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원인을 찾아: 결혼 파업, 여성의 고학력화와 가사노동 폭탄, 경력 단절이 만날 때

조회수 2019. 9. 24. 12: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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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자 출산율 하락'이 아니라 '미혼 여성 증가'가 핵심이다.

홍춘욱 박사의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는 ‘저출산’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온다. 일부는 알고, 일부는 정확히 몰랐던 내용이다. 정치와 선거 공학에서는 반감의 동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은 문제해결을 다루는 영역이다. ‘솔루션’이 중요하다.


솔루션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책과 사회과학이 만나는 지점이다. 그간 ‘저출산 문제’가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것은 원인 분석 자체가 매우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홍춘욱 박사 책에 나오는 ‘저출산’ 관련 데이터 요약을 포함해서 내 생각을 보태면 아래와 같다.


1. 한국은 고학력 여성일수록 미혼율이 높다. 한국에서 여성의 경우 고학력 수준과 미혼율은 비례한다. 즉 학력이 높을수록 미혼율이 높고, 학력이 낮을수록 결혼율이 높다. (반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많은’ 선진국은 여성 미혼율의 학력 간 차이가 별로 없다.)

출처: 홍춘욱, 『인구와 투자의 미래』
출처: 앞의 책

2. 한국의 저출산은 ‘기혼자의 출산율 하락’이 핵심이 아니라 ‘미혼 여성의 증가’가 핵심이다. 즉 저출산의 원인은 ‘결혼 파업’에 있다.



두 개의 폭탄

3. 고학력 여성의 결혼 파업이 높은 이유는 결혼했을 때 ‘두 개의 폭탄’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첫째, 기혼 여성은 가사노동 폭탄을 맞게 된다. 2014년 기준, 미혼 여성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1시간 3분이다. 반면 배우자 있는 여성의 가사노동은 4시간 19분이다. 배우자 있는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0분이다. 이 수치에는 전업주부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분담 시간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출처: 앞의 책
출처: 앞의 책
출처: 앞의 책
둘째, ‘경력 단절’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 폭탄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선진국 여성에 비해 약 10%p 낮다. 그런데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낮은 게 아니라 출산 및 육아 연령대인 20대 후반~40대 전반에서 특히 낮아진다. 즉 ‘M자 노동시장 곡선’ 때문이다. M자 노동시장 곡선이 작동할 경우, 고학력 여성일수록 경력 단절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그래서 고학력 여성일수록 결혼 파업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4. (책에는 안 나오지만, 덧붙이면)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급증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미루어 짐작건대 1990년대 초반 학번 여성이 사회에 진입했을 때부터 출산 파업이 증가하고, 그만큼 출산율 하락이 발생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래 그래프에도 나오듯 2009년을 기점으로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추월했다. ‘학벌’은 여성이 우월한데 ‘문화’는 남성이 우월한 미스매치는 결혼율을 더 낮출 가능성이 높다.



결혼 파업의 3중 인센티브

한국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선진국보다 높을 정도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높게 증가했다. 반면 가사노동 분담 비율이 낮은 것에서 알 수 있듯 가부장제 문화는 선진국보다 훨씬 더 강한 편이다. 한국 여성은 3중적 의미에서 결혼 파업의 인센티브가 강하게 작동한다.


  1. 여성은 결혼하면 가사노동 폭탄을 맞는다. 물론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분담 데이터는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2. 고학력 여성이 많기에 경력 단절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고학력 과정에서 ‘투입된 교육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게 된다.
  3. 고학력 여성이 많기에 결혼을 포기하면 ‘직장에서 일을 통한 자아실현’을 접근권이 가능하다.

위 분석에 입각할 경우 저출산에 대한 정책적 해법은 결혼 파업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결혼 파업이 발생하는 원인 제거에 정책적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하나의 아이디어로 신규 아파트를 지을 때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을 의무화하는 것처럼, 아파트 단지 내 24시간 식당을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가사노동의 대부분은 결국, 음식, 설거지, 청소, 빨래, 아이 돌보기다. 이중 공동으로 처리해서 규모의 경제를 키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키워 가사노동의 탈여성화=사회화(?)=혹은 산업화(?)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20세기 여성권익 증진을 개선한 최대의 공은 정치적으로는 ‘보통선거권’, 경제적으로는 ‘세탁기’의 발명이었다. 여전히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중요하다. 저출산 해법이자 여성의 권익증진을 위해서도. 물론 가사노동의 남녀분담은 그것대로 강화돼야 한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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