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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만 보면 모두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조회수 2020. 11. 4.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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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 고민하고 산 소비가 "고민하지 않고 지른 FLEX"로 변하는 과정

페이스북은 2030의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4050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 사진·영상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2030이 선호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텍스트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요즘 애들’의 소비문화 트렌드에 대한 고찰을 시작한다.


1. 텍스트에서 스펙으로, 스펙에서 사진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순으로 SNS가 성장해 왔다. 2010년대 초까지는 140자 제한의 마이크로블로그인 트위터가 성행했고, 이후 페이스북이 왕좌를 지키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사진한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이용 트렌드가 넘어온 것이다.


트위터가 적시성, 휘발성 높은 컨텐츠를 다루기에 좋았다면, 페이스북은 같은 휘발성을 갖고서도 느슨한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장문의 텍스트와 뉴스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트위터는 여성이 주로 썼다면, 페이스북은 남성 이용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트렌드가 넘어오면서 얼추 1030 사이에서는 성별 간 큰 차이 없이 고르게 이용하는 분포를 보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특정 성별에 더 강력하게 어필되는 강점을 가졌다면, 인스타그램의 경우 남녀 1030세대 모두에게 매력을 보이는 SNS가 되었다는 것이다.


트위터만 하더라도 촌철살인의 글들이 정말 많다. 짧은 글자 제한 속에서 최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확장하기 위해 고민들을 한 흔적이 보인다. 이를 누군가 리트윗하면서 트위터 세계에서 퍼져 나가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트위터에서 ‘나’라는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위트가 넘치든, 촌철살인이든 ‘짧은 텍스트’로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페이스북에서는 학교, 출신 지역, 회사, 함께 아는 친구 등 실제 인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신의 스펙이 강조되는 게 일상적이었다. 좋은 학교를 나오거나, 유명 대학의 교수를 지내는 등 실생활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를 갖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도 ‘느슨한 연대’를 기반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고 댓글을 달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수많은 말과 스펙’이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이 전체를 차지한다. 텍스트를 달 수는 있지만 그저 부연설명에 불과할 만큼, 인스타그램에서 텍스트가 차지하는 영역은 지극히 적다. 그마저도 사진을 강조하기 위해 텍스트를 숨기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인스타에서는 자신의 스펙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 쉽게 ‘부캐’를 만들어 여러 계정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사생활도 보장되고 익명성도 페이스북보다 높다. 텍스트와 스펙이 지워진 SNS에서 강조되는 것은 오로지 사진뿐이다. 사진 한 장에 나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에는 어떤 사진이 올라올까? 여기에서 찾은 단서는 타이틀에서 밝힌 것과 같이 ‘SNS만 보면 모두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2. 열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낫다, 인스타그램

오로지 한 장의 사진으로 나를 보여줘야 하는 세상이라면, 나는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까? 이미지를 통해 표현되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운동을 즐기며, 진취적이고, 감성적이고, 풍류에 심취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길’ 원한다.

그러다 보니 ‘인스타 감성’이라는 말이 생겼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사진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기준이 된 셈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보면 모두 상술한 것처럼 ‘인스타 감성’ 가득한 카페, 음식점, 주점, 놀이공원 등에서 찍어 올린다.


이들의 선도적인 인스타그램 활용은 일반 인스타그램 유저에게도 그대로 이식되었다. 이제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무표정으로 찍거나 정직하게 손가락 브이를 치켜세우지 않는다.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현재를 향유하려 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얼마나 ‘잘났는지’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지워진 자신의 지위는 다른 사진으로 대체 된다. 멋진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명품 키홀더에 끼운 차키를 테이블에 올려놓거나, 명품가방을 슬며시 걸쳐 놓고 카메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정한다.


명품이나 외제 차에서 그치지 않는다. 맛집을 다니고, 여행을 다니면서 삶에서의 멋진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과정에서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은 누구에게나 ‘요즘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전시하는 과정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일 년 만에 나간 해외여행일 수도 있고, 월급 받은 기념으로 오랜만에 회식한 것일 수도 있고, 여행 간 김에 기분을 내어 외제 차를 렌트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피드에는 항상 그런 사진들만 연달아 나온다. 그러니 세상은 ‘나 빼고 모두 잘 사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3. 팔로우는 셀럽을 나의 친구로 만들었다

우리가 텍스트로 네트워크를 맺던 시기에는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환호했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으로 상대방을 인식하고 네트워크를 맺는 지금은, 상대방이 이룬 성취와 가지게 된 재화, 누릴 수 있는 문화만을 바라보고 환호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스포츠 스타를 팔로우한다. 유명 연예인을 팔로우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기도 한다. 맛집과 카페들도 자신들의 마이크로 홈페이지를 인스타그램으로 운영하고, 사람들은 이를 팔로우한다. 그래서 우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끊임없이 보석과 명품, 슈퍼카로 치장한 셀럽들과 윤기 흐르는 고기, 향에 취할 것만 같은 커피와 빵 사진이 채워진다.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이들을 이전보다 더 ‘가까운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전의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는 SNS로 자신의 모습을 홍보하는 데 그쳤다. ‘소통’의 느낌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활발한 소통은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장치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팔로워들은 인플루언서가 ‘뒷광고’하는 수많은 상품에 노출되었다. ‘명품 언박싱’ ‘내돈내산’ 시리즈 등 유명인 인플루언서의 소비 촉진 콘텐츠가 팔로워의 실시간 피드를 가득 채우게 되었다.


앞서 말했던 우리의 친구들은 1년 내내 일해서 생일에 명품 하나 사서 올리는 정도다. 그것만으로도 ‘다들 정말 잘살고 있구나’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피드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상과 명품 시리즈를 보면, SNS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시 소비’의 늪에 빠져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명 이 시간에도 주말 나들이를 다녀온 친구들의 인스타 스토리, 가을 반차를 내고 집 앞 카페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친구의 사진 한 컷, 10년 근속 기념 성과급으로 장만한 명품 가방을 자랑하는 선배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이미지로 가득한 피드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번뇌에 빠진다.

우와… 다들 오늘도 정말 멋있게 사는구나.

팔로우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피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이들이 100번 고민하고 1번 산 소비의 결과가, 우리의 피드에서는 ‘고민없이 질러버린 FLEX’처럼 비춰진다. 그래서 이번 주말을 그냥 보내버린 나에게 실망하고, 과감하게 지르지 못한 나에게 한 번 더 실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인스타그램 이미지는 말 한마디보다 강력하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늘의 나를 채울 수 있는 다른 뭔가를 고민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원문: 글쓰는 워커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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