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쏘아 올린 15만 원은 멋진 폭죽이 되었다

조회수 2020. 9. 9. 1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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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좋은 의도를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희망을 가지라는 문장이 누군가에겐 모욕적 표현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좋았던 의도와 다르게 문제가 발생하면, 방어적 태도를 선택하기 쉽다. 왜 좋은 의도는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을까?

출처: @rezarp
내 손을 떠난 종이비행기

종이비행기를 날릴 때, 대부분의 멋진 곡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의도가 종이비행기를 멋진 비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기 저항을 고려한 최적의 종이비행기를 만들어야 하고, 최적의 각도와 속도로 종이비행기를 날려야 한다. 그런데도 결과는 내 의도와 다를 수 있다.

희망을 가지세요!

좋은 의도를 담은 문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문장은 장애인들에게 가장 많이 범하는 모욕적 표현이기도 하다.

희망을 가지라는 건 현재의 삶에 희망이 없음을 전제로 한다. 장애인의 삶에는 당연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 모욕적이라고 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

그러나 좋은 의도를 주고받는 소통은 쉽지 않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소통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교수가 쏘아 올린 15만 원은 많은 학생들에게 감명을 주는 멋진 폭죽이 되었다

2020년 4월 29일, 한 대학생 커뮤니티에 ‘최미호 교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게 대학이고 참 교수님이다.
“괜히 내가 울컥했다.”

해당 글은 올린 학생은 넉넉하지 않은 경제적 환경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데 제약이 있었다. 접근 가능한 와이파이를 찾아내 수업을 진행했지만, 와이파이 환경이 너무 불안정해서 출석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학생은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교수는 기꺼이 그 요청에 반응했다. 추가로 학생이 좋은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배려했다. 교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했던 학생의 종이비행기.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한 교수의 종이비행기. 이들의 종이비행기는 언젠가 우리가 날려야 할 종이비행기를 만드는 데 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들의 이야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 이야기는 학생의 메일에서 시작된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는데, 그때 해주신 선처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번에는 2번째이기도 하고 전적으로 저의 실책이기에 선처는 안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 공부하겠습니다.

이 짧은 메일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담겨있을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고, 가능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수업을 들을 수 없었던 학생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러나 ​교수에게 전달된 종이비행기는 다시 방향을 바꿔 학생에게 전달된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이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수업도 있을 텐데 어려움이 많겠군요. 와이파이 문제야 학생의 잘못이 아닌데 말이죠. 참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래야 하고.

교수의 메일이 전달되고 난 후, 해당 학교는 코로나로 인해 한 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이 확정되었다. 교수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학기 동안 사이버 강의가 결정됐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도움을 주고 싶은데… 카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카페 비용을 보내줄게요.

교수에게 도움을 받은 학생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후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대로다. 언론에서 교수와 학생을 인터뷰를 했다. 아래의 내용들은 인터뷰에서 학생과 교수가 답한 내용들이다.

교수님이 직접 번호를 구해 전화를 주셨다. 제가 한사코 사양했는데도 교수님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교수는 도움을 받기를 주저하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단한 일도 아니니 받아주면 좋겠어요. 대신 공부 열심히 해서 A+를 받아주면 됩니다.

또 교수는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별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화제가 됐다는 게 놀랍다. 70년대생으로 내가 공부할 때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소한 일에도 감동받을 정도로 각박하게 살아온 것 같아 오히려 안타깝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학문에 정진했으면 좋겠다.

최미호 교수는 작년 가을학기부터 2학기째 연세대에 출강 중인 시간 강사다. 아름다운 종이비행기를 보여준 두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종이비행기를 날려본다.


원문: 마인드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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