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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이 악물고 밀어붙이는 감정의 힘

조회수 2021. 3. 9.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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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액션, 밀어붙이는 감정선

새롭게 선보이는 TVA 작품들을 모두 따라가지 못한 지 제법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화제가 되는 주요 작품들은 재미 여부를 떠나서 일단 몇 화씩은 꼭 챙겨봤었는데, (모든 일이 그렇듯) 한두 작품 놓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누야샤의 속편으로 화제가 된 <반요 야샤히메>를 제외하고는 거의 못 봤던 터였다.


이 작품 <귀멸의 칼날> TVA도 남들보다는 뒤늦게 본 편이다. 극장판이 일본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했다는 소식 때문에 거꾸로 TVA와 원작 코믹스까지 찾아보게 된 경우인데, 극장판을 극장에서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 TVA를 빠른 속도로 완료했을 정도로 오랜만에 딱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TV 시리즈의 극장판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탄탄한 원작 팬들을 믿고 과감하게 전개하는 내용과 구성은 매번 놀랍다. 이들은 극장판을 처음 보는 일반 관객들을 위한 장치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존 시리즈를 봐오던 팬들을 위해, 원작의 연장선에서 스토리를 풀어낸다. 그래서 군더더기가 덜하고, 내용은 극장판만이 줄 수 있는 효과에 집중되어 있다.


이 작품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 편> 역시 그런 경우다. TVA의 외전 격이 아니라, 바로 이전 TVA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TVA에 몇 화를 묶어 극장판으로 내놓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반대로 말하자면 기존 TVA를 감상하지 않은 일반 관객이라면 아무런 소개 없이 진행되는 내용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코믹스가 원작인 경우 보통 원작이 가장 완성도가 높고 TVA와 극장판으로 갈수록 조금씩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그런데 <귀멸의 칼날>은 원작 코믹스를 마지막 한 권 남겨둔 시점에서 봤을 때 TVA나 극장판의 완성도가 더 높은 편이다. 액션 연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인데, 코믹스에서는 그 스케일이나 긴박함이 확실히 덜 살아나는 느낌인 것에 반해 TVA에서는 중간중간 탄성이 나올 정도로 높은 수준의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서, 극장판 '무한열차편'은 왜 이 에피소드들을 극장판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극장판에 최적화시킨 액션 스케일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감정을 자극하는 웅장한 음악이 더해져 <귀멸의 칼날>이 갖고 있는 강렬하다 못해 처절한 에너지를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극장판을 보고 와서(극장판을 보고 나서 보려고 코믹스는 딱 그전까지만 보고 미뤄뒀었다) 다시 보게 된 코믹스 속 극장판의 에피소드는 확실히 그 에너지가 덜한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과하다고 말하기 쉬운 것들, 또는 너무 직접적이어서 낯간지럽다고 말하는 것들을 보란 듯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 중 하나다.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도 마찬가지다. 몹시 그렇다.


신파가 강한 내용이라 부정적인 평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보통 과한 신파로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경우는 관객보다 영화의 감정이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클라이맥스가 길어질수록 본래 관객의 감정마저 차갑게 식어버린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은 감정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과한 감정의 신파라는 것은 같지만, 극장판 클라이맥스에 와서 신파적으로 변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TVA 내내 주인공 탄지로의 과한 감정선이 이미 존재했고, 극장판에 와서 이걸 극대화시킬 때는 그 과한 감정에 어쩔 수 없이 설득될 정도로 한계를 모르고(이를 악물고)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감정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본 디즈니 픽사의 영화 <소울>과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는데, 달라도 너무 다른 메시지의 이 두 영화에 각기 감동과 깊은 인상을 받은 나 자신이 이율배반적이라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화하자면 <소울>은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다면, <귀멸의 칼날>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또 단련해야 함을 강조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탄지로는 소울의 세계를 보며 게으르고 한심하다 느낄 것이고(아니다, 탄지로는 이마저도 근성으로 끌어안아 함께 목표로 달려갈 캐릭터다), 소울의 세계가 보았을 때 탄지로에게 그만 내려놓고 삶을 즐기라 말하고 싶을 거다.


탄지로 캐릭터를 비롯한 <귀멸의 칼날>의 세계관은 여러 가지로 현 일본의 현실과 맞물려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제쳐두더라도 근성으로 극한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소년 만화 주인공의 모습은 여전히 현실 에너지를 준다.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도 정말 힘들 때는 그 간절한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힘이 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귀멸의 칼날' TVA도 새로운 극장판도 더 기대가 된다.


원문: 아쉬타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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