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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대 간 사회이동은 감소하지 않았다

조회수 2020. 9. 11.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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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조금 활발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1.

사회이동에 대한 연구를 종합하는 두 편의 발표가 있었는데, 하나는 기존 연구를 종합하여 요약한 정인관, 최성수, 최율, 황선재 교수의 논문(아마도 올해 <경제와사회>에 나올 듯), 다른 하나는 내년 초에 단행본으로 발간될 예정인 박현준 교수의 연구.

두 연구의 결론은 가용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여 한국의 세대 간 사회이동의 변화 경향을 추적해 보았는데, 일반적 인식과 달리 세대 간 사회이동의 확률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세대 간 사회이동이 조금 더 활발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2.

특히 박현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발전과 직업 구조의 변동으로 인한 구조적 이동을 제외한 순 이동 뿐만 아니라, 직업 구조의 변동까지 포함한 절대적 이동에서도 한국 사회의 사회 이동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하였다.


농민을 제외한 다른 직업계층의 절대적 사회이동은 1980년대 초반 출생자까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았다. 부모 세대 대비 자녀 세대의 계층이 높아지는 상향이동의 확률도 계속 높아졌다. 한국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농민에서 다른 계층으로 상향이동하는 숫자가 줄었는데, 이 변화를 마치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사회이동이 축소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개천룡의 서사는 홍준표를 비롯한 수많은 농민 출신 상향 이동이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현상을 마치 한국 사회에서 상향 사회이동의 기회가 닫힌 것으로 착각한 결과이다.

출처: world.edu

사회이동에 대한 논문은 아니지만 저는 대졸자의 직업 지위 취득 확률 변화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2015년 인구 총조사에서 25~34세에 이른 1980년대 출생자까지 대학 졸업자의 관리·전문직 내지는 관리·전문·사무직 취득 확률은 그 이전 세대보다 오히려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줄어들지 않았다.


대학 교육 팽창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았다. 고졸자와 비교한 상대적 가치의 측면에서도, 대학 졸업 후 상위 직업을 취득할 확률의 절대적 가치의 측면에서도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았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 사회의 교육 팽창은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회 이동 기회와 더 많은 괜찮은 직업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3.

여기서 나올 수 있는 반론은 가장 최근 코호트는 다르다는 것이다. ’90년대생은 달라요’라는 것. 하지만 불평등 학회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것이 90년대생은 대다수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계층 지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90년대생이 25~34세에 이르는 2025년 정도는 되어야 90년대생이 과연 다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생이 다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재의 자료는 대학 진학 확률인데,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90년대 중반 출생 코호트까지 대학 진학 확률에서 계층 격차가 커졌다는 증거가 없다. 90년대생은 다르다는 결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하기 어려운 자료나 감에 의존해서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언론에 계속 나오고 있다. 계층 간 사회이동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경향신문

최근 코호트에서 계층 간 불평등이 증가한 유일한 증거는 중학생의 계층 간 읽기 점수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변수용 교수의 발표다. 하지만 이 격차 확대도 2000년과 그 이후 자료를 비교할 때만 명백하고, 2003년과 그 이후 자료를 비교하면 격차 확대가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다. 변수용 교수의 연구도 내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계층 간 읽기점수의 격차 확대보다는 전반적인 읽기점수의 점수 하락이 오히려 한국 사회에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대학진학에서 내신의 비중이 커지고 수능의 비중이 줄어든 제도적 변화가 계층에 따른 점수 격차 확대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도 든다. 다른 한편, 객관적 점수를 강조하는 공정담론이 결국 계층 격차를 더 크게 할 것이라는 의심도 커졌다.


도대체 그럼 현실과 인식의 괴리가 이렇게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이건 진짜 사회학적 질문이다.


PS

일부에서는 동그라미 재단의 기회 불평등 자료로 세대 간 사회이동 하락을 주장하는데, 이 데이터는 1개 시점의 인터넷 서베이 자료다. 사회이동 연구에 쓰이는 여러 자료 중 데이터 신뢰성이 가장 낮은 자료 중 하나일 것이다. 탐색적 연구·가설 추구를 위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사회이동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


이 자료를 이용해서 도출한 가설은 다른 데이터로 확인이 되어야 한다. 실제 이 자료를 이용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도대체 왜 그렇게 성·연령·계층의 결과가 중구난방인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원문: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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