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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에는 한국와인이 제격이죠"

광명동굴와인연구소 최정욱 소장(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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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랩 작성일자2018.07.13. | 109 읽음

경기도 광명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광명동굴(옛이름 시흥광산)은 일본이 우리나라의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시작한 금속광산이다. 일본이 패전 이후 철수할때까지 막대한 양의 금, 은, 동, 아연 같은 지하자원을 캐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에도 수도권 일대 최대 금속광산으로 전성기를 누린 적도 있었지만 1972년 홍수로 폐광됐으며 한때 새우젓 저장고로 활용된 바 있다.


그러나 2015년 4월 유료로 개장한 광명동굴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굴테마파크로 변신의 변신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성공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와인을 테마로 한 와인동굴으로 조성한 것이 큰 몫을 했다. 한국와인만 전시, 판매하는 유일한 공간인 광명와인동굴은 연간 4만병의 한국와인을 판매해, 한국와인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한국와인 메카’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광명동굴이 대량의 와인을 보관하기 적절한 온도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한 것이다.


와인을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광명동굴을 '와인 중심지'로 이끌어 온데는 광명동굴 와인연구소 최정욱 소장(소믈리에)의 노력 덕분이다. 최정욱 소장은 광명와인동굴이 오픈하기 직전 광명시에 임용돼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명와인동굴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광명동굴은 이전에 극히 일부분만 무료개장했었는데, 2015년애 재개장을 하면서 유료화에 걸맞는 콘셉트를 넣자는 취지에서 와인동굴을 조성한 것이다. 양기대 전 광명시장이 동굴의 200미터 공간을 와인 저장 및 전시, 판매공간으로 만들자고 하면서 ‘우리나라 와인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와인을 한병이라도 팔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한국와인만 전시, 판매하기로 했다. 내가 광명시에 일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그해 3월 임용되면서 광명시에 와보니 5개 정도 한국와인을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와이너리들에 연락하면서 취급 와인을 계속 늘렸다. 그래서 한달 뒤인 4월 와인동굴 오픈 때는 10개 와이너리의 60여종 와인을 갖추었다. 현재는 40개 지자체, 60개 와이너리의 200종 와인을 갖추고 있다.


사실 와인동굴 오픈 당시 주변 공무원들이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와인 많이 받아놓고 안 팔리면 책임질거냐, 쓸데 없이 일을 벌인다'는 불만이었다. 나는 호기롭게 ‘내가 책임지겠다'고는 했지만 와인동굴 오픈 전날에는 잠을 못잤다. 다행히 와인은 잘 팔려 그 뒤로 계속 취급 와인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는 평균 일년에 4만병 정도 한매하고 있다."

소믈리에는 와인 문화가 발달한 서구 문화권의 직업인데 어떻게 '한국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한국와인협회 김준철 회장이 ‘와인 스승’이다. 그분께서는 와인 많은 와인 양조 수업을 하셨고, 한국와인을 생산하는 문하생들이 많이 있어 자연스럽게 그들과 알게 되었다. 매년 농업진흥청이 주관하는 한국와인품평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것도 한국와인과의 인연이 깊어지게 됐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소믈리에보다는 한국와인에 대한 정보가 많았다. 그러다 광명시에서 소믈리에를 뽑는다는 예길 듣고 지원했지만 그때만 해도 광명와인동굴이 한국와인만 취급하기로 한 것은 몰랐다. 동굴에서 와인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아이디어가 좋아 지원을 했다. 김준철 회장 제자 중 한국와인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많아 처음부터 많은 도움이 됐다.”


사실 '한국와인'이라는 명칭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떤 기준으로 '한국와인'을 구분하는가?

“한국의 과실로 만든 우리 술이지만 주세법상 과실주란 카테고리 외에 와인이란 카테고리는 없다. 외국에서는 포도로만 만든 와인을 와인이라고 하지만, 한국와인은 포도 말고도 한국 땅에서 난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총칭해서 한국와인이라고 부른다.


현재 동굴와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200여종의 와인 중 포도로 만든 술은 60%, 나머지 40%는 포도 아닌 다른 과실로 만든 술이다. 머루는 포도에 포함시키고 기타 과실이라 함은 사과, 오미자, 감, 복분자, 오디, 매실 등이다.”


한국와인을 공부하고 취급하면서 언제 한국와인이 좋다고 느꼈는가?

“국내 와인 생산자들은 대부분 농민들이라 ‘먼 길 왔으니 인근 식당에서 같이 밥 먹자'고 하며 와인 숙성탱크에서 바로 내린 와인 들고 가서 마신다.


영동의 ‘여포의 꿈’ 와이너리 갔을 때 얘기다. 식당을 가보니 코다리찜 하는 곳이었다. 여포의 꿈 화이트와인은 약간 스위트한 와인이다. 이방카 트럼프의 내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주로 쓰인 와인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는 스위트한 와인을 들고 한식집을 가는 것이 좀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생선의 질감도 살아 있으면서 매콤한 코다리찜이 여포의 꿈 화이트와인과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 소믈리에가 갖고 있는 편견을 완전히 깨준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와인은 우리나라 음식에 철저하게 잘 맞는구나’ 처음 깨달았다. 사실 한국와인을 키워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몰랐던 한국와인의 가능성과 장점을 이때 알게 됐다.”


소장님께서는 평소에 한국와인과 외산와인을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와인 취급에 있어 뚜렷한 차이점이 있나?

“와인매니아나 소믈리에에게 좋은 와인 정의를 물어보면 항상 바디감이 좋고 탄닌이 풍부하고 산도가 높은 와인을 얘기하고, 좋은 와인을 추천할 때 그런 와인을 추천하는 것은 당연히 옳다. 그러나, 이건 철저히 서양식 식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얘기다.


서양 식탁은 오븐이나 팬에다 구운 고기처럼, 수분이 없는 요리 중심이다. 또 코스별로 먹다 보니까 좋은 와인의 기준은 메인 요리에 맞출 수밖에 없다. 소믈리에들은 항상 이런 와인들을 판매해왔다.


소믈리에들은 한국 식탁에 어울리는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업장에서 내놓는 음식이 한국음식이 아니라 서양식 음식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프랑스 와인이고, 이탈리아 음식에는 이탈리아 와인이 가장 잘 맞는다. 태생적으로 음식은 오랜 기간 와인과 함께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와인도 한국 식탁이라는 기준을 갖고 볼 때 좋은 와인이냐, 아니면 좀 더 대중적 와인이냐, 이런 기준이 있는 거지, 서양 와인과 1대1로 비교해서 산도가 어떻고 탄닌이 어떻고 하는 이런 기준은 와인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대전제가 되는 ‘어떤 식탁에 어울리는 와인이냐'라는 근본적인 물음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외국와인을 얘기할 때 좋은 와인의 기준이 되는 바디감, 탄닌, 산도 등은 음식을 잘 먹게 하는 보조 수단이다. 외국음식은 고기 중심으로 느끼한 음식이기 때문에, 음식이 느끼하면 와인을 마셔서 혀를 씻어내야 또 음식을 더 먹을 수 있다.


한국음식을 얘기하면, 느끼한 음식을 먹었을 때 혀를 씻어내려고 와인을 마시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는 느끼한 느낌을 다 해소시켜주는 김치와 같은 좋은 발효 음식이 많다. 그래서 서양음식과 달리 한국 식탁에서는 와인의 비중이 매우 작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음식은 간장과 고추장 등 비교적 강한 향을 베이스로 한 음식이 많다. 외국에서는 퍽퍽한 고기와 먹을 때는 산도 높고, 탄닌감이나 바디감이 높은 와인을 마시는 게 맞지만 우리나라 식탁에 서양와인을 그대로 갖고 오면 맞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 음식에 굳이 와인을 곁들인다면 산도도 별로 안 높고, 매운 고추장 소스 음식과도 부딪히지 않는 향이 좋으면서 바디감이 약한 와인이 낫다. 고추장이나 간장처럼 양념이 강한 음식와 잘 어울리려면 약간 단 와인이 오히려 잘 맞는다. 이런 점에서 한국음식에는 바디감은 약하면서 약간 달달한 한국와인이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2018 한국와인 메이커스 디너 행사 메뉴

올해 4회째인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은 어떤 행사인가?

“한국와인 품평회를 열어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에게 상을 주고 있다. 다만 광명와인동굴을 찾는 모든 이들이 와인애호가는 아니기에 와인품평 심사위원으로 전문가를 반, 일반인들을 반으로 구성하고 양쪽 점수를 합산해서 대상을 주고, 금상, 은상은 전문가, 일반인 따로 구분해 상을 준다.


처음에 이 행사를 할 때 ‘전문가들이 고른 우수 와인과 일반인들이 선택한 우수와인은 다를 것이다’고 생각했다. 일반인들은 대중적인 와인에 점수를 많이 줄 것이고, 전문가들은 서양와인에 가까운 와인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것은 1, 2회 모두 최고점을 받은 와인은 전문가, 일반인 구분없이 같은 와인이었다. 그게 ‘여포의 꿈’ 와인이었다. 전문가 금상이 일반인 은상과 같았고, 일반인 금상 와인이 전문가 은상 와인이었다. 거의 똑같았다"

"2회 때부터는 와인에 매칭되는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본격적으로 열고 있다. 이제 한국와인은 품질은 어느 정도 올라섰다고 다들 인정하고 있다. 후배 소믈리에들을 만나면, 요즘에는 ‘한국와인, 정말 좋아졌다'는 얘기 많이 한다. 이제부터는 뭘 해야겠냐고 고민하다가 한국와인의 패킹, 디자인, 레이블 등을 개선시켜보자고 생각했다. 한국와인 레이블 경연대회를 작년부터 열고 있다.


한국와인 생산자들은 대개 가족형 비즈니스로 와인을 만든다. 이분들에게 좋은 와인도 만들고, 와인 디자인도 예쁘게 하고, 마케팅도 잘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래서 작년에 와인 레이블경연대회를 열었을 때 와인 생산자들은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 와인 품질 향상 외에는 사실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분들이다. 물론 와인은 맛이 제일 중요하지만, 와인동굴에 오는 분들은 맛도 보지만, 와인 병 모양, 레이블 디자인 이런 것들도 유심히 본다. 와인 디자인이 실제 판매에도 영향을 많이 끼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와인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한국와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와이너리 대부분이 2006~2008년경부터 한국와인을 생산했는데, 판매가 되지 않아 숙성탱크에 와인이 가득했다. 새로 와인을 만들려면 탱크를 비워야 하는데 판매가 안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2015년에 생긴 광명와인동굴이 이들 탱크들을 다 비워드렸다. 이곳에서 와인판매가 잘 돼 오래 묵혀뒀던 와인을 대부분 판매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생산자들이 너무 신나서 ‘이번에 와인 만들 때는 포도도 섞어보고(블렌딩)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들 하더라. 광명와인동굴 덕분에 다양한 와인양조 실험할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2~3년 동안 와인판매를 하고 또 실험을 하면서 나랑 의견도 주고받으면서 와인 품질이 상당히 좋아졌다. 안정적 판매처가 생긴 덕분이다.


한국와인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선 세가지 정도로 얘기하고 싶다. 


첫째, 한국와인과 어울리는 한국음식을 많이 개발,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와인페스티벌 행사 때마다 ‘한국와인과 한국음식의 마리아주(궁합, 조화)’를 주제로 한국음식 행사를 열고 있다. 외국와인이 좋은 건 맞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오랫동안 외국와인을 마시먄서 그 맛에 길들여진 때문이다. 


서양음식인 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한국와인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한국와인을 가장 맛있게 먹을 경험을, 내가 여포의 꿈 화이트 와인을 코다리찜과 맛있게 먹었던 그런 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면, ‘한국와인 맛있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한국음식 요리사들을 초청해 한국와인과 어울리는 한국음식을 소개하도록 하고 있다. 내가 한국와인 취급을 권하는 식당 역시 서양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보쌈집이라든지 한식이 주된 메뉴인 식당이다.


한국와인은 철저히 한국음식과 어울리는 범위 안에서 판로를 찾아야 한다.


두번째는 동북아 3개국 협력이다. 얼마전 중국의 과실주생산협회 사람들이 찾아왔다. 우리나라 전통주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으려 왔다가, ‘우리가 과실주 만드니까 한국의 와인들과 협력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한국와인생산협회와 상호간에 과실주와 와인간의 기술교류도 하고, 와인품평회도 교대로 열고 이런 내용으로 협약을 했다.


와인의 주류인 서양에서는 포도로 만든 발효주만 와인이라고 하지만, 동양 3국, 한중일은 이런 점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과실이 원래 맛있기 때문에 이런 과실로 만든 술 자체가 많은 편인데, 이런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술들이 많은 나라들이다. 일본도 복숭아로 와인을 만들고 있고, 중국은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 굉장히 많다는 걸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다. 이건 전세계 글로벌 와인 기준과는 많이 다르다. 동북아 3국이 연합해서 ‘우리의 와인은 이런 것이다’하고 전세계에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포도만 아닌 다양한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와인, 이런 차별화가 우리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와인생산자협회에는 포도뿐 아니라 사과를 비롯해 다양한 과일로 술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세번째는 와인을 모르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와인애호가들은 한국와인을 좋게 보지 않는다. 서양와인의 시각에서만 한국와인을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처음 와인동굴을 만들었을 때 많이 찾아온 사람은 와인을 모르는 중년층이었다. 이들이 와인을 시음하면서 한 얘기는 딱 두마디였다. ‘우리나라에도 와인이 나와요? 생각보다 맛있네요.’ 하면서 와인을 사갔다. 이분들은 평생 와인을 한번도 안드신 분들이다.


이분들이 2~3주 후에 이번에는 가족들을 다 데리고 와서는 ‘이번에는 지난번 마신 거 말고, 다른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 그러면 내가 로제와인, 화이트와인도 추천해드렸다. 그러면 또 물어보신다. ‘이건 뭐랑 먹으면 돼?’ 그러면 ‘이건 떡볶이랑 드시고, 이건 순대랑 드세요'라고 답해드린다. 이분들이 와인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음식과 우리나라 와인이 잘 어울린다는 경험을 하면서 한국와인을 사가기 시작했다. 와인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와인을 드실 기회를 많이 주면 한국와인의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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