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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청년들을 '책 읽지 않게' 만들고 있다

조회수 2019. 9. 25.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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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이미 독서는 의무이고, 강요이고, 일에 가깝다.

청년 세대의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출판시장은 대부분 중년 독자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책을 멀리하는 현세대를 비판하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청년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오해에 가깝다. 사실 충분히 많은 책을 본다. 하루 중 절반 이상은 책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흔히 출판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대중 교양서 중심의 책이 아닐 뿐이다.


청년들은 주로 취업에 필요한 토익 보카, 리스닝, 리딩 따위의 책과 공무원 준비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험서, 대학 교재, 학교에서 과제로 내주는 책, 논문을 읽는다. 토익을 대략 반년에서 1년 정도 준비한다면 그에 들어가는 책만 최소 10권이 넘는다. 파트별 기본서, 실전 모의고사, 단어장이나 그 밖의 프린트 따위를 모두 합친다면 말이다.

출처: KBS

누구도 종일 텍스트만 읽을 수는 없고, 그러지도 않는다. 나도 매일 30분 정도씩 웹툰을 본다. 여가 시간에 독서를 하지 않고,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TV만 본다는 식의 비판이 마냥 타당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전공 서적들, 취업 준비에 필요한 책들, 수험서들, 학교 교재들 따위를 읽다 보면 읽지 않는 시간도 바라게 된다. 학교를 오가는 지하철에서, 하루 일과가 끝난 밤에, 여유가 있는 주말에만큼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


새로운 매체가 과거의 매체인 텍스트, 책, 독서 따위를 몰아냈다는 이야기에는 과장된 면이 있다. 그보다 우리 사회에 떨어지는 독서율은 공부와 책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더 관련이 깊을 수 있다. 청소년기 때부터 모든 학생이 종일 읽기를 강요당한다. 교과서, 전과, 문제집, 학종을 위한 권장 도서, 논술을 위한 억지스러운 고전 읽기의 무덤에 파묻혀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학점 경쟁과 취업 경쟁은 대학생 또한 같은 처지로 내몰았다. 그들은 덜 읽고 싶다.


그러니 독서를 권장한다면서 온갖 캠페인을 벌이고 국가적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한다지만, 그런 일들이 청년 세대의 독서에 미칠 영향이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공부와 대학과 생존이 비효율적으로 착종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독서는 결코 여가나 취미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없다.

출처: YTN

지금의 독서는 생존하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취업하기 위한 수단에 위치해 있고, 누구도 그런 일을 즐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놀이도 일이 되고, 의무가 되면 싫어지는 법이다. 청년들에게 이미 독서는 의무이고, 강요이고, 일에 가깝다. 과연 현시대가 청년에게 요구하는 그 공부가 결국 사회 전체에, 어느 회사에, 이 국가에 그렇게까지 필요한 일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일이다.


공무원이 유물들의 출토 연도 따위를 외우는 게 전 사회적으로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 회사원들이 토익 PART2 만점을 받는 게 경영에 진실로 도움되는 일인지, 교수가 강의하는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받아적어 외우는 것이 훌륭한 인재가 되는 일인지, 평생 다시 볼 일 없는 논문이나 전공서적들을 학점을 따기 위해 강제로 읽어야만 하는 것인지, 그 모든 의무가 ‘미래’와 ‘생존’을 볼모로 잡고 이루어지는 현실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결국 독서율이라는 문제 또한 이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 문제적이면서도 비효율적이고 타당성 없는 현실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악질적인 구조는 점차로 모든 영역을 엉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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