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우스는 어떻게 대박을 쳤나

조회수 2020. 10. 21. 16: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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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접근, 잘 구축된 세계관, 지속적인 업로드 3박자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2018년까지 카카오프렌즈가 독과점하던 캐릭터 시장의 아성을 깬 것은 펭수였다. 펭수는 2019년 여름 혜성같이 등장해 유튜브를 ‘씹어먹었다’. 각종 콜라보 요청이 쇄도하고, 급기야 2019년 말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하기까지 했으니, 단기 임팩트 갑으로 손색없는 캐릭터였다.


2020년으로 넘어오면서 ‘부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 멀티 페르소나의 유행을 따라 유산슬, 김다비 등 각종 연예인들의 부캐들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이효리, 엄정화, 제시 등의 연예인이 자신만의 부캐를 들고나와 활동하고 있다. 


이를 보면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자아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주효한 시대 같다.

카카오, 펭수, 유산슬(?)

돌아와서, 2020년에 누가 가장 흥했는지 물어본다면 단연 빙그레우스라 할 것이다. 기업 인스타그램에서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던,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캐릭터 빙그레우스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전의 빙그레코리아 계정은 여느 기업 SNS계정이 그러하듯 제품을 소개하고, 이벤트를 통해 팔로우를 모으는 평범한 일방향적 소통 계정이었다. 그런데 2020년 2월 4일을 기점으로 대변신을 시작한다. 


이날 오후 5시, 젊은 남자 만화 캐릭터가 ‘안녕’이라는 짧은 글귀와 함께 올라왔다. 이후 이 캐릭터는 5분 단위로 게시물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빙그레 인스타는 이날을 기점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본 팔로워들은 “인스타 해킹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공식 기업 계정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벼운 접근이었기 때문이다. ‘하오체’를 쓰는 이 왕자 캐릭터는 머리에 바나나우유를 쓰고 있고, 귀에는 빙그레 CI의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오랫동안 다듬어 온 작품이었다.


입소문은 순식간에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등의 SNS와 유명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이후 빙그레 인스타그램은 포스팅 3주 만에 광고 없이 신규 팔로워를 1만7천명 끌어모았다. 가히 마케팅의 기록적인 승리라 할 수 있다.


빙그레는 계속해서 준비한 컨셉에 맞춰 세계관을 넓혀갔다. 한 명의 주인공을 띄운 뒤 나머지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점차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영웅물과 마찬가지로, 빙그레도 빙그레우스를 시작으로 비비빅, 투게더, 꽃게랑, 메로나, 더위사냥, 끌레도르, 엑설런트 등의 의인화를 시도한 등장인물을 소개했다. 그리고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비비빅과 투게더의 의인화
엑설런트 남매.

이후에도 돋보인 점은, 단순 캐릭터 소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 스토리텔링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왜 빙그레우스가 탄생했는지, 왜 팔로워를 늘려야 하는지, 늘린다면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애니메이션을 통해 소개하며 지속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총 3개월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높은 퀄리티와 주3회에 이르는 지속적인 업로드 공수를 생각해 보면 긴 기간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세계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뮤지컬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실제 성우와 뮤지컬 배우를 섭외하여 완성도 높은 OST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현재는 왕위를 계승하는 자, 빙그레 메이커가 되기 위한 빙그레우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팔로워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왕위계승전 1, 2차전이다. ‘좋아요’를 통해 투표하는 이 콘텐츠는 팔로워 참여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매우 익숙한 포맷이지만, 마치 인터렉티브 만화를 보듯 적극적으로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빙그레의 인스타그램 활용 능력이 혀를 내두를 만큼 훌륭하다는 뜻이다.

사실 이전에도 빙그레 인스타그램은 타 SNS에 비해 앞서나가고 있었다. ‘바나나맛 우유×거침없이 하이킥’ 콜라보레이션으로 오디맛 우유, 귤맛 우유, 호박고구마맛 우유, 리치피치맛 우유, 바닐라맛 우유, 캔디바맛 우유 등 6종의 새로운 우유를 출시한 바 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늘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팅을 주도해 왔다. ‘빙그레우스의 성공’이 하루아침에 나온 마케팅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광고 대행을 맡은 스튜디오좋은 빙그레의 배려로 충분한 여유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할 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제작 의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빙그레와의 문답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 전략은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데 집착하여 브랜딩 본연의 목적을 잃고 제품과 따로 노는 여타 전략들과는 다르다. 제품에 대한 회사의 명확한 이해, 책임감 있는 기획, 이를 실행해줄 대행사의 집요한 자발적 콘텐츠 시도가 만났다. 


빙그레우스는 그렇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좋은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글쓰는워커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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