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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불태우는 아이돌 팬들의 진검승부, "시상식 인기 투표"를 알아보자

조회수 2021. 1. 18. 17: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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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만상 투표 시스템, 이윤 창출 수단이 된 '팬들'

시상식 시즌이 거의 다 지나갔다. 그말인즉슨 아이돌 팬들의 노동 기간도 끝나간다는 이야기다. 공연을 하는 건 아이돌인데 왜 팬이 힘든가?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저기 투표하러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시상식이나 인기투표는 있다. 거의 모든 시상이 성적을 기반으로 심사되는 연기대상에도 인기상은 있다. 그러나 가요 시상식은 그 비중이 훨씬 높다. 그리고 시상식은 이 강력한 경쟁 구도를 통해 새로운 아웃풋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투표가 투표 아니냐고? 1인1표의 공정한 게임 아니냐고? 그럴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가 않다. 가요 시상식의 투표는 단순한 승자 가리기의 게임을 넘어 새로운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되었다. 지금부터 천태만상 투표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1. 1인1투표(X) 1일1투표(O)

가요 시상식의 가장 기본적인 투표 방식이다. 그냥 접속해서 지지하는 가수를 클릭하고 투표를 완료하면 된다. 1월 10일 방영된 골든디스크 시상식도 인기상 부문은 이 방식으로 투표를 받았다.


다만 대부분의 투표는 민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방식 1인1투표가 아니라, 1일(日)1투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내 가수의 수상을 바라는 팬들은 매일 접속해서 투표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매일 접속하는 게 말이 쉽지 시상식 준비기간 3~40일을 접속해야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누적된다는 단점이 있다.

출처: 골든디스크
골든디스크 시상식의 투표 화면

그래도 투표가 시상식의 화제성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대통령 선거처럼 치를 게 아닌 이상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인기투표라는 본질에 걸맞게 딱 인기상만을 시상한다. 나머지 상은 부문별 성적과 전문가 평가로만 시상한다. 그래서 시상식의 권위를 유지하고 팬들은 축제 기간처럼 투표를 즐길 수 있다.


2021년 열린 골든디스크 시상식의 인기상은 예외 없이 방탄소년단이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말 그대로 인기가 많다는 의미라 받았을 때 가장 기쁜 상, 인기상’이라는 말을 남기며 즐겁게 수상했다. 인기 투표의 긍정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출처: 큐라프록스
시상식을 후원한 기업 큐라프록스도 ‘골든디스크어워즈 리미티드 에디션, 스페셜’을 발매했다.

여기까지는 시상식 투표 희망편이었다. 그러면 이제 절망편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2. SNS 해시태그로 투표가 된다고?

MAMA의 심사 기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한 방식이 있다. 바로 ‘SNS투표’라는 것이다. 일단 시상식 기준을 확인해 보자.

출처: MAMA

눈이 침침해서 안 보인다. 알기 쉽게 한글로 풀어 쓴 SNS 투표 안내를 확인해 보자.

출처: MAMA

그러니까 투표 공식 해시태그와 아티스트 공식 해시 태그를 모두 포함한 트윗을 매일 1개씩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소리다. 리트윗도 반영된다고 한다. 덕분에 시상식 시즌이 되면 의미 없이 해시태그를 붙인 트윗이 타임라인에 나타나게 된다.


MAMA는 여기에 부문별 1일1투표도 받는다. 골든디스크처럼 인기상만 투표로 시상하는 게 아니라, 총 십여 개에 달하는 모든 부문을 투표로 결정한다. 여기에 매일매일 트윗까지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합산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표에 소요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고서도 합산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인기상에 해당되는 ‘Worldwide Fan’s Choice’조차도 하나의 투표로 결정되지 않다 보니, 공정하게 이루어진 시상인지 시청자는 확인하기 힘든 게 단점. 


3. 광고를 보면 투표권을 준다고?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의 투표 방식은 한층 더 복잡하다. 투표 방법 설명을 확인해 보자.

출처: 서울가요대상

무료 투표권? 충전소? 부문별 10회까지 투표? 이게 무슨 말이지?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투표를 직접 진행해보기로 했다. 참고로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의 경우 투표 앱이 따로 존재한다. 위의 두 시상식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로그인만 하면 참여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앱에 로그인해 보았다.

출처: 서울가요대상 공식 앱

상단의 ‘무료투표권 받고 최애에게 투표하자!’를 클릭해 보았다. 그러자 이런 창이 나타난다.

출처: 서울가요대상 공식 앱

이 창은 말 그대로 ‘투표권’을 모으는 방법을 소개한다.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앱에서 제공하는 광고를 보는 방법과, 다른 앱을 까는 방법이다. 보고 나면 투표권을 준다. 이 투표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출처: 서울가요대상 공식 앱
동영상 형태로 제공되는 광고를 보거나(왼쪽) 앱을 깔면 투표권을 준다.(오른쪽)

아무리 팬심이 투철하다지만, 이쯤 되면 피로감이 급격히 높아진다. 투표에 쓰는 시간도 급격하게 많아진다. 아이돌 입장에서는 가장 번거로운 투표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서울가요대상의 투표 방식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고, 팬들 또한 열심히 광고를 보면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과 타 가수를 향한 경쟁심이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이 양상을 확인한 방송사는 이들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아예 투표와 아이돌이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4. 아예 투표가 메인 콘텐츠가 되다, <프로듀스 101>의 등장

이 파트는 조금 결이 다르다. 색다른 투표 방식이라기보다는, 투표 자체가 방송 프로그램이 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이런저런 타 프로그램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일단 가장 모체가 되는 것은 AKB48의 총선 시스템이다. 또 무대를 방송으로 보고 시청자들의 투표를 받아 떨어뜨리는 방식은 <슈퍼스타K>의 방식을 따왔다. 독창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양상이 나타났다. 바로 ‘연습생 홍보 문화’다.

프듀 광고판 희망편: 깔끔
프듀 광고판 절망편: 뭘 보라는 것인가…

지나가다가 이런 광고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습생의 존재를 알리고 투표해달라고 종용하는 광고다. 왜 이런 게 나타났을까? 이 답을 명확하게 내리기 위해서는 ‘왜 이런 걸 전에는 하지 않았을까?’라고 묻는 게 적합하다. 왜 AKB와 <슈퍼스타K> 시리즈에는 홍보 문화가 없었을까?


AKB는 한정된 기간 동안 앨범에 투표권을 넣어서 판매한다. 이 투표 방식은 팬의 골수까지 뽑아먹는 구조다. 1장을 사면 1장의 투표권이 생기고, 100장을 사면 100개의 투표권이 생긴다. 하지만 일반인은 안 사면 그만이다. 오로지 오타쿠만을 노린 투표 방식인 것이다. 


<슈퍼스타K>는 대중의 호응도가 높았다. 하지만 충성도를 갖춘 팬덤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중은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떨어지면 하루 아쉬워할 뿐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스101>은 달랐다. 방송을 보고 문자로 투표하는 방식이니 팬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 대중성이 있었다. 거기에 아이돌 팬덤 특유의 충성도가 결합했다. 그래서 보다 많은 대중들을 포섭하여 투표에 참여시키고자 팬덤 기반 대규모의 광고를 시작했던 것이다.

akb48의 총선거 모습
AKB48의 총선과 <프로듀스48>의 최종 순위발표식. 형태는 비슷해도 양상은 달랐다.

사실 광고는 오히려 밝은 측면에 가까웠다. <프로듀스101>이 팬덤 문화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상대방을 향한 노골적인 비방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치인 선거 시즌에 버금가는 비방과 과거 파헤치기가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프로듀스101>이 아이돌 문화에 끼친 여러 악영향 중 하나라 할 것이다.


마무리하며

그렇다면 투표를 없애는 게 답일까? 그건 아니다. 적어도 인기상 분야에 한정해서는, 어느 정도 실질적인 투표가 있어야 결과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투표가 없어지면 해당 부문의 우승자를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주최측의 심사에 맡겨지고, 그러면 정확성을 상실할 수 있다. 


이미 투표 결과가 있는데도 대놓고 조작을 했던 <프로듀스101>의 사례를 보자. 투표 결과라도 있으니 법정에서라도 프로그램에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투표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다만 건강한 경쟁을 위한 투표 방식은 필요하다. 지나치게 이용자의 노동력을 이용하거나 결제를 유도할 경우, 지쳐서 점점 투표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시상식의 화제성 하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든디스크 시상식의 투표 방식은 굉장히 깔끔하다. 1일 1투표로 못박아 두었고, 인기상 부문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골든디스크의 투표를 진행하는 팬덤의 피로도도 덜한 편이었다. 게다가 그날그날 투표한 사람들 중 1명을 뽑아 큐라덴의 명품 칫솔 세트를 보내주는 이벤트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인기상은 방탄소년단으로 결정되었다. 제작사인 큐라프록스는 힘든 투표를 오랫동안 진행해 준 팬덤을 위한 ‘큐라프록스 골든디스크 리미티드 에디션, 스페셜’을 따로 제작했다. 다른 팬들도 그렇지만, 방탄소년단에게 온 힘을 바쳐 투표한 팬들이라면 특히 섭섭치 않을 것이다.

출처: 큐라프록스
출처: 다양한 보라색 컬러로 만든 칫솔 7개 세트다.

더 나은 투표 문화가 널리 퍼져서 연말의 시상식을 더욱 즐겁게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가수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흐뭇하기 때문이다.


큐라프록스의 골든디스크 리미티드 에디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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