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ㅍㅍㅅㅅ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미팅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미팅 전 '하겠다! 못하겠다! 원한다! 안 원한다!'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메일을 보내보자

926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아젠다 없는 미팅싫어병이 있어요. 일단 만나서 아무 얘기나 하다보면 뭔가 잡히지 않을까요? 라는 말은 위험해요. 두 가지 이유에서죠. 물론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뭐가 나오긴 해요. 근데 대부분 깊이가 없이 자극적이고 ‘될 것 같은’ 느낌만 있는 것들일 가능성이 높구요. 서로의 역량이나 니즈는 고려하지 않은 채 ‘와 그거 재밌겠다!’라는 감정이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시간이 지나면 둘 다 의구심이 생기죠. 지금 이게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할 일인가… 돈은 계속 나가는데… 딱히 뭔가 성과는 없는 것 같고… 지금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물론 그냥 만나서 아무 얘기만 하는 미팅도 있어요. 그건 뭐랄까. 지인이기도 하고, 또는 사람 자체가 궁금해서. 또는 연예인 보는 기분으로 그냥 수다나 떨자고 만나는 거죠. 재미있습니다. 그런 시간도 필요해요. 하지만, 일적으로 뭔갈 해보자고 연락을 했는데. ‘뭐 일단 만나보시죠’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건 그닥 상쾌한 기분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그건 마치… “사실 저도 제가 뭘 하고 싶은 지 잘 몰라요.”라는 대답 같거든요. 본인도 모르는 걸 나에게서 찾겠다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당신 생각 정리하기 위해 내 시간을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쪽에선 ‘대표님께도 좋은 시간일 거예요.’라고 하지만, 저에게 좋은 시간은 제가 알아서 찾을 수 있으니 딱히 매력적이진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미팅을 진행하기 전 메일 한 통으로 이런 과정을 좀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오래 얘기한다고 더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고, 꼭 친분을 쌓아야지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제부터 보여드릴 건 제 스타일이긴 하지만, 미팅 아젠다 정리하는 메일입니다. 혹시 미팅 때 무슨 얘기 해야 하는지 긁적긁적 어려운 분들, 또는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좀 말리는 경향이 있는 개인사업자분들이라면 한 번 참고해보세요.


미팅 전 아젠다 정리하기!

메일은 이렇게 씁니다. 일단 제목은 이렇게 하고….

안녕하세요, 누구누구입니다. 미팅 관련 아젠다 정리 차 메일 드립니다.

이제 메일 내용 한 부분씩 소개해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애프터모멘트 박창선입니다. :)"

끄덕 정도면 충분하다.

전 인사말 긴 걸 좋아하지 않아요. 딱 한 줄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비교적 친한 사람이라면 :) 정도를 붙여주고, 처음 보거나 안 친한 사람이면 마침표만 찍어요. 날씨가 좋아졌니, 말씀 많이 들었다느니… 이런 안부멘트는 굳이?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물론 쓴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닙니다. 개취니까요.

"미리 보내주신 소개서와 상세페이지, 인터뷰, 보도자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대방 회사 이름)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보다는 이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다못해 소개팅할 때도 상대 프사정도는 보고 나가잖아요. 뭐랄까, 무슨 일 하고 뭐하는 회사인지, 최근 행보가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알고 연락을 해야 예의인 것 같습니다. 만났는데 막 1년 전 하던 거 얘기하고 그러면 서로 좀 민망하잖아요.

"OOO진행과 , 브랜드이미지 재고를 위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미팅 요청 사항은 잘 확인하였고, 상세한 내용은 아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상대방이 말해준 걸 한 번 더 복기해보아요. 보통 상대방은 미팅 아젠다가 뭔지 잘 몰라요. 내 쪽에서 대략 정리해서 알려줍니다. 저는 ‘아래와 같이 정리하는걸’ 좋아해요. 넘버링 성애자이기도 하구요. 제 스타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줄글로 쓰셔도 되고 그림을 그리셔도 돼요.

"01. 미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미팅 전 ‘원하시는 과업’과 ‘제가 할 수 있는 과업’ 의 조율을 먼저 진행한 후 미팅을 해야 생산적인 얘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2. 일정과 장소를 정합니다.
3. 본 미팅은 최대 1시간 이내로 진행되며, 참여 인원은 운영진과 실무진으로 이루어진 유관부서 관계자 전원입니다.
4. 미팅 막바지에 금액/과업을 확정 짓습니다.
5. 미팅 후 견적서/계약서를 전달 드립니다. 전자 계약 또는 서면 중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미팅 순서를 말해줘요. 이거 중요해요. 미팅만 하면 하루 후딱 지나가는 분들 있죠? 이건 너무 시간 낭비예요. 모래시계를 뒤집진 않더라도, 1시간 정도의 제한 시간을 두고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시간제한이 없으면 말이 자꾸 길어지고 쓸데없는 정보가 너무 많아져요.


그래서 순서를 정해요. 심할 땐 분 단위로 계획표도 짠답니다. 하지만 이건 미친놈 같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저 정도로만 정리하고 있어요.


이때 제일 중요한 건 1번이에요. 솔직히 니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게 핀트가 안 맞으면 이 미팅은 애시당초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냥 전화로 얘기해도 충분하죠. 그 시간이면 한숨 자거나 <종이의 집> 한편 더 보는 게 이득입니다.

아니…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건데… 구걸 왜 이제 말해

"02. 제가 할 수 있는 과업

1. UX writing 리뉴얼 : 현재 쓰이고 있는 워딩, 텍스트, 마케팅 메시지 등 고객언어가 필요한 텍스트 부분을 워싱합니다.
2. 회사소개서 리뉴얼 : 20페이지 내외의 회사소개서 텍스트와 스토리라인 구축 디자인
3. 브랜드콘텐츠 기획 : 각 채널별 컨셉을 설정하고, 고객은 나눈 뒤, 먹히는 콘텐츠를 기획(제작)합니다.

위 부분 중 필요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미팅을 진행합니다 :) "

니가 원하는 것은 당신이 알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알겠죠. 그러니 내가 아는 부분을 적어줍니다. 난 이런이런 일을 할 수 있는데 이 중 당신이 원하는 게 있나용? 이라고 물어보는 거죠. 없으면 나가리고, 있으면 하이파이브하는 거고.

"02. 본 미팅의 아젠다는 다음 3가지입니다.

1. OOOO의 브랜드스토리와 소개, 인지 가능한 차별점 등을 듣고(느끼고) 싶습니다.
2. 수치와 리액션 부분을 좀 보고 싶습니다.

a. 진행 중인 마케팅 메시지 set(텍스트+이미지)와 채널별 콘텐츠 운용결과
b. 오프라인 이벤트 성과, 각 채널별 CAC, 유인전략
c. 영업이익률과 실제 영업 효율화 전략, 영업처, 획득률.
d. 고객평가 부분, 리뷰와 댓글 등에 대한 키워드 및 분석 결과

3. 브랜드 방향성 논의

a. 회사의 방향성/설립목적/엣지 잡기
b. 브랜드의 방향성/개발목적/엣지 잡기
c. 구성원과 업무 특성 / 타겟고객과 네거티브고객 규정
d. 2, 3번을 녹여낼 수 있는 채널/포맷/스토리라인 브레인스토밍

+ 업무논의
1. R&R 규정
2. 일정 및 보고/협의 프로세스 확정"

만약 너와 내가 얘기해 볼 부분이 있다고 하면 위 3가지 아젠다를 요청합니다. 일단 우리 자기소개 한 번 하고, 서로 정확히 무슨 일 하고 어떤 성과가 나는지 까보자는 거죠.


우리는 뭐 고객에게 어떤 철학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이런 얘기 좋은데. 그러니까 그걸로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게 더 중요해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가, 그리고 그걸 당신도 원하는가 하는 부분을 좁혀나가야죠.

궁금하지 않아.

미팅은 자기 자랑이라기보단,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하겠다! 못하겠다! 원한다! 안 원한다! 를 명확히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아젠다를 구체화하는 거예요. 물론 상대방은 내가 요청한 주제에 대해 말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것은 강요가 아니니까요.


이렇게 세세하게 잡아놓는 건, 빠르게 얘길 끝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미팅 끝나고 나서 “아! 이 얘기 했어야 하는데…” 라는 이마짚을 예방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 ㅎㅎ 내부적으로 논의해보신 후 미팅을 원하시면!~ 회신 부탁드립니다 :)
혹시 드랍이어도 회신주셔요. ㅎㅎ
감사합니다!! "

가끔 취소되면 연락 안 주시는 분들 있어서 꼭 이 말씀을 덧붙입니다. 미팅을 하든 안 하든 의사를 밝혀달라는 거죠. 아아아아아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내일 가능하세요?” 이런 분들 있거든요. 무슨 5분 대기조도 아니고… 내일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더라구요.


딱딱한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ㅎㅎ 정도를 2, 3개 붙여줍니다. 안 붙여도 되구. 마지막은 경쾌하게 끝내야 하니 느낌표 두 개를 붙여주시구요. 한 개는 좀 덜 신나보이더라구요.

 

마무리하며

사람에 따라 그냥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미팅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그냥 재밌게 얘기하시면 됩니다. 저도 사실 아무 말이나 하는 미팅을 자주 합니다. 어떻게 매번 저렇게 피곤하게 대응하겠어요.


하지만 여러분의 성격이 꽤 급하고 알고리즘 적인 데다가 할 얘기만 땋땋 하는 게 좋다면, 또는 주저리주저리 미팅에 좀 지친 상태라면 사전에 이런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메일로 던져 보세요. 인연이 아니라면 애당초 만나기 힘들 거고, 정말 내가 필요한 상태라면 우린 아주 생산적으로 만날 수 있겠죠.


원문: 박창선의 브런치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