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꿀팁: 내가 한 일 말고 상사가 한 일을 써라

조회수 2020. 11. 10.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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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돕는 상사의 일, 내 경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크, 이직 생각하고 있지?

상사는 나의 답답한 상황을 잘 알았다. 회사의 간판은 글로벌 회사의 한국 법인이었지만 실제로는 영업 조직에 가까웠다. 영업 경력이 없던 나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내가 부족해서였을까? 영업 조직에서 전략기획 매니저가 존재감을 인정받기는 너무 힘들었다.


같은 포지션에서 오래 일을 했으니 팀을 바꿔보는 것도 고려했지만 그러기엔 또 연차가 애매했다. 어려운 시기에 한 명 더 뽑을 수 있는 상황이면 신입을 키우는 것이 연봉과 직급이 부담스러운 나를 영입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링크드인을 오픈해놓고 이직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를 인정해주는 직속 상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와 결이 잘 맞았던 상사는 임원이기도 했다. 나는 회사에서 내 포지션이 애매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상사의 질문에 ‘예, 조금씩 알아보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임원이지만 직속 상사여서 독대할 일이 많았고, 그때마다 서로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주고받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력서 얘기가 나왔다.

이력서는 계속 업데이트해?

사실 이력서는 이따금 업데이트했다. 다만 몇 년째 업무의 큰 변화가 없어서 업데이트해도 표현만 바뀔 뿐이지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나에겐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하나는 지루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연차가 쌓이는 만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이력서 내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매년 새로운 업무가 조금씩 추가됐지만 핵심 업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제자리걸음이었다. 중간에 승진했지만 직급만 달라졌을 뿐 내가 하는 일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력서 내용이 ‘업데이트’ 됐을 뿐, ‘업그레이드’ 되진 않았다.

이력서 내용이 ‘업데이트’ 됐을 뿐, ‘업그레이드’ 되진 않았다.

나의 이런 답답한 마음을 알아챘는지, 상사는 나에게 그동안 누구도 얘기해준 적이 없는 조언을 해줬다.

이력서에 네가 한 일 말고 내가 한 일을 써봐!

이게 무슨 말이지? 내 이력서에 임원인 자신이 한 일을 쓰라니, 이력서를 뻥튀기하라는 건가? ……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니 상사의 조언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아니, 조금 더 생각해보니 ‘아하!’ 하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생각해보자. 내가 하는 일의 양을 100이라고 했을 때, 내가 마땅히 해야 하는 핵심 업무의 비중은 60 정도다. 그밖에 매년 추가되는 신규 업무가 약 20 정도, 그리고 나머지 20은 다름 아닌 상사의 업무를 돕는 일이다.


내 핵심 업무와 신규 업무는 이력서에 업데이트하기 쉽다. 거의 100%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사의 업무를 돕는 데 사용되는 20은 이력서에 업데이트할 생각을 전혀 못 했다. 왜냐하면 그건 엄연히 상사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사의 생각은 달랐다. 상사는 자신의 일을 혼자 하지 않았다. 직원을 관리(managing)하는 업무만 혼자서 할 뿐이지, 대부분의 일은 내 도움을 받았다. 상사는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을 마크 네가 돕잖아. 그러니까 네 이력서에 내가 한 일을 써도 되는 거야.’라고 조언했다.


상사는 그 업무들이 무엇인지 하나씩 알려주진 않았다. 그것들을 파악하는 건 내 몫이었고, 파악하는 일은 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처럼 즐거움이 있었다. 대표적인 두 가지를 예로 살펴보자.


먼저 당시 상사가 새로운 사업 모델 두 개를 도입해 겸임했다. 내가 상사를 도와서 한 일은 크게 세 가지였다.


  • 우선 새로운 모델에 대해서 스터디를 한 후에 글로벌팀을 한국에 불러서 전사 임원 워크숍을 열었다.
  • 그다음 팀이 구성되기 전까지 실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며 기존 인력 중에 누가 담당해야 하는지를 검토했고,
  • 마지막으로 팀이 구성된 후에 주요 성과 지표(KPI)를 정해서 잘 안착하는지를 트래킹 했다.


나는 실제 그 팀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회사에서는 내가 부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상사의 조언을 따른다면 이 업무 역시 내 이력서에서 충분히 포함될 수 있었다. 나는 내 이력서에 ‘신사업 인큐베이션‘을 추가했다.


다음 예로, 고위 임원이면 최고 의사결정자인 CEO에게 경영 관련 조언을 한다. 고급진 표현으로는 경영 컨설팅이다. 내 상사도 그랬다. 독특한 건 상사가 CEO에게 중요한 조언을 하기 전에 항상 나의 의견을 먼저 들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전략기획 매니저였지만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이력서에 당당히 ‘경영 컨설팅‘을 추가했다.

상사의 일을 추가하면, 내 이력서가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해서 내 이력서는 ‘업데이트’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되었다. 동시에 자신감도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충분한 근거를 바탕에 둔 것이기에 소중한 내 자산이 되었다.


이러한 이력서의 업그레이드는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때 헛수고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면 헛된 수고란 없다. 비단 내가 상사를 도와서 들인 시간뿐 아니라, 옆 동료와 옆 팀을 위해 쏟은 시간 역시 내 이력서를 충분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대신 여기에는 한 가지가 단서가 붙는다. 내 일이 아니지만 내 일처럼 해야 내 이력서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사를 돕는 것도 내 일처럼 했을 때 그 일의 목적과 프로세스, 노하우가 눈에 들어오고 자기 것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라야 떳떳하게 이력서에 넣을 수가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이력서 파일을 클릭해보자.


원문: Mark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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