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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시장의 '수수료 전쟁', 구글의 요구는 과도한가?

조회수 2020. 9. 25. 17: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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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플랫폼 자체를 탄생시킨 노력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으려 하는가?

애플-구글 VS 에픽게임즈, 모바일 앱 시장의 ‘수수료 전쟁’

모바일 앱 시장을 둘러싼 ‘수수료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쟁점은 ‘앱 마켓 이용료로서 30% 수수료가 과도한가’와 ‘앱 개발사가 왜 앱마켓의 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써야 하는가’, 두가지다.


해외에서는 구글/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소송전이 한창이다. 에픽게임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지불하는 결제 수수료 30%를 지불할 수 없다며, 자사의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 구글과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탑재했다.

에픽게임즈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탑재한 뒤, 유저가 이를 이용해 결제할 경우 20%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을 무력화했다.


구글과 애플은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포트나이트를 스토어에서 퇴출시켰고,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1984’ 광고를 패러디한 “1984-포트나이트” 광고를 제작하고 “#FreeFortnite”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에픽게임즈와 마찬가지로 구글과 애플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에픽게임즈를 지지하고 나섰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1984’ 광고 캠페인을 패러디한 ‘포트나이트-1984’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런 에픽게임즈 측의 캠페인을 곧이곧대로 봐주기는 무리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독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30% 수수료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잘 봐줘도 플랫폼 주도권을 빼앗아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앱 마켓은 규제가 필요한 ‘독점(monopoly)’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주장은 가능하겠으나,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우회해 회피해버리는 것은 사실상 플랫폼에 무임승차하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수수료 전쟁’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구글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결제(앱내 결제)에 구글의 결제 시스템, ‘구글 빌링 플랫폼’을 의무화하고 수수료 30%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을 국내 인터넷 업체들에 설명했다(고 알려졌다). 이 정책은 2013년부터 있어왔기에, 이제와 온 나라가 떠들썩할 이슈는 아니다.

출처: 출처
따지고 보면 플랫폼은 다들 수수료를 가져간다

이에 대해 국내 인터넷 컨텐츠 업체들은 수수료 부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규제 당국은 구글의 조치가 시장 지배력 남용에 저촉되는지를 검토할 것이란 소문이 돈다.


다만 구글의 이런 조치가, 급작스럽거나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앱내 결제에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수수료 30%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구글의 정책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다. 


다만 그동안 매출 규모가 큰 게임 등 일부 분야에서만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기타 콘텐츠 업계에 대해서는 적용을 유보해왔을 뿐이다. 비슷한 수수료 정책을 펴고 있는 애플 iOS의 경우, 이미 게임 외 모든 컨텐츠에서 이와 같은 수수료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갑작스런 요구가 아니라, 원래 있던 약관을 적용하는 것 뿐이다

컨텐츠 업계는 이와 같은 수수료 정책이 부당하다는 주장이고, 많은 언론이 이런 컨텐츠 업계의 주장을 받아쓰고 있다. ‘통행세’, ‘횡포’, ‘갑질’, ‘으름장’… 온갖 부정적인 단어가 동원된다.


하지만 사실 따져보면 이걸 ‘횡포’라 부를 수는 없다. 이미 약관에 있던 사항인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선빵(?)을 때렸던 애플도 마찬가지고 구글도 마찬가지인데,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을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수료는 앱 마켓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플랫폼 구축, 운영, 보수… 30%의 수수료를 과도하다 말할 수 있을까

컨텐츠 제작사 측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요구하는 30%의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30% 전부를 애플과 구글이 가져가는 것이 아님(참고: 구글의 배신: 통신사 여러분, 어서와! 을은 처음이지?)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 


이 30%의 수수료 안에는 신용카드사, PG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구글 같은 경우 애플과 달리 통신사 등 파트너사에도 수수료 수익을 분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수수료 30%는 구글이 전부 가져가는 게 아니라, 통신사도 대략 절반 정도를 가져간다

또 이 수수료는 단순히 ‘남는 돈’이 아니라,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의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버 등 플랫폼 자체를 유지하는 비용은 물론, 앱 검수, 개발자 지원, 각종 결제 및 규제 관련 사항에도 이용된다.


30%라는 수수료 비율이 절대적으로 볼 때 과도한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가 처음 출범했던 십여년 전만 해도 개발자들은 30%라는 결제 수수료에 큰 호응을 보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수수료 부담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수수료 혁명을 일으켰던 구글과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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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로 대표되는 피처폰 시절, 개발사들은 이통사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앱을 등록해야 했다.


이 시기 앱 개발사들이 이통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표면적으로는 15% 수준이었으나, 이는 말 그대로 표면상의 수수료일 뿐. 실제로는 추천메뉴 등록 등 옵션을 사실상 강제하는 수준이었고, 이런 옵션을 추가할 경우 수수료가 50% 수준까지 높아지곤 했다. 게다가 통신 3사의 플랫폼이 서로 상이해 개발 부담도 컸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게임값만 내면 게임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반드시 네이트 같은 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으며, 최소 몇천 원 이상의 다운로드 비용을 이통사에 더 지불해야만 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게임 값은 사실 훼이크에 불과했던 얘기다. 실제로 게임 하나를 팔아서 남는 돈이 이통사 쪽이 개발사의 몇 배는 족히 되었다.


따라서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7:3’ 비율을 이른바 ‘황금율’ 이라고 부르며 ‘제대로 된 콘텐츠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고 환호하기도 했다. (참고: 머니투데이 기사)

한국에 발매된 최초의 아이폰인 ‘아이폰 3GS’와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이’

심지어 미국에서 아이폰이 나오고 나서도 한국에선 저 시대착오적인 ‘위피’ 탑재가 의무였고, 한국은 ‘위피 의무화’가 폐지되어 아이폰 3GS와 모토로이가 들어올 때까지 수 년 동이나 스마트폰의 불모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그야말로 앱 유통 시장에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건 공짜로 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역사를 모르고 보면, 왜 재주는 개발사가 넘는데 돈은 시장만 열어놓은 애플과 구글이 그렇게나 많이 가져가는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언론은 이런 수수료 정책을 ‘횡포’로 표현하고, 심지어 ‘통행세’로 묘사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앱과 컨텐츠들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형의 노력들이 들어간 결과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아니, 사실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야말로 그 어떤 앱보다 가장 강력한, 세상을 바꾸어 놓은 앱이다.


한때는 통신3사의 제멋대로 규격에 맞춰 앱을 세 번씩 다시 만들어야 하고, 그나마도 위피 같은 구세대적 플랫폼에 묶여 인터넷과 모바일의 강력한 잠재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던 시대가 있었다. 구글과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을 통해 그런 시대를 완전히 뒤바꾸어 버렸다. 말 그대로 ‘시대를 바꾼’ 플랫폼이다.

말 그대로, ‘세상이 바뀌었다’.

이런 플랫폼은 절대 공짜로 탄생하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선견지명부터 시작해 엄청난 연구 개발 투자가 필요했다. 


바야흐로 ‘앱’의 시대, 손바닥 위에서 음식 배달부터 결제, 신분 증명, 영상 감상 등 이 모든 일들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된 데는, 그리고 개발사들이 그 위에서 맘껏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된 데는 누가 뭐래도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그리고 그 위에 만들어진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의 존재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음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개발사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해선 안 된다며 ‘횡포’니 ‘통행세’니 하는 표현들을 거침없이 쓰면서, 왜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 자체를 탄생시킨 노력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지 조금 의아하다. 


물론 수수료율이 적정한가, 구독형 결제 모델에 대해서도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게 맞는가 등 생각해 볼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요구가 ‘통행세’를 걷는 ‘횡포’로 여겨지는 건 무리한 언플이 아닌가 싶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 기존 업계는 ‘미친 짓’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미친 짓이 결국 세상을 바꾸었다.

만일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가 없었다면, 네이버가 라인을 위시해 전세계로 진출하고 이처럼 높은 성과를 누릴 수 있었을까? 아직도 통신사 주도로 ‘위피’ 따위의 플랫폼이 모바일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까지 상상하지 않더라도, 과연 자체 앱 유통 플랫폼만으로 네이버 웹툰이 이렇게 수월하게 세계 시장에 침투할 수 있었을까?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 또한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의 힘이 아니었다면 거두기 힘들었을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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