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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취약성'이 필요하다

조회수 2020. 9. 16.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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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보다 취약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브레네 브라운, ‘수치심과 취약성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누구인가? 한국에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5권의 저서를 올렸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TED 5개 중 하나의 강연자이며, 넷플릭스가 그 강연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송출한다. 미국에서 브레네 브라운의 이름값은 사실 굳이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다.
브레네 브라운의 명강연, ‘나를 바꾸는 용기(the Call to Courage)’는 넷플릭스에서도 한국어 자막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연구하는 분야는 수치심, 취약성 같은 것들이다. ‘수치심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라니, 괜히 말 뭔가 위험해 보이는 타이틀인데… 대체 무엇이 현대인들을 브레네 브라운에 열광하게 만든 걸까? 설마 현대인들이 수치심을 좋아하게 되었을 리는 없을 테고(…)


더 놀라운 것이 있다. 그는 빌 게이츠(MS 설립자), 셰릴 샌드버그(페이스북 COO) 등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의 상담역을 맡았다. 수많은 경영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어왔음은 물론이다. 


그의 새 저서 『리더의 용기』는 바로 그 ‘수치심’과 ‘취약성’을 기업 문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주제로 한 책인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 엄청난 주목을 끌었다. 지금도 뉴욕타임스 비즈니스 베스트셀러 1위다.

수치스런 기업을 만들자! 취약한 기업을 만들자! … 라는 의미일 리는 물론 없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브레네 브라운의 핵심 키워드인 ‘수치심’ ‘취약성’ 같은 단어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피하는 단어다. 대신 실리콘밸리의 경영인들은 혁신, 변화, 창의성, 이런 단어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사실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 조직들이 다 마찬가지다.

‘혁신’을 좋아하는 건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브레네 브라운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최고 레벨(C-Level) 직함이 붙은 사람들을 상대로 ‘수치심’에 관해서 강의할 수 있게 되었을까? 우선 그가 말하는 ‘수치심’과 ‘취약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의 이런 점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와 관계를 끊지 않을까”

브레네 브라운은 원래 ‘관계’를 연구한 학자다. 그런데 그는 사람들에게 ‘관계’에 관해 물으면 ‘단절’에 관해 대답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단절’에 대한 공포가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임을 알게 된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나의 이런 점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와 관계를 맺길 거부하지 않을까?
“나의 이런 점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나와의 관계를 끊지 않을까?” ←

우리는 다들,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이런 걱정을 한다. 이것이 브레네 브라운이 말하는 ‘수치심(Shame)’이다. ‘단절에 대한 공포’. 이건 ‘공감’할 줄 모르고 ‘관계’ 맺을 줄 모르는 사람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치심’을 잘 말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수치심’에 민감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것이 ‘취약성’이다. 나는 왜 충분히 뛰어나지 않은가. 나는 왜 충분히 잘생기지 않았나. 나는 왜 충분히 유능하지 않은가. 왜 나는 충분히 돈이 많지 않은가.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모두는 취약성을 싫어한다.


‘수치심’과 ‘취약성’은 모두 우리가 싫어하는 요소들이다. 우리는 모두 ‘수치심’과 ‘취약성’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브레네 브라운은 이 요소에 주목하고, 이 요소가 기업 문화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가? 그건 이를 숨기는 것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공감함으로써, 우리는 관계 능력을 더욱 향상할 수 있다.



‘취약성’을 포용하는 것이 견고한 자존감과 소속감을 형성한다

견고한 자존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브레네 브라운은 수많은 데이터를 정리한 결과, 단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믿음’. 그들은 자신을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서는 흔한 ‘긍정의 힘’ 같은 얘기지만, 중요한 건 여기서 한 발짝 더. 그럼 자신이 가치가 있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브레네 브라운은 연구 결과 자신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들임을 발견한다.


‘취약성’을 포옹한단 말은, ‘취약성’을 쉽게 여긴다거나 한다는 게 아니다. 그냥 그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피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고 할까. 나의 취약점이 바로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믿는 것. 실패를 감수하는 게 아니라, 실패할 걸 안다는 것. 결과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용기를 갖고 나서는 것. 그것이 ‘취약성’을 포용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들으면 뭔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오히려 그 반대편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더 잘 갈지도 모르겠다. 그 반대편에 있는 어떤 사람들은 취약성을 마비시키려 한다. 약, 술, 폭식, 소비 등과 같은 방식으로. 그리고 때로는 변질된 종교적 믿음, 정치적 편향과 비난과 같은 방식으로도.


그러나 감정은 선택적으로 마비시킬 수 없는 것이다. 취약성, 수치감, 공포, 실망 같은, 갖고 싶지 않은 감정만을 선택적으로 마비시킬 수는 없다. 취약성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기쁨, 행복감, 감사 같은 긍정적인 감정까지 함께 마비시키고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이 짤은 본문과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취약성을 오히려 보여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무력감을 보여주고 정직해져야 한다. 성공의 보장이 없더라도, 마음껏 사랑해야 한다. 취약성은 우리 인생의 원료이자, 그것이 곧 ‘용기’를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잣대인 것이다.


‘취약성’이 곧 창의성, 변화, 혁신의 열쇠다

그건 물론 기업이나 조직에도 마찬가지다. 브레네 브라운은 말한다.
취약성이 바로 창의성, 변화, 혁신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창조한다는 것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보다 취약한 것은 있을 수 없다.

용기는 생득적 자질이 아니다. 두려움은 용기의 장애물이지만, 대담한 리더들도 두려움을 경험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라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에 어떻게 반응하고 두려움을 어떻게 넘어서느냐 하는 것이다. 취약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데 급급하면 당연히 새로운 도전 또한 있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조직원들으로 하여금 취약성을 인정하고,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게 할 것인가? ‘용기’는 전염성이 강하기에, ‘취약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되어 있다면 전반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리더는 조직원들로 하여금 내 의견이 경청 되며, 내가 리더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사실 이건 경영인들의 마인드와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리스크를 안 지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 조직이 100% 성공했다는 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그만큼 큰 성과를 얻기 힘든 안전 일변도의 길을 갔다는 뜻이다. 반면 적잖은 실패를 겪었다는 건 도전적인 가설을 설정하고 행동했다는 뜻이다. 그 가설이 설령 틀렸던 것이고 실험이 실패했다 해도, 그 실패가 진짜 성공의 어머니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왠지 불신이 가는 구도이지만 레알 저커버그의 말이다.
(저 구도가 불신을 낳는 이유)



브레네 브라운에게조차 쉽지는 않은, ‘취약성을 포옹하기’

자, 모든 이야기는 이 총론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이 총론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취약성을 포용하라. 수치심을 벗어나라. 스스로를 손가락질하지 마라. 은폐하고 비난하지 말라. 말하고 공감하라. 보장이 없더라도 마음껏 사랑하라. 그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라…


하지만 총론을 안다 해도 각론에선 실패하는 게 사람이다. 브레네 브라운 본인의 이야기처럼. 브레네 브라운은 『리더의 용기』에서 ‘브레이브 리더스’ 설립 초기, 비현실적인 시간표를 짜곤 해 팀원들의 항의에 부딪쳤던 사례를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브레네 브라운의 대응이 사실 대단하다. 그는 팀원들의 불만을 들은 뒤 ‘알았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물었다. 팀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들은 뒤 그는 이번에도 ‘알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그저 ‘알았다’고만 말하는 건 사실 언짢은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에 불과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문제를 ‘생각해보기로’ 했고, 다음 날까지 기다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대화하기로 했다.


브레네 브라운은 이 과정에서 여러 심리적 장벽에 부닥쳤는데, 이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1) 나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2) 그걸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팀원들이 자신을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3) 그들도 자신의 두려움을 정직하게 말하지 않는 만큼 솔직해지지 않는 것이 합당한 판단이고, 4)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것만으로도 나는 팀원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조직원들의 불만에 부딪친 브레네 브라운의 속마음

이처럼 수치심이 마음의 갑옷을 조립해가는 과정은 단계적이지만 정말 순식간에 이뤄진다. 정말 놀라운 것은 브레네 브라운은 결국 팀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갑옷을 만들었다는 사실조차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브레네 브라운 본인이 자신의 ‘취약성’을 과감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건 사실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나의 ‘취약성’을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이처럼 거북한 소재를 꺼내고, 진실한 대화를 시작하려면 명확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그 가치관이 가이드라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자신을 가리키는 한두 가지의 핵심 가치로 규정되는데, 브레네 브라운의 경우 ‘신앙’과 ‘용기’가 그것이었다고 한다. 아마 ‘용기’란 가치관이 브레네 브라운으로 하여금 자신의 취약성을 과감히 보여준 지침이 되었으리라. 조직 간에 가치관을 공개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면 갈등 해소는 한결 쉬워진다.


물론 일종의 ‘기술’, 갈등 해소를 위한 ‘도구’도 필요하다. 브레네 브라운은 ‘스토리 럼블’이란 도구를 소개한다. ‘스토리 럼블’은 대담하고 진실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열다섯 가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과정이란 대강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당신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 팀원들은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가.
  • 거기엔 어떤 이름표를 붙일 수 있는가.
  • 나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허가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런 과정을 열대여섯 단계 차근차근 밟아 나감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나의 취약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조직 내에서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스토리 럼블’입니다. 이거랑 헷갈리면 안 됩니다.



“취약성을 보여주겠다”는 선언 자체는 의미가 없다

브레네 브라운의 경우처럼, 리더가 스스로 취약성을 드러내는 건 조직 전체가 취약성을 이해하고 이를 주저없이 드러내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리더가 ‘내가 취약성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그도 그럴 만하다. 리더가 그리 말한들 누가 믿겠나…
아무거나 맘껏 시키라 해 놓고 짜장면 시키는 부장님이나 다를 바가 없다.
역시 『리더의 용기』에서 소개하는 데데 하프힐 대령의 사례가 흥미롭다. 항공병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자, 하프힐 대령은 이렇게 말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피로감의 원인은 과중한 업무 속도 뿐 아니라, 외로움에 있을 수도 있다. 만일 여기에서 ‘피곤하십니까’ 라고 묻지 않고 ‘외로우십니까’라고 물으면 몇 명이나 손을 들겠느냐.

‘외로움’이란 감정은 사람들이 쉽게 인정하지 않는 감정이다. 그래서 하프힐 대령은 기껏해야 개중 한 명쯤이나 손을 들 거라 생각했고, 거기에서부터 논의를 풀어가고자 했다. 군인들은 특히 감정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단 점에서 이것도 좋은 착안이었지만, 하프힐 대령은 뜻밖의 상황에 마주한다. 마흔 명 중 무려 열다섯 명이 ‘외롭다’고 손을 든 것이다.


하프힐 대령은 예상 밖의 상황에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것이 중대한 문제임을 직시했고 결국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외로움에 대해 언급했던 적이 없기에, 이처럼 많은 병사가 손을 드는 것을 보니 두렵다. 솔직히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이 다만 피곤한 것 뿐이라면 휴가를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줄 것이지만, 외로움이 진짜 문제라면 그건 오히려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
하프힐 대령은 지금은 경영 리더십 코치라는 직함으로 강연도 하는 중이다.

그는 ‘외로움’이라는 거북한 화두를 던진 것은 물론,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함으로써 대화의 문을 ‘제대로’ 열었다. 그리고 그 결과 과도한 업무로 인한 병사들의 피로는 물론, 연대감과 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



‘수치심’이 조직 관리의 도구가 되었을 때

문제가 하나 있다. ‘용기’가 전염성이 강한 것처럼, ‘수치심’도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즉 정 반대의 경우도 쉽게 일어난다. 수치심은 죄책감과 다르다. 심리학계에선 두 가지를 이렇게 구분한다. 죄책감이 “나는 나쁜 일을 했다”는 것이라면, 수치심은 “나는 나쁜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가치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경우 우리는 죄책감을 느낀다. 이것은 거북한 감정이지만 유익한 감정이기도 하다. 이런 인지부조화가 우리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수치심은 고통을 덜 방법과 적을 찾게 만들 뿐이고, 공감 능력을 결여시킨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은 수치심을 조직 관리를 위한 도구처럼 사용한다. 부하 직원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치심, 모욕감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다. 완벽주의, 편애, 비공식적 통로, 생산성과 결부된 가치 평가, 권위주의, 책임 전가, 차별과 희롱 등은 모두 ‘수치심’과 연결된 키워드다.


수치심은 ‘은폐’라는 가장 파괴적인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수치스러운 짓이 조직적으로 행해지며, 이에 공모하는 것이 문화 자체가 되어버린다. 이런 조직에서는 침묵하고 진실을 감추는 것이 이득이 되며, 리더는 수치심을 이용해 조직원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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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수치심에 저항할 수 없다. 수치심은 ‘관계’의 양면이다. 우리가 서로와 연결되고자 하면 할수록,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그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곧 수치심이기에, 수치심은 늘 우리의 삶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치심은 ‘공감’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공감’은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일 수 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수치심은 회복될 수 있단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치심을 숨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수치심에 대한 진실한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수치심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로서 수치심이 정상화되고 관계에 대한 능력이 향상된다.


수치심의 치유에는 자기연민도 중요하지만, 수치심이란 ‘관계’에 대한 것이므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잘 치유된다. 다만 수치심의 회복 과정에서 필요한 ‘공감’이란, 사실 대단히 어려운 개념이다.


공감이란 단순히 동조하거나, 조언하거나, 판단을 내리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 유감이야” 란 식의 단순한 동조는 상대의 상황을 그저 피상적인 수준에서 바라보는 것 뿐이며, 상대와 진정 함께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나도 그랬다”는 말로 교감을 시도할 때도, 초점은 어디까지나 상대의 상황이어야지 나의 상황이어서는 안 된다. 그냥 대충 공감해주는 척 한다고 해서 진정한 공감이 이뤄질 순 없다.

이런 식으로 공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화와 공감에도, 공부와 기술이 필요해

‘취약성’을 솔직히 이야기하라, ‘수치심’을 숨기지 말라, 상대에게 ‘공감’하라, ‘가치관’을 쌓아라, ‘신뢰’를 만들어라… 총론은 무척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조직 문화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건 브레네 브라운이 말하는 ‘수치심’, ‘취약성’, ‘공감’ 같은 개념이 생각보다 그리 단순한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심리학적인 개념이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취약함’ ‘수치’ ‘동조’ 등과는 조금씩 다르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여기에도 그 나름의 공부가 필요할 수밖에.

이런 기술은 곤란하다.

『리더의 용기』는 브레네 브라운의 연구가 집대성된 일종의 결정판 같은 책이다. 특히 기업문화와 조직문화 등에 ‘취약성’ ‘수치심’ ‘공감’ 등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가 여러 사례, 특히 브레네 브라운 본인의 사례와 함께 기술되어 있다. 저 TED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사인 것은 물론, 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스페셜까지 만든 만큼 어려운 얘기를 무척 쉽고 편하게 풀어간다.


저자 본인이 비행기에서 전부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책을 원했다는데, 아마 충분히 달성하신 듯. 다만 읽기 편한 것과 별개로 내용은 꽤 밀도가 있어, 실제로 조직에 적용하려면 책의 내용을 몇 번 되짚고 곱씹는 과정이 필요할 듯 하지만.


책을 읽기 전에 브레네 브라운의 연구에 대해 가볍게 접해보고 싶다면, TED 강연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페셜도 물론 추천한다. TED는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볼 수 있고, 20여분 정도의 짧은 분량이라 책을 읽기 전에 가볍게 워밍업하는 용도로 보기에 좋다. 물론 TED 강연 내용은 책에 실린 내용에 비하면 가벼운 도입 같은 느낌이라, 더 깊은 내용을 접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책에 손이 안 갈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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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는 갤리온에서 후원하여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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