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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여자는 미움을 받는다?: 영화 〈조이〉와 한국의 ‘조이 망가노’들

해냈다는 것, 버텨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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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는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다.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가 출연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실제 주인공의 이름은 ‘조이 망가노’. 미국 롱아일랜드의 평범한 주부인 그녀는 이혼한 부모와 전남편, 할머니와 두 아이까지 떠안고 매일매일 전쟁처럼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조이의 엄마는 방안에서 매일 TV만 보고, 조이의 아빠는 바람둥이로 연인과 헤어질 때마다 조이의 집에 얹혀산다. 게다가 조이의 전남편은 무능력해 조이의 집 지하에 같이 살고, 조이의 이복언니는 늘 조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방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쏟은 와인과 깨진 유리잔을 대걸레로 치우던 조이는 손에 유리가 박힌다. 여기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은 조이는 손을 대지 않고 깨끗하게 짤 수 있는 대걸레를 발명한다. 이 제품이 바로 ‘미라클 몹’이다.


아빠의 새 여자친구에게 투자자가 되어 달라고 설득하고, 어린 딸의 크레파스를 빌려 허술했던 도안을 보안하고 노력한 끝에 의욕 넘치게 제품을 완성한다. 


완성된 제품을 판매하고 세상을 놀라게 해줄 거란 기쁨에 들떠 있던 조이에게 돌아온 건, 집에 가서 가족 뒷바라지나 하라는 수모와 기업과 투자자의 외면이었다. 여자에게 더욱 가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벽 앞에서 조이는 좌절한다.


이때 전남편의 소개로 미국 홈쇼핑 유명 채널인 QVC의 대표를 만나고 천금 같은 방송 판매의 기회를 얻는다. 단 한국이든 미국이든 홈쇼핑 방송이 가능한 적정 수량이 있다. 그 특성상 5만 개 제품을 선제작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조이는 더 많은 빚을 진다. (영화에서는 5만 개를 요구하는데 현실은 꼭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특히 신상품 런칭은 더더욱.)


하지만 첫 방송에서 쇼핑호스트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조이는 제품을 단 한 개도 팔지 못한 채 더 큰 빚더미에 앉는다. 하지만 조이는 포기하지 않고 직접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이야기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최고 판매기록을 달성한다.

전 매일 바닥을 닦는 여자입니다.

스스로를 이렇게 지칭하며 시작해 소비자들과 공감의 눈높이에서 스토리텔링 하는 개발자로서의 조이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 제품을 만든 계기, 만들 때의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보여준다. 그 결과 30분 만에 1만 8,000개 판매라는 기적적인 성과를 낸다.

성공한 조이. 하지만 그 뒤로도 가족의 간섭, 납품업체의 부품가격 인상으로 성공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발명품들이 흔히 겪는 특허권 분쟁, 파산의 위기 등 성공은 안주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조이는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 QVC 홈쇼핑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 홈쇼핑 채널 HSNi의 CEO 조이 망가노의 실제 이야기와 거의 일치한다. 극적인 요소야 있었겠지만 거칠고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의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으리라.


자신의 삶에 미친 여자들

이제 한국 홈쇼핑에서 내가 발견한 ‘조이’들을 소개할까 한다. 15년 동안 홈쇼핑에서 일하면서 대한민국 홈쇼핑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의 조이 망가노를 수없이 보았다.

미친 여자 중 하나는 바로 나

실제 주부의 입장에서 만든 아이디어 상품의 대표주자인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나 기존의 기술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켜 아이들이 더욱 다양하게 즐기게 만든 간식계의 발명품, 구슬 아이스크림의 계난경 동학식품 사장, 남성 기능성 팬티를 만든 오수정 대표, 헬로키티 화장지를 유통시켜 홈쇼핑 대박을 낸 주민정 대표, 소형 공기청정기로 유명한 에어비타의 이길순 대표를 비롯한 식품계의 수많은 조이 망가노들.


특히 몇 대째 이어 내려오는 김치의 비법을 통해 홈쇼핑 유통에 도전하는 명인이나 예전이라면 며느리의 자리에만 안주했을 된장 명인이 만든 간편 메주 키트, 천연 조미료를 한 알의 태블릿 형태로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평범한 주부, 감귤처럼 익숙한 지역 특산물을 동결건조해 간식으로 만든 여성 등 소비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송의 뒤 현장에서 만나는 여성 비즈니스맨들의 크고 작은 도전 정신들이 떠오른다.

이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성공한 여성이 겪는 시기와 질투, 깎아내림과 실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안다. 직접 개발을 하는 여성 창업자, 유통에 도전하는 여성 대표, 마케팅과 세일에 집중하는 여성 비즈니스맨들. 


이들은 현장에서 때로는 가족에게, 주변의 환경과 대중의 시선 속에 고군분투하며 살아남았다. 열악한 현실 속에서 그녀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일상 속에서 얻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일 것이다.


조이들이 바꾸는 세상

단지 지금만이 아니다. 또 비즈니스 세계만의 일도 아니다. 하다못해 ‘마리 퀴리’만 하더라도 우리는 노벨상을 두 차례나 받은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로 모두 알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파리과학아카데미에서 회원 가입을 받아주지 않았다. 원자폭탄의 중요한 발견을 한 여성 과학자 리제 마이트너도 몇 차례나 수상자 후보로는 올랐지만 번번이 노벨화학상에서 탈락했다.


과학이나 비즈니스의 공통점은 통념적으로 남성이 주로 활약했던 분야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많이 변했지만 역사 속에서 몇몇 분야의 여성들은 남성들, 또는 같은 여성들에게마저도 리더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능력을 갖췄어도 쉽게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견디고 버텨내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재미있게도, 어느 정도 수준의 성공을 이룬 여성들은 더 이상 미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해냈다는 것, 버텨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멘토링을 통해 변화를 원하는 후배 여성들을 만나고 이끈다. 여성들은 이제 패션 리더의 앞서가는 패션을 바라보듯, 살림의 여왕을 만나 알고 싶었던 주방용품의 활용법을 익히듯 세상의 여기저기에서 성공한 여성을 동경의 대상으로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 


인터뷰나 개인 SNS, 강연이나 사인회, 심지어는 연예인이 아니어도 팬덤을 형성해 팬카페를 만들고 성공한 여성들과 만나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성공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물어본다.

한국장학재단과의 인터뷰.

올해부터 좋은 기회로 한국장학재단의 ‘차세대 리더십’이라는 멘토링을 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홈쇼핑 유통이나 쇼핑호스트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을 만나서 교육적 지원을 해준다. 


이제 많은 청년이 가고자 하는 분야의 자리를 잡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어떤 점을 알고 싶어 하는지 체감한다.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원문: 석혜림의 브런치(1부/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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