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시장을 노렸다가 쓴맛을 본 브랜드 3

조회수 2020. 6. 5.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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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보다 쓴맛을 남겼던 커피시장의 흑역사

“나 커피나 팔아보려고…” 직장인의 말이 아니다 브랜드다

성인 한 명의 커피 소비량이 연간 353잔(세계 평균 소비량 3배). 커피 매출액 규모로만 따지면 미국, 중국 다음가는 3위. 하루에 38개 정도의 카페가 생기는 국가.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또 주변 사람들도 커피만 마시다 보니 취향이었던 커피는 직업으로 고려가 되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브… 브랜드들도 사실 커피산업 진출하고 싶다고!


하지만 섣부른 카페 창업이 폐업을 부르듯, 브랜드의 섣부른 커피 도전도 실패를 부르곤 한다. 오늘은 소주보다… 아니 에스프레소보다 쓴맛을 남겼던 커피시장의 흑역사. 브랜드의 커피시장 진출에 대한 이야기다.



1. 샘표 커피타임: 간장회사가 왜 커피를 만들어?

사진은 샘표에 인수되기 전 커피타임의 전신인 타임커피다.
  • 장점: 상징적인 캔커피 1세대
  • 단점: 하지만 샘표는 간장 레전드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쓴맛을 본 것은 샘표다. 샘표하면 간장이고, 간장하면 샘표여서 마시즘에서 ‘간장리뷰’를 하게 만들기도 했던 짠맛계의 거목이 아닌가. 그런 샘표가 과거에 커피 산업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본 적이 있다. 1987년 ‘커피타임’이라는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샘표는 간장만 만드는 곳이 아니었지만.

캔커피에 ‘샘표’라는 브랜드명이 붙어있자 사람들은 ‘커피에서 짠맛이 날 것 같다’ 혹은 ‘간장커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간장계에서의 높은 인지도가 커피업계에서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사실 커피타임은 훨씬 이전에 ‘타임커피’로 판매되는 한국 1세대 캔커피를 샘표가 인수한 것이었는데.


샘표의 커피타임은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자신의 분야에서 인지도가 다른 부분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럴 때는 샘표라는 이름을 떼고 자회사 개념으로 브랜드를 내놓는 방법이다(샘표는 이를 교훈삼아 육포시장 진출을 몹시 성공적으로 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고, 똑같은 비극을 낳게 되었다. 바로…



2. 농심 강글리오 커피: 라면스프야 믹스커피야

  • 장점: 알고 보면 건강한 녀석
  • 단점: 하지만 라면스프 같은 디자인


2013년 1월 28일 농심에서 출시한 ‘강글리오커피’였다. 덕후들에게는 커피타임2.0이라고도 불리는 녀석이다.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 커피에서 라면 맛이 난다!’라고 할 정도의 인식은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생김새가 라면스프를 닮아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문턱을 만들고 말았다. 실제로 믹스커피나 라면스프 모두 분말이기 때문에 기존 공장의 설비를 증설해 제품을 생산했다고 한다.


작명 역시 아리송했다. ‘강글리오’가 바리스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녹용에 들어있는 ‘강글리오사이드’라는 성분명에서 가져온 것. 하지만 이 이름을 지은 사람이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둥지냉면 등의 레전드작명을 낸 신춘호 회장의 작명이었다. 회… 회장님.


제품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좋은 도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강글리오 커피는 ‘녹용성분’을 추가한 버전과 ‘꿀과 사과향’을 첨가한 버전이 있었다. 차별점을 많이 두었고, 맛 자체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지언정 만족하는 사람들도 제법 되었다. 무엇보다 마시즘이 리뷰하고 싶게 생긴 콘셉트의 커피잖아?


브랜드들의 예측 못 한 돌발 상품 출시에 환호하는 요즘이었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쉬운 제품이다. 무… 물론 그렇다고 다시 내라는 말은 아니고요…



3. 막걸리카노: 반만 걸쳤을 뿐인데 소금이

  • 장점: 신개념 막걸리를 이뤄냈다
  • 단점: 전설의 놀림 리뷰가 따라왔다


시간은 제법 흐르고, 새로운 음료 도전에 너그러운 소비자들이 생겼다. 2017년 국순당에서 나온 ‘막걸리카노’는 앞선 제품들과 달리 대중들의 너그러움이 어느 정도 깔린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완전히 커피로 바꾸지 않고 막걸리에 커피 원두 파우더를 넣은 발만 담근 정도랄까? 하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2017년 마시즘 음료대상에서 ‘올해의 퓨전’으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그 해 음료대상은 비슷한 칸타타 스파클…ㄹ). 마시즘에서도 직접 마셔보고 ‘조선의 깔루아 밀크’라고 표현할 정도로 한 캔 정도는 달달하니 괜찮은 막걸리로 기억한다. 하지만 막걸리카노를 한 입 마시고 분리수거 후 집 밖에 소금을 뿌리는 전설의 짤(?)이 제품보다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어는… 진짜

이후로는 막걸리에 대한 봉인해제가 풀려서 요구르트도 나오고, 막카오(카카오+막걸리)도 나오고, 여러 재미있는 시도들이 보이는 것 같다. 다행히도 아직 막걸리카노가 생존해 있다고 한다. 물론 전설의 소금짤도 계속 따라다니고.



한 브랜드가 새 장르에 발을 들이는 것은

흑역사나 무리수로만 남겨두기에는 아쉽다. 이들의 도전은 비록 만족할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일단 ‘이 브랜드는 어떤 것이다’라는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깨더라도 우리가 먹고 마시는 입맛은 훨씬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편 커피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본 브랜드들의 이야기들 사이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를 남긴 브랜드들이 있다. 일례로 던킨도너츠(DUNKIN’ DONUTS)는 2019년 사명을 던킨(DUNKIN’)으로 변경하며 도넛만이 메인이 아닌 커피를 메인으로 파는 매장이 되었다. 이름을 바꾸기 전에도 미국 내에서는 커피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브랜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위화감이 없었다고 한다.

한 음료가 새로운 장르에 발을 붙이기까지. 많은 실력과 운이 따르지만. 결국은 대중들과의 교감이 얼마나 되는가가 중요한 것임을 깨닫는다. 마시즘이 꽁꽁 숨겨놓은 아이템(요즘은 믹스커피믹스, 물김치에이드…)은 기회를 보고 뒤로 미뤄야겠다는 사실 역시…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농심·서울우유 등 잇단 커피시장 진출···“질 저하 우려”」, 비즈포커스, 2012.11.5.
  • 박상숙, 「농심도 커피시장 본격 진출」, 서울신문, 2013.1.23.
  • 조아라, 「“커피와 만나 새롭다”… 음료·주류업계 이색 신제품」, 시사뉴스, 2018.6.15.
  • 조유빈, 「꼭꼭 가려라 회사 이름 보일라…‘숨김 마케팅’ 등장한 이유」, 시사저널, 2019.7.3.
  • 황지혜, 「커피시장 진출한 ‘간장회사’…도대체 왜?」, 인터비즈, 2018.10.22.
  • 「농심의 실패작 커피, 강글리오가 남긴 교훈」, Coffee Exlorer, 2015.9.30.
  • 이주현, 「국순당, 신개념 막걸리 ‘막걸리카노’ 출시」, 전자신문, 2017.8.11.
  • 홍성원, 「작명王 ‘신춘호 효과’ 커피에도 통할까」, 헤럴드경제, 2013.1.30.
  • 박지혜, 「원래 커피믹스는 직사각형 포장이 원조?」, 뉴시스, 20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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