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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직원들 욕하기 전에 이 질문 해 보셨어요?

조회수 2021. 1. 2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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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질문을 받았다. "당신이 인정받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무언가 잘못됐다

나는 십여 명이 함께 일하는 작은 영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어쩌다 보니 장사를 시작하게 됐고 어쩌다 보니 나보다 나이도 경력도 많은 십여 명의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최일선에서 가장 열심히 뛰었다. 영업장 지붕 아래 내 일이 아닌 일은 없었고, 빈틈이 보이는 곳은 모두 내가 뛰어 메웠다. 잠도 안 자고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하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함께하는 분들께서도 열심히 일을 도와주셨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겸양적인 태도로 일했다. 그때는 불만이 없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고 내 머리가 커지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나름대로는 리더십 테크닉을 공부하며 그럭저럭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들은 주인의식 없이 일하는 것인지, 도대체 왜 이렇게 빈틈없고 야무지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하는지 불만은 계속 쌓여만 갔다. 


나의 불만과 고민을 밖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초기 때처럼 함께 웃고 떠들며 으쌰 으쌰 하던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었다. 어쩔 때는 함께 얘기를 하다 가끔씩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다.


그러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아웃워드 마인드셋은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

리더십 필독서라는 책들을 읽어봐도, 유명한 사람들의 강연을 봐도 결국엔 뻔한 이야기뿐이었다. 길을 잃은 것처럼 헤매던 도중 신수정 님(KT 부사장/IT부문장)의 모임(Inspiring Leadership)에서 <아웃워드 마인드셋>을 함께 읽게 됐다.


아웃워드 마인드셋이란 자신에게 초점을 두는 인워드 마인드셋과 달리 타인을 포용하는 마인드셋을 말한다. 혹자는 아웃워드 마인드셋을 내 것을 아낌없이 퍼주고 나를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아웃워드 마인드셋은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한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세 가지 단계 ‘SAM’을 제시한다. 각각은 ‘다른 사람을 바라본다(See others)’, ‘업무를 조정한다(Adjust efforts)’, ‘효과를 측정한다(Measure impact)’를 의미한다. 마인드셋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고 시스템도 바뀌고 결국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책의 내용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리더십 관련 내용과 비교해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러나 수정 님께서 모임 때 해주셨던 말들은 나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진짜 아웃워드 마인드셋을 갖춘 리더의 질문

수정 님은 멤버들에게 ‘나는 어떨 때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0.3초 만에 ‘일을 잘할 때’라고 생각했다.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도 각자의 대답을 쏟아냈다. 회사에서 인정받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일을 잘하고 칭찬을 받을 때,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 때 등을 말했다.


그 뒤에는 ‘남은 어떨 때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지’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나는 이번에도 ‘일을 잘할 때’를 0.3초 만에 떠올렸다. 다른 사람들은 존경심이 들 때, 나를 공감해줄 때, 배우고 싶을 때, 그리고 심지어는 내게 밥을 해줄 때라고 말했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서로의 의견을 한참을 나눈 뒤 신수정 님은 다시 말을 이어가셨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조건들 이전에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그동안 나는 나 스스로도, 남들도 ‘일을 잘할 때’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일을 잘 못 할 때’, 보다 정확히는 ‘내가 보기에 일을 잘 못 할 때’ 그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제야 알았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 의식 속 어딘가 깊숙이 자리한 잘못된 생각이었다.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없다. 나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향하는 기본 마인드셋부터 잘못됐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아주 원론적인 공자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사람은 존재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은 진정한 아웃워드 마인드셋의 시작이었다.


수정 님은 이어 ‘당신이 인정받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셨다. 지금까지 살면서 들어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머쓱해 했지만, 다들 마음속 깊이 묻혀있던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한 가지를 조심스레 고백했다. 수정 님은 그 어떤 충고도 조언도 평가도 판단도 없이 멤버들이 말했던 그 문장을 그대로 다시 한번 말해주시며 ‘당신은 충분히 그런 사람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단지 몇 마디 말만이 오갔을 뿐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몇 분 전의 모습과 같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가슴 벅찬 감정을 느끼며 눈빛이 빛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을 존재 자체로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됐다.


내게는 그 순간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견될 정도로 압도적인 순간이었다. 그동안 내가 사람을 바라보던 관점, 리더십을 바라보던 관점은 이제 완전히 뒤집혔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순간, 리더십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개의 경우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는 아주 힘들다. 아무리 세련된 방식으로 ‘이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꽃등심이야’, ‘이 요리가 미슐랭 3 스타 셰프가 만든 세계 최고 요리래’라며 준다고 해도 상대방이 떡볶이 매니아라면 꽃등심이든 미슐랭 3 스타 셰프의 요리든 다 의미 없는 것이 된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은 이걸 좋아할 거야라고 짐작하며 월급을 올려 주거나, 휴가를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 없던 리더십이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울리는 것은 물질적인 보상 이전에 본인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를 인정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정님의 ‘당신이 인정받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처럼 직접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이를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런 진심이 선행된 이후에 여러 가지 제도들이 따라줄 때에만 리더십에 맞는 제도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진짜 문제는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데서 온다. 진정한 아웃워드 마인드셋은 여기서 시작된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주고 싶어 하는 것, 상대가 좋아할 것을 혼자서 짐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물어볼 생각을 하는 것까지 아웃워드 마인드셋이 있어야만 발현될 수 있는 접근방식이다.


수정 님의 질문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알고 보면 간단하지만, 아웃워드 마인드셋이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생각해낼 수 없는 질문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수정 님의 질문을 듣기 전까지 한 번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그런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조차 해 본 적도 없었다.


나는 테크닉이 아닌 진짜 리더십을 보았다

나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의 개인적인 꿈이나 미션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그들의 강점이나 잠재력은? 그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가? 그들의 성장을 위해 구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는가? 그를 좋아하고 훌륭하게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그들을 소중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아웃워드 마인드셋이 있어야만 나온다.


좋은 리더는 좋은 대답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목표 도달에만 관심 있는 인워드 마인드셋을 가진 리더는 절대로 수정 님의 질문을 생각해낼 수 없다. 설사 누가 옆에서 이런 질문들을 말해주더라도 기본 마인드셋이 준비되지 않은 채로 들으면 진심 없이 흉내만 내는 테크닉에만 집중하게 된다. 진심 없는 테크닉은 입만 웃는 가짜 웃음처럼 그 공허함이 금방 느껴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만 사람은 고래가 아니다. 어쩌면 진심 없는 테크닉으로도 한두 번은 춤추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테크닉이라도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수단으로 취급당하는 테크닉에 감동받고 지속적으로 따를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진짜 리더십 앞에 헛똑똑이 깨지는 순간

수정 님과 함께한 시간은 대학 시절 ‘리더십과 의사소통’이라는 수업에서 받은 충격을 상기 시켜 주었다. 내가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최신의 화려한 이론이 아니라 그 수업을 이끌어 가시던 신희선 교수님의 접근방식이었다.


신희선 교수님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내가 듣기에도 횡설수설하는 학우들의 말을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주시고 부드럽게 그들의 메시지를 정리해주셨다. 처음에는 횡설수설하던 학우들이 교수님과 함께한 한 학기 만에 눈에 띄게 의사소통 능력이 좋아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변화시킨 건 전공서적 속 따분한 이론이 아니라 따뜻함이 느껴지는 교수님의 진심 가득한 경청의 자세였다.


수정님의 모임에서 나는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목적 달성을 위해 발휘하는 다양한 테크닉이 리더십의 다인 줄 알았다. 이제야 진정한 아웃워드 마인드셋을 마주했다.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이 어떻게 영감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변화했는지 내 눈으로 보고 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딱 10년 만에, 나는 ‘진심’이 가지는 놀라운 힘과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헛똑똑이었다. 진정한 리더십은 얼마나 많은 이론이나 테크닉이 머릿속에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느냐에서 온다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를 얼마나 멀리 유지했는지 다시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축구선수가 찬 공은 발의 각도를 그대로 가지고 날아간다
– 이성복 시인

이성복 시인은 “축구선수가 찬 공은 발의 각도를 그대로 가지고 날아간다. 공이 작품이라면 발은 정신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비즈니스 세계로 옮겨 말해보자면, ‘공은 회사고 발은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발의 각도에 따라 공이 어디로 갈지가 결정되듯이, 리더의 마인드셋에 따라 회사가 어디로 갈지가 결정된다. 인워드 마인드셋을 가지고 차는 공은 상대방 골대로 날아가 골로 연결되기보다 우리 골대로 향하며 자살골을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리더십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리더십이 짝사랑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리더십은 대체로 일방적이고, 상대방이 그 마음을 알아봐 주는 것은 사랑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게 리더십이란 OKR이니 Agile이니 하는 유행하는 기법들이나 유명한 기업가들이 알려주는 테크닉이 다였다. 


화려한 최신의 테크닉으로 무장해야 조금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믿었다. 그러나 나의 접근방식은 출발부터 잘못됐었다. 최신 테크닉을 말하기 이전에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고 사람을 수단 삼아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인워드 마인드셋부터 잘못됐다.


수정 님의 질문을 들으며 나는 그동안 리더가 아니라 지시만 남발하며 구성원들을 힘겹게 만드는 보스가 된 건 아니었나 반성했다. 과거처럼 내가 최일선에 서며 궂은일을 도맡으려 하기보다 ‘이 정도는 위임해야 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이 정도는 나를 위해 해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분들을 수단이자 대상으로서 대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와 돌아보니 나는 전형적인 인워드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었다.


강한 장수 아래 약한 병사가 없다는 ‘강장하무약병(强將下無弱兵)’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금까지는 강한 장수가 강한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강하게 이끄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무력이 강한 장수가 강한 장수가 아니었다. 아웃워드 마인드셋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약한 병사가 아닌 강한 병사가 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장수다.


진정한 스승은 촛불과 같다고 한다. 그들 스스로 빛을 발하며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신희선 교수님과 신수정 부사장님이라는 진정한 스승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분께서 밝혀주신 이 길의 끝에 우리 조직 구성원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나도 이 질문을 던져 봐야겠다.

당신이 인정받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원문: 경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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