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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 왜 필요할까?

조회수 2019. 5. 3.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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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하는 약간 교육적인 놀이

사교육 없이 학교에서 하는 공교육과 가정교육만으로 우리 아이가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로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부모의 마음이 같을 것이다. 공교육만으로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내는 북유럽의 교육제도에 대해 전해 듣기만 해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동경과 공경이 샘솟는다.


흔히 ‘홈스쿨’이라고 하면 ‘사교육’의 반대말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홈스쿨은 ‘공교육’의 반대말이다. 공교육이 아닌 교육은 가정교육과 학원을 포함해서 모두 사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그중에서 가정교육을 홈스쿨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헌데 우리들 마음속에서 ‘가정교육’이라고 하면 도덕 교육과 예절 교육, 인성교육 정도의 범주에서 생각이 멈추고 만다. 아무래도 유교 문화권 내에서 전해 내려온 ‘가정교육=인성교육’이라는 인식이 익숙한 탓일 것이다.


혹자는 학교를 아예 다니지 않고 집에서 모든 공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홈스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검정고시로 각 교육단계의 졸업 자격을 취득하는 대신, 부모가 개인에게 맞춰진 적성과 흥미 위주의 수업으로 커리큘럼을 짜주는 방식이다.


앞으로 다룰 ‘홈스쿨’이란 인성교육을 뜻하는 가정교육도 아니고, 집에서 학교 공부를 대신하는 공교육의 대안 교육도 아니다. 3-11세 유년기 아이들에게 부모와의 뜻깊고 유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추억을 선물해주는 ‘약간 교육적인 놀이’에 홈스쿨이라고 이름 붙일 계획이다.

내가 3-11세 아이들에게 홈스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 세대 부모들의 양육 태도에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략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 부모들은 성장 과정에서 아기나 어린이들을 접할 기회가 차단된 채 30여년을 살아왔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어린 아이를 잘 다룰 줄 모른다. 우리 부모 세대인 1950-1960년대 세대들이 보통 4-7형제 대가족 중의 일원으로 자라난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가족구조 안에서 자라난 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들도 자신들이 이룬 핵가족 안에서 우리들을 2-3명 낳아 오롯이 독박육아를 하며 키웠지만, 그들은 이미 대가족 체제 안에서 어깨너머로 영유아 아이들이 자라고 배우는 걸 충분히 지켜볼 수 있던 세대였다. 다시 말해 육아의 간접 경험이 매우 풍부한 세대였던 것이다. 가령 첫째로 태어난 아이는 줄줄이 동생들이 태어나는 것과 10살 차이 남짓의 막내동생이 자라는 걸 지켜볼 수 있었으며, 막내로 태어난 아이는 첫째누나나 형이 낳은 조카가 한 집에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육아의 간접 경험이 풍부한 세대들은 독박육아 상황에 처했을 때도 크게 겁먹지 않았다. 신생아부터 어느 정도 어린 아이들에 대한 기본 상식이 경험적으로 풍부했으며, 주위에서 보고 배웠던 간접적인 육아 경험이 익숙했다. 또한 손만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관계의 육아 도우미가 언제나 상주했다.


하지만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자신들의 성장 과정에서 10살 터울이 나는 동생을 마주하거나 조카를 돌본 경험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략 30여년 만에 신생아와 처음 마주했을 때 공포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괴로워하고 불안해한다.


이러한 육아 불안은 육아서 탐독과 육아 소비 집착, 사교육 의존 현상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나마 육아서 탐독은 긍정적인 현상인 듯 보이나, 평균적 통계치에 근접한 아이들을 모티브로 만든 육아서의 이론이 내 아이에게 잘 맞을 리가 없다. 때문에 가장 쉬운 대안은 ‘교육적 장난감 사주기’와 ‘전문가 집단에 육아 의존하기’ 2가지가 핵심이다.

전자는 아이의 환심을 살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후자는 부족한 육아 경험을 보완할 현실적 대안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와 친구처럼 친밀하게 지내고 싶어 하나 경험이 없고, 방법을 모른다. 그렇기에 당장 눈앞의 장난감을 사주면 밝게 웃는 아이의 미소에 속절없이 녹아내리고, 아이의 미래를 담보해줄 것만 같은 고급 사교육 정보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06년 이후 1.1~1.2 사이를 오가며 좀처럼 상승하지 못한다. 2013년부터는 신생아 수마저 급감하는 양상을 보임에도 같은 기간 영유아 사교육비 지출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이는 더 적어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더 많은 돈을 쓴다는 뜻이며, 사교육비용의 증가는 곧 아이와 부모가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짐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국내 완구 시장규모는 매년 5%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나타내는데 (정보출처: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티몬이 최근 3년 4개월(2015.1~2018.4)간 장난감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5년 22%에 불과했던 수입장난감 매출 비중은 올해 47%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 장난감은 78%에서 65%로 성장세가 꺾였다. 수입제품의 점유율이 늘면서 10만원 이상인 고가 장난감의 매출 비중도 15%에서 20%로 5%포인트 상승했다. 즉, 영유아들의 인지발달을 돕는다고 알려진 고가의 수입장난감을 소비하는 육아 트렌드가 점점 보편화된다고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비교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아이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적었다. 한국 부모들이 미취학 아동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48분 정도로 OECD 국가 평균인 150분과 큰 차이를 보였으며, 특히 아버지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에 그친다고 한다.


이런 객관적인 지표와 수치들은 1980-1990년생 세대들이 육아를 소비에 의존하고,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부터 도망친다고 생각하게 한다. 내가 같은 세대 부모로서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방법을 알면 부모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아이와 함께 지낼 방법의 대안으로 ‘홈스쿨 활동’을 제안하고 싶다.

한편, 점차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에너지가 많은 영유아와 함께 야외에서 힘차게 뛰어놀았던 과거의 주말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주말마저 가정 내에서 대기해야 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봄, 가을, 겨울 미세먼지 발생으로 주말 야외활동 및 캠핑 등 레저 활동이 극히 제한되어 가정 내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례가 지속 증가한다.


영유아와 외출을 하더라도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실내를 선호하고, 키즈카페나 대형마트, 쇼핑몰과 백화점 등에서 소비지향적인 여가활동으로 대체해야 하는 현실이 더더욱 육아의 소비지향성을 부추긴다. 부모가 부모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고, 아이들에게 부모를 돌려주며,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려줄 홈스쿨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원문: 스윗제니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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