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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천천히 굴러가도 결국은 스트라이크

볼링 못 치는 사람 중 내가 제일 잘 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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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만에 간 토요일의 강남역은 변함없었다. 싱그러운 청춘들로 넘쳐났고, 무질서로 정신없었다. 저녁을 먹은 후, ‘소화시키자’라는 핑계로 우르르 볼링장으로 몰려갔다.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얼마만의 볼링장인가? 21세기가 막 시작하던 무렵, 처음 가본 이후 내 인생에서 두 번째 가는 볼링장이었다. 아마 그때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있다면, 지금은 아마 나와 볼링을 칠 만큼 자라지 않았을까?

주섬주섬 볼링화로 갈아 신고 배정받은 레인에 자리 잡았다. 편을 가르고 보니 자신의 볼이 있을 만큼 볼링 좀 친다는 사람은 상대편에 거의 몰렸다. 반면 우리 팀에는 나를 비롯해 초보들이 모였다. 시작부터 아름다웠다. 볼린이(볼링+어린이)들을 배려해 우리 팀에 약간의 점수를 더 주고 시작했다. 부디 초심자의 행운이 우리 팀에 깃들기를 바랐다. 팀원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친 후, 나는 빠르게 파악했다.
아! 우리 팀은 똥손들이 모였구나.

초심자의 행운은 우리 팀에 없었다. 볼린이들이 어설픈 폼으로 던진 공은 도랑으로 빠지기 일쑤. 잘 맞아야 겨우 핀 3–4개가 쓰러질 뿐이었다. 대부분 핀 하나도 쓰러뜨리지 못하고 다음 차례로 넘어가곤 했다. 거의 몸개그에 가까웠다. 반면, 상대편은 자기 장비를 풀 장착한 사람부터 나처럼 볼린이지만 원피스를 입고서도 파워풀한 공을 던지는 비공식 태릉인까지… 던지는 족족 스트라이크였다.


일찌감치 승패는 포기하고 경기 관전에 집중했다. 높은 점수를 내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볼링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 가운데로 볼을 던져도 커브를 돌며 원하는 스페어 처리를 했다. 경력이 없는 사람들은 직구를 던지지만, 힘이 달랐다. 호날두의 무회전 슛처럼 소리 없이 부드럽게 달려가 핀을 때렸다. 경험도 없고, 힘도 약한 나는 어떤 노선을 타야 할까? 고민했다.


우리 팀의 완패로 1라운드가 정리된 후, 패한 팀이 사는 음료수를 마시며 볼린이들을 위한 특강이 펼쳐졌다. 다시 팀을 가르니 이번엔 운 좋게 나만 볼린이 팀에서 탈출했다. 강자들이 모인 팀에서 느긋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첫 라운드는 분명 초심자의 긴장이 있었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몸과 마음의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려서일까? 레인도 보이고, 공도 손에 익었다. 무엇보다 저 멀리 있는 핀을 맞추겠다는 욕심을 버렸다. 대신 바닥의 작은 세모 모양의 점에 집중했다. 세모의 꼭짓점 머리는 각 핀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일곱 개 세모 표식 중 가운데 세모에서 공이 떨어져 굴러가게 할 수 있도록 집중해 던졌다.


첫 스트라이크였다. 힘이 약해 굴러가는 공과 눈빛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느린 속도였지만 어쨌든 중심에 있는 핀을 정확히 맞췄다. 가운데 핀이 넘어지며 옆에 늘어선 핀들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핀들이 나동그라지며 내는 통쾌한 소음이 볼링장을 가득 채웠다. 점수판에 처음으로 엑스 표시가 떴다. 아! 이 재미에 볼링에 빠져드는 건가? 볼린이는 ‘잠시’ 프로 볼러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첫 스트라이크 이후 전 라운드보다 훨씬 점수가 좋아졌다. 9점, 8점, 스트라이크 위주로 점수가 났다. 알고 보니 숨은 병기였다며 나를 향해 칭찬이 쏟아졌다. 그렇게 난 볼린이 중 제일 잘 치는 사람이 됐다.

멀리 있는 핀만 보며 다 맞추겠다는 생각은 기술도, 파워도 없는 나 같은 초심자에게 분명 욕심이었다. 판을 다 읽을 폭넓은 시야도, 밀어붙일 힘도 없다면 멀리 보는 게 의미가 없었다. 대신, 중요한 건 원하는 방향이 어딘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 그 방향을 향해 정직하게 공을 던지는 것! 이 두 가지면 충분했다. 적어도 볼린이에게는. 기술을 쓰는 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다음에 시도해볼 문제다. 초심자에게는 어설픈 꼼수나 요령도 먹히지 않는다. 그저 정도(正道)가 기본이다.


이번 생은 처음인 인생 초심자면서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한 지름길로 갈 수 있는지? 궁리했다. 제대로 된 실력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요령과 꼼수를 부릴 생각부터 했다. 내 인생이 지지부진하고, 불만만 가득했던 이유는 이 도 넘는 욕심 때문이었다. 분에 넘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아직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면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기본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먼 목표에 언제 닿나 멍하니 바라볼 게 아니라 눈앞 출발점에 집중해야 한다.


출발점의 방향이 목표와 닿아 있다면 굳이 멀리 볼 필요가 없다. 그저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데 몰두하면 된다. 그렇게 걷기 시작하면 언젠가 목표점에 분명 닿게 될 것이다. 천천히 굴러가도 결국 스트라이크를 치던 볼린이의 공처럼.


원문: 호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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