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가장 멋진 초소형 아파트로 선정된 집이 골칫덩이가 된 이유

조회수 2021. 3. 2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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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설계가 훌륭해도, 협소주택에 산다는 건 고단한 일입니다..

뉴욕에서 가장 멋진 초소형 아파트(NYC’s Coolest Tiny Apartment)로 뽑혔던 재미있는 집이 있습니다. 바로 웨스트 빌리지 352 West 12th Street의 1C호. 이름하여 ‘위 코티지(Wee Cottage)’ 입니다. 집의 프로필을 한번 보실까요?


1. 집의 개요

  • 지역: 맨해튼 웨스트빌리지
  • 건설년도: 1875년 (2차 세계대전 전에 지어진 빌딩)
  • 주거형태: 코옵(Co-op; 건물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민들이 공유하는 입주형식)
  • 층: 1 (ground-floor)
  • DB/BT: 스튜디오(원룸) / 화장실 1
  • 면적: 22.5제곱미터(242sq ft., 6.8평)
  • 향: 동남


이 집이 위치한 맨해튼의 웨스트빌리지는 허드슨 강가와 인접해 있으며 치안, 교통, 문화시설 등 많은 면에서 인기있는 지역입니다. 신식 아파트가 많지 않고 오래된 프리워(Pre-War) 빌딩이 대부분으로, 고층 건물이 늘어선 미드타운과는 다른 오래된 뉴욕의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동네입니다.


〈프렌즈〉의 친구들이 살던 집의 배경이 된 곳,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살던 어퍼이스트의 아파트도 실제론 이곳에 있죠. 오래된 건물들은 리모델링 여부에 따라 집 컨디션이 천차만별이지만 이 동네를 걷다 보면 다들 모델하우스처럼 깨끗하게 잘해놓고 사는 느낌입니다.


2. 집의 특징

2011년, 살인적인 뉴욕의 렌트비를 내다가 지쳐버린 조던 럴로어(Jourdan Lawlor) 씨는 아예 집을 사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30만 달러(3억 7,000만 원) 이하의 집을 찾던 중 그녀는 웨스트빌리지의 12번가에 이 집을 발견했고 이 아파트를 당시 자기 예산에 거의 딱 맞는 가격, 29만 9,950달러(한화 3억 5,000만 원)에 구입했죠. 당시 남친이자 현 남편인 토빈 루드윅(Tobin Ludwig) 씨는 말합니다.

"이곳에서 조던과 함께 살게 될 줄 몰랐어요. 그게 우리 관계를 파탄 낼 줄 알았죠.
I had not envisioned living here with Jourdan. I thought it would ruin my relationship with her."

- 스포일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집의 면적은 22.5제곱미터(242sq ft., 6.8평)로 작은 원룸 정도의 크기 되시겠습니다. 길가가 아닌 아파트의 중정을 향해 있고 동남향인 점이 좋습니다. 이 코옵 빌딩은 원래 허드슨강의 부두 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로 쓰이던 건물이었습니다. 


과거에 기숙사였다 보니 지금도 스튜디오나 원 베드룸 등 작은 평수의 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5층 건물 속의 이 작은 집은 세련된 디자인과 치밀한 설계로 완벽한 기능성을 갖추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출처: NewYorkPost

리뉴얼을 마친 집의 전경입니다. 집주인들이 리뉴얼을 통해 주력한 부분은 공간 활용의 최대화입니다.

기능 1: 주방에 위치한 이동식 아일랜드 키친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완전히 접어서 보관이 가능.
기능 2: 침대를 접어 올리면 소파와 커피 테이블이 나오는 거실.
기능 3: 서랍장을 열면 펼쳐지는 다이닝 테이블.

한마디로 하나의 공간을 거실, 침실, 식당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높은 천장고와 1.8미터에 달하는 시원한 창은 작은 집을 한결 더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어줍니다. 


천장고를 이용해 화장실 문 위에는 0.8평짜리 작은 다락 창고를 만들었고 이외에도 벽장, 캐비닛 등 수납에 신경 쓴 모습이 보입니다.

높은 천장고로 시원한 거실과 작지만 다 있는 화장실.

3. 집의 문제점

이 집은 2016년 월세로 3,000달러(한화 350만 원)를 기록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맨해튼이 아무리 비싸다지만 이런 100년도 더 된 건물의 1층에 있는 7평짜리 작은 집이 무려 5년 전에 월세 350이었다는 점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 집주인에겐 미안하지만 여기서 조그맣게 위안(?)이 되는 점은 이 집이 그렇게 인기는 없었다는 겁니다.


럴로어 씨는 2011년에 구입한 이 집을 2018년 6월에 55만 달러에 내놨고 2년이 지난 2020년 6월에야 결국 42만 9,000달러에 팔렸습니다. 소셜미디어에도 소개되고 언론에도 나와 이름을 알린 집이었지만 가격변화를 보아하니 아마 막판에는 골칫거리였을 겁니다. 그 이유를 한번 짚어봤습니다.


하나, 가격


이 무자비한 생활비의 도시에서 강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뉴요커들에게 집이 작은 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가격에 비해’ 작다는 게 문제죠. 사이 좋은 럴로어 씨네 커플이 사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과연 없었나) 이 정도 크기에 2인 이상이 장기적으로 사는 것이 아무래도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설마 저게… 냉장고? (ft. 2인 가정)

그렇다면 혼자 살기엔 어떨까요? 일단 혼자서 렌트를 감당하기엔 비싼 가격입니다. 그 가격을 주고라도 들어올 만큼 메리트가 있는 곳인가 하면 독신 라이프를 즐기기에 좋은 동네도 아닙니다. 


결론은, 집을 잘 고쳤지만 혼자서 그런 높은 렌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는 많지 않고 두 명 이상의 가구라면 조금 더 넓은 곳으로 가는 게 보통이라는 점이 집이 2년 동안 안 팔린 이유로 보입니다.


둘, 교통


구글지도 기준 가장 가까운 역(14th St.)까지 8분이라고 나옵니다. 그 말은 곧 실제로 약 13분 정도 걸린다는 말인데요.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지나가는 맨해튼에서 이 정도면 꽤 먼 편입니다. 굳이 비싼 맨해튼에 사는 것은 편리한 접근성이라는 목적이 큰데 이 정도 거리면 가격적으로 큰 메리트가 있지 않은 이상 좋은 옵션은 아닙니다.


셋, 1층


아파트마다 다르지만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뉴욕엔 오래된 아파트들엔 무시무시한 현실이 도사립니다. 바로 벌레와 쥐인데요. 층수가 낮을수록 이런 동물/곤충 친구들이 많아 보통 1층은 인기가 없습니다. 


이 집의 경우 저 정원의 싱그러운 초록초록함에서 그런 스멜이 이미 강하게 느껴지네요. 1층의 장점인 저렴함도 이 집에는 해당되지 않았죠.


4. 결론

결론은 부동산은 가격과 교통이라는 진리의 복습이었습니다. 잘 고친 레노베이션으로 마음이 혹했다가 매일 밤 자기 위해 거실의 테이블을 싹 치우고 침대를 내려야 하는, 밥을 먹기 위해 벽장을 열어 식탁을 착착 펼쳐내야 하는 고강도 데일리 노동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며 스스로의 부지런함에 대해 과신했던 오만을 내려놓고 겸손함을 되찾을 수 있는 그런 매물이었습니다.


계산을 해보면 42만 9,000달러에 팔린 이 집은 2011년 최초구입가 29만 9,950달러 대비 9년 만에 약 43% 이윤을 내고 판 셈이 되네요. 어떤가요? 서울의 집값 폭등과는 비교도 안 되지요? 


한 뉴요커의 소박한 부동산 투자 중박 성공기였습니다. 나아가 아무리 훌륭한 설계라 하더라도 협소주택에 산다는 것은 접고 펼치고 열고 닫고의 난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단한 매일의 연속일 거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전 집주인인 럴로어 커플은 인스타그램을 보면 행복하게 결혼해 아가도 낳고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아가가 있어서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셨던 거겠죠?


더 최근 이야기

이들 부부에게 집을 42만 9,000달러에 구입했던 사람은 한 달 동안의 리모델링을 통해 집을 다시, 아예 새로운 스타일로 개조했습니다(고생한다 1C호!). 이전과는 상반된 콘셉트로 아주 모던하고 깔끔해졌지요. 


하지만 시장에 45만 달러에 나와서 지난 9월 가격을 42만 5,000달러까지 내린 후 아직까지도 안 팔린 상황입니다. 어서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1C호에도 새 주인이 들어와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이상 작지만 옹골차게 한 가족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던, 352 West 12th Street의 1C호였습니다.

2021년 2월 현재 집 상태.
원문: 뉴욕월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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