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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원리 브랜딩 : 처음부터 다시, 브랜딩을 생각해보자

시장은 본질에서, 폭망은 디테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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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 관련된 수많은 얘기가 넘쳐나는 요즘입니다. 이미 원론적인 내용은 다양한 전문가님들의 고견들을 통해 섭렵하셨으리라는 전제 아래,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전략이나 방향성 등등, 브랜딩은 그 자체가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원론적인 내용을 빙빙 돌 위험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절대 명제는 어떤 방향성이든, 무슨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항상 본질에서 비롯되지만, 폭망은 디테일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죠.

500만 원을 들여서 브랜딩 컨설팅을 몇 개월 내내 받았습니다. 비즈니스 모델도 손보고, 마케팅 전략도 일체화시키고, 막 로고와 슬로건도 재정비하고, 퍼포먼스 브랜딩 전략도 기똥찬 아이디어로 구축했습니다. 잘될 것 같아서 만세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폭망의 이유는 단순한 것들에서 비롯됩니다. 엉기성기 대충 붙인 주소 라벨이나, 전날 술 먹고 퀭한 얼굴로 불친절한 점원의 삐딱한 짝다리 등이 그것이죠.


그래서 실무단의 브랜딩은 전문가들의 브랜딩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그들에겐 일이고, 노력이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바로 실무자들의 브랜딩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글은 브랜딩의 성공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폭망을 예방하는 차원의 디테일한 이야기들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물론, 그전에 이번 시간을 통해 브랜딩의 기본적인 개념은 한 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브랜딩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공급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나누어 생각해보죠.



공급자 입장에서의 브랜딩: “각인”


먼저 공급자 입장에서의 브랜딩입니다. 브랜딩. 각인시킨다는 뜻이죠. 알린다는 의미와는 어원도 다르고, 단어 자체의 뜻도 다르죠. 물론 어원이 기능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의미가 있는 것이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알린다’는 뭔가 정보를 주는 느낌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입니다.

  • 우리 건 놀라운 기능이 있어.
  • 우리 건 화소수가 5천만이야.
  • 우리 건 유기농이야.
  • 우리는 사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 우리는 자신을 찾는 교육을 해.

그러니까 ‘알린다’는 행위의 문제죠. 이런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브랜드에 관련된 기획과 디자인을 합니다. 그럼 이것을 하는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까칠한 사람? 생각 많은 사람? 잘생긴 사람? 네, 모두 맞을 겁니다. (함정이 숨어있어) 제가 하는 일을 알리고 명함을 드리고 제안서를 던지는 것은 ‘정보를 주는 행위’입니다.


문제는 누가 이 행위를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죠. 브랜딩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야 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그러니까 너흰 누군데?

각인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각인은 새긴다는 뜻이죠. 원래는 가축이나, 벽돌, 목판, 또는 살에다가 새겼던 것입니다. 불로 지져서 새기는 행위는 꼭 노예와 전쟁포로를 구별하기 위함만은 아니었습니다. 목조건물과 선박이 많았던 옛날 옛적에는 인두로 까맣게 태워서 고유의 문장을 만들곤 했으니까요. 나무나 벽돌, 가축에 불로 각인시키는 것도 Brand의 행위 중 하나였죠.


이것은 현재의 브랜딩 개념과는 조금 다른, 단순한 식별과 책임소재, 품질에 대한 보증을 나타나는 일종의 표시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이미 기원 수천 년 전, 인류문명의 발단과 함께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산업의 발전과 다양한 경제체제의 발달, 문화와 종교의 발전과 기업과 온라인 매체의 등장으로 그 정의가 다양하게 바뀌긴 했습니다만, 브랜딩이 가진 고유의 가치는 변치 않고 항상 내포되어 있습니다. ‘표기’의 기능이죠.


그럼 여기서 질문. 그럼 브랜딩은 단순히 로고 만드는 거예요? 불로 새겨서 간판 만들듯이? 아닙니다. 그런 얘기를 할 거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이야기를 잠깐 돌려서, 왜 간판이 생겼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죠.


아마 이랬을 겁니다. 13세기 중반 무렵 옆 집 말발굽(편자) 장인이 어느 순간 무쇠로 만든 것을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런데 옆집 녀석이 간판에 ‘원조 말발굽’이라고 써 붙이고 자기 이름도 막 써 붙인 겁니다. 녀석이 원조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손님들을 다 뺏길 순 없으니 뭔가 다른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고민하던 편잣집 사장은 간판에 이렇게 써 붙입니다.

말사랑 편잣집

“어서오세요 말사랑 편잣집입니다! (무서워… )”

그리곤 5살 때부터 말을 타고 놀았던 프로교감러의 특기를 살려 ‘내 말이 말 같지 않을 때’라는 캐치프라이즈를 써 붙이고 말의 종합검진 서비스까지 함께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주들은 종합검진 서비스까지 받으면서 나에겐 무뚝뚝하지만 내 말에겐 자상한 이 츤데레 영감에게 빠져들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 말사랑 편잣집을 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소문을 냈겠죠. 거기 어디야? 물어보면 설명해줘야 하는데 ‘거기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서 45걸음을 걸어간 후 옆에 과일가게 맞은편 골목 안쪽 어쩌고……’라며 주구장창 말할 순 없었겠죠.


뭔가 신호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 때 이미지나 이름이 있다면 쉽게 말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하트 안에 말 그려진 곳으로 가”
“말사랑 말발굽이라고 써진 곳을 찾아봐”

간판과 로고, 심볼의 존재 목적은 이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식별하는 역할이죠.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로고가 겁나 예쁘면 우리가 브랜딩 된다는 생각들입니다. 비주얼 브랜딩의 측면에서 비주얼은 당신이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을 상징화시키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 예쁜 이미지가 당신의 행위나 가치관을 상징하지 못한다면 공허해지는 것이죠.


물론 위는 가상의 예지만,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행위가 먼저이고, 인식은 그 후입니다. 각인은 그 인식의 반복 또는 섬광 기억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고요. 이게 공급자 입장에서의 브랜딩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브랜딩: “내가 경험한 것”


소비자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선 인식을 시켜야 하고 그걸 반복시켜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그걸 직접 어필할 순 없습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브랜딩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무의식에 쌓여가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의식적인 기억에 대한 허무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억해야지!라고 다짐한 것들을 내일이면 죄다 까먹는다는 사실을 지난 12년+대학생활의 중간/기말고사를 통해서 충분히 깨달았을 테니까요.


대신 어디 빵집의 딸기 케이크가 겁나 맛있었다는 사실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죠. 사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저장 하지만, 이제 인간은 길가다가 사자에게 물려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대신 정보들이 겁나 많으니 그것을 취사선택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버려야 하는 것들을 일일이 검증해서 골라내는 것은 뇌 입장에선 귀찮은 일이죠.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은 ‘선호도나 긍정적인 경험’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모르니까 안 해’ 카테고리에 던져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몰라몰라 안 해

그러니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소비자에게 브랜딩이란 ‘자신이 경험한 것’ 그 자체입니다. ‘경험을 사고 판다’는 것이 마케팅이나 브랜딩의 기본 명제가 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긍정적인 경험’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인간은 취향을 지니고 있고, 이 때문에 수많은 변수와 갈래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허나 70억 인구가 모두 다른 취향을 지니고 있느냐 하면 또 그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소한 취향까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모두 다를 순 있겠지만 대부분 ‘나만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이미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다못해 순대 찍어먹는 양념장도 이렇게 갈리는 게 소비자 마음

원피스나 나루토도 명확하게 그 파가 갈립니다. ‘순대에 된장을 찍냐 초장을 찍냐’도 그렇죠. 자박한 된장찌개나, 시원한 된장찌개도 그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습니다. 이처럼 취향이란 것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카테고리화가 가능한 수준의 것들입니다.


덕분에 소비자 심리학에선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과 취향을 분류하여 데이터화 시킬 수 있었죠. 이러한 혼돈 속의 질서, 그러니까 ‘심리적프랙탈’ 덕분에 인간은 공감대를 나누고 사회라는 것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간이 지닌 취향과 경험을 혼돈한다는 것입니다. 취향은 말 그대로 취향일 뿐입니다. 그러나 경험이란 것은 좀 더 다양한 요소의 결합이죠.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객관적 정보에 대해선 호/불호를 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노출되는 것에 대해선 그 경계를 구분 지을 수 없어서 애매한 정보로 남겨놓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것을 호기심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처음엔 경험도 꺼리게 되죠.


하지만 그 경험에서 어떠한 좋은 요소를 발견했다면, 얼른 ‘좋은 쪽’으로 남겨놓으려고 합니다. 뇌 입장에선 불투명한 것보다 섣부른 판단이 더 합리적이고 편하거든요. 물론 여기에서는 취향과는 별개로 굉장히 다양한 디테일들이 결정합니다. 취향은 그 시발점을 제공하지만, 결과물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원피스 카페가 오픈했습니다. 원피스 팬들은 막 원피스 레어 피규어와 메리 호 인테리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취향 저격당해서 심장을 움켜쥐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경험의 모든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입구에서 카페 주문, 음식의 맛, 좁은 공간, 화장실의 청결도 등 다양한 행위들의 합을 통해서 경험의 총평을 내립니다. 물론 취향저격이란 것은 어느 정도의 마이너스 요소를 방어해 주는 +5방어력의 쉴드 아이템이지만 무적은 아니죠. 그 마이너스 점수가 인내심을 초과하는 순간, 소비자는 그곳을 ‘싫어!’로 분류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곳이 싫다고 해서 원피스가 싫어지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이것이 취향과 경험의 차이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브랜딩이란 것은 내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시간과 비용을 만족으로 채울 수 있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마무리하며


정리해 보자면 공급자는 행위를 하는 것이고, 소비자는 그 행위를 통해 만족스런 경험을 얻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경험이란 내가 직접 하는 행동 이외에도 카페에 와이파이가 잘 안 잡혀서 곤혹스러웠다든가, 불량 상품의 교환이 1달씩 걸린다든가, 고객센터 상담원님이 한숨 쉬면서 상담할 때 등의 다양한 간접/환경적 경험도 포함합니다.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공급자 입장에선 당연히 세세한 부분의 매뉴얼이나 기획, 운영, 제작 측면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는 브랜딩의 나름대로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선 이러한 브랜딩이 실무단으로 넘어갈 때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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