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돈을 뿌리고 경기를 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지진이라면 수출 타격은 쓰나미": 외국계 애널리스트 인터뷰

조회수 2020. 12. 24. 16: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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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이야 바이러스가 가장 큰 문제지만, 그 다음은 경제입니다."

코로나 직접 타격이 지진이었다면, 정말 무서운 건 수출 부진 쓰나미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애널리스트: 외국계 어디서 일하고 있는 애널리스트입니다.


이승환: 이 파국을 어찌 보십니까?


애널리스트: 현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내수 타격입니다. 사실, 한국은 코로나에 의한 1차적 내수 충격은 전 세계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중국은 2월~3월 중순 완전히 경제를 멈추다시피 했고, 유럽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한국은 1개월 정도 고생했지만 자발적으로 잘 막은 편이죠. 어쨌든 가게를 열기라도 하고, 사람들이 돌아다니기라도 합니다. 밖에서 보면 한국이 굉장해 보입니다.

이승환: 두 번째는 뭡니까?


애널리스트: 한국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수출입니다. 3월 수출까지는 괜찮았는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가 멎어버렸습니다. 앞으로 한국 수출에 영향이 있겠지요.


이승환: 3월까지 괜찮았다고요?


애널리스트: 시차가 좀 있습니다. 세계 금융위기도 9월에 터졌지만, 수출이 내려간 건 11월입니다. 빠르면 4월, 늦어도 5월에는 수출이 내려갈 겁니다. 이미 올해 전 세계 GDP 마이너스 성장률 이야기가 나옵니다. 트럼프 말대로 5월 내외로 어느 정도 좋아진다고 해도, 좋아진다는 게 지금의 한국 수준일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전 세계 경제가 멎어버린 게 2개월은 갈 건데, 그 2개월이 주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것입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경제가 최악의 경우 -12%까지 갈 것이라 예측했다

이승환: 얼마나 클까요?


애널리스트: 아무도 모릅니다. 유럽은 거의 작년 대비해서 -5~6%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입니다. 한국도 지금 바이러스가 다시 번지는 세컨드 웨이브 가능성도 문제이지만, 진짜 문제는 세계경제 셧다운으로 인한 수출 타격입니다. 저는 이를 지진과 쓰나미에 비유합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코로나라는 지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수출 타격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지요. 한국 경제에 굉장한 위협일 겁니다.


위급한 상황에도, 직접 빚 내서 돈을 쓸 의지가 없어 보이는 정부

이승환: 그래서 정부가 돈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애널리스트: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정부 이야기는 여력을 남겼다가 쓰나미가 오면 막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쓰나미가 올 거면, 오기 전에 쓸 수 있지 않느냐는 거죠. 일단 재난보조 지원금을 70%에게 뿌리고, 더 큰 쓰나미를 대비하겠다는 거지, 구체적으로 뭐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솔직히 돈을 쓸 마음이 있나 싶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별로 돈 쓴 것도 아니다

이승환: 해외는 선제적으로 돈을 쏟고 있지요?


애널리스트: 해외는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이 난 상황이니 당연합니다. 이탈리아는 그냥 전쟁터고, 미국도 전쟁터라 봐야 합니다. 가게는 문을 닫고, 길거리에 사람이 다니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돈을 뿌리는 거죠. 하지만 해외의 지진이 진도 7이라면, 한국은 진도 4~5 정도입니다. 해외는 백화점 문 닫고 디즈니랜드 문 닫았지만, 한국은 백화점도 에버랜드도 영업 중이죠. 그래서 약한 지진에 맞는 돈을 쓴 후, 나중에 쓰나미가 오면 돈을 더 쓰겠다는 건데…


이승환: 뭐, 한국도 충분히 심각하지 않나요?


애널리스트: 미국은 가게 문 닫고 실업자가 왕창 늘어난 게 눈에 보이니까요. 한국은 가게를 열기라도 하고 실업자도 당장 눈에 많이 띄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진도 4~5에 맞는 수준의 패키지는 그렇다 치고, 2차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여기에 대비해서 뭘 하고 있는가…


정부는 여력 비축하고 있다고만 이야기하는데 의구심이 듭니다. 쓰나미 몰아닥칠 때 돈을 얼마나 쓸지… 미국은 이미 GDP의 10%에 해당하는 2조 달러를 쓰겠다 합니다. 한국은 1차로 쓴 돈이 GDP의 0.5%에 불과합니다. 많은 대책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정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겁니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은 여전히 적다

이승환: 피를 묻히지 않는다니요?


애널리스트: 100조 원 패키지 이야기하지만, 정부가 직접 쓰는 돈이 아닙니다. 채권안정기금 같은 것도 은행이 십시일반한 돈이죠. 손해 보면 정부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호주는 이미 호주 400억 달러를 50% 정부가 보증 서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100조 보조라지만, 정부 보조가 없습니다. 중소기업은행, 산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이런 정부인지 아닌지 모를 공사들이 나서고 있죠.


이승환: 공사는 그렇다 치고 은행은 왜 나서죠?


애널리스트: 따지고 보면 한국의 은행은 완벽한 민영은행이 아닙니다. 정부가 15억 이상 아파트는 담보 대출하지 말라면 하면 하지 못하죠.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이 애매한, 그렇다고 국가가 직접 책임지지 않는 공적부문이 넓습니다. 물론 손해가 막심하다면, 나중에 정부가 손대겠죠.

경제위기는 수요 진작으로 회복된다, 타격 입은 계층에게 집중적으로 돈 뿌려야

이승환: 그럼 정부는 공사와 은행에게, 그냥 이렇게 하라고 플랜만 주는 건가요?


애널리스트: 희한합니다. 100조 원 소리는 쳤는데, 정부가 하는 건 없이 숫자 맞추는 거니까요. 2차 추경으로 재난보조금 준다는데, 여기서도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려 합니다. 그래도 채권을 발행하면 정부가 나서서 돈을 쓴다는 자체가 광고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못했던 군대 훈련비용 같은 걸 쓰는 식으로 예산을 마련하고 있죠.


이승환: 왜 채권 발행 안 해요?


애널리스트: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근본 철학은, 허리띠 조르며 뼈를 깎는 구조 조정하자는 겁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절약의 역설’의 대표적인 예시지요. 정부도 회사도 국민도 절약하면, 아무도 돈을 쓰지 않아서 나라가 망하는 겁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돈을 쓰자고 해야 하는데, 아직 쓰나미가 안 왔으니 기다린다… 제 생각엔 지금 안 쓰면, 그때 가도 크게 쓰진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의 부양책에서 떡고물 먹지 않을까 정도지, 자체적으로 내수를 부양하려는 생각은 없는 느낌입니다.

저축을 늘이며 소득이 줄어들어 버린다

이승환: 과거 IMF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 때는 어땠나요?


애널리스트: 둘이 좀 다릅니다. 외환위기는 원래 IMF 인간들이 긴축하라 했었죠. 금리 올리고 재정 긴축하며, 100 정도 손해 볼 걸 몇 배를 봤습니다. 그런데도, 허리띠 졸라매고 금 모으기 해서 위기를 벗어났다는 잘못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구조조정도 살릴 회사를 살리는데 집중했어야 하는데, 죽일 회사 다 죽여야 한다는 정책이었죠. 덕택에 위기가 심화됐습니다.


이승환: 2008 금융위기는 어땠나요?


애널리스트: 그때는 반대로 한국이 재정정책에서 전 세계 모범이 됐죠. 그게 4대강입니다. MB 정부 싫어하는 사람은 환경만 망가뜨렸다 하는데, 단순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전 세계적인 모범적 경기부양책이었습니다. 그 위기 속에서 심지어 플러스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났죠. 


그 주요 요인이 과감한 재정정책, 그중에서도 욕 많이 먹는 4대강입니다. 4대강으로 대표됐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이죠. 같은 금융위기였지만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위기는 정반대의 대응책을 썼습니다.

엄청나게 쏟아부었다

내수 진작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필요하다

이승환: 요즘은 국민에게 바로 돈을 뿌린다는데, SOC와 돈 뿌리기 중 뭐가 더 좋나요?


애널리스트: 지금은 둘 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재난 수당은 좀 덜 와닿는 게, 뿌리려면 정말 힘든 사람에게만 주는 게 맞습니다. 물론 자영업자 등 힘든 사람들 파악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진짜 피해를 많이 본 곳에 집중적으로 뿌려야지요. 하위 70%에게 뿌린다는데, 그거 파악할 거라면 차라리 전국민에게 뿌리는 게 낫습니다. 70%라는 기준이 이상한 게, 나머지 30% 줘봐야 GDP 0.1% 차이입니다.


이승환: 결국 선별적 지원이 답인 거군요.


애널리스트: 사실 이후 경기 부양도 문제입니다. 지금 수출이 줄어드는 게 쓰나미인데, 그러면 결국 내수를 부양해야죠. 이건 건설이 굉장히 가장 쉬운 답안입니다. 트럼프도 드라이브 걸고 있고요. 좀 더 발전한 게, 태양열, 풍력, 스마트 등 그린 뉴딜이죠. 건설이든 그린이든 뭔가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출 타격에 대비해 내부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본소득이니 뭐니는 내부 성장동력이 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운동을 넘어 현실화되고 있다

이승환: 기본소득도 내수 진작 되지 않나요?


애널리스트: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엄청 골치입니다. 세입구조를 완전 뜯어고쳐야 하니까요. 지금까지 기본소득을 채택한 나라는 어디도 없습니다. 유례 없는 코로나로 빚내서 1회성으로 주고 끝인 거죠. 계속해서 기본소득으로 내수 키운다는 건 오버입니다. 결국 뻔한 건 케인즈적 수요진작책이죠. 전통적으로는 건설, 첨단 비슷하게 보이는 게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이 있겠죠.


아무튼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게 필요할 때입니다. 전 세계적 충격으로 성장엔진이 꺼질 겁니다. 무역 규모도 줄어들 것이고, 국내에서 코로나를 잡아도, 길게는 몇 년 간 해외여행 수요가 줄 수도 있겠지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데, 안 돌아다녀도 작동하는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맞물린 그린 뉴딜이든 수소경제든 아이디어는 많습니다.


이승환: 해외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애널리스트: 미국이야 워낙 인프라가 낡은 게 많아서, 기존 공항과 고속도로를 정비하고 고속철 제대로 놓으면 몇천억 달러는 그냥 나올 겁니다. 미국도 민주당 쪽에서는 그린 뉴딜을 밀고 있지요. 반면 한국은 나름 SOC가 좀 돼있는 나라에 속합니다. 그간 미뤄진 수도권 GTX 착공에 그린 에너지를 밀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MB때 한 번 해본 모델인데, 그때는 원자력 포함이었고 이번에는 아닌 차이가 있을 뿐, MB식 SOC가 모범답안에 가깝습니다.

GTX는 더 미룰 일이 아닐 수 있다

어떻게든 전 세계적으로 기업 줄도산은 막아야 한다

이승환: 기업 줄도산은 어떻게 보십니까?


애널리스트: 올해는 웬만하면 부도를 내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 같습니다. 대마는 물론 소마도 죽지 않는 상태로 한 해를 넘기겠지요. 회복되기 시작하면 슬슬 옥석 가리자는 이야기 나오겠지만, 지금은 좀비든 뭐든 살려야 합니다.


해외와 차이가 있다면, 해외에는 정부에서 거의 책임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원래 금융기관과 정부 경계선이 모호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돈을 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공적부문에서 부도를 막겠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다음 어떻게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하겠죠.


이승환: 그 돈은 지원인가요, 대출인가요?


애널리스트: 기업에 뭔가를 그냥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람을 안 자른다는 가정하에, 중소기업에 무형 보조금 정도를 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규모가 큰 항공사에 사람 자르지 말라고 돈을 그냥 줄 수는 없습니다. 주식이라도 받아야 하니, 항공사는 국유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은행에게 대출 만기 연장하라 하겠죠. 


문제는 회사채입니다. 미국은 국가가 보증하고 중앙은행이 돈을 낸 펀드로 회사채를 삽니다. 한국은 일단은 은행이 펀드를 만들어서 자기책임 하에 회사채를 매입하죠. 어쨌든 부도는 막자는 게, 전 세계의 현재 움직임입니다.

출처: 중앙일보
차이가 크다…

이승환: 그러다 은행이 망하면 어떻게 해요?


애널리스트: 이런 대책이 나오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그래도 은행이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자본을 많이 쌓으며 안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금융위기 직전처럼 은행마저 부실했다면, 은행부터 도와주자는 이야기가 먼저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은행에서 배당 주지 말라는 이야기 정도나 나오지, 은행에게 대놓고 구제금융을 주자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각국 정부도 시장도, 은행들이 건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한국도 결국 끝에 가면 책임은 미국처럼 국가에서 질 것 같지만,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루뭉술 넘어가는 거죠.


이승환: 미국식 방식이 맞나요?


애널리스트: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서, 정답이 있다고 하긴 힘듭니다. 그렇게 하려면, 평소에 좀 은행들이 정부한테 개기고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한국은 아직까지는 관치금융이 살아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관치가 아니기에,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대는 거죠. 미국은 중앙은행이 바로 기업에 출자한다면, 한국은 중앙은행이 은행에 꽂고, 은행이 펀드로 출자하는 차이입니다. 한국은 높은 분들이 바로 하기 싫으니, 밑에 있는 금융기관 시켜서 협조를 요청하는 거죠.

출처: 동아일보
미국 정부는 이 모든 걸 떠안는다

자영업자, 대출이 아니라 당장 생계를 위한 소득 보전이 낫다

이승환: 자영업자 지원은 어떻게 보세요?


애널리스트: 자영업자 지원은 진짜 현금으로 뿌려야 합니다. 예로 한 군데 500만 원씩 준다거나, 그런 게 있어야 합니다. 100만 원씩 뿌리면 자영업자도 받기야 하겠지만, 효율적인 대응책이 아닙니다. 몇십조 원 패키지라는데 다 대출입니다. 아무리 2% 최저금리라도 빚은 빚이죠. 최소한 4대 보험 감면이라거나, 어떻게든 현금성 지원이 필요합니다. 할 수 있다면 힘든 업종과 사업주를 선정해, 그곳에 집중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 대신 거기 사람 안 자른다는 협약을 하거나... 지금 보면 대출로 퉁 치는 듯한 느낌입니다.

금리가 싸도 빚은 빚이다

이승환: 대출로 계속 퉁 치면 어떻게 되나요?


애널리스트: 못 갚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공공기관에서의 대출이기에 굳이 회수하려 하지도 않을 겁니다. 때문에 1천만 원 빌리고 1년에 20만 원씩 갚고, 그런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관들은 돈 벌려는 게 아니라 영향력을 넓히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효율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빚은 빚이라 회수해야 하는데,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고… 계속 그 작은 이자 받는 게 바람직한가… 그럴 바에야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그냥 1천만 원 그냥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관리한다는 게 무척이나 비생산적이니까요. 이로 인한 공공기관 규모가 비대해지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아 보입니다.


이승환: 큰 기업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중간 사이즈 기업이 제일 애매할 것 같은데요…


애널리스트: 굉장히 애매한데, 글쎄요… 미국 같이 다 자르고 실업보험 왕창 처리하기도 그러니, 인건비 좀 보조할 테니 사람 자르지 말라는 방법도 있고… 고용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만, 비즈니스를 바라보면 참 애매합니다. 일단 망하지 않게 해 줘도, 수익성 없으면 언젠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다 구해준다 해도, 내년 되면 옥석이 가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많은 경제 연구자들이 코로나가 끝난 다음 회복이 빠르지 않을 거라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한 번 살려줬다고, 계속 살려줄 수는 없습니다. 작은 기업이야 사회복지 차원에서 버티게 해 준다 해도, 직원 수백 명의 기업을 계속 살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후 성장에 악영향 주지 않도록, 차라리 다 망하게 하고 V자 반등을 그리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출처: 이데일리
이미 한계기업은 적지 않다

이승환: 그러면 정말 실업 대폭발 아닙니까…


애널리스트: 물론 당장 생계 위기가 너무 크니 일단은 회사들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주류입니다. 그럼에도, 그 회사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겠죠. 그 과정에서 1~2년 뒤 망하는 회사가 늘기는 할 겁니다. 지금은 그냥 전 세계적으로 일종의 부도유예협약이 맺어진 상태라 생각하면 됩니다.


좋든 싫든 돈을 뿌리고 경기를 살려야 한다

이승환: 장기 경기침체를 보시는 겁니까?


애널리스트: 경기침체는 아니고 저성장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뒤집어보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절실합니다. 가만 놔두면 좀비 상태로 망하지만 않은 기업들이 기업확장 안 하고 조금씩 사람 줄이거나 하며 연명할 겁니다. 어차피 저성장 이야기는 코로나 전에도 많았으니, 성장동력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만 해도 미국은 엄청난 GDP 10%가 넘는 재정을 쏟아부었는데, SOC에 또 돈을 쏟아부을 수 있냐… 그럼 짠하고 나타나는 게 MMT, 중앙은행이 돈을 더 푸는 겁니다.

이승환: 이렇게 돈 풀고, 더 푸는 게 가능할까요…


애널리스트: 이제까지 황당하다고 이야기하던 많은 것들, 그린 뉴딜, MMT, 기본소득… 이 황당해 보이는 것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모두 전면에 나왔습니다. 물론 다 된다는 건 아니고, 일부는 현실화되겠죠. 기본소득은 원샷이고 제한적이겠지만, 비슷한 거라도 나왔다는 게 중요합니다.


재정적자로 경제 살린다는 아이디어도, 결국 바이러스로 인한 수동적 정책입니다. 능동적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돈을 더 써야 합니다. 재정적자를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정부와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서 MMT 비슷하게 가는 거죠. 나중에 보면 재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에는 재정 생각하지 않고,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발권해서 그 채권 사주는 식으로 돈 풀며 몇 년 더 버티는 것도 방법이라 봅니다.


이승환: 4대강도 반발이 만만찮았는데, 코로나 와중에 그린 뉴딜에 돈 쓰자면 반발이 클 듯한데요?


애널리스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사회복지만 가지고선 답이 없습니다. 능동적, 생산적으로 가야죠. 지금 당장이야 바이러스가 가장 큰 문제겠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적응할 겁니다. 그다음에는 경제를 살려야지요. 한국뿐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유럽은 거의 전쟁 직격탄을 맞은 격이라, 이 참에 내연기관 자동차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재정 쪽에서 뭔가 해야 하는 분위기인 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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