰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식작가 임선영입니다. ‘미쉐린가이드서울’의 에디터이며 ‘동아일보’에 음식칼럼을 연재하고 있어요. '셰프의맛집', '중국요리백과사전' 등의 음식 전문서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한식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우리에게 건강함, 삶의 기쁨, 맛의 즐거움을 선물해 주는 세계의 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임선영 작가

음식 전문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음식에는 자연과 인문, 과거와 미래, 건강과 지혜, 행복과 건강이 아름다운 비단처럼 촘촘히 짜여 있어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모여 앉아 명절의 음식을 차려 먹는 시간들, 아프고 힘들 때 따스하게 쑤어 준 죽 한 그릇에서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죠. 음식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특히 중국음식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음식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요?

중국요리에 호기심이 생겨 중국 유학을 택했어요. 중문학을 전공했지만 수업 시간 외에는 현지 유명 레스토랑과 가정식 식당은 모두 찾아 다니며 중국요리의 세계로 빠져들었죠.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중국요리는 뭐니뭐니 해도 ‘베이징 카오야’에요. 카오야에는 중국 사람들이 불을 쓰는 법, 칼의 절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히 익히는 묘미 등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특히 베이징에선 명절과 잔치를 의미하는 음식이기에 베이징 사람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요리이자, 중국 사람들이 기쁜 날을 축하할 때 널리 즐기는 음식이기에 꼭 한번 드셔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에요.

베이징 카오야

한국인들이 대중적으로 즐기고 있는 한국식 중국요리(중화요리)와 본토 중국요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삼국지> 전집에서 한 에피소드만 떼어 온 것이라고 비유할까요. 중국 요리의 역사는 5천년의 기록이에요. 술의 발견, 쌀과 밀의 재배, 차의 예법, 칼의 미학, 불의 에너지 등이 너른 지역에 걸쳐 펼쳐졌습니다.한국식 중국요리는 우리 입맛에 맞는 몇가지 음식을 말해요. ‘식사류’, ‘요리류’로 구분하며 중국 조리법에 기반을 두긴 했지만 중국에는 없는 음식들이 바로 한국식 짜장면, 짬뽕, 유산슬 등이죠.진짜 중국 현지의 요리로 여행을 하면서 황제의 음식, 귀족층의 음식, 서민의 음식, 문학가와 장수의 음식 등을 맛보면 세계관이 확장되는 통쾌함을 경험하게 돼요.

중국의 젊은 요리사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도 ‘마라’열풍이 불었는데, 그 원인이나 배경은 무엇일까요?

맵고 칼칼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사람의 입맛에 마라가 정말 잘 어울려요. 마라는 혀를 얼얼하게 하지만 가슴을 할퀴는 매운맛은 아닙니다. 땀을 쭉 빼도록 얼큰하지만 먹고 나서는 개운해지는 쾌감이 있어요. 사우나에서 땀 쫙 빼고 식혜 마시는 효과라 할까요. 여기에 샤브샤브처럼 야채와 버섯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고 고기에도 어울리니 채식 러버에게도 육식 마니아에게도 제한됨이 없어요.마라야 말로 통합의 아이콘입니다. 마라의 기분 좋은 통증은 우리 뇌의 중독 중추를 자극하죠. 한번 맛보면 다시 되돌아 가고 싶은 건강한 쾌락입니다.

‘마라탕’도 중국 현지와 국내의 맛은 실제로 얼마나 다른가요?

마라탕이 가장 유명한 도시는 중국의 ‘충칭’입니다. 너무 덥고 습해서 ‘중국의 가마솥’ 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예요. 몸 속 습함을 없애기 위해 즐겨 먹게 된 음식이 마라탕입니다. 화자오의 해독 성분, 사천두반장의 구수함, 팔각, 계피, 정향 등 몸의 허열을 다스리는 약재 등이 조화롭게 우러난 탕이 마라탕입니다.특히 살짝 단맛이 돌면서 목구멍을 탁 치듯이 매운 사천 고추도 한몫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원재료를 구할 수 없기에 사실상 현지 마라탕과 같은 맛을 내기란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고춧가루, 고추기름, 고추장을 적용하기에 김치의 매운맛에 비슷한 감이 있어요. 한국의 식품 제조사들은 한국의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어야 하기에 특이한 향신료는 거의 제외하고 매운맛을 중도에 맞추는 편이죠.현재 국내에서 현지 마라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진마이랑’의 마라탕 제품을 추천해요. 진마이랑은 중국에서도 팬덤이 가장 두터운 식품기업인데요. 중국 사람들이 머나먼 기차여행을 갈 때도 진마이랑의 라면 하나는 꼭 챙겨갈 정도에요. 알싸하고 화한 쾌감이 살아 있습니다.가정식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성스런 맛이 그대로 담겨 있어 간편식 컵라면임에도 중국 현지 사람들도 이 제품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작년부터 국내에도 정식 수입이 되고 있어서 편의점이나 마트, 온라인 몰에서도 쉽게 구매하실 수 있어요.

진마이랑 마라탕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현지를 방문해 즐길 수 있는 미식여행도 무기한 연기된 상황입니다. 이런 시기에 진짜 중국의 맛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최근엔 중국 현지 간편식 제품이 국내에도 수입되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쉽게 경험하실 수 있어요. 진마이랑의 ‘마라탕면’은 후끈후끈 매운맛을, ‘우육향면’은 진한 육향의 구수함을, ‘탄탄면’은 땅콩과 고추기름의 고소한 향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좀 더 시간과 비용을 들일 의향이 있으시다면 중국 현지 세프가 조리하는 중식당을 추천해요. 서울 신사동의 왕스덕에는 중국 전취덕 수석 주방장 출신인 왕신원 셰프가 건강하고 다양한 중식을 선보입니다. 대추나무로 훈연하는 카오야도 일품입니다.유튜브를 통해 중국 요리 다큐를 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특히 혀끝의 중국(舌尖上的中国)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합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zhongguomeishi” (“중국미식”의 현지발음) 을 치시면 시리즈별로 다양한 다큐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 실제 현지 음식이나 가공식품들의 식품위생안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국내 언론의 편향된 보도가 중국 음식에 대해 괴이한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물론 극히 일부 위험하고 위생에 적합하지 못한 식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를 비롯 모든 나라에서도 발견되는 문제에요.이제 중국 현지에서 인정받는 제품들은 세계적인 가공기술을 적용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야채의 동결건조 기술, 튀기지 않는 건면 제조 기술 등 말이죠. 먹거리를 중시하는 중국인들 특유의 음식 안전 검증 욕구도 강합니다. 과거의 중국이 아니에요. 철저한 중국 내 검증을 거쳐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중국 베스트 식품 브랜드로 ‘캉스푸’, ‘통이’, ‘진마이랑’을 들 수 있어요. 진짜 중국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맛볼 가치가 있는 브랜드들입니다.

진마이랑의 공장의 자동화 생산설비

중국요리를 총 망라한 저서 <중국요리백과사전>의 집필 계기와 ‘2020 세종도서’ 선정 소감은?

'중국요리백과사전'은 중국의 8대 요리를 재미있게 여행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음식에 어린 역사와 지리 이야기도 참기름 역할을 하죠. 중국요리를 통해 음식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스펙트럼을 넓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이 책을 쓰기 위해 중국 태생인 신디킴 작가와 마음을 모은 후 10여년 동안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중국 전역을 오고 가며 고수들을 만나고 음식 명가의 주방을 탐험하고, 관련 문헌들을 수집했습니다. 혀로 기억하고, 발로 찾아다니며 글로 기록한 작업이 책으로 완성되었을 때는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수 도서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 고생한 보람이 있어 무척 기쁘고요.군침이 뚝뚝 떨어지는 생생한 사진과 생동감 있는 맛의 묘사, 음식과 관련한 역사적인 순간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중국요리에 대한 기분 좋은 여행을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2020 세종 우수도서로 선정된 임선영 작가의 ‘중국요리백과사전’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중국 요리 고수들의 비법을 소설로 쓸 계획입니다. 중국 요리의 세계에는 삼국지에 비교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있어요. 궁극의 짜장면과 만두 빚기, 만한전석과 딤섬의 묘미까지, 칼, 불, 맛의 향연이 어우러지는 중국요리 무협소설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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