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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회사에서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는 위험하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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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아니요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비서들이 겪은 황당 에피소드인데, 각종 댓글로 이루어져 출처를 적지는 못했습니다. 어쨌든 이런 식입니다.

한창 신입 때 일입니다. 한 번은 사장님이 부의(賻儀) 봉투 하나를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부의 봉투 어떤 것인지 아시지요? 상갓집 갈 때 조의금 넣는 봉투요. 당시엔 몰랐거든요. 저는 좀 의아해하며 사장님이 찾으시는 봉투를 열심히 만들어서 갖다 드렸습니다. 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누런 큰 봉투에다 굵은 매직으로 ‘V’ 자를 큼지막하게 써서 사장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왔지요.
골프채 뒤에 손잡이 있지요? 그걸 샤프트(shaft)라고 하는 모양인데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달라고 하셔서 기획실까지 가서 샤프 빌려다 드린 적 있습니다. 외국 바이어 있는 자리에서요.
원장님이 부원장님 오시면 전화 달라고 하셨어요. 제가 부원장님께 “원장님께서 전화 달라십니다” 하니까 전화기 코드까지 뽑으셔서 통째로 주시면서 “왜 전화기를 달라고 하시지?”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똑같은 정보를 듣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저도 비서실에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특히 문상 가려고 준비하다가 책상 위에 놓인 큼지막한 ‘V’ 자 봉투를 보고 갸웃, 했을 사장 얼굴이 떠올랐어요. ‘부의’라는 단어를 난생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요.


하지만 생각해봐요. 저 역시 입사 전에 남의 장례식장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당연히 부의 봉투는 본 적도 없지요. 사실 봤어도 몰랐을 겁니다. 賻儀(부의)라는 한자를 읽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축의든 부의든 제대로 된 조의금 문화는 회사 와서 처음 경험한 셈입니다(노파심에 말하자면 첫 번째 사례 제 얘기 아닙니다). 그러니 습관적으로 아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장 스트레스가 꽤 높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를 말하는 건 당연히 ○○이지.

아뇨. 몰라요. 모릅니다. (단호)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는데 누가 정확히 알아듣겠어요? 그리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부사장의 해외 출장용 비행기는 규정상 퍼스트 클래스라고 해봐요. 그러면 퍼스트 클래스 예약이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마침 그룹의 사장단 해외 일정과 겹쳐서, 계열사 사장 숫자만 해도 일등석을 꽉 차고도 남을 정도라면, 예약한 일등석을 비즈니스로 바꾸는 게 센스입니다. 상사는 비즈니스를 타고 가는데 부하 직원인 자기가 회장, 부회장, 사장단 사이에 앉아 간다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요.


그러니 기존에 규정집에 똑똑히 적혀있는 ‘당연한 것’조차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닌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 시킨 일을 잘 알아듣는 능력 못지않게, 시키는 걸 잘 전달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거죠.



시킬 때부터 원하는 결과의 조감도를 그려줍시다


‘국내 바이오산업 현황 및 발전 방향’ 관련해서 10~15페이지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해봅시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해요.

○○○ 보고서 만들어줘. 상무님이 찾으시네. 길게 쓸 필요는 없고 국내 문제점과 개선방안 위주로 쓰면 돼. 해외 사례도 같이 써주면 좋고.

김 대리, 이해했지? 응? 응?

오! 이걸 듣고도 마음에 쏙 들게 해 오는 사람이 있다면 놀랍습니다. 정말 일 잘하는 친구이거나 아니면 지시한 사람과 오랫동안 일을 해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겠지요.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사람과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적당히 잘 아는 사람과 일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이 정도로 지시할 때는 시키는 사람도 머릿속에 조감도가 있는 거겠죠. 그러면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얘기하지 말고 친절하게 그려줍시다. 냅킨에 펜으로 그리던, 화이트보드에 써주던, 아니면 이메일에 써주든 간에 말입니다. 시키는 사람이 5분 더 쓰면, 실행하는 사람은 하루 이상 줄일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다음은 제가 부서원들에게 일을 시킬 때 그려주던 조감도입니다. 부서원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결과물 수준이 다르긴 했지만, 원하는 방향과 전혀 다르게 가져온 때는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키는 사람이 5분이나 10분을 써서 조감도를 그려주면 모든 일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자기도 모르는 걸 시키는 건 비겁합니다


찔리는 분이 많으시죠? 많은 중간 관리자들이 만성피로에 시달리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얼른 다른 사람(특히 부서원)에게 넘기고 싶어 합니다. (물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반성합니다. 지난날 내 후배님들.) 물론 혼자서 문제를 붙들고 있다가 시기가 늦어져서 모두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보다 신속하게 담당자에게 인계하는 게 훨씬 좋긴 하죠. 하지만 문제는 자기도 모르는 걸 시키는 경우입니다.

아니, 모를 수도 있지 제가 어떻게 모든 업무를 다 알면서 시키나요?

이런 항의가 들리는 듯하네요. 물론 당연한 말씀이에요. 위로 올라갈수록 업무 범위가 비례해서 넓어지는데 실무자의 업무 하나하나를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언급하고 싶은 건 두 종류의 나쁜 방식입니다.

1. 상사의 지시 사항인데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도 잘 모르겠는 경우


팀장, 임원 등의 중간 관리자들은 본인의 상사로부터 내려온 업무를 다시 밑에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중간 관리자가 자신의 상사가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모르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저 두루뭉술하게 주문하거나 위에서 내려온 메일을 설명 없이 그대로 토스할 테고, 그 밑의 직원들은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식으로 온갖 쓸데없는 업무를 해야 할 겁니다.


이건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중간 관리자는 애초 업무 지시자가 얘기할 때 모르는 부분을 질문해서 가능한 원하는 걸 구체화해줘야 합니다. 회사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은 나도 저 임원이 무슨 개떡같은 소리를 하는지 찰떡같이 못 알아듣겠는데, 입사 3년 차 직원이 내가 전달한 정보만 듣고 그 임원의 심중을 꿰뚫을 리가 있겠습니까.

팀장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그분의 마음을 대신 읽어드리겠습니다. (feat. 울지 마, 박 과장)

2. 내가 원하는 방향을 아직 생각 안 해본 경우


두 번째는 좀 더 죄질이 나쁜 경우입니다. 자기가 지시하면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생각을 안 해보는 경우죠. 일단 가져오면 그때 생각하려는 태도입니다. 외부기관에서 마케팅에 관련된 강연 요청이 왔다고 해봐요. 그때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 계신가요?

○○에서 마케팅 관련해서 강연하기로 했어. 스무 슬라이드 정도로 PPT 만들어줘. 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보고하고.

난 바쁘니까 일단 해오면 그때 다시 볼게.

자기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정하지도 않고, 일단 만들어오라고 하면 담당자는 고생길이 훤히 열린답니다. 나도 모르는 마음을 그 친구가 어찌 아나요. 그러니 시키기 전에 10분만 생각해봅시다. 그래서 최소한 이렇게라도 얘기해줘요.

○○에서 마케팅 관련해서 강연하기로 했어. 슬라이드는 스무 장 정도 하면 될 것 같아. 2/3는 성공사례 위주로 하고 1/3은 실패 경험을 공유하려고 해. 성공했던 사례는 우리 부서에서 성공했던 A 제품 광고와 지난달 SNS 홍보 있지? 어떻게 진행했는지와 시장 반응을 같이 써줘. 그리고 실패 사례는 2016년도에 했던 박람회 그거 쓰면 돼. 얼핏 기억나는 건 이 정도인데 사례는 김 과장이 더 찾아봐 줘. 궁금한 것 있어? 지금 물어봐. 괜히 나중에 고생하지 말고.

회사에서는 직급이 높을수록 시간이 비싸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저렴한 사원의 시간을 흥청망청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원문: 박소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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