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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개각에 대한 단상 1: 향후 한일 관계는 여전히 안개 속

조회수 2019. 10. 3.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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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

9월 11일 아베 내각의 개각이 이루어졌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고노 다로 외무상은 국방상(국방부 장관)으로 유임이 결정되고, 젊은 정치가이자 포스트 아베로 하마평이 무성한 38세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4선 의원이 환경상(환경부 장관)으로 첫 입각을 이루었다. 이번 개각의 명분을 아베는 ‘안정과 도전의 강력한 포진’이라고 한다. 안정은 정권의 안정을 뜻할 것이고 도전은 무슨 도전인지 오리무중이다.


이번 개각은 2012년 12월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제2차 아베 내각 발족부터 함께해온 아소 다로 부수상 겸 재무상, 그리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제외한 19명의 각료 중 17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개각이 된다. 처음으로 입각을 한 사람도 13명에 이른다. 그중에 고이즈미 신지로가 포함된다.

무슨 문제든 ‘섹시하게 해결하겠다’는 말로 퉁 치고 ‘의미를 설명하는 것은 섹시하지 않다’며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된 그분.

일본은 의원내각제의 정치체제이므로 내각이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그 내각의 수반 즉 최고 대장이 수상이며, 각료의 숫자는 내각법에 의해 14인 이내이며, 특별한 경우에는 17인까지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잉? 그런데 이번 아베 내각이 19명이라는 건 뭔가 싶을 것이다.


사실은 내각법 부칙에 2011년 3.11 대지진의 부흥을 담당하기 위해 설치된 부흥청 대신과 내년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치루기 위한 대신 포스트를 하나 더 마련해 19명이 된 것이며, 이는 임기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기본적으로는 17명까지가 최대 인원이라고 보면 된다.



왜 1년에 한 번씩 개각하는가

일본의 개각은 대략 1년에 한 번씩 이루어진다. 가끔 2년 정도의 경우도 있으나 드문 경우다. 그럼 왜 1년에 한 번씩 개각하는가?
출처: KBS

첫째, 수상의 리더쉽을 유지하고 확대해 정권 기반 강화를 꾀하는 목적이 있다. 수상이 갖는 절대권력인 인사권을 행사해 후계자를 키우기도 하고, 반대로 라이벌인 정적을 내각에 편입 시켜 정치적 행동반경을 제약하는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또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함으로써 원활하고 효율적인 국정 운영으로 정권 강화와 함께 수상의 리더쉽을 강화한다.


둘째, 당내의 파벌 균형과 조정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자민당의 총재가 수상이므로 수상은 행정부의 수반임과 동시에 자민당의 오야붕이다. 정부와 당을 두루 아우르는 인사를 통해 당내 파벌의 균형을 꾀함과 동시에 당내 불만을 희석하는 효과가 있다. 각 파벌에 안배하는 인사가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번 개각에서 당내 최대 라이벌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는 물론 그 파벌에서 한 명도 입각이 없다. 라이벌 이시바에게 엿먹이는 개각인 것이다. 이는 아베의 장기집권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이며, 나한테 섣불리 개기면 국물도 없다는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시바의 입지가 더욱 초라해지겠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시바 시게루.
마지막, 대국민 이미지 쇄신이다. 일본의 내각은 과반수가 국회의원이어야 한다. 즉 반수 이하의 대신은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학자나 전문가가 발탁되어 장관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한국처럼 흔하지는 않다. 과거 고이즈미 정권 때는 이런 정치가가 아닌 민간 전문가를 발탁해 쓰는 것이 눈에 띄었으나 아베 정권 들어서는 줄어들었다. 

아무튼 국민들도 매일 똑같은 얼굴을 반복해서 보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유효기간이 지났다 싶으면 새 얼굴로 교체해 참신한 이미지로 쇄신하는 것이다.


제4차 아베 내각 개각의 분석

그러면 이번에 이루어진 제4차 아베 내각의 개각에 대해 분석해 보자. 우선 주목할 것은 한국과의 마찰에 큰 역할을 해온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이 국방상으로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고노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아비와는 달리 싸가지도 없고 인상도 뭐 같은 자지만, 아베로서는 한국 정부에 자신을 대신해 강경한 태도로 대응해 준 것에 대한 평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 공로(?)를 사서 이번에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한국과의 관계를 풀기 위한 강경 카드로 고노를 재신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장관으로서 한국 정부에 더 무례하게 막무가내 논법으로 달려들 수 있으므로 요주의다.

출처: EVGENIA NOVOZHENINA / REUTERS
고노 다로.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정말 인상이 좋지 않다(…)

한국 무역 보복의 선봉에 서서 진두지휘했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 이동했다. 아마도 외무성과 경산성의 엇박자 속에 무역 제재를 밀어붙인 결과, 당초 아베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한 국면을 초래한 것에 대한 좌천성 인사로 보인다. ‘짜슥 할려면 제대로 잘해서 단숨에 한국의 숨통을 끊어놨어야지 이게 뭐냐’ 임마 하는 식이다.


한편으론 개헌을 실행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의 논의를 거쳐 발의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난번 참의원 선거에서 ⅔ 확보에 실패한 참의원이 아베로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다. 따라서 세코를 참의원 간사장으로 임명해 참의원을 통괄하고 지휘하면서 개헌에 우호적인 야당 인사들을 포섭해 심의 과정과 발의에 찬성하도록 하는 키맨으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좌천성인지 아님 후자인지는 좀 더 형세를 지켜보며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또한 한일마찰의 창구와도 같은 외무대신을 교체했다는 것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시그널일 수도 있지만,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아베는 계속해서 대한(対韓) 강경노선으로 밀고 나갈 것이고, 그래야만 할 것이므로 표면적으로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새로 외무상이 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는 9선의 베테랑 의원으로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국제파로도 알려졌으며 한일의원연맹의 멤버이기도 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모테기 도시미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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