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경은 이렇게 비싼가?", 물류 혁신으로 2년만에 10배 성장 이룬 키에그 렌즈 인터뷰

조회수 2019. 2. 28. 18: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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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비자가 저렴하고 질 좋은 안경을 구매하는 날까지

키에그전 1. 안경공장 박차고 나와 유통사업에 자리 잡기까지


리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용학: 안경 렌즈를 제조, 유통, 판매하는 키에그 대표 박용학입니다.


정규동: 부대표 정규동입니다.

사진 좀 달라고 했더니 매우 싸이월드틱한 사진을 보내왔다

리: 안경 렌즈 창업이라면, 굉장히 생소한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정규동: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부친께서 안경 공장 운영을 하고 계시는데… 문제는 제가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으면 자신 있게 얘기할 텐데… 이건 알아서 편집 잘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리: 왜 그러세요, 요즘 최고의 스웩은 아버지죠. 왜 그 좋은 2세 생활을 관두고…


정규동: 그게 그렇게 좋지 않아요. 렌즈 계에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없는 게 돈이 크게 안 돼서 그래요. 그나마 있는 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다 장악했죠. 그래서 국내 업체는 대개 외국 자본에 흡수되거나 중국 쪽으로 넘어갔고… 부친의 회사가 남은 제조업체 두세 군데 중 하나죠.


리: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건, 그만큼 탄탄하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나요?


정규동: 근데 워낙 오랫동안 일군 회사다 보니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이왕 뻔한 미래, 한번은 불꽃을 확 질러보자 싶어서, 대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대표님을 꼬신 거죠. 너의 능력을 내가 빌리고 싶다고…

사실 국내 렌즈 시장은 이미 글로벌과 몇몇 대형 업체로 재편된 지 오래다

리: 그 능력을 얼마에 빌렸습니까?


정규동: 어… 처음에는 잘 넘어오질 않았어요. 꾸준히 술 사주며 돈 꼬라박으니 결국 넘어왔습니다. 근데 대표님이 얼만 전에 2세 봤다고 자기 월급 올려야 한다고 슬며시 저한테 얘기하는데, 저는 지금 귀를 닫아놓은 상태예요. 저도 지금 등골이 휘어서(…)


리: 왜 월급을 올리기 힘든 겁니까? 제조, 유통, 판매까지 다 하면 돈 많이 벌 것 같은데.


박용학: 저희가 워낙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서 많이 남지는 않아요. 투자 기간이기에 약간의 적자가 있지만, 작년만 해도 60만 개의 렌즈를 판매했습니다. 판매의 성공 포인트는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타사 대비 약 4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리: 어떻게 그렇게 싸게 공급할 수 있죠?


박용학: 보통 제조 공장이 있으면 그 공장에서 제품을 받는 도매가 있어요. 그리고 도매와 연결되는 도도매를 거친 후에야 안경원으로 가는 게 기존의 유통 구조예요. 그런데 우리는 도매, 도도매를 아예 안 끼고 공장 직영으로 바로 안경원까지 렌즈를 공급하는 거죠.

이렇게 도매를 거치면 가격이 높지만
키에그는 공장 직송이기에 낮은 가격으로 렌즈를 공급할 수 있다

리: 40% 싸게 바로 공급하면, 소비자는 실제로 얼마나 더 싸게 할 수 있는 건가요?


박용학: 그건 저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닭을 원가에 공급받는다고 해서 치킨값이 얼마라고 결정해줄 수는 없듯이, 저희도 소매 가격은 결정하지 못하죠. 그래도 일반 안경원 기준으로 약 반값에 안경을 파는 ‘으뜸50안경원’은 합리적 가격에 안경을 공급한다는 비전이 저희와 잘 맞아서 메인 파트너로 함께합니다.


리: 매출은 어느 정도로 늘었습니까?


박용학: 자세한 건 밝히기 힘들지만, 그래도 2016년 기준으로 2년 만에 10배 정도 늘었어요. 가맹점도 처음에는 50군데가 채 안 되다가 지금은 300곳 정도로 늘었고요. 올해도 충분히 2배 이상 성장할 거라 생각해요.

엄청나게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키에그전 2. 렌즈는 패션이 아니라 기능! 대차게 말아먹은 선글라스 제조기


리: 다행이군요. 키에그의 시작은 어땠나요?


박용학: 처음에는 둘 다 돈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선글라스를 팔자고 생각했죠. 마침 그때 젠틀몬스터 같은 신생 브랜드도 떴고…

루이비통으로부터 600억 투자받은 젠틀몬스터를 논하다니, 꿈은 컸다(…)
당시 키에그 사무실의 모습(…)

리: 사실 선글라스라고 하면 명품 브랜드부터 떠오르잖아요. 그 안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데…


정규동: 저희는 그걸 역이용하려고 나온 사람들인 거죠. 사람들이 라식, 라섹 수술했는데도 또 안경 쓰고 다니더라고요. 멋을 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자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수술까지 한 비싼 눈인데 보호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시작부터 라식, 라섹한 눈을 위한 선글라스로 마케팅했죠.


박용학: 사람들이 선글라스 하면 패션 쪽으로만 생각하시는데, 사실 선글라스의 시작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너무 패션에만 치중하는 선글라스 시장에, UV 420까지 차단되는 좋은 렌즈를 도입하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리: UV 420?


박용학: 기본적으로 모든 선글라스가 빛의 파장대 400nm까지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어요. 401nm~500nm까지는 청광영역이라고 부르는데, 그중 401~420nm까지의 범위는 HEV(HIGH ENERGY VIOLET)라고 해서 눈에 해롭거든요. 그 부분까지 일부 차단되는 고급 자외선 흡수제를 시장에서는 UV420이라고들 해요. 이걸 미는 기능성 선글라스를 만든 거죠. 해외 명품 선글라스도 보통 UV400까지만 차단되니까 차별화가 되겠다 싶어서…

요렇게 420 렌즈는 유해한 빛을 막아준다

리: 결과는 어땠나요?


박용학: 망했죠. 아무리 기능성 렌즈가 좋다고 홍보해도, 라식 라섹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기능성 선글라스에 초점을 두고 홍보해도 쉽지가 않았어요. 남자 둘이서 월급 안 받고 일하니 겨우 버텼죠. 그러면서도 아, 이 상태로 가면 망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리: 포기가 빠른 남자로군요(…)


박용학: 선글라스는 명품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바꿀 수 없었어요. 어차피 모든 선글라스가 자외선 99.9% 차단한다고 홍보하기도 하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려니 홍보비가 제품 생산비만큼 들더라고요.


정규동: 왜 안 될까? 재미없잖아요. ‘눈 건강에 좋아’라고 해봐야 딱 체감되는 게 없어요. 쓰자마자 ‘어, 나 눈이 너무 좋아졌어’ 이렇게 느끼지는 못하잖아요. 안경 렌즈보다 안경테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죠.


리: 암울하군요(…)


박용학: 좀 억울하기도 했죠. 우리 선글라스가 이렇게 저렴하고 좋은데 왜 사람들은 몰라줄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니, 소비자가 렌즈에 관해서 전혀 모르는 거예요. 저랑 부대표님 둘 다 안경을 끼면서도 어떤 렌즈가 나에게 맞는 안경 렌즈인지, 가격은 얼마면 적당한지 모르더라고요.

베스트 신상품 받았지만, 안 팔렸다(…)

리: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박용학: 미국에 와비 파커(Warby Parker)라고 대박 난 회사가 있어요. 온라인에서 안경 도수를 입력하고 원하는 모델 3가지를 골라서 주문하면 배송해줘요. 그러면 그 3가지 중 원하는 안경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반송하는 거죠. 근데 한국에서는 의료법 때문에 도수 있는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가 없어요. 그게 안 된다면 도소매 구조를 혁신해서 가격을 낮추자, 이렇게 키에그 렌즈를 시작한 거죠.


정규동: 제가 공장 있을 시절에도 품질이 괜찮으니 OEM 쪽으로 수출을 많이 했어요. 문제는 점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단 거죠. 아무래도 사람 손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업인데 인건비는 계속 오르니까요. 그러니 이제는 공장에서 직접 소매점에 납품하며 유통 마진을 줄여야겠다는 판단을 한 거죠.

젠틀몬스터에 이어 이제는 연 매출 4,000억의 와비파커까지 언급… 정말 꿈은 크다

키에그전 3. 공장에서 안경원으로 직송하며 유통경로를 없애고, 2년간 10배 성장을 이루다


리: 그렇게 도매시장에 진출하게 된 거군요. 어떤 점을 어필하셨나요?


박용학: 합리적인 가격이죠. 품질은 눈에 띄는 큰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더욱 저렴하게 공급해 드린다고 안경원, 체인점을 일일이 돌아다녔죠.


리: 정말 품질 차이가 크게 없다고 확신하십니까?!


박용학: 쉽게 표현하면 치킨 같은 거예요. BBQ에서 시키나 굽네치킨에서 시키나, 맛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원료는 다 같은 국내산 닭이잖아요. 키에그에서 공급하는 렌즈가 다른 렌즈보다 우수하다고는 말씀을 못 드려요. 대신에 또 떨어지지도 않는 거죠. 국내외 검증된 원료를 사용하고, 품질 테스트도 다 진행했어요. 물론 해외의 초고가 비싼 명품 렌즈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시중의 대중적인 일반 렌즈에는 전혀 밀리지 않아요.

어느 브랜드를 먹든 1년에 8억 마리의 닭이 죽습니다…

리: 같은 품질 제품을 그렇게 싸게 공급했으니 금방 시장을 뚫었겠군요.


박용학: 사실 처음부터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 기존 도매상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다 보니, 같은 도매상들로부터도 견제를 좀 받았죠. 안경사분들도 거래처 여럿 돌리면 일이 늘어나니까 한두 군데에 다 맡기거든요. 그래서 저희에게 다른 렌즈도 구해달라 하는데, 그러면 저희가 또 다른 도매로부터 구해와야 해요. 비싼 가격에라도 주기만 하면 괜찮은데, 렌즈를 아예 주지 않으면 좀 곤란했죠. 안경원에 제때 공급을 못 하니…


리: 남대문 도매시장이 참 보수적인가 봐요.


정규동: 그분들도 쉽지 않죠. 안경 렌즈도 10년 전, 20년 전까지는 호황이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소득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갔는데 안경렌즈 가격은 말도 안 되게 내려가거든요. 그것만 보더라도 유추하실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남대문 시장의 현황은 끔찍하다

리: 그래도 까이니 서러웠겠군요.


정규동: 인맥이라는 게 아직도 많이 작용하더라고요. 그런 게 없어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죠. 사실 저희는 이방인이었거든요. 제가 아버지 공장에서 일하긴 했지만, 이런 도소매 필드에 익숙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 안경원 가면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가 와서 물건 넣으려고 그래?’. ‘얘네들 뭐야?’ 이런 식으로 무시를 많이 받았죠. 그래도 몇 군데에서 받아주니까 그분들 소개로 점점 커진 것 같습니다. 답례로 맛있는 거 사 드리고 담배 사 드리고…


리: 그래도 영업이 좀 풀린 계기가 있었을까요?


박용학: 결국은 합리적 가격과 입소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키에그는 도매 마진을 남기지 않고 공장에서 바로 안경원으로 가잖아요. 안경원 입장에서도 마진을 많이 남기면 좋으니, 당연히 같은 품질이면 좀 더 저렴한 렌즈를 원하죠.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안 안경사분들이 다른 안경원을 추천해 주시고, 그렇게 하나하나 늘어났죠.


리: 그래도 2년 만에 매출이 10배로 늘게 된 명확한 계기는 무엇이 있을까요?


박용학: 키에그의 이익뿐 아니라, 안경원과의 공생을 위해 렌즈를 더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우리의 철학을 알아준 분들 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저희와 철학이 맞는,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자 하는 안경원과의 거래가 늘고요. 예로 주 거래처 중 하나인 ‘으뜸50안경’이라는 가격파괴 체인은 일반 소비자 가격보다 거의 5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안경을 팔아요. 그래서 약 5~6만 원이면 좋은 품질의 자신만의 맞춤 안경을 구매할 수 있지요.

출처: 오늘 아내 안경을 사면서 호구 됐네요
정말 개싸긴 하다…

리: 거기도 그렇게 싸게 팔아서 남나요-_-?


박용학: 안경원을 차릴 때 초기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근데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임대료예요. 거리의 안경원을 보시면 알겠지만 거의 유명한 지역의 메인 1층에 자리 잡거든요. 근데 으뜸50안경원 같은 경우에는 대로변 1층이 아닌 구석진 곳 2층에 있어요. 임대료를 최소화해서 마진을 덜 남겨도 운영이 될 수 있게끔 한 거죠.


리: 말씀하신 대로 들어보니까 으뜸50이란 곳이 거의 메인 파트너 같네요?


박용학: 네. 저희가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안경렌즈 도매를 시작했는데, 그해 말부터 으뜸50안경 체인과 거래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으뜸50안경 체인도 체인점이 13~14개 정도 되는 업체였고, 저희도 거래처가 많지 않았죠. 거래를 시작하고 나서 으뜸50안경 체인 붐이 일었죠. 저가로 소문이 많이 나며 현재 62개로 체인점이 급속하게 늘어났고, 거기에 따라 저희 매출도 좀 많이 늘기 시작한 거예요.



키에그전 4. 안경원에서 “키에그 주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그날까지


리: 2년간 10배 성장을 이뤘는데, 올해 계획은 어떻습니까? 


정규동: 아쉬웠던 게, 지금까지는 저희가 해보고 싶었던 합리적인 렌즈로서의 키에그 브랜딩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냥 살아남기 위해서 판매망 뚫는 것만 생각했지, 다른 건 제대로 손도 못 대본 것 같아요. 맨땅에 헤딩하면서 필드만 뛰어다녔죠…

그나마 사무실은 많이 좋아졌다. 첫 사무실은 물이 샜다고(…)

리: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정규동: 그래서 올해는 키에그 브랜드를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소비자들이 단 한 명이라도 더 안경원 가서 “안경 맞추러 왔어요” 하지 말고, “키에그 렌즈로 안경 맞추고 싶어요”라고 말씀하게끔 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리: ‘단 한 명이라도’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정규동: 우리 렌즈, 키에그란 이름이 굉장히 어려워요. 처음에 브랜드를 알릴 때 “케이그”, “카이그”, “기그뭐뭐(…) 별별 소리가 다 나왔는데, 이제 ‘키에그’라고 정확하게 발음하면서 주문을 하시니까 딱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고요.


리: 뭐, ㅍㅍㅅㅅ만 하겠습니까만… 그나저나 키에그는 어떻게 생긴 이름이죠.


정규동: 외부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닭살 돋게 “Keep Your Eyes Good, KYEG”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사실 제 이름인 정규동의 K에 대표님 성함인 박용학의 Y…이렇게 KY를 붙여 놓고, 있어 보이라고 뒤를 끼워 맞췄죠. Kyudong&Yonghak Eyewear Group이라고… 우리 둘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민망해…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박용학 대표네 개를 출연시켜보았습니다

리: 뭐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의 유명 렌즈 브랜드들처럼 알려지긴 정말 힘들지 않을까요?


정규동: 일본이 렌즈 쪽 브랜딩을 정말 잘하는 나라예요. 호야, 니콘 같은 곳들은 연예인 써서 광고까지 하니까요. 호야 렌즈는 좋다, 이 렌즈는 써도 된다, 계속 그런 식으로 브랜딩하는 거죠. 하지만 지금은 이미 시장에 쫙 깔렸고 라인도 꽉 잡았으니까 굉장히 보수적으로 이미지 마케팅만 하죠.


리: 반대로 키에그에서 치고 나가려면 결국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그럴 자금은 없잖아요?


정규동: 그렇죠. 지금까지는 판매망이 변변하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디 들어가서 “저희 것 좀 한 번만 써 주십시오”라는 식으로 나갔죠.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게, 저희와 같이하는 안경원 선생님들이 저희를 믿어주셨죠. 그러니 앞으로도 그런 믿음을 계속 드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렌즈를 제공해 드리고, 새로운 안경원 선생님들을 만나 저희 철학을 이야기해야겠죠.


리: 근데 으뜸50안경원 같은 곳에 싸게 공급하잖아요? 오히려 그런 게 부담되지 않으세요? 다른 안경원에서 컷을 한다거나…


정규동: 부담될 때도 있죠. 그런 경우도 없잖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컷 많이 당했고, 여기저기 배척당하기도 하는 입장인데, 그래도 그분들의 취지가 저희와 맞겠다고 생각해서 같이 동행해요. 어쨌든 저희 키에그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고객분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시는 게 목표고, 더 이상 안경 렌즈를 구매하고 나서 “나 이거 잘 산 건가?” 스스로 자문하지 않게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요.

모두가 행복하게 지르는 그날까지

키에그전 5. 모든 소비자가 키에그를 통해 저렴하고 질 좋은 안경을 구매하는 그 날까지


리: 알겠습니다. 그럼 좀 낯간지럽지만 궁극적인 비전을 이야기해보지요.


박용학: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눈에 관한 정보를 모아서, 그 정보를 쉽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사이트를 만드는 거예요. 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되게 높은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에요. 온라인상에서 안경 정보를 찾아볼 때 어떤 눈에는 어떤 렌즈가 좋은지, 연령대에 따라서 어떤 렌즈를 선택해야 하는지 나오지 않거든요.


리: 음… 하긴 안경원에서 압축 몇 번 한 게 얼마다, 이런 식으로 대충 추천받고 사죠.


박용학: 그렇죠. 소비자들이 자기 시력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안과에서 0.1이다, 1.0이다 이런 시력만 알죠. 하지만 근시와 난시의 정도도 중요하거든요. 전문적으로는 SPH 값이랑 CYL 값이라고 하는데, 이 값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안경 렌즈가 또 달라져요. 그런데 압축 많이 한 게 좋다는 식으로 비싼 걸 고르게 되죠.

뭐, 이런 게 있으니 안경원에 달라고 하면 됩니다

리: 그런데 사실… 요즘 기술이 좋아서 아무 렌즈나 골라도 큰 차이는 없지 않습니까?


박용학: 물론 대개는 안경사님들이 추천해주는 레인지 안에서만 선택해도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선택권이 별로 없는 건 매한가지예요. 굴절률도 굳이 높은 것, 압축도 무조건 많이 들어간 것만 선택할 필요는 없고 시력과 테에 따라 선택해야 해요. 그런데 무조건 비싸고 굴절률이 높은 렌즈가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죠.


리: 일종의 안경 관련 생태계를 만드시려는 거군요.


정규동: 그렇죠. 궁극적으로는 렌즈 추천까지 가겠지만 그러려면 많은 데이터가 모일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렌즈 제조사, 소비자, 안경원, 그리고 안과까지 4곳이 연결되는 하나의 고리를 온라인으로 만드는 게 목표에요. 그래서 올해까지는 거래하는 안경원을 늘리면서 데이터를 더 쌓아야 할 것 같고요, 내년 정도에는 말씀드린 사이트를 오픈해보려고 해요.

약 2시간 촬영 중 가장 잘 나온 컷: 정규동 부대표

리: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정규동: 지금 안경 렌즈 시장 자체가 투명하질 않아요. 그러다 보니 다들 오해와 불만이 있어요. 저는 솔직히 안경사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소비자는 이해 못 해요. 안경과 렌즈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으니까요. 저희가 이런 문제를 작게라도 해결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미 두려운 한 발짝을 걸었으니 굴하지 않고 계속 꿋꿋이 나아가서 사업이 잘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용학: 키에그는 저희만 성장하는 사업모델이 아니에요. 키에그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렌즈를 안경원에 제공하면 이를 통해 안경원은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안경을 판매해요. 그리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안경을 살 수 있는, 즉 안경원, 소비자까지 모두가 Win–Win 하게 되는 거죠. 여기에 기존 도매 역할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여 안경원에게는 홍보를, 소비자에게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최근 아이가 태어난 박용학 대표는 “안경원에 가면 꼭 키에그 렌즈 있어요?라고 물어봐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여러분의 한마디가 아이의 행복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명심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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