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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와 성장의 경제학: 일본의 시행착오에서 배우기

아직은 대비할 시간이 있다. 그러나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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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줄어들면 경제는 망할까』(세종서적)는 요시가와 히로시의 책이다. 요시가와 히로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중 한 명인데, 그가 썼던 『케인즈 VS. 슘페터』(새로운제안)을 아주 재밌게 봤었다.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제1장. 경제학은 인구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인류 역사에서 ‘인구 규모’의 개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인구’에 관한 경제학자 맬더스, 케인즈, 빅셀, 뮈르달의 견해를 소개한다.


제2장. 인구 감소와 일본경제


‘인구 고령화’가 일본경제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특히 사회보장비의 급증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다룬다. 일본의 재정적자는 인구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지만 인구 고령화‘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최근 2달간 일본에 관한 책을 5–6권 봤던 셈인데, 일본은 저(底)부담-중(中)복지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제3장. 장수라는 열매


수명의 변화 요인들을 다룬다. 유아사망율은 왜 저하했는지, 수명은 왜 늘었는지, 지니계수를 수명에 적용한 ‘수명 지니계수’를 다룬다. 수명 지니계수를 수치로 제시한 그래프는 처음 봤다. 경제학자들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제4장. 인간에게 경제란 무엇인가


실제로는 ‘경제 성장’이란 무엇인지를 다룬다. 경제 성장의 ‘개념적 본질’을 탐색한다. 경제학 교수를 포함해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경제 성장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경제학을 ‘수학 or 기술’의 일종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인구와 경제 성장에 관한 에세이’로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평생을 거시경제학과 경제 사상사를 연구한 학자답게 ‘내공’이 빛난다. 아주 재밌게 봤다. ‘인구’와 ‘경제 성장’에 대해 경제학적 사색을 돕는 책이다. 그래서 더 좋았다.


책을 보고 인구수과 경제 성장은 ‘원칙적으로’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는 관계가 있다. 먼저 인구수과 경제 성장이 왜 관계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그다음에 실제로는 왜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1. 인구는 왜 경제 성장과 관계가 없나?
인구 성장과 경제 성장은 ‘별개의 논리’로 작동한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래 그림이다. 일본의 인구증가와 경제 성장률을 1870년–1990년까지의 장기 시계열로 비교해서 보여준다.

특히 1950년대가 지나면, 인구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이 ‘별개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인구와 경제 성장률 비교 그래프를 보면, 1920년대부터 인구와 별개로 GDP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울기가 아주 가파르진 않다. 그러다가, 전후(戰後) 기간인 1950년대 이후–1990년대까지는 GDP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한다. 1950년대–1990년대 기간 동안, 일본의 GDP 증가율은 인구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은 고도성장기(1955–1970)와 1차 오일쇼크부터 버블이 끝날 때까지(1971–1990) 기간으로 구분해 연평균 경제 성장률과 노동력 인구를 비교한 도표이다. 고도성장기 성장률은 9.6%였다. 반면 노동력 인구는 1.3% 증가했다. 1차 오일쇼크–버블 붕괴기 성장률은 4.6%였다. 반면 노동력 인구는 1.2% 증가했다.

일본의 고도성장기(1955–1970)와 1차오일쇼크 이후–버블 붕괴기(1971–1990)까지의 구간을 구분했다. 역시 경제 성장률과 인구증가율이 ‘별개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저자는 ‘로지스틱 곡선’을 이야기한다. 로지스틱 곡선은 S자 곡선을 이룬다. 초반에는 증가율이 ‘가속’을 하고, 변곡점을 지나면 ‘제로를 향해’ 감소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생산량에서 성장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실증연구를 했는데, 대표적인 연구가 피셔와 프라이의 연구이다. 이들은 오래된 물건과 새로운 물건의 ‘대체’(Substitution) 개념을 중심으로 모델을 만들었다.

피셔-프라이는 약 100년 동안 미국에 등장했던 다양한 상품을 실증 연구했다. 그랬더니 상품의 발생-성장-소멸이 로지스틱 곡선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지스틱 곡선이 의미하는 것은 상품 개발의 ‘초기’에는 수요=생산량이 급증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로를 향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는 망할까』에서는 이를 수요의 포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수요의 포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개념은 ‘엥겔 지수’다. 1895년 독일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1821–1896)이 벨기에의 가계조사를 통해 발견했다. 풍요로운 가계일수록 식비 지출의 비율이 낮아진다는 이론이다. 엥겔 지수는 현재까지, 모든 나라,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급속한 경제 성장 역시 로지스틱 곡선에 의한 ‘가파른 성장 기울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경제 성장의 둔화 역시 로지스틱 곡선에 의한 수요의 포화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경제 성장의 둔화=수요의 포화 =산업의 성숙은 같은 말이다. 그럼 ‘수요의 포화’를 극복할 방법은 뭘까? ‘수요의 포화’를 극복할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새로운 제품의 혁신이다. 기존의 제품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경우이다.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 창조적 파괴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슘페터 이론이 유효수요 창출과 만나는 지점이다. 책에서는 일회용 기저귀 사례를 보여준다. 일회용 기저귀는 저출산 시대를 맞아 소비 위축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어른용 기저귀’다.

일본에서 일회용 기저귀의 수요 변화.

위 그림은 아이용 일회용 기저귀와 어른용 일회용 기저귀의 상대 변화를 보여준다. 2012년을 기점으로 어른용 일회용 기저귀가 아이용 일회용 기저귀 판매액을 뛰어넘는다. 제품의 혁신에 해당하는 사례다. 경제 성장이란 변화를 일으키는 것, 그 자체다. 그러자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그러기 위해 새로운 공급을 창출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기술의 혁신에 의한 새로운 제품의 탄생이다. 이 부분은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1950–1980년대까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모든 나라는 황금기(Golden Age)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자본주의 경제 성장률은 더 높았을까?


이는 ‘개별 기업가’에 의한 ‘제품의 혁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대적 차이점을 설명해야만 한다. 1950–1980년대 비약적인 경제 성장률을 보여준 것은, 이 기간에 새로운 기술의 혁신에 의한, 새로운 제품의 탄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의 고도성장기(1955–1970)를 상징하는 제품은 신기(神器) 3종이라 불린 흑백텔레비전, 전기냉장고, 전기세탁기였다.


자본주의 역사 전체로 보면 18세기 말–20세기 초반에 걸쳐, 증기기관, 전자기 혁명, 내연기관, 화학 분야에서 과학혁명이 진행된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상품화가 19세기 후반–20세기 후반까지 진행된다. 이로 인해 생활필수품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세탁기, 냉장고, 흑백 TV, 라디오, 컬러 TV, 디지털 TV, 상하수도, 도로, 고속버스, 주택, 자동차, 배(조선), 비행기, 항공우편, 전화기, 컴퓨터 등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상품’들이다.


1950–1980년대에 걸쳐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독 경제 성장률이 높았던 이유는 그 시기에 과학혁명 → 새로운 기술의 변화 → 새로운 제품의 변화가 동시에 전개됐기 때문이다. 로지스틱 곡선으로 보면, 기울기가 가파른 국면에 올라탔던 제품의 개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많았다.


그렇게 본다면 인구가 줄어들지 않았더라도 경제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감소했을 것이다. 요컨대 경제 성장률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요의 포화=산업의 성숙=로지스틱 곡선의 기울기 감소이다. 인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차적인 요인이다.



2. ‘인구’는 어떻게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나?

출처YTN

요시가와 히로시가 인구와 경제 성장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경제학자들의 견해이다. 특히 맬더스와 뮈르달에 대해 (짧지만) 비중 있게 언급한다. 둘째, 고령화로 인한 일본의 재정적자, 고령화로 인한 일본의 사회보장비 지출을 주로 다룬다.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는 망할까』에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인구’와 ‘경제 성장’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1) 농업 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이행하는 경제발전 초창기와 2) 고령화 시기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1)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이행할 때, 인구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루이스 전환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농촌의 과잉인구가 많은 경우 노동 수요에 비해 노동 공급이 많다. 자본은 ‘낮은 인건비’로 노동력을 구매한다. 반대로 농촌의 과잉인구가 소멸해 노동 수요에 비해 노동 공급이 부족할 때 수요-공급에 의해 인건비는 상승한다. 이를 ‘루이스 전환점’이라고 한다.


2) 고령화 시기, 인구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부양비다. 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65세 이상 어르신과 15세 미만 아동을 돌보는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65세 이상+15세 미만의 합계인 40명을 돌보면 부양비는 0.4가 된다. 요시가와 히로시의 표현을 인용해보자.

따라서 저출산으로 현역 세대가 감소하고 고령화로 인해 고령자가 증가하면 사회보장급부는 팽창하는 반면, 이를 지탱할 재원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가 재정은 이렇듯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힘들어지는 사회보장의 살림을 등에 업게 된다. 국가의 또 다른 문제인 ‘재정적자’를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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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경제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한 부양비의 증가는 ‘세금을 납부하는’ 현역 세대는 줄어들고, ‘복지혜택을 받는’ 은퇴세대는 증가하기에 현역 세대의 세금 부담이 가중되거나, 정부의 재정적자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그 자체가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현역 세대의 증세부담이나 정부의 재정적자를 야기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는 비슷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른 것이다. 실제로 해법도 달라진다.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출처KBS

얼핏 알고는 있었지만 일본의 고령화 속도도 매우 놀라웠고, 일본의 사회보장 지출 비중도 매우 놀라웠고,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더 놀라웠다.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14%, 20%인 경우를 각각 *고령화사회(7%) *고령사회(14%) *초고령사회(20%)라고 표현한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 사회, 1994년 고령사회, 2007년에 초고령사회가 됐다. 201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6.7%이다. 헐, 인구 4명 중 1명이 ‘고령자’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가 된 나라다. 일본은 고령사회까지 24년, 초고령사회까지 12년이 걸렸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한국은 고령화사회(7%, 2000년), 고령사회(14%, 2017년), 초고령사회(20%, 2026년)를 달성한다. 고령사회 도달 17년, 초고령사회 도달 9년이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2020년이면 한국에서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는 770만 명이 된다.


일본의 ‘사회보장 급부’와 그로 인한 ‘재정적자 규모’가 충격적이었다. 사회보장 급부는 총 120조 엔(1,200조 원)이다. 일본의 GDP는 500조 엔(5,000조 원)이다. GDP의 ¼(25%) 규모를 사회보장급부로 지불한다. 참고로 한국은 약 10%를 지불한다.


일본의 사회보장급부 내역을 보면, *연금 56.2조 엔 *의료비 37.5조 엔 *간병, 양육 지원금 15조 엔 *기타 8조 엔이다. 재원 조달은 보험료 60%, 조세 40%이다. 보험료와 조세 모두 현역 세대가 부담하고, 은퇴 세대가 혜택을 받는 구조다. 아래 그림은 사회보장급부 내역과 재원 조달을 보여준다.

일본의 사회보장급부비가 무려 116.8조 엔이다. 한국 돈으로 치면 1,170조 원이다. 일본이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핵심 이유이다. 재원조달은 보험료가 약 60%, 조세가 약 40%이다. ‘급부’의 대부분은 연금, 의료비, 간병, 육아로 지출된다.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도 충격적이다. GDP의 200%(2015년 기준)이다. 정부의 부채 규모는 985조 엔(한화로 9,850조 원)이다. 이 규모를 일본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664만 엔의 빚이 있다. 개인 부채 말고, ‘정부 부채’만 국민 1인당 (한화로 보면) 6640만 원을 진다. 와우, 놀라운 규모다.

위 그림은 일본의 세출-세입 추이를 보여준다. 맨 위쪽 점선 그래프는 ‘세출’, 그 아래 실선 그래프는 ‘세입’, 막대그래프는 ‘공채 발행액’이다. 일본 정부의 ‘세출’과 ‘세입’, 그리고 ‘국채 발행’을 보여준다. 버블이 꺼지는 1990년 즈음부터 세입 대비 세출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괴리’가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괴리를 국채=공채를 통해 메운다.

위 그림은 이렇게 늘어난 ‘세출’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보여준다. 늘어난 부분은 크게 두 종류이다. 첫째, 맨 꼭대기에 표시된 국채비다(2015년 기준). 전체 세출의 23.5%다. 쉽게 말해 ‘국채 발행에 대한, 이자 비용’이다. 둘째, 사회보장관계비다. 막대그래프의 맨 하단에 있는데, 전체 세출의 31.5%를 차지한다. GDP의 200%를 초과하는 일본의 재정적자 ‘급증’이 사회보장 관계비의 급증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해법의 한국 방식과 일본 방식

고령화의 해법은 무엇일까? 현재 한국 방식과 일본 방식이 있다.


현재 한국 방식은 어르신들의 경우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율, 세계 최고의 노인 빈곤율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의 진보는 “돈보다 생명을” 중요시하고 ‘평등’과 ‘인간 존엄’을 주장하지만 정작 어르신들의 빈곤율 및 자살율, 청장년 세대와 어르신 세대의 불평등, 어르신들의 죽음에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소극적이다. 한국의 노동운동도, 진보도, 지식인도, 정치권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마도 ‘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일본 방식은 저부담-중복지와 세계 최고 재정적자의 패키지다. 일본은 한국처럼 ‘죽게 내버려 두는’ 방식을 쓰지는 않는다. 다만 소비세 인상을 할 경우 경기후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국민들이 소비세 인상을 싫어하기 때문에 ‘정부 부채’를 통해 메꾸는 중이다. 일본은 선(先) 국채발행, 후(後) 경기활성화, 후후(後後) 소비세 인상의 경로를 취한다.


그러나 2026년이 되면 한국은 ‘초고령 사회’가 된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어르신의 비율이 20%를 돌파한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2020년이면 770만 명, 2030년이면 1,200만 명이 된다. 2040년이면 1,500만 명이 된다.


그럼 대안적 해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일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고령화-고령사회-초고령사회가 공포스러운 근본 이유는 일하는 사람 =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복지 혜택만 받는 사람의 규모는 늘어나기 때문에, 그 비율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령화는 왜 진행되는가? 수명연장 때문이다. 수명은 왜 연장되는가? 의학의 발달로 인해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가 과거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산가능인구’의 개념적 기준을 15세–64세로 한정해서 볼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지식 자본주의에서 ‘지식’은 암묵지(暗默知)와 체험지(體驗知) 형태로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축적되는’ 경우도 많다. (근력의 경우는 나이를 먹을수록 퇴화한다.)


다만 한국의 경우 노동시장 3중 구조를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의 노동은 *중심부 노동 *주변부 노동 *반(半)노동 혹은 비(非)노동으로 3등분 되어 있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서 논의하던 단순한, 법적인 정년연장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중심부 노동만 혜택을 봐서 특권의 강화, 불평등의 확대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의 전제조건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반(半)노동 혹은 비(非)노동 상태의 어르신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 능력 있는’ 어르신과 ‘근로 능력 없는’ 어르신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안 몇 가지 팁
첫째, 인구, 세대(가구 수), 경제활동 참가자 개념은 모두 다르다. 이들 개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모두 다르다. 예컨대, 소비에서 중요한 개념은 세대=가구 개념이다. 인구는 늘지 않아도, 가구=세대가 많아지면, ‘소비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인구는 그대로여도, 집이 한 채 더 많아지면, 가구, 냉장고, 세탁기 등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구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에서는 ‘가구=세대’가 중요하고, 공급에서는 인구 중 경제활동 참가율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필연적으로 ‘부양비’를 낮춘다.)


둘째, 유아 사망률이 줄어든 원인을 알게 됐다. 일본의 경제학자인 오구라 세이리쓰와 스즈키 레이코는 1950–1965년 고도경제 성장기에 일본의 현-시-군별로 출생률 데이터를 상세히 조사했다. 이를 통해, 유아 사망률이 줄어든 원인을 규명했다. 유아 사망률이 줄어든 이유는 ① 자택 출산이 아닌 병원 및 진료소에서 출산하면서 유아 사망률이 급감한다. ② 출산할 때 병원 및 진료소를 이용하는 경우는 엄마의 교육 수준과 가계의 소득 수준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즉 교육 수준+소득수준 상승 → 자택 출산 감소 + 의료기관 출산 확대 → 유아 사망률 축소의 메커니즘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1950년까지만 해도 일본 전체 출산의 97%가 ‘자택 출산’을 했다. 대도시였던 도쿄조차도 자택 출산율이 78%였다.


셋째, 놀라운 것은 중국의 인구 규모와 추이였다. 기원후 2년, 중국 인구는 이미 600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57년경에는 2,1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내란, 전쟁, 살육과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줄었다. 중국은 청나라인 건륭 57년인, 1792년에 3억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 규모였다. 참으로 놀라운 규모다.

반면 1798년 일본의 인구는 3,000만 명이었다. 1920년 일본의 인구는 5,600만 명에 근접하고, 1975년에 1억 1,000명을 넘는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보면

첫째, 인구 성장률과 경제 성장률을 원칙적으로 별개다. 경제 성장률은 S자 형태를 갖는, 상품 발달의 로지스틱 곡선에 따라 좌우된다. 기업가 개인의 창조적 파괴도 중요하고, 시대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수록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둘째, 인구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루이스 전환점’이다. 농촌의 과잉인구가 ‘값싼 노동력’으로 작동하는 경우이다. 둘째, ‘고령화’로 인해 경제주체에게는 ‘증세부담’, 정부에게는 ‘재정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셋째, 고령화에 대한 대안적 해법의 핵심은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리셋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적 현실을 고려할 경우, 반(半)노동, 비(非)노동에 있는 어르신이 혜택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넷째, 고령화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성공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일본의 재정적자는 세계 최고 수준인 GDP 대비 200%가 넘고, 사회보장비 지출은 GDP 대비 1/4(25%)가 넘는다. 일본의 ‘세출 구조’를 보면 국채 이자 비용 갚는 것에만 23%를 사용하고, 사회보장비 지출에 32%를 지출한다. 한국은 고령화에 대한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경제활동 참가율 감소, 경제 성장률은 모두 별개의 개념이다. 이것들은 모두 별개의 개념이기에 노동시장 제도, 사회보장 제도, 건강보험 제도, 조세 제도와 ‘어떻게 연결해’ 설계하느냐에 따라 부작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경제도 망치고, 사회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서둘러야 한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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