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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전공 잘못 고른 공대생, 3만5천 팔로워의 인스타툰 작가가 되기까지 : 인스타툰 작가 ‘귀찮’ 인터뷰

"내 진심을 그때그때, 충실하게 담아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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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ㅍㅍㅅㅅ 본부장, 이하 최): 명함이 엄청 얇네요.


귀찮(인스타툰 작가 김윤수, 이하 귀찮): (쑥쓰러워하며) 원래는 아예 A4용지였어요.


최: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신 거예요?


귀찮: 퇴사하는 날 프리랜서 할 건데 명함 정도는 만들어야지 싶었어요. 근데 킨코스 갔더니 생각보다 너무 비싼 거예요. 그래서 그냥 프린터기에서 한 장 뽑아서 오렸어요. 이렇게 얇고 허접해도 안 드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다 쓰고 나서는 스노우지로 바꿨어요. 내 일에 대한 마음가짐의 무게가 A4용지보다는 무거워졌다 싶어서요. 그런데 이것도 제일 저렴한 거예요. 좀 더 잘 하게 되면 두꺼워질 것도 같은데, 지금은 딱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최: 지금은 뭐 하세요?


귀찮: 문경에 작업실 지어서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있어요. 주로 놀거나 먹어요. 하루 한 시간 정도도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일이라고 해도 인스타툰 그리는 정도인데, 이런 건 재밌으니까 매일매일 하죠.


최: 프리랜서 일은 잘 되나요?


귀찮: 아, 진짜 운 좋게도 작년에 너무 바빴어요. 퇴사한 직후부터 일이 많았어요. 그때 네이버 포스트에 팬이 한 3만 4천명 정도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신한생명과 코스모폴리탄, 그리고 네이버포스트에서 동시에 연재했거든요. 그러다 11월쯤 책 마무리하면서 의도적으로 광고를 다 끊었어요. 그러니까 그대로 영영 끊기더라고요(웃음).


눈 뜨면 안정적인 금액이 들어오다 다 사라져 버리니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엽서를 만들어 팔았어요. 원래는 크리스마스 때 지인과 팬들과 나눠 가지려고 만든 건데, 이틀 동안 400세트가 나갔어요. 그래서 이제는 굿즈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돈을 엄청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내가 재밌는 게 뭐지? 라는 고민을 하다 보니 나온 결론이에요. 저도 그렇지만 팬 분들도 한 장 한 장씩 떼어서 쓰는 스티커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어쨌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만 해도 불러주는 대로, 기회가 오는 대로 대부분 잡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먹고사니즘을 고민하더라도 조금 분별해서 잡게 되는 것도 생겼어요. 이럴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안녕하세요, 귀찮입니다.



질풍노도의 대학시절: 결국 어떻게든 살아지더라


최: 원래 그림 그리는 과를 나왔나요?


귀찮: 아뇨, 공대 다녔어요. 과는 IT 계열이고요.


최: 전공은 뭐였어요?


귀찮: 글로벌미디어학과라고, 약간 짬뽕된 과였어요. 입시 자체는 컴퓨터 잘 하는 애들, 미술 입시하는 애들, 일반 정시도 뽑았죠.


최: …지옥에서 온 혼종이었네요…


귀찮: 그쵸. 그것도 편입해서 간 거였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이과였거든요. 첫 학과도 거기로 진학했고요.


최: 어쩌다 그렇게 풀린 건가요?


귀찮: 전 뭘 계획하고 진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주어진 것 중 할 수 있는 것만 했어요. 고등학교 때 이과, 문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전교생 320명 중 200명은 문과를 가고 100명이 이과를 갔어요. 상대적으로 인원수가 적은 이과에서 1등하는 게 문과에서 1등하는 것보다 쉬울 것 같은 거예요. 이과가 취직 잘 된다고도 하고…


적성에는 문과나 예체능이 잘 맞을 것 같았지만, 뭐 그림 그리는 거 늦은 것 같아서 이과를 선택하고 그대로 국립대에 천문우주학과를 갔어요. 그리고 피봤죠…


최: 물화생지 중에서 지구과학 선택하신 거군요.


귀찮: 네, 근데 막상 가 보니까 문제가 너무 심각한 거예요. 그게 뭐였냐면 수학…

약간 이런 느낌인데…

최: 수학 엄청 공부해야 할 텐데?


귀찮: 그러니까요… 저 수학 진짜 못 하거든요. 수 자체를 잘 못 봐요. 예전에 골프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다가 27만 5천 원짜리 옷을 72만 5천 원으로 결제해 버린 적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숫자 싫으니까 포스 보는 것도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결제까지 하게 되니까 너무 얼어버려서 그렇게 결제한 거예요.


얼마나 얼었냐면, 그 옷 들고 환불하러 오신 분이 연예인 홍록기 씨였는데 택만 보느라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최: 아이고…


귀찮: 20살 때 하루는 박사과정 다니시는 분이 학교에 오셔서 자기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해줬어요. 사인, 코사인, 탄젠트 가지고 막 행성의 궤도를 계산하고 있는 거에요. 그거 들으면서 완전 질렸어요. 이건 내가 진짜 할 수 없는 거다, 저쪽으로 취직도 하기 싫다, 그래서 전과를 했어요. 근데 그때도 미대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친구가 취직 잘 된다는 공대를 추천해 줘서, 그대로 환경공학과에 전과를…


최: -_-;; 거긴 더 수학을 많이 보지 않나요…


귀찮: 네… 필수교양 중 공업수학 듣는데 막 열역학 같은 거 나오니까 정신 못 차리겠다, 이건 진짜 아니네… 기상 관련한 쪽이면 수학 덜할 줄 알았는데 훨씬 더 얽혔다, 인생 망했다…

으아 이걸 어떡해…

최: 힘든 길을 골라서 찾아가셨네요…


귀찮: 근데 그때는 이미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전과까지 했는데 재수는 진짜 못 하겠는 거예요. 그러다 2학년 끝나고 마지막 발표 시간이 됐어요. 쓰레기를 어떻게 땅에 묻어서 효율적으로 정화할 것인가, 이런 주제였는데 발표 자체보다는 PPT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서(웃음) 그런데 수업 끝난 뒤 교수님이 따로 부르셔서 “너 우리 과 왜 왔니? 넌 이런 거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라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숨이 턱 막혔죠.


그때 덧붙이시는 말이 그런 거였어요. “지금 보면 스토리텔링 하는 거 좋아하고 네 얘기 하는 거 좋아하는데, 이런 쪽을 네가 할 수 있겠니?” 하시더라고요. 전부터 그런 생각 해왔는데, 누군가 날 보면서 확신에 찬 말로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그게 시발점이 되어서 그대로 자퇴했어요.


최: 그래서 들어간 곳이 앞서 말한 글로벌미디학과였나요?


귀찮: 네… 집에 있으니까 엄마가 편입해 편입해 노래를 부르시고, 실제로도 다른 선택지가 없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붙은 데가 IT에 미디어를 융합한 과였어요. 근데 공대 다닐 때는 평균 학점이 3.3~3.4 정도였는데, 제가 좋아하는 전공만 들으니까 졸업학점이 4.28이더라고요. 1등도 매번 하려고 이 꽉 깨물고 하게 되고… 적성에 맞는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죠.


최: 거기 나온 사람들은 어떻게 풀렸나요?


귀찮: 개발자, 기획자 쪽으로 풀린 사람이 많아요. 저는 근데 첫 커리어의 시작이 페이스북 페이지로 풀려서, 그 후로도 컨텐츠 쪽으로 일하게 됐네요.



회사 시절: 신나는 일을 했더니 유명해졌어요


최: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귀찮: 모두 컨텐츠 회사였어요. 첫 회사는 지금은 사라진 곳인데, 거기에서 30만짜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는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제가 맡은 페이스북 페이지는 ‘여대생의 정석’이었어요. 패션, 연애, 대학생활에 대한 컨텐츠를 풀곤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최: 흐음…


귀찮: 제가 학교 다닐 때도 그런 애였어요. 발표 PPT 자료에 넣을 그림 쓸데없이 고퀄리티로 그리는 애들(웃음). 그 버릇이 붙어서 손그림, 손글씨 우대해주는 곳에 들어간 거예요. 근데 처음으로 들어간 그 회사에서, 하루에 6개씩 컨텐츠를 만들어야 했어요.


최: 헐… 가능해요?


귀찮: 처음에는 페북이 한 장씩 올라가서 안 어려웠는데, 제가 하필이면 딱 과도기에 근무했던 거예요. 중간에 여러 장 올릴 수 있게 바뀌었는데, 장수만 늘어나고 게시물 개수는 똑같더라고요. 거길 4개월 다니다 회사 경영사정이 악화되어서 그만뒀어요. 그렇게 한번 굴렀더니 어딜 가도 다 쉽더라고요(웃음)


그 후에 들어간 곳이 ‘야놀자’였는데, 여기는 하루에 1~2개 만들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미친 거 아냐? 1주일에 2~3개도 힘든데?” 하는 와중에 저 혼자 아 쉽다 랄랄라 하면서 일한 거죠(웃음) 저는 아예 8개의 자아를 만들어서 매일매일 다른 컨텐츠를 업로드했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네이버 포스트까지 연재했고요.

(“더 빡세게 굴릴 걸 그랬네…”)

최: 그러면 직장생활 하시면서 동시에 툰을 그리셨던 거에요?


귀찮: 네, 맞아요.


최: 어쩌다 시작하신 거예요?


귀찮: 사실 되게 불안해서 시작한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 계속 다니려고 했거든요. 근데 경력직이 되려면 포트폴리오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그때 새로 만드는 게 싫은 거예요. 그래서 그냥 어디 한군데 모아두자, 회사에서 못 쓴 아이디어도 하는 김에 노출해 보고, 하는 기분으로 1주일에 1개씩 업로드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지속 가능하지가 않더라고요. 근데 그때 마침 네이버 포스트 스타 에디터라는 걸 모집했어요. 그렇게 하게 됐죠.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최: 직장 다니면서 하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귀찮: 할만 했어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계속 창작하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하는 거니까요.


최: 그래도 두 가지를 함께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귀찮: 글쎄요… 하지만 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거의 저랑 회사를 동일시할 정도로. 내가 열심히 하면 회사도 잘 성장할 거고, 나도 그만큼 커리어가 쌓일 거라는 마음으로.


최: 처음부터 귀찮이라는 이름 쓰신 거예요?


귀찮: 아뇨, 원래는 되게 어려운 영어이름 썼어요. 뉴욕 여행기도 연재했는데 망하고… 그러니까 중간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내가 일상생활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쓰자. 예를 들어 직장인은 주말에 여행 한 번 가기 너무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만사가 귀찮은 직장인의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잡고, 이름도 귀찮으로 바꿨어요. 그러니까 팔로워가 만 명까지는 금세 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정체기가 왔다가, 다시 저에게 잘 와닿는 이야기 올려서 3만 명까지 와르르 올라갔어요.


최: 그게 뭐였어요?


귀찮: 그게… 처음에는 컨텐츠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1주일에 한 번씩 제주, 부산, 속초 다니는 얘기를 썼어요. 그런데 회사 다니면서 하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펑크내긴 좀 그렇고 ‘주말 직장인 자취방 여행기’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토요일날 눈 떴는데 벚꽃 폈다. 또 자야지. 그렇게 한 끼도 한 먹고 내내 자다가 한 5시 6시에 일어나서 컵라면이랑 삼각김밥 사서 먹고, 영화 하나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 맥주 마시고 콘칩 먹고. 다음 날에는 일주일 간 미뤄뒀던 청소 하고. 그러고서 또 주말이 갔구나, 이런 내용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소위 ‘대박’이 난 거예요. 그 주에만 한 1만 명의 팬이 생긴 것 같아요. 그 버프로 계속 올라갔어요. 페이스북은 100만, 200만 너무 흔하게 터뜨리는데, 네이버 포스트에서는 많아봤자 3만, 4만이 고작이었어요. 그런데 그 한 개가 55만까지 쭉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이후로는 완전히 귀찮은 스타일로 간 거죠. 여행도 막, 직장인들은 부산 여행 가려고 해도 큰 맘 먹고 연차 내서 가잖아요? 그때 한번 돈지랄 하는 거예요. 당일치기로 해운대 가서 해산물 포차에서 16만 원짜리 랍스타 먹는 거 있잖아요. 직장인은 시간이 없고 귀찮으니까. 그런 컨텐츠들이 빵빵 터져서 네이버포스트에서도 하게 됐죠.

2016년 컨텐츠이지만 솔직히 지금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최: 듣다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완전히 제 이야기인데, 남이 봐도 내 이야기인.


귀찮: 맞아요. 뭔가 터지는 컨텐츠는 결국 ‘공감’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공감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이어야 하고요.



프리랜서 데뷔: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열심히도 했고, 기회도 왔습니다


최: 왜 퇴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요?


귀찮: 저는 되게 안정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퇴사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29살 즈음 되면서, 회사가 워낙 빠르게 크다 보니까 파도도 크게 쳤어요. 파도가 치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보내는 30살, 31살, 32살 생각하니까 미래가 너무 클리어하게 보이는 거예요. 안 맞으면 여차저차 해서 나가겠지, 그 다음 새로운 회사를 가서 비슷하게 일하겠지, 그러다 운 좋으면 승진하겠지… 이런 스텝이 너무 잘 보이는 거예요. 그게 싫은 거예요.


최: 뻔해서?


귀찮: 네, 너무 뻔한 게 싫었어요. 그래서 그냥, 그만둘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잠자코 있던 주변 지인들이, 어느 날부터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일부러 바람 넣는 게 아니라, 진짜 진지하게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너는 돈 벌 수 있어, 안 벌리면 내가 일 줄게, 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로. 현재 받는 봉급이랑 프리랜서 전환 시 벌 수 있는 금액 비교까지 해가며 스텝을 설명해 주는 거예요. 은지 님도 그때 연락주신 분들 중 한 명이에요.

여기서 ☆ 등장

최: 오, 여기에서부터 은지님이…


귀찮: 네, 제 인생에 등장하세요.(웃음)


최: 어떤 말씀을 해주시던가요?


귀찮: 제 고민을 듣자마자 할 수 있다고 해주시는 거예요. 성공하실 수 있다고 굳건하게. 그렇게 흔들리는 저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이 책에도 적었어요. 넌 할 수 있다고 안심을 주는 사람들 이야기… 그러다 29살 생일에 결심을 굳혔어요. 30살 생일도 이것과 똑같이 보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최: 자… 그러면 프리랜서로서 겪었던 첫 번째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귀찮: ㅎㅎ그냥 말 하는 순간부터 어려웠어요. 뱉자마자 어우씨 내가 왜 그랬지 완전 후회되고. 제 네이버 포스트 컨텐츠 중 가장 인기 많았던 게 만사 귀찮은 직장인 자취방 여행기랑, 퇴사일기거든요. 퇴사일기에 “저 이렇게 그만둔다고 얘기했어요”라고 올렸어요. 그러니까 베스트 댓글이 “내일 다시 가서 취소하겠다고 얘기하세요”인 거예요.

지금은 응원하는 댓글이 BEST 댓글이 되어 있다.

최: ;;;;


귀찮: 댓글이 그러더라고요. 다시 실수 안 하면 된다고. 윗사람도 이해할 거라고. 사회 초년생이면 번복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라고… 그러니까 진짜 고민되더라고요. 심장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사무실이 17층이었는데 1층까지 요동쳤어요. 그러니까 번복하겠다는 말도 쉽게는 못 하겠어서 버티고 있었어요.


근데 또 마침 스타에디터를 모집하길래, 이럴 때일수록 감투가 중요하다, 1건에 30만원 받다가 5건에 30만원으로 바뀐 게 짜증나지만 그래도 해 보자, 이래서 지원했어요. 알고 보니까 잡지 코스모폴리탄이랑 동시에 연재하는 거더라고요.


최: 원 소스 멀티 유즈.


귀찮: 네, 맞아요. 그때 컨텐츠 500개랑 경쟁해서 붙었어요.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을 포함한 심사위원 몇 명이 최종적으로 뽑는 구조였죠. 근데 지원자격이 네이버포스트 컨텐츠로 3개 발행하는 거였는데, 저 혼자 16개를 발행했어요. 얘는 팬이 3만 명이나 있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할까, 무조건 이거 안 뽑아주면 안 된다, 그런 생각 들게. 결국 됐어요. 6개월 전속으로 활동하게 됐죠. 그래, 한 달에 30만 원은 들어오겠지.

그렇게 그뤠잇한 싱글 라이프를 선보이게 되었다.

최: 처음에 연락 온 외부광고는 어떻게 구하신 거에요?


귀찮: 진짜 신기한 게, 제 주변 사람들은 제안서도 쓰고 사람도 만나서 도와달란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염치가 없어서 도와달란 얘기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냥 네이버 포스트 하나 올렸죠. 그런데 신한생명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자기네가 1년짜리 천만원 넘는 대박 프로젝트 하는데 같이 하자는 거예요. 어우씨 이게 뭐야, 나는 돈을 어떻게 버는지도 모르는데 제안이 들어오니까 덥썩 하겠다고 했죠.


규모는 진행과정에서 훨씬 축소되긴 했지만, 그래도 코스모폴리탄이랑 신한생명 깔고 가니까 숨은 쉬어지더라고요. 그게 끝나고 잠깐 숨막히다 3월 되어서 피키캐스트, 4월 동아닷컴 연재가 들어왔어요. 그러다 12월 되어서 다 끊기고 숨 막히고… 아 다시 회사 들어가고 싶다, 이런 생각 하다가 결국 부모님에게 하소연했던 것 같아요.


최: 뭐라시던가요?


귀찮: 울먹울먹하며 말했어요. 나 너무 무섭고 두렵다, 이러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어떡하지? 그런데 엄마가 그러는 거예요.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지만,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너 엄마한테 돈 안 주고 너 하나만 건사하는 거야, 그러면 돈이 많이 필요해? 버틸 수 있잖아. 누가 오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니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해봐.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스티커 같은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도 다행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의 핵심: 나의 진심을 그때그때,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


최: 채널마다 성장하는 속도가 다를 것 같아요. 네이버포스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등 셀럽들 사이에 이 정도면 많이 컸다, 하는 기준선이 있나요?


귀찮: 아예 시작할 때는 1만 넘으면 무조건 셀럽이라고 봤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는 지금의 저도 아직 ‘듣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숫자에 그렇게 불만족하지는 않아요.


최: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만드시게 된 거예요?


귀찮: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네이버 포스트가 잘 컸지만 우연일 수도 있잖아요. 하나 더 만들면 나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최: 2018년 1월에 시작하신거죠?


귀찮: 네. 사실 그때도 있기는 했는데, 팔로워는 한 900명 정도였어요. 사실 그때 네이버 포스트에 4만명 정도 팬이 있었는데, 거기 맨날 인스타 배너를 달아도 넘어오는 사람은 9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인스타에는 컨텐츠를 올려도 좋아요가 한 5~60개니까 되게 의미 없는 숫자인 거죠.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가 친구와 내기를 했어요. 너랑 나랑 인스타 연재를 같이 시작해 보자. 하루에 하나씩 컨텐츠 100일만 올리기. 하루라도 놓치면 기프티콘 쏘기.


최: 하루에 하나? 빡세지 않나요?


귀찮: 그래서 첫 컨텐츠는 엄청 간단한 걸로 시작했어요. 프리랜서가 되어서 좋은 점은 어제도 내일도 모레도 같은 옷을 입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5장 그려서 올렸어요. 그 후에도 진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생각을 간단하게 그려서 올렸어요. 캐릭터도 원래는 색깔 그려넣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귀찮으니까 동그라미 하나만 잘 그려도 되는 걸로 바꾸고… 한 3~4번째 되니까 좋아요가 한 160개씩 찍히더라고요. 어, 신기하다?


그렇게 조금씩 올라가다가, 어느 날 새해가 되어서 ‘서른이 되어 좋은 점은’이라는 컨텐츠를 올렸어요. 보통은 서른 되어서 안 좋다고 얘기하죠. 그런데 저는 ‘스물아홉이라는 긴 단어보다 서른이라는 짧은 단어가 좋다, 스물아홉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 무거운 느낌인데 서른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느낌이 드니까’라고 적었어요. 설날이니까 마무리에 ‘서른 파이팅’이라고 적어서 올렸죠. 이게 터진 거예요. 그때부터는 좋아요가 막 찍혔죠.

최: 오오… 또 터진 게 있나요?


귀찮: 다 간단한 거였어요. ‘여러분, 이 컨텐츠는 절대 보지 마세요’ 그러고 떡볶이 먹는 그림 올리고(웃음) 근데 그로부터 한 45일 지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연락이 왔어요. 인터뷰를 좀 하고 싶다. 이 때가 1만 명 팔로워가 생겼을 때예요. 와, 이게 되는구나… 그때 그 생각이 들었죠.

으아아아

최: 친구는 어떻게 됐어요?


귀찮: 걔는 전기 다루는 친구였는데 손가락을 다친 거예요. 그래서 중간에 포기했죠. 지금도 좋은 관계로 잘 지내고 있어요. 손 다쳐서 못하는 거니까 기프티콘 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주더라고요. 그때 미안했는데…


최: 하여튼 그렇게 쭉 올라오신 거군요.


귀찮: 네. 한 3만 명까지는 초스피드로 올라가더라고요. 거기서 멈춰서 한동안 답보상태였어요. 맨날 3만 됐다가 2.9만 다시 내려왔다가 3만 됐다가… 여기서 끝인가, 이 정도면 만족해, 하고 있었는데 엽서를 만드니까 또 새로운 유저들이 유입되더라고요? 아, 얘 이렇게 귀여운 엽서 파는구나, 하고 팔로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200명씩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아, 캐릭터를 소유할 수 있는 때마다 팬이 조금씩 더 생기는구나.


최: 저희도 컨텐츠 만들 때 이거는 되겠다, 이거는 조금 힘들겠다 그런 게 있긴 있거든요. 그런 거 있으세요?


귀찮: 회사 다닐 때에는 그런 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이게 그냥 저예요. 그냥 저라서 제 감정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니까 그렇게 하나하나 감을 세우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술 마시고 쓴 건 되게 잘 돼요(웃음)


최: 엥? 왜죠?


귀찮: 전 워낙 그리는 시간이 빨라서 10분 안에도 그려요. 한 번은 오랜만에 서울 출장 와서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어요. 그러다 새벽 1시 되어서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어요. 서울에 더 이상 집은 없고, 에어비앤비 예약해 놨거든요.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한 5개월 되어서 되게 우울할 때였어요. 숙소 들어가서 카카오톡 쭉 보면서 전화할 사람 없나, 하는데 한 명도 없는 거예요. 되게 서럽더라고요. 그래서 숙소에서 울다가 컨텐츠 만들었어요. 히잉 너무 슬퍼, 이렇게 그렸는데 그게 또 좋아요가 많이 찍히더라고요. 나중에 친구들이 그랬어요. 너는 술 취해서 만들면 진짜 잘 만들어.


최: 흐음…


귀찮: 그러니까 그게, 제 진심의 강도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키워드 넣고 만들면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더 심각하게 제 내면의 얘기에 빠져서 만들어요. 예전에는 오래 붙잡고 있을수록 더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림 못 그려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냥 내가 내 감정을 충분히 표현했을 때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순간 스쳐지나가는 감정을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 전달한다.

최: 진심을 담는다는 건 뭘까요?


귀찮: 내가 좋아서 하는 거? 막 신나서 하는 거? 내 컨텐츠에 대한 애정? 내 페이지에 대한 관심?


최: 신기한 게, 애정이나 진심을 담는 컨텐츠는 보통 공이 많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귀찮님은 반대의 경우인 것 같아요.


귀찮: 네, 맞아요. 친구들이 저에게 그래요, 넌 잘 하려고 하면 망해. 있는 그대로 하려고 해야 잘 돼. 거기다 뭐 보태려고 하지 말고. 예를 들면 이래요. 제가 너무 불안하니까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 들 때 있잖아요? 그때는 그냥 누가 와서 나에게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럴 사람도 없고, 물어볼 데도 없고, 그러니까 잘 한다고 내가 나를 다독여야 되겠지…


이런 생각을 컨텐츠로 만들어서 올렸어요. 이건 얼굴도 대충대충 그렸어요. 그런데 오히려 반응이 엄청 잘 나오더라고요. 확실히 그때그때의 감정을 충실하게 담을수록 잘 나오는 것 같아요.



퍼스널 마케팅: 어렵지 않아요, 쉽게 하세요


최: 이번에 은지님과도 얘기한 거지만, 다들 직장생활 하면서 ‘딴짓’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지님도 귀찮님도 나름 퍼스널 마케팅을 하신 건데, 본인이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입장에서 어떤 게 중요한 것 같으세요?


귀찮: 어차피 사이드잡으로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제일 좋은 게 뭐냐면, 빨리빨리 올릴 수 있는 걸 많이 해 뒀잖아요? 광고가 들어와도 그런 컨텐츠를 대상으로 들어와요. 힘들게 힘들게 만들어서 올리면, 광고가 들어와도 짜증부터 나요. 이걸 또 해야 한다고? 그런데 쉽게 쉽게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걸 깔아놓으니까 광고가 들어와도 소화하기 쉬운 거예요. 그러니 이왕 하는 거라면 하루에 30분도 안 되게 투자해서 할 수 있는 걸 하세요.


최: 쉬운 것이 중요하다…


귀찮: 네. 저는 이제 네이버 포스트 광고 들어와도 잘 안 해요. 각 잡고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인스타는 그냥 그리면 돼요. 광고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그러면 새로 다시 써 주면 돼요. 크게 돈이나 시간 드는 거 아니니까 저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거죠. 퍼스널 마케팅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거창한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최: 다른 꿈은 없나요?


귀찮: 사실 뉴욕에서 하고 싶어요. 근데 거기에는 더 없겠죠.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


최: 강연에서는 어떤 말씀을 해 주실 건가요?


귀찮: 사실 요새 잔뜩 수축되어 있는 상황이에요. 원래 강연을 안 한 건 아닌데, 오히려 알면 알수록 강연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뭐 모를 때는 딱 내가 아는 데까지만 전달했어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되게 많은 케이스가 주변에서 보이더라고요. 아, 뭐가 정답이라고 얘기할 수 없겠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된다, 라기보다는 내가 겪었던 사례들을 말해주고 싶어요. 이렇게 하니까 엎어지더라, 이렇게 하니 망하더라, 생계형으로 살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최: 그러면 어떤 분들이 들으면 좋을까요?


귀찮: 프리랜서를 하려고 열심히 준비중이신 분들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프리랜서를 생각하되 가볍게 생각 중이신 분들. 내 자아가 너무 많아서 내 캐릭터를 만들어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 그런 분들이 저라는 사례를 통해서 이렇게 살면 가능하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아가는 강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는 실패에 되게 많이 얘기하는 편이라, 이렇게 했더니 실패했고 저렇게 했더니 실패했고 이런 예방주사 같은 이야기도 많이 하려고 해요 (웃음)

↑귀찮님 강의 바로가기 : 회사가 없어도 나를 써주는 곳이 있을까를 고민하다_퍼스널 마케팅


인물소개
  • by. 최기영
    - 알기 위해 씁니다. - IT/스타트업 전문 에디터 - 저서: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스타트업 코리아, 왜 지금 드론인가 - 연재: 동아비즈니스 리뷰 스타트업 케이스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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