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데스데이 2 유' 코믹을 더 강화한 속편

조회수 2019. 2. 20.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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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트리는 나무가 아니다. 이름이다.

※ 이 글은 IGN 코리아에 실린 글입니다.


그때 그 타임루프의 나날로 되돌아가다


타임루프 소재 영화는 원래 속편이 잘 안 나오는 장르다. 타임루프 영화의 특징 자체가 신선함과 기발함을 매력으로 삼는데 속편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사랑의 블랙홀〉을 비롯하여 〈소스 코드〉 〈레트로액티브〉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대표적인 타임루프 영화는 속편이 없다. 〈나비효과 2〉가 있다고? 그건 사실 무늬만 2편이다.


반면 공포 영화는 속편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장르다. 유명 공포 영화치고 속편이 나오지 않은 경우는 꽤 드물다. 심지어 지겹도록 속편들이 계속 등장한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쏘우〉 같은 작품들도 있다.


2017년에 개봉되어 인기를 모았던 타임루프 공포물 〈해피 데스데이〉의 속편인 〈해피 데스데이 2 유〉가 개봉되었다. 약 1년 반 만에 나온 속편이다. 내용도 전편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이미 1편에서 지겹도록 등장했던 타임루프 내용을 과연 어떻게 다시 재활용할까?

1편에 등장했던 많은 인물이 고스란히 재등장한다. 세월이 지났고 트리(제시카 로테)와 카터(이스라엘 브로우사드)는 연인이 되어 있다. 1편에 등장했던 라이언이라는 아시아계 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편에서 카터의 방문을 열고 그 여자와 재미 잘 보았냐고 말하다가 아직 트리가 방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멋쩍어한 그 학생이었던 라이언은 1편의 트리가 겪었던 것처럼 타임루프 현상을 겪는다. 그 역시 베이비 가면을 쓴 살인마에게 살해당하고 다시 눈을 뜨면 시간이 반복되는 것이다.


라이언은 경험자인 트리를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다. 1편에서 이미 트리가 많이 겪었고, 극복해낸 상황이라 라이언은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는다. 트리와 카터의 도움으로 살인마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잡았는데 뜻밖에도… 뭐 이 이야기는 살짝 숨겨두겠다.


2편에서는 타임루프 현상에 대해서 과학적인 무슨 이론 등으로 설명한다. 물리학, 수학, 화학 뭐 그런 과학적 지식이 동원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이론은 영화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도 아니다. 그냥 타임루프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나름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서 억지로 설정한 것일 뿐.


과거 〈레트로액티브〉나 〈나비효과〉 혹은 〈백 투 더 퓨처〉 등에서 활용되었던 나름의 논리처럼 이 영화에서도 어떤 원인 제공의 과학적 이론을 거창하게 도입한다. 뭐 이런 어찌어찌한 이유에 의해서 트리는 다시 1편의 그 날로 돌아가게 된다.

라이언이 겪은 타임루프 사건, 즉 도입부의 내용은 결국 트리를 다시 1편의 상황으로 되돌리기 위한 미끼가 된 셈인데 그렇다면 1편의 내용의 반복? 그렇진 않다. 물론 1편의 그날을 다시 다루기 때문에 트리와 카터가 엮이는 그 장면이 다시 재현되긴 한다. 그런데 두 가지 이유로 1편과는 많이 다르다.


첫째, 트리는 예전의 트리가 아니라 이미 여러 번의 죽음과 가면 살인마와의 사투를 통해서 많이 강해져 있었고, 호락호락하게 당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대비가 되어 있어서 오히려 베이비 가면 살인마의 존재감이 나약해 보일 정도다.


둘째, 1편의 그 과거로 돌아가긴 했지만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을 트리는 깨닫게 된다. 가장 다른 점은 죽었던 트리의 엄마가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다. 몇몇 상황도 다르고 심지어 트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사실도 달랐다. 즉 다른 차원, 다른 평행우주의 공간에 왔다고 할 수 있을까?


1편이 타임루프에 갇혀서 반복되는 살해를 당하는 설정이라면 2편은 그 상황을 스스로 깨부수고 원상 복귀 시키려는 과학적인 시도를 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 시도 자체가 만만치는 않다.


방해요소가 계속 발생하고 트리에게는 매번 반복되는 시간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로 접하는 하루의 시작이다. 여전히 살인마는 존재하는데 그 범인의 실체까지도 변경되었다. 같은 듯하지만 다른 세상. 트리는 이걸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에 찾아온 2편은 사실 공포 영화로서의 요소는 많이 약하다. 포스터에서는 베이비 가면이 부각되고 전형적인 공포 영화 같은 느낌을 주지만 이미 2편에서의 트리는 더 이상 살인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호락호락 살해당하지도 않고, 오히려 의도적인 자살을 하면 했지. 이쯤 되면 거의 전사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 요소가 약해진 대신 좀 더 코믹해지고, 톡톡 튀는 경쾌한 내용이 많아졌다. 여러 캐릭터에게 역할이 부여되는데 1편에서 익숙해진 캐릭터들이라서 활용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휴먼 드라마로서의 분위기도 있지만 1편에서는 하루를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면 2편은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삶의 선택에 대한 주제가 많이 내포되었다.


다시 과거에 갇힌 트리는 원래의 세상으로 원상 복귀하고 싶어 했지만 엄마의 생존을 알게 되고 그냥 그 세상에 머무를지 갈등을 하게 된다. 그냥 머무르면 엄마를 다시 얻는 대신 남자친구(카터)를 잃는 셈이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면 카터를 잃지 않는 대신 엄마와 다시 이별해야 한다. 과연 트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구성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지만 아무래도 공포 영화로서의 역할이 약한 것은 단점이다. 베이비 가면 살인마에 대한 집중도나 느낌도 밋밋해질 수밖에 없다. 그냥 가면 쓴 일반 사람 정도일 뿐. 트리의 캐릭터는 훨씬 개성이 강해졌고 씩씩해졌지만 소재의 신선함이 확 떨어진 부분을 극복해내기엔 한계가 있다.

〈백 투 더 퓨처〉 〈레트로액티브〉 〈사랑의 블랙홀〉 그리고 1편 등 여러 익숙한 이야기에서 이것저것 빌려온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영화의 한계고, 억지스러운 설정도 다소 있다. 타임루프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과학적 공식과 이론을 실험한 라이언의 캐릭터는 뭐 아인슈타인보다 천재적이라고 해야 할까.


1편과의 시간 간격이 2년이 채 안 되어 배우들의 외모가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시간으로의 원상 복귀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특히 배경, 소품, 엑스트라까지 동일하게 재등장을 시켜야 하는 세밀한 부분에 대한 신경을 꽤 많이 쓴 느낌이다. 등장인물의 복장과 헤어스타일은 물론이고.


주인공 트리 역의 제시카 로테는 꽤 재미있는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한다. 여러 가지 유쾌한 자살 방법을 다양하게 동원하는 부분은 꽤 흥미롭다. 다만 타임루프를 탈출하고자 하는 트리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상 그날 트리를 처음 본 다른 학생들이 트리의 타임루프 탈출을 절실해 보일 정도로 돕는 것은 좀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더구나 그것 때문에 학교에서 크게 곤란을 겪을 수도 있는데. 트리는 매일 새롭게 설명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는 설정임에도 다른 학생들의 행동은 마치 트리처럼 여러 번 경험해 본 것 같이 적극적이다.


베이비 가면 살인마는 완전히 들러리로 전락한 부분도 있지만 굳이 가면을 써야 할 이유도 없다. 가면을 쓰고 나타나면 오히려 상대방이 경계하거나 이상하게 볼 수 있는데…. 살인을 하려면 그냥 상대방이 돌아서 있을 때 몰래 찌르거나 공격하는 편이 나을 텐데 “나 지금 공격할 거야”라고 예고라도 하듯이 가면을 쓴 건 설득력이 너무 없다.

늘 기발한 엽기 영화를 자주 선보였던 블룸하우스에서 다시 제작한 속편으로 감독도 같은 사람이고 적당한 재미, 적당한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다. 심지어 이걸 굳이 공포 영화로 구분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미디 영화로서의 요소가 더 짙고 청춘 영화, 휴먼 드라마에 더 가깝다.


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물론 1-2편을 연달아 이어서 보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같은 장면에서 옥에 티나 달라진 점이 있는지를 비교하고 찾아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즉 1편을 안 본 경우 재미가 훨씬 덜 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부가 영상이 있으니 엔딩 타이틀 나온다고 너무 성급히 일어서지 말라는 것을 팁으로 귀띔한다.



THE VERDICT


〈사랑의 블랙홀〉이나 〈레트로액티브〉도 그랬지만 뻔히 아는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먼저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바로 잡기는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어쩌면 지금 후회하는 과거의 선택이 사실은 최상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타임루프 영화는 시간의 소중함, 지금 사는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도 그런 역할은 나름 충실히 하려고 했지만 1편에서 보여준 신선함과 기발함을 느낄 수 없고 다소 억지스럽게 만든 이야기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주인공 트리의 분투는 인정한다.


원문: IGN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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