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회사소개서를 위한 황금레시피 알랴드림

조회수 2019. 3. 14. 14:4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물론 회사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에요.

이번 글은 예전에 썼던 「회사소개서를 만들어보자!」의 스핀오프 격 글이랍니다. 예전 글에선 좀 더 플롯 구성과 철학적인 메시지 정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은 그것에 필요한 기본적인 준비물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요.


어제 매운갈비찜을 만드는데, 매실액을 넣으라는 거예요. 하지만 매실액이 있는 자취방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매실액 대신 사과식초로 대신해 보았어요. 그럴싸하더라고요. 당근을 넣으라는데 당근은 공포의 재료이니 넣지 않았습니다. 빨갛고 흙 묻은 당근의 자태는 누가 봐도 땅에서 튀어나온 피에 굶주린 언데드 같은 모습이니까요…(지극히 주관적)

으아아아아 무서워!

이렇듯 요리를 하다 보면 없는 재료를 빼거나 대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하지만 매운갈비찜을 만드는데 돼지갈비가 없다면 굉장히 혼란스러운 음식이 되고 말죠. 매운갈비상상찜 같은… 이름이 되어야 적당할 듯해요.


회사소개서도 마찬가지예요. 이름이 회사소개서니까 회사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까지 족히 100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했던 것 같아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지만, 재료가 없어서 당혹스럽거나 아쉬운 순간들도 있었죠.


기본적으로 뭔가 제작하고 싶으면 (그게 꼭 회사소개서가 아니더라도 눈으로 보이는 어떤 것이라도) 이 정도의 재료는 갖추면 좋을 것 같다 싶은 걸 말해보려고 해요.



1. 메인 재료: 회사

놀라운 일이지만 아직 회사가 없는데 회사소개서를 만들어 달라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 말인즉슨 내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종이에 담아주세요 하는 건데 그건 과학상상화 그리기 대회 같은 거예요.


일단 회사가 있고, 뭔가 만들고, 그게 눈으로 보이고, 소비자와 오가는 게 있어야 만들 수 있어요. 회사가 없을 땐 회사소개서라기보단 사업계획서 내지는 자기소개서 등등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 듯해요.



2. 프로필 사진

팀원과 본인(대표)의 얼굴을 보여주는 데 지하철 화장실에서 찍은 셀카는 좀 아닌 것 같아요. 또는 이마에 그늘져서 수배전단지 같은 사진도 많았어요. 강사 프로필 수준의 프로필 사진을 찍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의 조건은 좀 충족했으면 좋겠어요.

  • 일단 해상도는 가로세로 1,000px 이상은 되었으면 해요. 인쇄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 배경색을 통일해주세요.
  • 전체 톤도 통일해주세요. 기왕이면 정면 샷 내지는 45도 샷이면 좋을 것 같아요
  • 얼굴들에 자신이 없으면 캐릭터로라도 만들어주세요.

사실 이건 당신이 할 수 없으니 날 잡고 포토그래퍼 한 분을 모셔요. 손잡고 사진관에 가든가. 아님 돈 주고 여기 가서 찍어오라고 하세요. 요즘 사진 찍는 거 얼마 안 해요. 그것도 아까우면 SLR렌트 같은 곳에서 카메라 빌리세요. 똑딱이 빌려도 돼요. 50mm 렌즈 안 써도 돼요. 쓰면 예쁘겠지만 소개서 페이지에 도배할 게 아니면 티도 안 나요.


렌트비도 아까우면 근처 아무 핸드폰으로라도 찍어요. 요즘은 인물사진 모드가 미쳤기 때문에 극심한 수전증이 아니라면 흔들리지 않고 잘 나올 수 있어요. 아마 주변 사람 중 한 명 정도는 적어도 조명을 어떻게 비춰야 하는지 알 거예요. 배경 하얀 곳에서 찍도록 해요. 역광 주지 말고.

3. 프로필 정리


사진이 정리되었으면 이력도 좀 정리해주세요. 사업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이력은 빼고 필요한 성과만 넣어주세요. 사업 연혁도 마찬가지예요. 도대체 서울창업허브 입주가 왜 2017년 가장 큰 이슈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 할 말이 없으면 빼도 돼요. 사람들 이력도 직무에 맞는 주요 이력만 넣어주세요. 어느 학교 나왔는지 1도 안 궁금해요. 학연 빨로 뭐 할 거 아니잖아요.



4. 헤드플로우 맞추기


회사소개서를 PPT로 만들든 포토샵으로 만들든 툴에 상관없이 소개서에는 페이지라는 게 있어요. 각 페이지에는 넘버가 있고, 제목이 있죠.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거예요.

1) 회사소개
2) 사업목적
3) 사업개요
4) 시장현황
5) …

글을 쓸 때도 개요가 있듯이 회사소개서에도 개요가 있어요. 보통은 저런 제목들이 각 페이지의 개요를 나타내거든요. 근데 가끔 이런 흐름이 정리가 안 되면 했던 말 또 하고 중요한 말 빼먹고 순서도 엉망이고… 약간 취중 진담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매력적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헛소리 같아요. 듣는 사람이 좀 지겨워지죠. 제목 구성의 정해진 틀은 없어요. 원하는 대로 쓰면 되지만 논리적 흐름은 지켜줘야 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앞에서 뿌려놓은 떡밥을 뒤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라는 것이죠. 시장의 문제점 3가지를 말했으면 해결책도 3가지를 말해줘야 해요. 사업목적이 A였으면 결과물과 제품도 A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어야 해요. 갑자기 딴소리해선 안 돼요. 자료들도 마찬가지예요.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차장 공유 앱을 만들고자 한다면 문제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야 해요. 갑자기 주차장별 외제 차 비율 같은 도표를 가져와선 안 돼요.



5. 로고


놀랍게도 로고가 없이 그냥 배민도현체로 쓰인 회사 이름이 상당히 많았어요. 사실 로고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요리로 따지면 양파 정도의 비중에 해당하죠. 없으면 상당히 닝닝하고 빈 맛이 나지만… 못 먹을 맛은 아닌? 그런 느낌이에요. 하지만 폰트로만 된 로고라도 제대로 좀 갖춰진 녀석이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해요.



6. 메인 컬러 셋

컬러 공격

컬러에 집착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어요. 뭐든 과유불급이에요. 컬러는 2~3개만으로도 충분해요. 핀터레스트에 예쁜 회사소개서 봐봐요. 무지개떡 같은 소개서가 있어요? 없어요. 죄다 흑백이거나 키 컬러 하나만 있어요. 김밥천국 간판 보면서 오메 예쁘다…라며 손뼉 친 적 있어요? 없어요.


색은 많을수록 복잡해지고 이해하기 어려워져요. 물론 그럼에도 잘 구성된 미친 조합의 색 구성이라면 굉장한 효과를 주겠지만, 그 정도의 디자인 스킬이라면 이미 이런 글을 보지 않을 거예요. 컬러는 2개만 쓰세요. 메인 컬러, 서브 컬러 하나씩만 골라서 쓰시도록 해요. 나는 컬러의 젬병이라서 도무지 뭐가 예쁜지 모르겠다 싶으면 스킴컬러가서 예쁜 걸로 골라보세요.


솔직히 컬러에 무슨 의미를 담는다고 하는데 그건 디자이너가 할 일이고, 대표님이 그런 것까지 고민하실 필욘 없어요. 그리고 대부분 소개서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디자이너가 딱히 없는 작고 귀여운 상태가 많으니까요. 컬러 고민할 시간에 빨리 영업전략부터 짜세요.



7. 워딩 통일

어떤 페이지에선 ‘회사소개’라고 했다가 어떤 페이지에선 ‘기업 연혁’이라고 하면 우왕좌왕하는 느낌이에요. 워딩은 다 통일해주셔야 해요. 소비자면 소비자, 고객이면 고객. 플랫폼인지, 클라우드인지, 허브인지, 셰어링 서비스인지 등등을 헷갈리면 안 돼요. 하나로 정했으면 정확하게 그 단어로만 쭉 가는 거예요.


진심 이거 좀 심해요. 단어가 너무 왔다 갔다 해서, 이 단어가 앞 장에서 말한 그게 맞는지 자꾸 헷갈리더라고요. 원인은 단순해요. 뭔가 본인도 결정을 못 내리고 어려운 거예요. 근데 허접데기 회사로 보이고 싶진 않으니,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을 하려는 건데… 이를테면,

1000원 숍 = 온디맨드 코스트컷 굿즈 플랫폼
김밥천국 = 통합메뉴 푸드코트형 퀴진로드샵

뭐 이런 식이 돼버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냥 심플하게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콘텐츠나 서비스 회사가 이런 말장난이 심한데… 사실 이건 단일 서비스로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이것저것 하고 있어서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맥락이 달라 보이는 이것저것을 한 단어로 통합하려니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가 돼버리는 거죠. 다른 거 하고 있어도 괜찮아요. 메인 하나만 잡아서 아이덴티티를 날카롭게 만들어주세요.

8. 종결어미 통일

  • 명사형으로 마무리를 지을지
  • 다나까로 마무리를 지을지
  • 요죠체로 마무리를 지을지
  • 마침표는 모두 쓸 건지, 모두 안 쓸 건지

중요해요. 말투는 소비자와 당신의 관계를 규정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선 그게 더욱 중요해요. 우리나라는 둘만 모여도 관계를 빠르게 규정하려고 해요. 그래서 호칭과 존대어가 발달되어 있잖아요. 선배, 전문가, 친구, 옆집 이모, 선생님 등… 둘 사이를 특정한 관계로 규정하는 것은 브랜드 콘셉트의 전반적인 톤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작업이에요.



9. 데이터 출처

맥락에 맞는 데이터를 뽑는 게 중요해요. 덧붙여 그 데이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출처를 달아놓는 건 더 중요해요. 나중에 소개서 만들다 보면 가끔 출처 없는 데이터가 너무 많아요.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신대요…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서 찾기도 힘들어요. 검색어를 물어봐서 일일이 다시 내려서 찾아봐야 해요. 그건 너무 노가다예요. 심지어 찾았는데 알 수 없는 (또는 너무 편향적인) 사단법인이나, 오묘한 단체에서 나온 50명 대상 설문조사라든가… 이래선 안 돼요.



10. 페이지 셋 통일


페이지 셋은 교통신호 같은 거예요. 빨간불이면 멈춰라, 초록불이면 가라, 공사장 표지에선 천천히 가라 등등을 규정하는 것이죠. 소개서에서도 비슷한게 있어요.


이 영역은 제목이에요, 이 영역은 그림이 들어가요, 이 영역은 텍스트에요. 이 크기는 대제목이에요, 이 크기는 소제목이에요…등등 일종의 템플릿이 잡혀야 해요. 사실 다양하고 예쁜 레이아웃으로 역동적인 회사소개서를 만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기본 베이스가 있어야 변형이 가능한 거예요. 일단 얌전하고 포멀한 템플릿을 규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제목 위치, 페이지 제목 모양, 메인색, 강조색, 이미지 위치, 상하좌우 여백, 대제목, 소제목, 본문 폰트 사이즈 등등은 마스터 페이지나 템플릿화 시켜서 정해 놓도록 하세요. 이거 오래 안 걸려요. 큰 디자인적 인사이트가 없더라도 대략 일단 만들어는 놓으세요. 그냥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단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에요.



11. 보일러 플레이트


회사소개 문구. 3~4줄짜리를 의미해요. 전체적인 사업 내용을 짧고 날카롭게 정리해놓은 단락이죠. 한 줄짜리 슬로건만 만들지 말고, 보일러 플레이트도 만들어 놓아야 해요. 사실 전체 소개서를 관통하기에 한 줄 짜리 슬로건은 너무 추상적이고 코에 걸어 코걸이, 귀에 걸어 귀걸이 같은 말장난이 될 수도 있어요. 3~4줄짜리 소개 문구는 좋은 말 일색으로 치장하는 게 아니에요.

애프터모멘트는 기업의 업무효율화와 가벼운 브랜드 포인트를 만듭니다. 내부 공유되는 브랜드 관련 자료를 통일,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합니다. 또한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브랜드 포인트를 일원화하고 하나의 키워드로 압축해 시각화합니다. 이를 통해 좀 더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의 운영 개선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등등… 너무 구체적인 수치가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하는 일과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 정도는 제시해줘야 해요. 그래야 전체 소개서가 어떤 카테고리로 쪼개져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죠.



+a. 매실액 같은 요소들


아래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 요리로 치면 매실액 같은 요소들이에요.


행사 사진 예쁜 거


행사 사진은 걸어 다니면서 찍지 마세요. 다 흔들려서 쓸 수 있는 게 없어.

흔들흔들

키 비주얼


물론 이건 제가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하지만 로고에 쓸 돈을 좀 아껴서 키 비주얼을 하나 만드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소개서 전체를 이끄는 큰 이미지가 있다면 시각적인 일관성을 만들어내기가 용이하거든요.

출처: Pin Them All

서비스/제품 목업 이미지


아직 서비스가 프로토타이핑 단계라던가, 출시 전의 제품이라면 목업Mock-Up) 이미지 제작을 고려해보세요. ‘실제품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렇게 나올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건 중요한 작업이거든요.


최악의 경우가 자신과 유사한 타업체의 제품 사진을 가져다 박는 것인데,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몰라요. 제삼자 입장에선 그런 걸 보면 눈 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출처: Original Mockups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회사소개서는 ‘그냥 만들어놓고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모든 브랜드 관련 제작물에는 고유한 역할과 포지션이 있어요. 그냥 만들어지는 건 없어요. 모호한 목적성을 지니고 만드는 건 먹을 사람도 없이 만드는 음식과 같아요. 회사소개서는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데, 소개라는 건 내가 있고 상대방이 있는 거잖아요. 상대방이 누구인가 생각해봐야 해요. 언제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도요. 마지막으로는 그걸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해서요.


진짜 싫은 미팅 중 하나가, 그냥 얘기나 하자고 만나는…. 그런 식의 미팅이거든요. 아젠다도 없는 그냥 피상적인 소개와 덕담 주고 받기 식의 미팅만큼 시간이 아까운 건 없어요. 서로 명확한 니즈와 제안을 가지고 만나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요. 소개서는 더더욱 그래요.


사업자끼리야 서로 만나서 술 한잔 하다가 형님동생하면서 연결, 소개, 우연찮은 기회를 서로 잡을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라도 있지만… 소개서는 생판 나를 모르던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 과정이에요. 통성명하자고 보내는 것이 아니니 그들의 ‘답변’을 고려해야 해요. 구매를 하라는 건지, 협업을 하자는 건지, 다운을 받으란 건지… 상대방의 정확한 액션을 생각해야 소개서가 하나의 소실점을 지닐 수 있어요. 그게 없는 상태라면 소개서 제작은 쓸데없는 시간낭비로 끝날 수도 있어요. 만들어도 별 쓸모도 없고.


하지만 위 재료는 굳이 소개서가 아니더라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쓸 일이 있는 것들이니 만약 비주얼적으로 뭔가를 정리하고 싶다면 하나하나 폴더를 만들어서 관리해보세요. 추후에 편할 일이 많을 거예요.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