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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옐로 저널리즘이 범죄자를 다루는 방법

n번방 사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언론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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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텔레그램(Telegram)을 쓴다. 친한 몇 명들과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서로 간의 근황을 나누고 술 한잔 생각날 때 약속을 잡아 만나기도 한다. 


단지 그뿐이다. 그리곤 대부분 카카오톡을 쓴다. 업무도 카톡, 누군가의 생일 축하도 카톡, 물론 가족들과도 카톡이다. 사실 최근에는 카톡의 쓰임새가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행이라면 업무의 간소화이고 불행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된다는 점.


모바일 시대에 안착한 이후 메신저라는 정체성을 가진 플랫폼은 사라지고 생겨나길 반복하면서 이젠 어느 정도 손에 꼽을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에겐 카카오톡(Kakao Talk)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고 그다음은 네이버의 라인(LINE), 그리고 카카오톡에서 일부 파생된 유저들이 러시아 태생의 텔레그램을 쓴다. 


텔레그램의 현재 본부는 런던에 있다고 한다. 정부의 개인 정보 수집 이슈와 함께 떠오른 ‘사이버 망명 시대’라는 키워드로 텔레그램 사용자가 증폭하기도 했다.

참고: 텔레그램은 니콜라이 듀로프(Nikolai Durov)와 파벨 듀로프(Pavel Durov) 형제가 구축한 메신저다. 인사이더(insider.com)의 기사 하나를 따르면 ‘파벨 듀로프는 러시아의 주커버그’라 불리기도 한단다. 텔레그램의 2018년 기준 월 사용자는 무려 2억 명이었고,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가입하는 모바일 메신저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기능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광고도 없고 카카오톡 샵(#) 탭처럼 부가 서비스도 없어 순수 메시지만 주고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이 텔레그램 상에 ‘n번방’이라는 것이 생겼고 그 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게 가능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n번방에 대한 기사가 수도 없이 쏟아져 다 읽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코로나 19(COVID-19)에 대한 수많은 기사들 아래 총선이 있고 그 위로 ‘n번방’과 ‘조주빈’에 대한 기사가 쌓이고 또 쌓이는 중이다.

theblockcrypto.com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가해자는 조주빈 하나인가?

디지털 범죄는 인터넷이 연결된 온라인 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해킹도 그중 하나일 것이고, 스미싱이나 피싱도 디지털 범죄에 속할 수 있겠다. 디지털화된 디바이스나 기술을 매개로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일컬어 디지털 성범죄라고도 한다. 


과거 소라넷과 같은 경우도 디지털 성범죄에 포함된 바 있다. 결국 이러한 범죄는 플랫폼 즉 범죄가 일어나는 주무대만 계속 바뀔 뿐 사라지지 않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범죄수법도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편인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그 수위를 한참 넘어선 범죄다. 가해자가 있다면 당연히 피해자도 있는 법. 이번에 드러난 n번방의 범죄는 ‘n번방의 박사라 불리는 조주빈을 주축으로 이뤄진 사건이고 이 곳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우회로가 존재한다고 알려진 텔레그렘에 비밀방(n번방)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를 이용했다는 점만 봐도 매우 영악하다. 누군가를 협박하고 협박에 대한 근거를 빌미 삼아 돈을 뜯어내는 일, 무엇보다 가학적인 성착취라는 부분에선 상당히 충격적이다.


미성년자들을 포함해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해당 영상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판매(또는 공유)'하는 범죄를 저질러 지난 3월 16일 운영자 조주빈이 체포되었다.

Crime Scene DO NOT Enter

출처emerj.com

자, 조주빈이라는 주요 인물이 피의자가 되어 쇠고랑을 차게 되었고 검찰에 송치되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온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보다 SBS의 신상공개가 더 빨랐다. 이 말은 경찰이 느렸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후술 하겠지만 SBS의 신상공개 이후로 대부분 언론사들이 이를 기사화하느라 대부분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선 조주빈은 성착취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고 ‘악마의 삶을 멈출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메이저 언론사를 포함해 수많은 미디어가 조주빈의 민낯과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을 꼬집으면서도 조주빈이 그간 어떻게 생활해왔는지 과거의 삶은 어땠는지 이력과 행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과거엔 이랬는데 지금은 어떠하다’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구나 체포된 조주빈에만 포커싱되면서 다른 문제도 생겨났다. 예컨대, n번방에 암호화폐를 지급하고 구경꾼이 된 사람들은 그저 ‘소비자’에 불과한 것인가?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조주빈 하나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부 유사언론은 n번방의 피해자 중 연예인이 있다며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다른 언론사들 역시 조주빈이 언급한 유명인사를 취재 대상으로 삼아 기사화하기도 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를 헤드라인에 걸어야 한 번이라도 클릭을 유도할 수 있을 테니 이젠 딱히 이상한 일도 어색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중에 유명인사가 포함될 경우 직업과 직군을 막론하고 사회적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가해자라 하면 n번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위에서 언급한 ‘구경꾼’을 모두 포함한다. 언론사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참고로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전체 목록과 더불어 전체 추천순 TOP5가 존재하는데 3월 27일 기준으로 TOP 5개 중 4개가 n번방 관련 건이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전체 추천순 TOP5

출처president.go.kr/petitions

이렇게 올라온 청원과 동의한 숫자만 봐도 성착취를 관전한 사람 모두 ‘공범’으로 처벌해야 궁극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는 본보기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운영자만 처벌한다면 또 다른 범죄의 현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범죄자를 다루는 내러티브 서사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3월 28일 <그것이 알고싶다>는 <은밀한 초대 뒤에 숨은 괴물 – 텔레그램 ‘박사’는 누구인가>가 방송되었다. 방송 직후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편집과 연출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가 시청자 게시판에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기도 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출처SBS

자, 모 신문은 1면에 조주빈의 얼굴을 아주 크게 보도했다. 그러고는 그가 자원봉사 단체에서 장애인을 돌보던 청년이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언론사는 학점이 4점이나 되었다며 완벽주의자 성향을 띈 학생이었다고도 했다.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진보이니 보수이니 말들도 많았다. ‘악마의 삶’을 언급한 조주빈에 대해 ‘악마화’로 치중하는 언론들도 있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언론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범죄자를 다루는 내러티브 한 서사는 마치 영화의 플롯 같아서 범죄자의 영웅심리를 오히려 증폭시킬 수도 있다. 나아가 (지나칠 수도 있지만) 내러티브 구조를 만들면서 범행 자체를 합리화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범죄자를 다루는 저널리즘은 ‘국민의 알 권리를 (당연히) 보장’해야 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공익적 목적도 포함되어야 하는데, 지금 이 시점에 범죄자가 살아온 그간의 삶이나 주변의 평판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일까?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기사를 쓰고 데스킹을 하고 날려 보낸다고 끝이 아니다. 이는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다. 댓글은 매우 즉각적인 실시간 반응인데 정작 기사를 날린 언론사는 거기에 관심이 없다. 안타깝지만 기사가 메인에 올라갔는지 ‘많이 본 기사’가 되었는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초에 신상을 공개한 SBS의 보도도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정작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SBS가 포문을 열었고 그 뒤에 수많은 언론사들이 신나게 신상을 공개했다. 이후 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를 열어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견이 나뉜다. 언론사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조주빈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된 것 자체만으로도 ‘속 시원한 사이다’라는 말들도 있었다. 물론 언론과 경찰, 그리고 이 사회에 존재하는 정책이나 제도, 저널리즘의 규범을 지켜야 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범죄자들의 얼굴을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아내고 유사 범죄를 예방하는 것(말하자면 범죄자에 모자와 마스크를 씌우고 철저하게 가리는 것이 아닌)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것이 저널리즘의 ‘단독 또는 속보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곤란해진다.

지나친 속보 경쟁은 오히려 역효과?

출처kxly.com

언론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예방과 사회정책적 대책 마련 등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한 본연의 임무이다. 그러나 범죄 보도는 필연적으로 특정인의 인격권, 무죄추정 원칙,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과 충돌하며 다양한 인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성폭력 범죄(이하 성범죄) 보도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에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2011. 9. 23.)의 세부 기준으로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언론인들이 준수해줄 것을 권고한다.

위 내용은 한국기자협회 ‘성폭력 범죄 세부 권고 기준’에 나오는 전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미디어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을까? 오히려 사고나 사건을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트래픽을 유도하고 클릭을 만들어내는 헤드라인이 자신들의 먹고살 길이라고는 하지만, 저널리즘을 버려서 되겠는가? 모든 뉴스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사회악, 범죄자를 다루는 저널리즘은 절대로 ‘본질’을 흐리거나 왜곡해서는 안 되겠다. 전통 저널리즘이 황색 저널리즘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그렇게 범죄자에 주목하고 주변의 이야기들만 언급하다 보면 정작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단 한번 듣지도 못하는 경우들이 빈번해졌다. 글쓰기 모임 ‘빛날’이라는 연대에서는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만큼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삶을 보란 듯이 열심히 살아내라는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빛나는 목소리가 저급한 미디어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출처빛날(경향신문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 아래 링크를 참고했습니다. 범죄를 다루는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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