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만드는 사람들 대화의 특징을 살펴보았더니.. 충격

조회수 2020. 6. 16. 16: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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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만드는 사람들 대화 다 똑같은 것으로 밝혀져.

아니 이게, 되게 비슷하더라구.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비슷해서인지… 어떻게 이 사람 따로 저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하는데 대화 패턴이 거진 비슷한거야.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듣고만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지금부터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이 만나서 무슨 대화 하는지 정리해보도록 할 거예요.


1. 요새 되게 잘 되고 계시잖아요. 


그냥 하는 말 베스트. 안 되도 잘 되고 계신다고 해요. 그러면 보통… 아래와 같은 대답이 나오죠.


2. 아니에요. 저 요즘 진짜 성과 안 나와요.


역시 그냥 하는 응답 베스트. Soul of 겸손이기도 하지만, 그냥 “잘 지내셨어요?” “네네, 밥은 먹고 다니고 있어요” 이런 정도의 인사치레입니다. 여기서 ‘아 네, 제가 요즘 존나 잘 나가죠. 하하하’라고 말해보면 재밌을 것 같지만 아직까지 그런 분은 뵙지 못했어요.

“안녕하세요!” “넵 잘 지내셨어요!” 정도의 의미라는 것

3. 저번에 그 콘텐츠 되게 재밌게 봤어요.


일단 예의상 상대방 콘텐츠 하나 정도는 봐주고 와야 함. 만나기 전에 구독 눌러주는 것도 예의인데, 이제껏 안 하다가 갑자기 하면 너무 티 나니까 아예 안 누르기도 함. 왜 안 누르셨냐고 하면 샤이 독자라고 둘러대 봅시다.


4. 아 진짜요?


콘텐츠 하는 사람들 ‘아 진짜요?’ 좋아하는 듯.


5. 제목 진짜 잘 뽑으셨더라구요.


보통 제목을 칭찬합니다. 내용은 잘못 말하면 좀 헛다리 짚을 수도 있으니 가장 만만한 게 제목 칭찬하기. 마찬가지로 유튜브는 섬네일, 자막 센스, 브금 같은 거 칭찬해 줍니다.


6. 진짜 창선님은 콘텐츠 천재인 것 같아요. 센스 진짜…


천재, 수재, 영재 등의 수식어를 붙여 오바를 떨기도 합니다. 보통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오바쟁이가 됩니다. 센스 같은 말을 붙이기도 하는데 사실 ‘왜 이게 터지는지’ 당최 알 수 없을 때 쓰는 것 같습니다. 약간 퉁치는 거죠.

7. 요즘 들어 엄청 떨어지고 있어요. 예전 같지 않아요. (도리도리)


예전 같지 않단 말 짱 좋아함. 겸손과 자뻑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묘한 문장. 예전엔 잘 나갔단 뜻을 포함하고 있어요.

8. 그래도 기본기가 있으시잖아요.


기본기… 보통 구독자가 10k 이상 되면 이런 멘트가 나오는데. 진짜 그냥 하는 말이란 것을 누구라도 손쉽게 알 수 있는 비즈니스 멘트인 것입니다… 콘텐츠에 기본기가 어딨겠습니까.


9. 저 요즘 OOO 자주 보고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다른 콘텐츠 얘기 나옴. 자기가 요즘 보는 유튜브 채널, 뉴스레터, 구독하는 거, 넷플릭스 얘기 등으로 넘어가요. 보통 칭찬+아니에요, 칭찬+아니에요 몇번 하다 보면 할 얘기가 많지 않기도 하고, 좀 부끄러워지거나 부담스러워지기도 하거든요. <부부의 세계>나 <인간수업> 얘기로 스르륵 넘어가게 돼죠.


10. 아 맞아요. 그거 진짜 미쳤어요.


그리고는 그것을 칭찬하기 시작함. 진짜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규제 없으면 우리나라도 그 정도 퀄리티 낸다, 아 근데 진짜 원본 보셨냐? 그거 미쳤다. 제목 센스 미친 것 같다. 개 노가다 했을 것 같다 등등… 각종 미친 요소에 대한 분석을 합니다.

출처: 박막례 할머니 Youtube
여러 의미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은 부부의 세계(…)

11.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이쯤에서 콘텐츠에 대한 서로의 사견을 주고받기 시작해요. 진짜 소재를 잘 잡은 거 같다, 확실히 시나리오 센스가 미쳤다, 대사가 너무 좋더라, 역시 고객들이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시원한 데를 긁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좀 위험할 수 있다 등등. 이 부분에 꽤 많은 대화시간을 소모합니다.


12. 아 근데 확실히 후반부로 갈수록 좀 루즈한 감이 있더라.


이제 살짝 크리틱을 동반하여 콘텐츠의 본질과 레퍼런스에 대한 이야기 시동. 부릉부릉…


13. 콘텐츠란 게 결국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가 중요하더라.


이 멘트를 도대체 누가 맨 처음 했는진 모르겠지만, 문장에 저작권이 있다면 그 은 우주를 사고도 남았을 거야. 소비자 얘기 나오면 이제 대화의 국면이 바뀌고 본질과 무기력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14.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지속성이 있더라.


여기서 자기 경험 한번 나와주고, ‘내가 억지로 터질 것 같은 거 써봤는데 잘 안됐다, 근데 진짜 미친 척하고 하고 싶은 거 하니까 대박 나더라.’는 사례를 들어 주면 상대방도 ‘맞다맞다 나도 그런 경험 있다’라고 맞장구칩니다.


15. 기획한 것보다 대충 쓴 게 잘 터지더라.


국룰(자매품 술 먹고 써야 한다/대충 써야 한다/하고 싶은 거 해야 한다) + 하기 싫은 거 하면 다 티나더라.


16. 진짜 콘텐츠란 건 알 수 없다. 꾸준함이 최고다 진짜.


최종결론: 알 수 없다… 항상 모든 콘텐츠의 대화는 ‘알 수 없음’으로 끝나요. 알 수 없는 대박이 터져 콘텐츠를 종료합니다, 뭐 이런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 거지.


17. 앞으로는 뭐 하실 거예요?


앞으로 할 거 반드시 물어봄. 사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먼저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짓자는 말을 콘텐츠 적으로 돌려 말하는 느낌?


18. 진짜 할 때마다 자괴감 들어요.


많은 얘길 했지만 결국은 내가 알아서 잘해야 하는 거고, 죽어도 콘텐츠의 세계는 모르겠다. 왜 강아지가 눈치 보는 5초짜리 영상이 조회 수 100만을 넘는지 이해가 안 되고, 이해가 된다고 해도 나에게 갱얼쥐는 없다. 고영도 없고.


19. 대박 나세요~


콘텐츠 하는 사람들의 인사는 ‘다음에 또 봐요’가 아니다. 항상 엔딩도 콘텐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너가 건강할지 행복할지는 중요하지 않아. ㅋㅋㅋ 콘텐츠가 대박 나는 게 더 중요함.

20. 보너스 : 아 진짜 그거 콘텐츠로 만들면 대박일 텐데!


뭐만 하면 콘텐츠로 만든대. 길 가다가 딸기라떼 먹고 있는 사람 보면서도 작은 빨대로 딸기라떼 빨리 먹기 콘텐츠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음. 


이런 말 하면 상대방은 또 거들기 시작함. 오 그러면 타피오카 펄, 알로에 이런 걸로 해서 누가 더 빨리 먹나 시합하는 콘텐츠도 나올 수 있겠다고 디벨롭 해줌.


이외 콘텐츠메이커와 친해지기 위한 필수 용어

  • 자괴감 든다: 조회수가 안나왔다
  • 무력감 든다: 하기 싫다, 귀찮다, 편집 짜친다, 글 안써진다, 술 먹고 싶다
  • 머리가 빈 느낌이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 어렵다: 오늘 올릴 게 생각 안난다.
  • 알다가도 모르겠다: 뭐 저런 게 터지지? 스러운 걸 보았다.
  • 할수록 어렵다: 발행 횟수를 줄이고 싶다.
  •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나를 칭찬해라. 어서
  • 괜히 한 것 같다: 너도 같이 고통을 겪자.
  • 하지만 터질 때 보람을 느낀다: 난 그래도 터져본 사람이다.
  • 잘 지내셨어요?: 구독자 많이 느셨어요?
  • 엣지만 잡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계정을 새로 파라.
원문: 박창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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