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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 '영혼까지 끌어모을' 수조차 없었던 사람들

조회수 2020. 12. 2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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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는 대부분의 이들은 그런 열풍에 뛰어들 기회조차 없었다.

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 몰아쳤던 부동산 투기 열풍은 그야말로 희열과 절망의 도가니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는 다소 진정된 기미가 보이는데, 그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어떤 절망들이 여기저기에서 참으로 많이 들려온다.


특히, 내 주위에는 그런 열풍에 뛰어들어 부동산을 건져낸 사람보다는 아직 그런 열풍에 뛰어들기에 설익은 청년들이 많았다. 20대, 대학생, 사회 초년생. 아직 사회에 완전히 자리 잡지는 못한 이들이다. 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광풍의 현장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출처: ⓒUnsplash
누군가 ‘바라보기만’ 하던 풍경

그나마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이 열풍에 합류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적어도 2~3억 정도의 현금 자신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부모의 도움과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최소 5억 이상의 총알을 끌어올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한, 그런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애초에 80% 전세자금 대출받아야 살 곳 겨우 마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회생활을 연봉 3천에서만 시작해도 무척 행운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누군가는 나름대로 신중한 선택으로, 용기 있는 결단으로, 뛰어난 통찰력으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고 그에 걸맞은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하겠으나, 내가 아는 대부분의 이들은 그런 열풍에 뛰어들 기회조차 없었다. 패닉바잉으로 반응했다는 삼십 대 중에서 애초에 주택담보대출 포함한다 해도, 10억에 가까운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세계 바깥은 좀처럼 상상하지 못한다. 누구나 용기와 모험심만 있으면 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정말 이 사회가 얼마나 잔혹하리만치 엉망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올해만 해도,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국민의 절반쯤은 부동산 투기는커녕 최소한의 생계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간다. 누군가는 그야말로 자신의 사업, 자영업, 창업 등 생의 근간을 통째로 잃다시피 했다. 살아남는 게 다행인 한 해였을 것이다. 실제로 목숨을 잃거나 가정이 파탄 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는 용기와 모험으로 부동산에 뛰어들어 몇억쯤 벌었다고 한다.


동시에, 수많은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잃었다. 취업 문도 터무니없이 좁아졌다. 그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학원도 가지 못하고, 골방에 처박혀서 월세만 축내면서, 온 세상이 들끓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있었을 것이다. 당장 연봉 3천을 받는 직장에라도 들어가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세상에는 한 달에 3천만 원씩 올랐다는 부동산들이 보인다.


그렇게 멀어져만 가는 미래, 매일 더 가난해지는 현실. 그런 것들이 2020년이 지나가고 난 뒤에 남은 절망일 것이다. 청년들의 미래는 더 어찌할 수도 없을 만큼 황폐화되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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