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때

조회수 2020. 4. 29.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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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일적인 성취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질문에 맞닥뜨렸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사람, 잘하는 일을 하라는 사람, 제각기 답이 다르다.


사실 정답은 있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하라는 것. 하지만 좋아하면서 잘하기까지 하는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그것을 지속하여 잘하게 만들면 된다.


‘잘하는 일’은 젊은 날에 달성 가능하지 않다. 천재이거나 운이 대단히 좋은 경우 20~30대에도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으나, 보통의 사람들은 40~50대가 되어서야 결실을 맺는다. 못 하는 일을 지속하여 잘하게 될 가능성은 있지만, 싫은 일이 좋아질 일은 별로 없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된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일적인 성취를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에서의 좋고 싫음이 공존하고, 능력은 잘함과 못함 양극단 사이의 어디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편의를 위해 4가지 범주로 나누어보았다. 이중, 4번 ‘싫어하는데, 못 하는 일’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런 일에 접어들었다면 어서 빠져나오는 게 상책이다.

2번을 선택하고, 1번으로 향해가기

고민의 지점은 2번과 3번 중 무엇을 택하느냐다. 나는 2번 '좋아하는데, 잘 못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1번으로 가기 위해서는 3번이 아닌, 2번이 더 빠른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이후의 노력이다.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2번을 선택하는 것이다. '잘 못 하는 일'의 앞에는 '아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일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잘 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일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다 보면 결국엔 잘하게 된다.


예전에는 좋든 싫든 본인이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평균수명이 길지 않고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던 시대에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3번)이 보다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정년을 보장받는 시대도 아닐뿐더러, 정년까지 일한다고 해도 그 뒤에 긴긴 삶이 이어진다. 하기 싫은 일을 잘 해낸다고 한들 인생에서 만족을 얻을 수 없고, 자기 자신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도 뒤처지게 된다.


유튜브 시대로 넘어오면서 개인의 개성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고, 자신의 고유한 취미 활동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면서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나 또한 예전에는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그 일을 잘하더라도 싫어하는 마음이 있다면 성장이 정체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남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 그 일을 좋아하지 않기에 추가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욕구가 거세된다.


이러한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되다 보면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인생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후회가 남는다.

자신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일은 취향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 중 자신이 예전에 가졌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내 꿈은 ○○이었는데…’
‘나는 원래 ○○이 하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이제는 너무 늦어서…’

종류에 따라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 젊었을 때 시작해야 하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 ‘에너지’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투입 가능한 총량은 정해져 있다. 3번이 아닌 2번을 택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진짜로’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외부적으로 꺼내기 저어되는 것일 뿐, 스스로는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드러내 놓고 말했을 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두렵기에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인증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면, 잘하는 일은 ‘진짜로’ 모를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일을 해보기 전에는 자신이 그 일을 잘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으로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파악할 수 없다. 내가 잘하는지, 못 하는지는 그 일을 해봐야지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은 죽어도 못 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실제 업무를 해보면 자신이 생각보다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잘하는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해보는 사람에게 끈기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그저 기성세대의 시각일 뿐이다.


“그 일을 해봤는데, 영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자신이 이미 성장했다는 근거가 된다.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는 작은 경험일지라도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

어쨌든 영 아니라는 것도 해봐야 하는 것이다 (…)

나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는 의견에도 반대한다. 모든 일은 힘들다. 그것이 설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었을지라도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매 순간이 행복할까? ‘덜’ 힘들 뿐이다.


일은 힘듦 99와 즐거움 1로 구성된다. 좋아하는 일에서는 그나마 1이라도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싫어하는 일에서는 일의 고통이 배가된다. 작가 김훈이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썼듯이, 제 손으로 제 밥을 벌어본 사람은 안다. 일이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거지 같은지 말이다.


다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그 거지 같은 상황을 버틸 힘이 조금은 생긴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은 100% 재밌고 행복하기만 한 일이 아니다. ‘감내할 수 있는 일’에 가깝다. 일이라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라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취미로 해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다르다.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미대에 입학했던 사람이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작업을 할 때 만족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을 때 필요한 건 불안감을 다스리는 일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욕구가 큰 연령 집단이다. 학창 시절부터 꿈을 찾으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고, 그러면서도 경쟁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


매 순간 능력을 입증받아야 하는 분위기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해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더라도 이것을 자신이 잘 해내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업무상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일인지 다시 고민에 빠진다.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열매를 맺을 날은 반드시 온다.


원문: 슈뢰딩거의 나옹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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