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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

글로벌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한국의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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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협약 비준과 이를 위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정부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양대노총은 정부 개정안을 ‘역대급 개악안’이라 부르고, 총파업, 천막농성 등을 벌이며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한다. 


ILO 협약을 요구하던 노동계는, 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이토록 반대하는 것일까?

이 정도로 한국은 뒤떨어져 있다.

미국과 한국만 가입하지 않은 ILO 핵심 협약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4개 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나라다. 이중 노동조합과 관련한 협약은 제87호(결사의 자유),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두 개이며, 이 두 개의 협약에 모두 가입하지 않은 ILO회원국은 20개에 불과하고, OECD 회원국 중에서는 미국과 한국만 가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의 노동권은 중국 등과 비교될 수준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국제노총(ITUC)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노동권 지수’에서 매년 5등급에 머문다. 5등급은 “법·제도에서 노동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해당하며, 중국,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브라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보다 낮은 등급은 5+등급, “사실상 정부 기능이 마비돼 평가 자체가 무의미한 나라” 뿐이다. (참조 기사: 한국 노동권 OECD 최하위, 이유는?)


세계 경제 규모 12위의 우리나라가 “노동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나라”로 지목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EU와의 FTA 체결 후 EU가 계속해서 ILO 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마저 안았다.


글로벌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한국의 노동권

그래서 정부는 지난 6월 30일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노조법 개정안이 대체 뭐가 문제일까. 우선 국가인권위원회가 ILO 협약 비준과 관련하여 2018년 12월에 권고한 사항을 살펴보자. 인권위의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공무원과 교사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공무원,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이 제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지 처분 등의 사건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활용된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반려 제도 또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문건과 같은 협력업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침해 사건에 대해 독립적 수사와 시정이 필요하다. 셋째,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손해배상청구 등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 부과가 노조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라."

그렇다면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 가입과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하며,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부과를 제한하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개정안은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조합원의 자격에 대해

기존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간단히 말해서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난 다음에는 해고자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해고되는 순간 조합원이 되지 못하니, 일단 해고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인권위는 해당 조항을 아예 삭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정부의 개정안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만 남기고 뒷부분은 삭제했다. 해고자의 조합원 가입에 대해서 열어놓은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앞부분을 남겨둠으로써 ‘대체 누가 근로자냐’라는 분쟁의 씨앗을 여전히 남겨뒀다고 할 수 있다.


개정안에 새로 추가된 내용을 보면 오히려 해고자의 조합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이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에는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사업장의 내부 규칙 또는 노사 간 합의된 절차 등을 준수하여야 한다."

민주당의 주장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원래 노조 활동이란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는 행위(쟁의행위)를 무기로 하는 것인데, 하지 말라는 뜻이다.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은 사업장에 출입도 할 수 없다. 


이는 해고자뿐 아니라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에게도 적용되므로, 예를 들어 산별노조의 임원 등도 해당 사업장에 출입이 금지된다. 제3자개입금지법의 부활이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대의원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여야 한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임원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한다.”

해고자는 대의원이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전임자 급여 지급과 복수노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 지급 문제는 ‘급여를 지급받으면서’라는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타임오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됐다. 


복수노조를 허용한다면서 소수노조의 활동을 사실상 제약해온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도 ‘차별적으로 대우해서는 아니 된다’는 선언적인 문구만이 담겼을 뿐, 그 외의 조항들은 그대로 유지됐다.

2001년 기사가 20년 지나서도 반복된다.

단체협약과 쟁의행위

이 부분은 개선은커녕 개악된 내용들만 가득하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다. 창구단일화 절차와 결합하면 4년간 단체교섭을 못 하게 될 수 있다. 


주요업무시설에 대한 일부 점거도 위법이 됐다. 일부 점거가 안 된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장 내에서 쟁의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피켓팅 등도 위법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빠진 것들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는 바뀌지 않았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는 여전히 제한된다. 


사용자의 정의도 바뀌지 않았다. 하청업체 노조가 사실상 노동조건을 결정할 힘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없다. 행정부가 노조설립을 사실상 허가할 수 있는 노조 설립신고제도도 유지된다. 쟁의행위의 목적도 그대로다.

여전히 이 권리를 얻기까지의 길은 소원하다.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교섭과 파업만이 허용되고, 경제·사회적 문제에 대한 쟁의행위나 하나의 회사를 넘어서는 사용자단체를 상대로 한 쟁의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요약하면 ILO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조법을 개정한다고 하면서,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유지하고, 오히려 노조할 권리를 제한하고 축소하는 것이 노조법 정부 개정안의 내용이다. 


EU는 지난 10월 한·EU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 정부 개정안의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FTA 협정에 따른 불이익조치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노조하기 어려운 나라

개별 노동자는 특수한 경우 약자가 아닐 수 있지만, 일반적인 사용자 대 노동자의 관계에서 노동자는 약자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뭉쳐서 사용자와 협상하고 싸우고 쇼부를 보도록 보장하는 것이 헌법의 노동삼권이고, 그것을 구체화한 법이 노조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조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단계마다 너무 많은 제약을 두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노조가 개별 기업에 갇히고, 결국 대기업 노조의 힘만 강해진 것은 노조 스스로의 책임도 크지만, 노조법이 제도적으로 강제한 결과다. 


노조할 권리를 제약하면 당장은 대기업 노조들이 먼저 손해를 볼 것 같지만, 결국 노조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가장 약한 노동자들이다.

가장 취약한 계층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노동존중 시대를 열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이제 완전히 노동계와 적대적 관계가 되었다. 최저임금 상승은 산입범위 확대로 무력화됐고,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떠밀리듯 도입한 주52시간제는 탄력근로제 확대로 무의미해질 상황이다. 


공약이었던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철회는 3년이나 끌어서 결국 대법원의 판결로 이루어졌다. ILO 비준을 핑계로 노조법을 개선하기는커녕 개악하려 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또한 여전하다. 이제라도 ‘노동존중’을 말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노동권의 강화가 시급하다

플랫폼 노동이 화두가 되는 4차산업혁명시대다. 기존의 노동법으로 새로운 시대의 노동을 보호하기에 벅차다. 


개별 노동관계에 대한 보호 방안도 만들어야 하지만, 우선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노동삼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권리를 얻기까지 유구한 역사가 있었다.

노동삼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법은 오히려 노조가 한 걸음 뗄 때마다 시비를 걸어대는 질곡으로 작용한다.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면서 필수업무유지제도에 대한 수많은 복잡한 조항이 생겨났고,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면서 타임오프에 대한 수많은 복잡한 조항이 생겨났고,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소수노조의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또 수많은 복잡한 조항이 생겨났다.


강철의 연금술사도 아닌데 권리가 하나 생겨날 때마다 수많은 제약이 뒤따르는 등가교환도 아닌 교환을 반복한다. 또다시 해고자 노조 가입 하나 던져주고 그 대가로 수많은 제약을 강요할 것인가. 


그만하자. 노동자도, 노무사도, 노무사 수험생도 괴롭다.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로 인정받고 싶다면, 노조 활동에 대한 모든 복잡한 규제를 철폐하라. 그것이 ‘자유’ 이니까.


인물소개
  • by. 이기중
    서울시 관악구의원,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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