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필독서 『언카피어블』: 아무도 '카피'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해야만 하는 이유

조회수 2020. 11. 13.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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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나만의 것'이 필요하다
왜 창업을 하려는 거야?
2009년, 퇴사를 말리던 직장 상사가 내게 했던 질문이다. 나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라 답했다. 돌이켜보면 어이없는 대답이었지만, 20대의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가장 잘나고 똑똑한 줄 알았고, 무얼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선배들이 나의 천재성을 몰라준다고 생각했다. 나 같은 천재가 대접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멋진 회사를 차릴 줄 알았습니다(현실은 시궁창)

투자를 받고, 법인을 설립했다. 싸이월드 이용자가 많던 시절에,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그러나 내가 만든 앱은 플랫폼이 아니라, 기생하는 존재임을 깨닫기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 아이템은 취미가 같은 친구를 찾아주는 앱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데이팅 앱들과 어떠한 차별점 없이 금세 실패했다. 다음으로는 미국에서 성공한 레스토랑 리뷰 앱을 그대로 베꼈다. 그때쯤 팀원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들 지쳤던 거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많이 지쳤다. 사업을 그만두기로 했다. 사업을 정리하고 1년쯤 지나니, 그간 읽었던 책들과 경험들이 맞춰지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누가 나에게 스타트업에 대해 묻는다면 무엇을 꼭 해야 하고, 무엇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약 5년이라는 실패의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얻게 된 확신이었다.


그 경험이 너무 혹독했기에, 나는 누군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해왔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창업을 말리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언카피어블』을 읽어보라 권할 것이다. 만일 나도 창업하기 전에 『언카피어블』을 읽었다면 5년 동안 실패만 거듭하며 고생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언카피어블: 아무도 ‘카피’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하라

『언카피어블(Uncopyable)』의 원제는 ‘혁신 쌓기(Innovation Stack)’다. 저자도 서문에서 밝혔지만, 원제보다는 한국어판 제목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이 책은 ‘아마존은 무엇 때문에 스퀘어를 카피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허구한 날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베꼈다 비판한다. 그런데 미국 IT 기업들도 허구한 날 스타트업을 베낀다. 자본력과 기술로 한순간에 따라잡지 못한 기업들이 살아남는 것이다. 복제 불가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 이상으로, 어떻게 시작했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과정이 어떠했느냐도 중요하다.

짐 맥켈비가 창업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퀘어(Square)’. 저 작은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혁신적인 서비스로, 현재 5조 원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기업가 정신에서 시작하라: 아무도 보지 않는 시장을 개척하라

언카피어블을 달성하고 아마존의 침공을 무찌른 매켈비는 시작부터 수준이 달랐다. 올바른 시작을 위한 조건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기업가 정신’이다. 맥켈비가 설명하는 기업가 정신은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 바깥을 보라”다.


매켈비가 발견한 기존 시장의 바깥은, 신용카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영세상인들이었다. 웬일인지 누구도 영세한 그들에게 신용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장사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매켈비의 스퀘어 창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는 영세상인도 스마트폰에 연결만 하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카드 결제 단말기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결되었다. / 출처: square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정면 돌파가 힘들면 우회하라

문제를 인식한다고 바로 해결될 리 없다. 오히려 남들이 뛰어들지 않은 원인에 부딪히게 된다.


매켈비가 만난 첫 번째 문제는 ‘불법’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켈비는 기존 금융권과 손을 잡았다. 다음 문제는 신용카드 회사들이 스퀘어 플랫폼에 들어오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매켈비는 3개의 선두 업체 중에서 가장 점유율이 낮은(설득하기 가장 쉬운) 업체부터 설득했다. 이후부터는 모두를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그다음 문제는 아이폰과 스퀘어를 연동하는 거였다. 아이폰의 주변기기는 안드로이드와 달랐기에, 비용도 많이 들고 지켜야 하는 규칙도 매우 까다로웠다. 매켈비가 떠올린 꼼수는 이어폰 단자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어폰은 애플의 규격이 아니라, 애플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비용과 규칙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해결!


매켈비에게서 꼭 배워야 할 두 가지: 합법, 그리고 핵심 기술의 소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배워야 하는 중요한 점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절대 불법을 그냥 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사업이 충분히 진행되기 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꼭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너무 늦게 알게 되거나, 규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싸우게 되거나, 법정 다툼을 하게 된다면 사업에 쓰일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소모하게 된다.


두 번째는 사업에 필요한 핵심 자원이나 핵심 기술을 꼭 대표자 본인이 확실하게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켈비는 스스로 코딩도 가능했고, 스퀘어 본체를 설계하거나 디자인하는 것도 가능했다. 나의 경우는 핵심 기술을 구성원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했었고, 구성원이 떠나자 핵심 기술도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타다는 불법과 편법 이슈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공룡과의 싸움에서 이기다: ‘나만의 것’이 필요한 이유

스퀘어 사업이 가파른 성장 궤도에 오를 무렵, 매켈비 앞에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다. 아마존이 스퀘어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아마존은 실시간 고객지원 서비스(스퀘어는 실시간 고객지원 서비스가 없었다), 더 나은 디자인, 스퀘어의 2.75 %보다 더 낮은 1.95 %의 수수료율로 스퀘어를 공격했다.


매켈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했고, 아무 대응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대응하는 건 기나긴 소모전을 의미했고, 결과적으로는 말라 죽는 게 뻔했기 때문이다. 스퀘어는 해오던 대로 사업을 지속했다. 아마존은 1년이 조금 넘게 싸움을 걸어오더니 스퀘어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백기를 들었다. 스퀘어는 아마존에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아마존에 승리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스타트업 아이템을 베낀 악덕 기업가를 물리쳤다!

앞서 이야기한 매켈비가 해결한 문제들 중에서 언급하지 않은 게 있었다. 바로, 보안 문제였다. 스퀘어는 기존의 카드 결제 포스 단말기와 전혀 다른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온라인 가입만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가입자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취약점이 있었다. 스퀘어의 주요 고객은 영세 상인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신용 데이터가 존재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존이 스퀘어를 따라 한 시점은 스퀘어가 5년간 보안상의 수많은 사고를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스퀘어만의 독자적인 보안 및 신용 검증 시스템을 구축한 후였다. 아마존은 스퀘어가 경험한 문제들을 고스란히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스퀘어와 똑같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아마존도 똑같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퀘어만큼 따라온다면, 스퀘어는 더 멀리 가 있을 테니까.

그렇게 이 책은 실리콘밸리 필독서가 됐다.


‘파괴적 혁신’ 전략의 살아 있는 교과서

언카피어블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이 책에는 무엇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핵심 가치를 만들어내고 다른 이들이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이 쓴 『블루오션 전략』을 추천드린다. 스퀘어와 스퀘어 이전의 카드 결제 서비스들을 전략 캔버스로 그려본다면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파괴적 혁신에 대한 매켈비의 이해다. 매켈비는 아마도 파괴라는 단어에 집착해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파괴적 혁신이라 부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파괴적 혁신은 블루오션 전략으로 치면 낮은 가격에 집중한 전략이다.

  낮은 가격이라면 구매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 가격이 낮은 만큼 제품에 대한 기대도 낮은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니치를 넘어서 기존의 시장까지 확장하는 게 파괴적 혁신이다. 시장을 넓혀가는 그래프의 추세가 파괴적이어서 파괴적 혁신이라고 부르는 거지, 다른 뭔가를 파괴해서 파괴적 혁신인 것은 아니다.

『언카피어블』은 블루오션 전략, 그리고 파괴적 혁신 전략의 살아 있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생존하고,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지 해답을 찾는 분들이라면 『언카피어블』이 훌륭한 지침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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