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뷰가 말하는 생존형 게임의 종말: '월드오브탱크' 배틀로얄 모드에 대하여
고인물화 될 수밖에 없는 배틀그라운드
나는 온라인 FPS 게임을 좋아하진 않지만(개못하니까) 배그 출시 당시에는 한동안 재밌게 즐긴 기억이 있다. 총 잘 쏘는 것과 오래 생존하는 건 비슷하면서도 약간 궤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생존 구역 정중앙 쪽 나무에서 쥐 죽은 것처럼 엎드려 있다가, 예닐곱 명 남았을 즈음 ‘슬슬 나가도 괜찮겠지’ 하고 튀어 나갔다가 삽시간에 잡혀 죽는 ‘매미 메타’를 자주 즐겼다. 누군가는 벌레 같은 플레이라고 비난했지만, 실제로 벌레 콘셉트의 플레이였기 때문에 그다지 상처는 되지 않았다.
다만 배그 역시 유저 실력의 상향 평준화를 피할 수 없었다. 악착같이 살아남아 강해지는 건 고사하고, 어느 정도 강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게 돼버렸다. 게임을 하면서 얻는 희열이나 기쁨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왜 같은 게임을 하는데 나는 초식동물 아니 매미 역할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인류의 패악질 덕분에 매미도 멸종해가는 추세라던데 나 또한 별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배그, 그리고 배틀로얄 게임은 내 삶에서 아스라이 멀어져 사라졌다.
내게도 탱크 한 대가 있었다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무렴 사람은 너무 약하다. 총은 무슨, 실제론 큐티클만 좀 뜯어져도 ‘으아아악’ 하고 비명횡사 직전까지 가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 마당에 뚝배기 하나 들고 전장을 뛰어다닌다는 건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배그를 플레이하면서 ‘제길 나한테 탱크 한 대만 있었어도’ 같은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연약한 인간의 몸 대신 강인한 탱크가 돼 살아남는 게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월드오브탱크〉의 배틀로얄 모드다. 우리 나약한 플레이어들은 이제야 비로소 탱크를 타고 전장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도 다 탱크이긴 한데 그런 건 딱히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탱크인 게 중요하지.
너도 나도 죽창이 아닌, 너도 나도 탱크로 공평하게 싸우자
현대인들의 삶은 고단하다. 1년 내내, 온종일 결과로만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좋은 결과 이면의 되먹지 못한 과정은 외면되고, 아무리 과정이 정정당당했다한들 결과가 구리면 쿠사리를 먹는다. 심지어 게임에서까지 이런 경향이 있다. ‘결과 지상주의’는 이미 대한민국의 정서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린 모양이다.
그러나 〈월드오브탱크〉의 배틀로얄 모드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누구나 최후의 1인은 될 수 없을지언정 힘이 닿는 데까지 멋지게 싸우는 것만큼은 가능하다고……. 내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은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최고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수능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서, 정확히 1년 반 만에 자퇴서를 제출했지만 후회는 전혀 하지 않는다. 부디 여러분도 단 15분으로 영화 〈퓨리〉의 브래드 피트가 된 기분을 느껴보시길.
〈월드오브탱크〉 배틀로얄 모드 바로 가기
※ 해당 기사는 월드오브탱크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