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이 책을 알았더라면, 계속 콘텐츠 마케팅을 했을 겁니다: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조회수 2021. 4. 19.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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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글쓰기는 천재의 영역이 아닙니다. 엄연히 비즈니스입니다.

10년 전, 제가 신입사원이던 시절에 비슷한 업계에 취직했던 선배가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수희야, 이 회사 사람들은… 글을 ‘콘텐츠’라고 불러.

저희는 순수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저희에게 글은 그냥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콘텐츠’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콘텐츠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죠. 바야흐로 콘텐츠 마케팅의 태동기였습니다. 저도 그 태동기에 호기롭게 사회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발을 뺐습니다.


그러니까, ‘팔리는 글’을 쓰는 데 적응 못 한 거죠. 대학 때까지만 해도 잠 잘 자고 일어나 굶어 죽을 글 쓰는 걸 배우던 문학도가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글을 쓰게 된 겁니다. 그런데 정작 ‘팔리는 글’을 어떻게 쓰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대체 재미가 뭘까요? 재미는 수학 공식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요리 레시피에 가까울까요? 밈과 짤과 광고를 특정 비율로 혼합하면 되는 걸까요?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재능있는 사람들의 영역일까요?

내내 이 상태였음

저는 혼돈에 빠져 있다가 이 길이 아닌갑소, 하고 업계를 떠났습니다. 가볍게 말하긴 했지만 약 3~4년에 걸친 방황의 세월이 이어졌죠.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제 상사였던 분들도 헤매며 여기저기 들이박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업계의 주변을 인공위성처럼 떠도는 지금에서야 정확히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SNS 콘텐츠 마케팅의 교과서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원래 웃긴 사람이야 웃긴 콘텐츠 잘 만들겠죠. 원래 훌륭한 마케터가 기가 막히게 잘 파는 콘텐츠 만들겠죠. 


지만 업무가 아트도 아닌데 이렇게 재능에만 맡겨야 할 일일까요? 이렇게 많은 수많은 업계 분들이 답도 없는 미로를 헤맬 일인가요? ‘콘텐츠의 3가지 공식’ ‘최신 트렌드를 절묘하게 조합해서 콘텐츠 만드는 법’ 따위의 아티클을 아침마다 받아보면서, 언제 우리 회사의 콘텐츠가 터질까 노심초사하면서.


이 신간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는 텍스트 콘텐츠의 요리책에 가깝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저는 이 책을 약 30페이지 가량 읽고 난 후, 이 책을 알았다면 그 업계를 떠날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따라한다고 다 터지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설명하는 요소를 하나하나 조합할수록 콘텐츠가 터질 확률은 수학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수학적으로, 라고 썼어요. 믿을 만하다는 겁니다. 저같은 수포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중 하나예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 콘텐츠 계의 이케아 조립 설명서, 혹은 백종원 요리책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백종원 쪽에 가깝겠네요. 좀 말이 많고 웃기다는 점까지 비슷하거든요. 제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금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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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콘텐츠도 결국, 글쓰기다

콘텐츠란 무엇인가요? 결국 글입니다. 상업적으로 재미있게 쓰는 글이라는 게 다르지만, 결국 글일 뿐이죠. 콘텐츠를 잘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하기 전에,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그래서 잘 만든 콘텐츠 방법론은 콘텐츠를 파는 방법론과 함께 글을 잘 쓰는 방법론도 갖춰야 합니다. 기존의 콘텐츠 방법론이 약했던 부분이죠. 기가 막힌 제목 짓는 법을 알려주더라도, 문장의 주어 술어가 안 맞으면 말짱 꽝인 겁니다.


물론 이 책은 『대통령의 글쓰기』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력을 늘리라거나 필사를 하라고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철저하게 온라인 상에서 읽히고 선호되는 아티클을 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긴 글을 쓰고 난 후 가독성을 올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제목을 붙여서 나눠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제목은 어떻게 구성하면 될까요? 같은 층위를 가진 정보들은 줄글로 나열하는 게 좋을까요, 불렛 기호로 나누는 게 좋을까요? 


이렇게 누군가는 몰라서, 혹은 누군가는 중요성을 제대로 몰라서 지나쳤던 부분까지 가르쳐 주는 겁니다.

출처: 프리픽
어떻게 해야 온라인에서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보통의 콘텐츠 작법서에서는 지나쳐 가던 분야를 세심하게 다룹니다. 오죽하면 새벽감성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정답은 ‘새벽감성의 신이 내려오셨을 때 쭉쭉 받아적되, 절대 바로 공개하지 말고 임시저장해서 다음 날 수정하라’입니다. 바로 그 다음날 따라할 수 있는 실용적인 디렉션이죠.


텍스트 콘텐츠의 제작자는 마케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가이기도 합니다. 텍스트 콘텐츠는 상업적일지언정 그들의 분신과도 같죠.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작가 멘탈 케어(!)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마케터가 “이 콘텐츠는 왜 필요하지? 쓰기 싫은데 어떡하지? 콘텐츠가 실패하면 어떻게 마음을 추스리지?”라는 심리적 벽에 부딪칠 때가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각각 “그냥 써라” “쓰기 싫어도 써라” “잊고 다음 거 써라”라고 할 겁니다. 그 얼기설기 대처가 하나하나 모여 내일의 퇴사가 되죠.


반면 이 책에서는 아예 ‘콘텐츠 만드는 마음’이라는 챕터를 따로 만들어 각각의 슬럼프에 부딪친 콘텐츠 마케터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지 나름의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뭐 이런 말하나마나한 해결책이 아니라, 일단 백지에 ‘나는’ 이라고 입력해 보라든지 내가 좋아하는 걸 떠올려 보라든지 하는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줍니다. 실무자의 시선으로, 실무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 주는 거죠.


2. ‘재미’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콘텐츠 디테일 가다듬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저는 2가지로 정의합니다. 하나는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스토리입니다. 힘 있는 절정이 있는 걸 선호해요. 나머지 하나는 티키타카가 잘 이루어지는 대사나 코믹한 에피소드, 멋진 미쟝센 등의 디테일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스토리는 콘텐츠의 주제를 뜻하고, 디테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겠죠. 어떤 디테일을 넣어야 재미있어질까요? 짤? 밈? 유행어?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어야 할까요? 다양한 자료와 데이터를 모았다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설명해야 독자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요?


누군가는 이걸 ‘대충’ ‘감’으로, ‘저번 경험에 비춰서 이 정도로’ 넣으면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게 터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 병아리 신입 마케터들은 그 요소를 몰라서 벌벌 떨게 될 거예요.  이 책에서는 자잘한 요소의 정확한 비율을 소개합니다.

오직 신만이 아는 콘텐츠 비율

다양한 잔기술이 있습니다. 육성으로 말하는 듯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까요? 좋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 무엇을 참고하면 좋을까요? 딱딱한 단어를 어떻게 해야 피부에 와닿는 단어로 바꿀까요? 


답도 없어 보이는 문제들인데, 읽다 보면 답이 나옵니다. 수학 문제집의 답지를 보는 기분이에요. 문제와 답만 보면 도저히 연결이 안 되는데, 푸는 과정을 보면 한 번에 이해되잖아요? 딱 그렇습니다.


예시도 풍부하게 곁들입니다. 특히 좋은 예와 나쁜 예를 한꺼번에 들어 주는 부분이 도움이 되죠. 콘텐츠 마케터의 고질적인 걱정은, 콘텐츠의 어느 부분이 고객의 예민한 지점을 건드릴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세상사 다 파악하는 게 아니니 함정은 매 순간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죠. 이럴 때 최대한 지뢰를 걷어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예민한 비유는 이렇게 저렇게 피하라는 식이죠.


3. 특수한 분야의 글쓰기부터, 일반 회사원의 전반적인 글쓰기까지

모든 콘텐츠 마케터가 브런치 작가나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연애 앱을 만드는 회사의 콘텐츠 마케터와 금융계에 종사하는 마케터의 글쓰기가 같을 리는 없죠.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이 책에서는 기업 분야별로 콘텐츠 작성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에서는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할까요? 사회적 기업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쉽게 풀어서 알려줘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이 책은 사회적 기업의 브랜딩 방법에 대해 한 챕터를 소요해서 알려줍니다. 마찬가지로 금융권 기업에서 전문성을 전달하는 글쓰기도 따로 할애하고 있죠. 읽다 보면 해당 기업의 홍보팀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는 전문 노하우를 막 풀어내는 기분도 듭니다.


비즈니스 글쓰기 책이니만큼 전반적인 회사생활 글쓰기 부분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콘텐츠 마케터도 한 명의 회사원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콘텐츠 쓰다가도 크롬 탭 바꿔서 이메일 보내고 회의록 보내야 해요. 그런 만큼 누구든 한 번쯤 참고하면 유용할 파트예요. 


특히 ‘사과문 쓰는 법’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과문 잘못 써서 기업 이미지 한 번 더 나락으로 떨어뜨린 기업이 어디 한둘입니까.

사과문의 정석이라는 이재용 사과문
좀 문제가 있는 사과문

그리고 운 나쁘게 그 일이… 콘텐츠 마케터라며…(잘못은 사장님이 했는데 엄한) 나에게 떨어진다면… 식은땀이 다 나네요.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알아둬서 나쁠 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즈니스 글쓰기 파트만 따로 복사해서 사무실에 비치해 두고 싶어졌어요. 아니면 회사 돈으로 한 권 더 산다거나. 그 정도로 유용합니다.


치며: 터지는 콘텐츠는 ‘천재’의 영역이 아니다

아주 상세한 길잡이입니다. 차를 끌고 나온 상황이라면, 표지판이라기보다는 내비게이션에 가까운 책이에요. 초반에 이 책이 있었다면 내 초년의 회사생활은 꽤 편해졌을 것 같아요. 그러면 콘텐츠에 화질 구린 짤을 넣지는 않았을 것 같고, 하단 서명 꼼꼼히 읽어서 부장님을 대리님이라고 쓰는 실수는 안 했을 것 같네요. 갑자기 10년 전 생각하니 눈물 나려고 해요….


긴 서술로 쓰인 방식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알려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수다로 가득 찬 책이에요. 그 분야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의 강연을 듣는 느낌이죠. 이렇게 노하우를 막 풀어도 되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조마조마해져요. 


런데 생각해 보면 이건 책이잖아. 당연히 노하우 풀어야지. 하여튼 그 정도로 빨려 든다는 말이죠.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답이 없는 분야에서, 99%까지는 아니더라도 85%의 정답을 찾는 업계 종사자, 혹은 개인 브랜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박창선 작가는 자신의 텍스트 콘텐츠로 한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 책은 업계를 뒤흔든 그 지진이 운이나 재능처럼 따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 게 아니었음을, 탄탄하게 쌓아올린 기본기와 잘 계산된 장치들이 만든 튼튼한 건물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다행인 일이죠. 우리들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상업적 글쓰기는 천재의 영역이 아니에요. 엄연히 비즈니스의 영역이죠. 비즈니스를 한층 더 잘하고 싶은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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