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채용, 그 태도에 관하여

조회수 2019. 3. 14. 12: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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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찾는 경영자,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사례 부분은 실제 기업 사례를 토대로 하되, 보안상의 이유로 일부 세부 내용/정보를 각색했습니다.


경력직 채용은 (그것이 무게감이 큰 포지션/사람일수록) 장기이식과 흡사합니다. 새로운 조직은 다른 신체 내부에서 잘 작동하는 소중한 다른 기관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기존 조직이 새로운 장기에 대한 거부 반응을 보여 그를 괴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불편함, 통증이 발생하고 결국은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장기 이식을 우리가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처럼, 조직에 대해 경험 많은 누군가를 영입하는 것 역시 그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운이 좋다면 성공할 수는 있지만. 성공은 드뭅니다.

- Boris Groysberg, Ashish Nanda, Nitin Nohria, 「The Risky Business of HiringStars」, Harvard Business Review, 2004


사례


어느 소프트웨어 기술기반 ‘강소’ 기업 N사 인사팀장 K는 최근에 고민이 많습니다. 회사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발걸음을 맞출 좋은 인력 수급/관리가 좀처럼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은 얼마 전 인사팀장에게 최대한 빨리 경력직 해외영업팀장을 신규 채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요구사항도 일러주었습니다. S사나 L사 등 대기업, SKY 출신에 영어가 능통해야 하며, 마케팅 경험과 개발에 대한 이해도를 동시에 보유한, 리더십 있는 스타급 인재를 채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회사가 다루는 기술이 소위 4차 산업 혁명군에 속하는 것이라 미디어와 주변의 관심도 많아지고, 외부 투자 역시 물꼬가 트인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중소기업’이라는 핸디캡과 내부적으로는 생존에만 집중한 나머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취약한 인력운영 체계/인프라가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그런 스타급 인재 영입이 가능할지…


K팀장은 막막함을 느낍니다. 더 나아가 그런 사람이 우리 회사 상황에 무턱대고 맞을지 회의도 들지만, 이의제기에 대한 사장님의 싸늘한 피드백을 떠올리며 이내 정신을 차립니다. K팀장은 일단 경영진이 지시한 내용을 JD에 담아 급히 헤드헌터들에게 보냅니다.

며칠 후, 평소에 거래하던 헤드헌터가 이력서를 보내옵니다. 헤드헌터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그에 준하는 인재를 확보했다는 자신감도 내비칩니다. K팀장이 받은 후보의 이력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A 후보: SKY(S대) 출신, 총 유관 경력 8년(전략/마케팅 경험 3년, 해외영업 경험 5년), S전자 출신(과장), 영어 가능(중상) 
B 후보: 해외 대학(UC 계열) 출신, 총 유관 경력 10년(해외영업 경험만 10년, 직접적 마케팅 경험은 없으나 유관 부서와 협업, TF경험 보유, 출신: 대기업 2년, 중견기업 8년-팀장), 영어 능통(상)
C 후보: 지방국립대학교 출신, 총 유관 경력 7년(해외영업 3년, 마케팅 경험 3년, 소프트웨어 기획 경험 1년, 출신: 중소기업/스타트업 전략마케팅 팀장), 영어 가능(중상)

K부장은 3명의 후보 이력서를 보고 일단 안도했습니다. 경영진이 선호하는 대기업/ SKY 출신도 포함되어 있고, 다른 후보들의 경력도 회사의 요구와 동떨어지지 않은 범주에 있어 안도합니다. 3명 모두 인터뷰 대상에 올리기로 하고 경영진에 보고합니다. 경영진 역시 만족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역시나 A후보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대단합니다.

3명이면 뭐 절차 거칠 필요 있나, 바로 만나보지.

K팀장이 배석한 가운데 바로 세 후보 모두 경영진 인터뷰를 하기로 합니다.


A후보자는 본인이 대기업 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것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회사 내에서도 성과를 인정받는 인재지만 ‘4차 산업’ 혁명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좀 더 주도적으로 커리어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한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대기업의 체계적인 영업 프로세스와 마케팅 전략을 이 회사에 적극 도입하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습니다.


대기업 환경상 팀장급 리더로서의 경험은 없으나 실질적인 실무적 리더 역할을 현 팀 내에서 담당하고, 성과를 강하게 드라이브하는 적극적인 리딩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에 궁금한 사항을 묻는 부분에 있어서는 연봉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배짱… 이 엿보였습니다.


B후보자는 인상이 좋고 호감형의 외모를 지닌 후보자였습니다. B후보자는 전형적 영업맨으로 호감형 인상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마음을 단기간에 사로잡는 것이 본인의 전략이자 특기라 밝혔습니다. 미국 UC계열 출신으로 영어가 매우 능통한 수준이고 중국어 역시 수준급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마케팅 전략 수립이나 기획 부분에 있어서는, TF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명확히 이해하거나 자신이 있어 보이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필드형 리더로 팀원 및 주변 이해관계 부서와는 형님 동생 하면서 공-사 경계를 특별히 두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궁금한 점에 대해선 B후보자 역시 연봉도 중요히 생각하지만, Work & Life Balance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C 후보자는 유사규모 / 유사업종에 종사해 그런지 N사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았습니다. 회사가 스타트업일 때 합류해서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부서 간의 경계 없이 이슈를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자신의 자산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체계적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N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겨졌기에 K팀장은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이 가는 후보자였습니다.


C 후보자는 구성원에 대한 ‘동기부여’가 리더로써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팀원들이 진심으로 내켜야 실질적 성과도 낼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코칭과 피드백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에 대한 궁금한 점도 (K팀장의 관점에서는) 인상 깊었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현재의 영업 전략/문제점에 대해서 물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영진은 그에 대해 오히려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아직은 합류가 결정된 것이 아니기에 보안 사항이라는 이유로 두루뭉술한 비전 정도로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갈음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후보자를 택하시겠습니까?

실제 이 기업의 경영진이 택한 해외영업팀장은 A 후보자였습니다. 사실 인터뷰 전부터 ‘A 후보자만 좋다면’ 합격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경영진은 해당 후보자를 맘에 들어 했습니다. 경험 등 외연도 그렇거니와 자신감 있고 성과 지향적인/적극적 태도가 경영진에게 어떤 확신을 부여한 것 같았습니다. 경영진은 기존의 가족적인 문화에 A 같은 적극성 있는 인재가 들어와 조직을 좀 역동적으로 변화시켜주길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K 팀장은 내심 가장 회사와 맞는다고 생각했던 C 후보자에 대해서도 은근히 어필해 보았으나 ‘훌륭해 보이긴 하나 큰 조직 경험이 없어서 시야가 좁을 것 같다.’는 피드백으로 묻히고 말았습니다. 경영진은 A 후보자가 받던 기존 연봉을 상회하는 수준(기존 N사의 팀장 연봉의 Max값을 넘어선)에 인센티브 역시 좋은 조건을 약속하는 성의를 보이며 A를 적극 영입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A: “아 진짜 이런 체계도 뭣도 없는 회사에 내가 미쳤지…”
경영진: “뭐가 그리 잘났다고 버르장머리 없이…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해.”
팀원 1: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휴… ”
팀원 2: “애초에 사람 좀 잘 뽑을 것이지…”
팀원 3: “이래도 회사가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
팀원 4: “에고 안타깝네… 다음엔 또 누가 오려나…”
타 부서 직원: “쟤네 또 뭔 일이래? 초반에 그렇게 설레발을 치더구먼…”

A는 이를 갈며 도망치듯 회사를 떠났고, 경영진 역시 그를 영입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로 A를 비토합니다. 어떤 직원들은 A의 퇴장에 쾌재를 부르고, 어떤 직원들은 씁쓸히 그의 퇴사를 배웅합니다. A와 경영진은 어느새 직원들의 냉소적인 험담 안주가 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스타를 찾는 경영자,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인간에게 내재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은 상당히 강력하고 침투력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한 심리적 경향이 개인, 집단 또는 국가 차원에서 발생하는 온갖 마찰과 논쟁과 오해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Raymond S. Nickerson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과 확증편향


1999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건물에서 한 가지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연구팀은 6명의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검은색 셔츠를, 다른 한 팀은 흰색 셔츠를 입게 한 뒤 농구공을 패스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의 핵심은 농구공 패스가 아니었습니다.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한 학생이 농구공을 주고받는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 나온 뒤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패스 횟수가 몇 개였느냐”가 아니라 “고릴라를 봤느냐”였습니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학생 중 약 절반이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농구공 패스에 집중했더라도 약 절반이 이처럼 뜬금없는 상황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참가 학생들 스스로도 믿기 어려워했습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인지력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쉽게 편향되어 정작 중요한 정보를 어이없게 놓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와 유사한 맥락의, 하지만 조금 더 심각한 인식의 오류도 있습니다. ‘확증편향(Confirm Bias)’입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해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것. 쉽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입니다.


기업 채용의 관행, 프로세스를 곁에 서서 냉정히 바라보면서 제대로 된 경력직 채용을 위한 첫걸음은 어떤 대단한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주체(주로 경영진)가 암묵적으로 가진, 지배적인 편견을 되돌아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성공한, 혹은 성공의 길을 달리는 경영자는 끊임없이 구성원에게 ‘혁신’과 ‘창조’를 입버릇처럼 주문합니다. 하지만 정작 경영자야말로 그들이 스스로 구축한 성공 경험이라는 탑에 갇혀 닫힌 인식과 의사결정 및 행동을 쉽게 할, (스스로) 고립된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력직 채용은 특히나 그 관행/구조상 갖가지 관문이 오히려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켜켜이 쌓인 신입사원 채용보다 기업/경영자의 확증편향 /편견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작동하기 쉽습니다. 그 대표적인 세 가지 오류/편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편견 1.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외연’에 대한 오만과 편견


최근 그 트렌드가 바뀐다고는 하지만 그건 여전히 일부 보여주기식 홍보/ 행정의 일환이지 채용 문화가 바뀐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후보자가 가진, SPEC과 같은 외연적인 요소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소기업(스타트업 포함)이나 중견기업은 심리적으로 좀 더 그런 경향을 보이는 듯합니다.


그동안 영세한 규모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처우, 취약한 운영 인프라 등으로 제대로 된 인재를 영입하지 못했다는 인식과 이런 조직의 체계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 거기에 경영자 개인의 인사권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구조가 경력직 채용 시 경영자가 정한 ‘외연’, ‘조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고리를 만드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 출신이 작은 기업에 와서 조직의 체계를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SKY 출신의 경험 많은 사람이 정말 똑똑하고 센스 있게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의 핵심인재로서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논리, 확률로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동시에 작은 기업 출신의, 지방대 출신의 구성원이 기업의 긍정적 변화를 이끈 케이스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리더급 혹은 외부에서 영입한 ‘스타급’ 인재의 46%는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전 직장의 성과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다고 합니다. 또한 30%가량이 2년 내에 조직을 떠난다고도 덧붙입니다. 더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프랭크 슈미트(Schmidt, F) 아이오와대 교수와 존 헌터 (Hunter, J.) 미시간주립대 교수의 논문 「인사 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에 따르면 구직자의 학력과 성과의 상관관계는 0.1, 경력 연수는 0.18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논문에서 구직자의 실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요소는 실제 채용 시 맡길 업무/역할의 일부를 시켜보는 작업 테스트(0.54)였습니다. 이렇게 결과를 놓고 보면 매우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고서 우리의 채용 관행을 돌아보십시오. 화려한 외연에 가려 당연한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우리 회사에 와서 실제 역할을 훌륭히 해낼 사람’ 이 본질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런 사람은 ‘외연적으로 이런 사람이야’라는 ‘조건’, 그 안에 내재한 ‘우리의 편견’에 가려 정작 본질을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편견’을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오만’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며 논리학에 대한 질문을 해볼까 합니다. 우리가 ‘명제’라는 이름으로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것 중에서도 제일 처음 부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P이면 Q이다.(P->Q) 그렇다면 Q이면 P인가?(Q->P)

아마도 모든 분께서 자신 있게 대답하셨을 것입니다. 정답은 ‘거짓’입니다. 논리학적으로 두 문장은 유사해 보이나, 큰 관계가 없습니다. 이것을 ‘후건 긍정의 오류’라고 합니다.


조금 오래전 어떤 비즈니스 리더와 ‘경력직 채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예전 우리나라에서 ‘학벌타파’가 이슈화되었을 때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경력직에 대한 ‘블라인드’ 채용을 했는데 뽑고 보니 대부분 SKY 출신으로, 이전에 인위적으로 학교 배분을 하던 때보다 오히려 출신 학교 랭킹 수준이 높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오히려 학벌과 채용의 상관성을 높게 인식한 계기가 되었고, 회사는 다시 예전 방식으로 출신 학교에 가산점을 부여해 채용에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블라인드로 뽑았더니 학력이 높았다. 그래서 채용 시 학력 중요도를 높게 본다.

사실 많은 분이 내심 가진 생각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인식에서 자유로운가 묻는다면, 자신이 없을 정도이니까요. 저 문장은 얼핏 매우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거기에 누군가의 경험까지 덧붙이면 금상첨화겠지요. ‘실제 내가 경험해보니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주장은 여러 오류를 내포합니다. 그중 하나는 제가 잠시 쉬어가며 드렸던 질문에 그 답이 있습니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분석해보면 이렇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좋은 사람을 뽑았더니’(P) ‘SKY 출신’이 많았다.(Q) 그렇기 때문에 SKY 출신을 뽑으면(Q) (안 봐도) 좋은 사람이다.(P)

지금은 어떻습니까? 설득력 있게 느껴지시나요? 이 주장은 전형적인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할 뿐입니다. 만약 철저히 ‘블라인드’로 회사의 기준에 맞는 좋은 사람을 뽑으려 했더니 학력이 높은 사람이 많았다면. 그저 ‘블라인드’로 계속 채용을 하면 될 뿐, 그것이 블라인드를 다시 폐지하고 학력 중심의 채용으로 회귀할 적절한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좀 더 들어가 보자면, 그(혹은 유사한 ‘우리’)의 주장은 객관화하기엔 한두 해 정도밖에 겪지 않은 일시적 경험에 불과합니다. 그 블라인드 과정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할 문제이고요. 더욱이 채용과는 별개로 실제로 조직에 성공적으로 온보딩한 인력에 대한 분석까지 더하면 좀 더 복잡한 문제가 됩니다. 여기에 유리천장 문제까지… ‘학벌은 채용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라 주장/증명하기 더더욱 어려운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편견 2. 소프트 스킬은 채용의 본질이 아니다: ‘문화적 적합성’에 대한 무지


경력직 채용에 있어서 우리가 매우 쉽게 놓치는,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위험한 편견은 ‘소프트 스킬’에 대한 것입니다. 일에 있어 ‘하드 스킬’이라 함은 직무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 기술 그에 비롯한 가시적 결과물을 의미합니다. 반면 ‘소프트 스킬’은 그 사람이 가진 인격, 의사소통, 감성적 지능/공감력, 그에 비롯한 태도나 양상과 같은 문화적 요인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경력직 채용에 있어 소프트 스킬을 간과해왔습니다. 특히나 ‘성과주의’가 기업 전반적으로 강조되면서, 외연상으로 ‘가시적인 성과’, ‘결과’를 잘 냈던 스타급 인력이라면, 그 사람이 가진 인성이나, 조직에서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는 양상, 여타의 문화적 속성은 따로 확인해볼 것도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했습니다.


혹여 이를 대외적으로 중시한다고 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다수는 이를 ‘적극성’, ‘대인관계’, 조직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 ‘정치력’ 정도로 한정해 강조할 뿐입니다. 더욱이 사례처럼 리더(팀장)급 경력직을 뽑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과거 경력에 묻히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채용을 대하는 최신 이론과 양상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진 소프트 스킬을 제대로 파악하고, 조직의 문화적 맥락에 맞는지 비추어 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최신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1990년대부터 적극 제기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좀 더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Management)는 기업이 인건비 약 50~60%를 문화적 적합성이 제대로 맞지 않는 이직자들의 부적응과 이로 인한 손실 비용에 쓴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문화적 적합성이란 무엇일까요? 이 역시 어려운 이슈이긴 합니다만 제가 동의하는 수준의 문화적 적합성에 대한 견해를 말씀드리면 시스템, 프로세스, 퍼포먼스 등 환경적 맥락, 차이를 고려하되 그 자체가 아니라(즉 단순히 문화적 맥락이 가장 유사하거나 그 차이가 적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의 차이에 대해 경력자가 취하는 태도 및 양상에 집중, 이를 추론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회사 고유의 문화, 조직 맥락에 비추어 후보자의 ‘외연’을 넘어선 ‘속성/태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앞의 N사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스템, 프로세스, 퍼포먼스의 맥락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통상적으로 시스템/프로세스가 대기업만큼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고 내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리소스가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정비된 조직/시스템 가운데에서 성과를 내던 사람이 위와 같은 환경에서도 그에 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더욱이 그가 경험한, 정비된 조직/시스템이 새로운 작은 조직에 ‘정답’ 일 수 있다 생각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그가 속한 조직에서 창출했다는 ‘성과’에 대한 맥락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창출되는 ‘성과’는 온전히 ‘개인’의 기량보다는 그 주변을 둘러싼 관계/팀 간의 화학적 요소나, 환경적 요인이 필히 연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가 이력서 혹은 인터뷰 상에서 명시한 ‘성과’가 사실은 후자에 속한 것이고 그는 단지 그 시점에 거기 속했던, 사실은 ‘무임승차자’라면? 혹자는 ‘에이 설마’ 하겠지만 우리가 이러한 맥락을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는 이상 그 ‘설마’의 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N사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리더는 적은 리소스에서도 짜임새 없는 시스템 가운데에서 유연하게 적응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N사의 환경/맥락에 맞는 시스템/프로세스를 주변 구성원들과 협력하며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내부 성장 인력을 중심으로 가족적인 문화를 가진 것을 감안해 그 특징과, 장점/단점, 정치적 양상을 주의 깊게 살펴 구성원의 반발/저항을 능숙히 관리하면서 조직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A는 대기업의 시스템/프로세스와 자신이 지원받던 리소스 환경을 일방적으로 회사와 동료 구성원들에게 ‘당연’ 한 것처럼 요구했습니다. A 입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데 제대로 된 리소스 지원도 없고 체계도 하나도 안 잡혀 있어 ‘내가 이 짬에 이런 것까지 해야 해?’ 짜증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부서도 아니고 제 기존 업무도 아닌데 다짜고짜 전화해서 이 자료 저 자료를 이런 식으로 가공 해오라는 강압적인 명령 투로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좀 소극적으로 반응하면 제가 뭘 모른다는 식으로 핀잔을 줍니다. 우리 부서장께 여쭙고 하겠다 했더니 사장님 위임을 받았으니 그냥 해오라고 말하고 끊어버립니다. 나중에 이를 들은 부서장은 좀 언짢아하면서도 사장님이 말씀하신 거니 해주라 하는데 솔직히 내키지 않습니다. 한 번은 실컷 야근해서 보내줬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나중에 들었더니 그걸 자신이 다 한 것처럼 사장님께 보고했다더군요.

- N사 타 부서 E과장
엄청 복잡해 보이는 PPT/WORD 문서를 별 설명 없이 툭 던지면서 이대로 회사에 적용하는 기획을 다짜고짜 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예전 회사에서 전략 컨설팅을 받았던 자료 같았습니다. 예전에 큰돈 주고 컨설팅받았으니 뭐 문서 자체야 훌륭할지 모르나 며칠 꼼꼼하게 읽어보니 제품이 속한 시장의 속성이나 규모 자체도 다르고, 우리 제품에 저런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기엔 기본적으로 예산이나 인력 리소스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제한되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안 되면 되게 해야지, 왜 이렇게 방어적이야.’ 막막해서 가이드라도 좀 달라 했더니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해? 자네가 이 회사에 오래 있었으니 디테일은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 아니다, 그냥 하지 마 내가 할게.’라며 한숨을 푹 내 쉽니다. 참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 N사 A가 속한 부서 대리

물론 A도 할 말이 있습니다.

아니 전략마케팅을 리딩 하라고 해서 왔더니, 진짜 전략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환경/리소스가 하나도 구비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전략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도 이 부서 저 부서에 따로 흩어져 취합이 안 되고, 이걸 취합해 가공하라고 했더니 다들 자신들 일이 아니라며 소극적으로 나오는데 참 어처구니없었죠. 예전 회사에선 그건 디폴트였습니다. 이미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면 됐는데, 여기선 기초작업마저 안 되어 있으니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팀원들의 기획력도 너무 떨어지고, 그럼 적극적으로 배우기라도 해야지 귀한 자료를 줘도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자꾸 가이드 달라는 소리나 하고, 우리 회사랑 안 맞는다 하고 참 내가 ‘이러려고 여기 왔나’ 회의가 듭니다.

채용을 통한 경영진의 기대와, A의 기대는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쉽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스트레스, 균열까지… 조직 전반의 정신적 손실까지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N사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채용’을 위해 자진해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 셈입니다.


문화적 적합성: 맥락의 겹을 관통하는 태도 및 양상


경력직 채용을 ‘문화’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우리 회사’와는 다른 문화, 조직 맥락에서 근무하고 성과를 내던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례의 N사와 같이 그 조직의 규모나 환경 비즈니스의 성격이 다른 조직은 더욱 그 차이가 심할 것입니다. 경력직을 채용하려는. 특히 ‘스타급’ 리더를 채용하려는 회사는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최근 문화적 적합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여러분께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라는 것이 곧 ‘자신의 조직과 같거나 유사한 문화/맥락에 속해서 성과를 냈던 사람’, ‘우리 회사에 속한 사람들과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이 오해에 대한 부분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문화적 적합성에 대한 별도의 글을 통해 다루겠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의 겹, 차이에 대해 경력자가 취하는 태도입니다. HBR의 관련 아티클 속 표현을 응용해 좀 더 구체화하면, 그 태도의 핵심은 1) 경험을 뛰어넘는 (정신적/지적) 성숙/현명함(Favor Potential overExperience)이자 2) 타인과 협력하고 관계 맺는 양상(Rest in Peace, kemo sabe)입니다.


즉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성숙하게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문제와 본디 주어진 직무상의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그럼으로써 조직 구성원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자신을 포지셔닝할 것인지 ‘How’에 대한 합리적 예측과 판단이야말로 경력직 채용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측정/예측 가능한 ‘지식’의 영역이 아닌 ‘지혜’의 영역이기에 쉽지 않다는 것 물론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인식하고 후보자의 외연 너머의 태도, 양상에 ‘주목’하려는 시도와 개선 노력, 의도적 인식 그 자체야말로 ‘경력직 채용’과 관련한 고질적 문제/실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편견 3. 이미 익숙해진 채용 루틴과 속전속결 관행


앞의 두 가지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레 현재의 경력직 채용 관행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외연 너머의 태도/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어디 사람을 한두 번 보고 쉬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일까.’ 헤드헌터 등을 통해 피상적 조건/외연을 중심으로 사람을 찾고, 이후 한두 번의 인터뷰만으로 속전속결로 끝나고 마는 현재의 보편적인 경력직 채용 루틴 안에서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운’에 기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여러분 스스로도 잘 아실 것입니다.


글의 첫마디를 꺼내기 전 소개했던, 어느 투자회사 임원의 경력직 리더의 채용에 대한 생각, 장기이식에 빗댄 비유를 떠올립니다. 장기 이식에 앞서 의사는 그 장기가 이식자의 혈액과 각 조직에 적합한지, 그리고 그 이식자 역시 의학적 / 체력적으로 그 장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사하고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칩니다. 그렇게 해도 이식자가 장기이식에 성공할 확률은 완벽하지 않으며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 비유의 창으로 현재의 피상적인 속전속결 채용 관행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그 문제를 좀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구글은 인사정책에서 ‘채용’이 가장 중요함을, 조직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때문에 채용에 시간제한을 두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훨씬 더 일찍이 마이크로소프트도 ‘엇비슷해 보이는 사람(Near Fit)’이 아닌 ‘완벽히 적합한 사람(Exact Fit)’을 추구해야 하며, 그게 아니거든 차라리 공석(Open Slot)으로 두는 것이 낫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자신들의 기준에 적합한 ‘최고’가 아니면 채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자포스는 과거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인재를 채용하던 방식을 폐기하고 자사에서 처음부터 끌까지 도맡아 관리할 수 있는 채용 SNS 채널(자포스 인사이더)을 구축해 지원자들과 장기간 소통하며 채용 여부를 가늠합니다.


솔직히 ‘완벽히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또 그 ‘완벽히 적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또 우리가 별개로 논의해야 할 어려운 이슈임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시사하는 바는 ‘채용’은 ‘장기이식’처럼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땐 당장 사람이 없어서 일단 뽑았어’라는 말은 ‘그땐 당장 맞는 장기가 없어서 일단 되는대로 이식했어’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비슷한 맥락임을. 우리는 인식해야 합니다.


여전히 대다수 기업이 채용을 고민하면서도 지원자 수, 지원자의 출신 대학, 지원자의 경력, 지원자의 언변 등 쉬이 드러나는 외연을 채용 성과지표(KPI)로 삼고 속도전을 펼칩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 디자인처럼 올해의 ‘채용 콘셉트’을 매년 달리해가며 화려하게 광고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다만 잠시 멈추어 그 내면에 채용의 ‘본질’이 담겨 있는지 돌아보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태도의 전환, 좀 더 나은 경력직 채용을 향한 첫걸음


사례는 우리들이 실상에서 쉽게 변하는 작은 편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Sky 출신이 일을 잘할 것이라는 편견, 큰 조직을 경험해본 사람이 조직을 잘 이끌 것이라는 편견,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것이 무조건 좋다는 편견(그 세부적인 관계의 스킬과는 무관하게), 그가 문서상 적어 놓은 경험이 온전히 개인의 경험이자 성과의 산물일 것이라는 과도한 믿음, 경영자의 경험 많은 직관/느낌이 곧 정답에 가깝더라는 신화, 요구사항을 작성하고 JD를 넘기면 헤드헌터가 문자에 적힌 대로(Literally) 해당 인력을 피상적으로 찾고 한두 번 만에 탈락과 채용이 결정되는 기계적이고 속전속결인 관행…


그 모든 작은 티끌과도 같은 인식의 오류가 모여 경영진의 시야를 가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도사린 작은 편견을 성찰하고 점검할 기회, 프로토콜이 없는 조직에서는. 설령 우연히 ‘해외영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진짜 ‘고릴라’(인재)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아마도 그곳 경영진은 자신들이 이미 그려놓은 프레임에 갇혀 그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인지행동 이론에 따르면, 자신에게 암묵적으로 내재한 편견이나 왜곡된 인식에 대해 한번 생각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로 발현되는 상황 앞에서 의식적으로 그 인지적 과정(편견이 편견임을 인식, 인정한 경험)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실체적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인용하자면, 경력직 채용 개선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채용 스킬의 개선이나 변화가 아닌 경력직 채용에 대한 경영자의 태도/관점 변화일 것입니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채용을 진행하기 전에 언급된 세 가지 오류에 대해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만으로도 고릴라를 보지 못할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을 성찰하는 것, 물론 그것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요.

자기가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기란 불가능하다.

- Epictetus, 그리스 철학자


다음 글에 대하여


채용은 엇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아닌 완벽히 적합한 사람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완벽히 적합한 사람’의 초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입니다. 또 다른 단락에서 언급한 ‘외연 너머의 속성/태도’인 문화적 적합성이 첫 번째 의문의 힌트를 품었지만 설명이 직접적이거나 충분치 않아 막막한 분도 계실 것입니다.


채용에서 벌어지는 고질적인 ‘편견’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좀 더 나은 채용을 위한 첫걸음이라면, 그다음 보폭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당연한 질문입니다. 다음 글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나름의 회신이 될 수 있는 주제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글을 읽느라 긴 시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상효이재의 브런치


참고

  • Boris Groysberg 등 3인, ‘The Risky Business of HiringStars’, Harvard Business Review (2004)
  • Schmidt, F. & Hunter, J.(1998). 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Practical and TheoreticalImplications of 85 years of research findings. Psychological Bulletin
  • Boris Groysberg 등 3인, ‘The Risky Business of HiringStars’, Harvard Business Review (2004) 인터뷰 내용 인용(의역)
  • Christopher Chabris&DanielSimons, ‘보이지 않는 고릴라’, 김영사(2011)
  • Katie Bouton, ‘Recruiting forCultural Fit’, Harvard Business Review (2015)
  • David Stauffer, ‘Cultural Fit:Why Hiring Good People is No Longer Good Enough’, Harvard Business Review(1998)
  • Laslo Bock,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알에이치코리아 (2015)
  • James Wallance, Jim Erickson, ‘HardDrive: Bill Gates and the Making of the Microsoft Empire’(1992)
  • Netflix, ‘Freedom& Responsibility’
  • Zappos Insider Web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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