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빚을 진 대표, 직원들이 모아준 돈 8,000만 원으로 기사회생, 30억 투자로 재기하다

조회수 2019. 2. 13. 17: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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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말하길, 직원들이 회사 안 망하게 하려고 돈 모아준 사람은 처음이라고.."

조맹섭전1. 20억 빚을 진 대표, 직원들이 모아준 돈 8천만 원으로 기사회생, 30억 투자로 재기하다

리(이승환 ㅍㅍㅅㅅ 대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맹섭: 선박직영사업을 하는 마도로스 대표 조맹섭입니다. 빚이 20억 가까이 있었지만 운 좋게 기사회생해 30억 투자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호: 사모펀드 워터베어캐피탈 대표 이승호입니다. 마도로스가 망하기 직전 3억을 투자했습니다.


노영서: 코어자산운용 대표 노영서입니다. 주로 상장 직전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도로스에 30억을 투자했습니다.



투자자가 '차라리 이 사람이 망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이유


리: 두 분은 어쩌다 마도로스에 투자했나요?


이승호: 조맹섭 대표가 옐로트래블에서 나와서 20억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을 때, 지인이 굉장히 좋은 회사 CEO가 있다고 만나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IR(Investor Relations; 투자 제안) 자료를 메일로 주면 검토하겠다 했죠. 근데 너무 엉망이더라고요.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장난치는 건가…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했어요. 근데도 계속 IR 자료를 들이대더라고요. 거의 골라잡아 수준이라서...


그렇게 2~3개월 지났는데 지인에게서 또 연락이 왔어요. “선배님, 되게 좋은 회사가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실행력이 제일 좋은 회사예요” 그래서 IR 자료를 받았는데, 또 그 회사에요. 그래서 얘가 뭘 얻어먹어서 자꾸 들이대는구나… 그 입장도 있으니 만나줘야겠다 싶어서 약속을 잡았어요.

놀랍게 대학생스러운 IR 자료의 모습(…)

리: 만나보니 어떻던가요?


이승호: 보통 IR 미팅하면 좀 갖춰 입고 깔끔하게 오는데, 인상이 별로더라고요. 만나자마자 지인 때문에 만나는 거라고 못박았어요. 근데 말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비즈니스 모델은 개판인데… 그때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차라리 이 사업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리: 왜 남의 사업에 저주를……


이승호: 이 사람 탤런트는 좋은데 BM(business model; 사업 모델)이 너무 별로란 거죠. 망하고 다른 BM 주면 더 잘할 것 같더라고요. 그때 저와 같이 이야기 듣던 분과 무언의 사인을 주고받았어요. ‘이 사람이다’라고. 정중하게 보내고 나서 둘이 이야기했어요. 저 BM은 안된다. 그런데 사람은 살아야 한다, 탤런트는 인수하고 싶다…

위메프 마케팅 총괄 시절 조맹섭 대표는 “테임즈를 위메프로 개명하자”라는 엄청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정작 본인이 응원하는 LG 트윈스는 우승한지 25년째…

리: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이승호: 1시간 정도 상의하고 전화했어요. 바로 이야기했죠. 딴 데 가지 말라, 우리가 투자해주겠다… 근데 딴 데 가서 또 투자받으려고 하더라고요(...)



시장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사업을 해라


리: …… 대체 그 BM은 왜 안 된다고 본 겁니까?


이승호: 똘똘한 분들이 O2O(online to offline; 배달의 민족, 야놀자,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로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만하게 봐요. 내 재고도 필요 없고, 직접 비즈니스를 굴릴 필요도 없고, 말 잘하며 연결만 하면 되는 비즈니스로 아니까요. 근데 대부분이 안 돼요. 배낚시 O2O도 마찬가지로 본 거죠. 지금이야 TV 낚시 프로그램이 떴지만, 그때는 이쪽 사업에 눈독 들이는 사람이 없다시피 했어요.


리: 그런데 조맹섭 대표님은 왜 고집부린 겁니까?


조맹섭 : 데이터상으로는 충분히 뜨고 있었어요. 배낚시 이용객이 2014년에 200만 명, 2016년에 300만 명을 넘어갔으니, 분명 시기가 올 거라 확신은 있었던 거죠.


이승호: 어쨌든 모수 자체가 크지 않았어요. 일단 O2O는 사용자가 천만은 나와야 하거든요. 또 낚시 시장이 아직 좀 낙후돼 있어서요. 낚싯배, 낚시, 이런 각 시장이 파편화되어 있어 발라내기도 힘들었어요. 항구, 배 사이즈, 이런 표준화도 안 되어 있었고요. 지금 뜨니까 데이터가 맞았다고 하는 거지, 그때는 사기 치는 걸로 보였어요.

꾸준히 커지지만, 투자자가 보기에는 어설퍼 보였다

리: 사기 같다면서 돈은 왜 준 겁니까(…)


이승호: 당시 마도로스 상품 부문이 셋이었어요. 배를 연결하는 O2O, 배를 직접 매입해서 운영하는 사업, 회 직송 사업. 그중 저희는 배 운영과 회 직송은 될 거고, O2O는 안 될 거라 봤는데, 조대표님은 계속 O2O만 미는 거예요. 답답했죠.


조맹섭: 저는 이 시장이 10년 전 펜션 시장과 너무 비슷하게 보였어요. 지금 펜션 거래액이 가장 큰 회사는 700억 이상이에요. 실제로 엑싯(exit; 매각)한 회사도 은근 많고요. 그래서 배낚시 예약도 빨리 들어가서 시장선점을 해야 한다고 봤죠.


이승호: 일반적으로 O2O는 거래액이 1조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봐요. 투자자 입장에서 6~7백억 이야기하면 황당하죠.


리: 그래서 직영선박사업으로 좀 돌렸습니까?


조맹섭: 아뇨. 전 애초에 직영선박사업을 크게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말 그대로 O2O 사업하기 위해 현장 경험을 위한 툴로 배를 산 거였지, 의미 있고 잘할 사업이라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투자받은 3억의 절반 정도를 털어서 배를 매입했죠.

낚싯배답지 않게 매우 젊은 층과 잘 맞는 인테리어의 마도로스호

리: 꼴랑 3억? 겨우 그걸로 전화해서 딴 데 받지 말라고 한 건가요?


이승호: 아무것도 없는 완전 시드 단계(회사 시작 후 가능성만 보고 돈을 투자하는 단계)였어요. 시드 단계 투자는 많이 해야 1~3억이에요. 지금 30억 투자는 숫자가 나오니까 들어간 거지, 당시는 숫자도 없고 IR 자료는 황당했어요. 역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많이 떠안은 투자였어요.


조맹섭: 결국 이승호 대표님 예측이 맞았어요. 결론적으로 비즈니스를 다 잘할 수는 없더라고요. 플랫폼, 배낚시, 회 배송… 하다 보니 우리가 잘하는 게 직영선박 운영이란 걸 깨닫게 된 거죠.



20억의 빚을 진 남자, 직원들의 쌈짓돈으로 기사회생하다

리: 그래도 3억이면 너무 적은 돈인데 어떻게 버틴 겁니까?


조맹섭: 배에 1억 넘게 썼으니 사실 금방 썼죠. 3월에 3억 받았는데 7월에 이미 바닥이 보였어요. 그때 마침 신용보증기금에서 <스타트업 4.0 프로그램>으로 5억을 받아서 버텼죠. 근데 망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이미 바닥까지 가봤으니까.


리: 망해서 20억 가까이 빚진 이야기는 잘 알고 있죠. 그때 어땠어요?


조맹섭: 돈이 없어서 집에까지 한 시간씩 걸어 다녔죠. 통장에 3천 원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빚진 게 4억, 회사 빚이 15억이니 합이 19억 정도였죠. 있는 자산을 다 날리고 빚이 19억이 생긴 거니까 마이너스 25억 본 셈이에요.


이승호: 좋게 표현하면 낙천적인데… 되게 좋게 본 것 중 하나가, 빚이 4~5억 넘어가면 보통 분들은 버티질 못해요. 이자 감당도 안 되고, 극단적인 판단하는 경우도 봤어요. 그런데 조대표는 신기하게 빚이 많아도 굉장히 낙천적이고, 활발하더라고요. 되게 놀랐어요. 이 사람 무감각한가? 하며…

빚이 20억인데 직원들 앞에서 이러고 놀았다(…)

리: 빚이 너무 많으니 정신이 이상해졌나 보군요(…)


이승호: 축구로 치면 5:0으로 지나 10:0으로 지나 상관없으니까 열심히 뛰어보자? 그런 느낌이었어요.


조맹섭: 제가 빚 19억 있을 때도 항상 그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되겠지’, 어느 정도였냐면 채권자 전화를 매일 6통씩 받았어요. 6시 넘어서 전화하면 불법이라서 항상 5시 50분에 전화가 터져나갔죠. 근데 그때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전화를 안 받으면 더 전화가 오겠지, 그래서 전화를 맨날 받아줬어요. 죄송합니다. 내일은 돈이 생기겠죠… 이러며. 결국은 다 갚았어요.


리: 추심업체와 친해졌겠군요(…)


조맹섭: 나중에 결국 빚을 다 갚고 만났어요. 자기가 채권추심업체에서 19년 일했는데 맨날 전화 받는 사람은 처음이라 하더라고요. 근데 갑자기 보통 빚 있는 사람은 사업하며 받을 돈도 있단 말을 꺼내더라고요. 그러면서 혹시 받을 돈 있냐고 묻기에, 4억 정도 포기한 돈이 있다고 했죠. 그러니까 그분이 2억을 받아주더라고요. 남은 2억도 언젠가 받아주면 좋을 텐데…


리: 어떻게 다 갚은 거죠?


조맹섭: 하다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하네… 제게 돈 빌려준 업체에서 경찰서에 형사고소를 했어요. 경찰서 가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경찰서에서 제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마지막으로 날짜를 지정해줬어요. 아직도 기억나는데, 딱 12월 30일이었어요. 그때까지 안 갚으면 감방 확정이었죠. 갚을 길은 당연히 없었고요…


그런데 직원들이 돈을 8천만 원 모아줬어요. 일부를 갚으니, 변호사가 그러더라고요. 처음 봤다고. 직원들이 회사 안 망하게 하려고 돈 모아준 사람은… 그렇게 급한 돈을 갚고, 갚았다는 증거 제출하러 경찰서에 갔죠. 그때 진짜 운이 좋았던 게, 경찰서가 탄핵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원래 돈 갚아도 수사는 계속하는데 그냥 불기소처분으로 끝났어요.

이후 항상 소줏집이던 직원들의 회식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자리로 변했다

리: 직원들에게 절해야겠군요…


조맹섭: 그때가 또 직원들 월급을 못줄 때였어요. 돈이 없는데 월급을 어떻게 줘요? 그렇게 남아준 친구들이라 지금도 정말 고맙죠. 그 친구들도 잘 될 거라 생각하고 준 것 같진 않고… 그냥 처절하게 갚아가던 제 모습이 불쌍했던 것 같아요.


이승호: 아무리 대표이사가 불쌍하다고 해서 8만 원도 아니고, 8천만 원은 되게 큰돈이잖아요. 제가 볼 때는 조맹섭 대표가 뭐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릇이 크든 비전이 보이든, 이 사람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도와줬겠죠. 그걸 우리 첫 만남에서도 보여준 거예요. 투자자들은 말만 뻔지르르한 사람과 실력 있는 사람을 가리는 훈련을 계속해요. 그런데 조맹섭 대표는, 저 사람이 망하더라도 다른 사업을 더 멋지게 해볼 수 있겠구나… 저 사람 인생 사는데 3억은 큰돈 아니다 싶었죠.



파산할 수 없었던 이유: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신뢰는 다시 살 수 없다


리: 애초에 파산하면 되지 않았겠습니까?


조맹섭: 솔직히 긍정적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멘탈은 이미 아작난 상태였죠. 사람들은 다 파산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사업 망한 게 니 잘못도 아니고, 심지어 니가 창업한 회사도 아닌 니가 사온 회사 문제 아니냐고요.


그때 친한 형이 한마디 했어요. 돈은 안 갚을 수 있는데, 다음 사업은 못 할 거라고. 신뢰를 잃게 되면 누가 너에게 돈을 빌려줄 것이며, 그런 모습 보고 누가 니 사업에 투자하겠냐고... 그때 오기로라도 갚아보자는 생각을 했죠. 19억 빚을 졌지만, 받을 돈도 좀 있으니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을까… 그렇게 집 팔고 돈 빌리며 돌려막던 시기에 이승호 대표님을 만나 3억을 투자받은 거죠.


이승호: 정확히는 우리가 투자할 시점에 개인 빚은 모르고 있었어요. 그렇다 해도 우리 투자자들은 인재에 대한 갈망이 정말 커요. 회사 대표들도 좋은 인재 데려오는 게 핵심 역할이잖아요. 투자자도 좋은 인재 있는 회사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중요해요. IR 15분 듣고, 그것도 엉망진창인 IR을 보고, 1시간 만에 투자한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욕을 많이 먹어서인지 최근 PT는 좀 간지나게 바뀌었다. 참고로 마도로스 주주파티는 그냥 술 파티에 가깝다(…)

리: 신보에서 5억이 들어왔다 해도 빚이 그 정도면 엄청 쫄릴 것 같아요. 어떤 희망으로 계속 회사를 이어갔나요?


조맹섭: 진지하게 포기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작년 2월부터 4월까지 또 급여를 못 줬어요. 투자받고 왔는데도, 또 월급을 못 주게 된 거죠. 미리 모든 직원 불러서 이야기했어요. 월급 못 줄 것 같다고… 차마 나가라고는 못 하고, 알아서 정리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11명 중에 딱 1명 나가고 다 남았어요. 다들 지방에서 올라와서 월세 내고 힘들게 생활하는데 개인대출을 받는 거예요. 그걸 3개월 보고 결심한 거죠. 죽을 때까지 해야겠다. 돈이 있건 없건… 마침 그때 옐로트래블 주식을 매각하게 되며 직원들 월급도 주고 빚도 갚을 수 있었죠.


리: 그야말로 기사회생이군요…


조맹섭: 객관적으로는 그때도 금전적으로 눈앞이 캄캄했죠. 그런데 직원들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요. 분명 올해 흑자가 난다, 애들 일하는 기세를 보니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흑자가 날 거다… 그리고 놀랍게도 9월에 흑자가 났어요. 제가 잘했다기보다 뭔가 직원들에게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틴 거고요.


이승호: 사실 시드 단계 투자받은 스타트업으로부터 제일 많이 요청받는 게 돈이죠. 저도 많이 도와주려고, 다른 투자자 구해다 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어요. 근데 낚싯배, 배낚시는 국내 금융기관이 잘 아는 영역이 아니에요. 한국 우리는 부동산, 주식 중심이니까요. 그러던 차에 노영서 대표가 나타나서 30억을 투자한 거죠.



조맹섭전 2. VC, 자산운용 에이스들이 배낚시 해양 스타트업 마도로스에 투자한 이유


리: 조맹섭 대표님의 첫인상은 어땠습니까.


노영서: 우리도 투자할 때 여러 부분을 고려하지만, 회사가 작으면 작을수록 대표가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스타트업은 70~80%가 대표 역량이 회사 역량이죠. 근데 조대표님이 사업 구조를 굉장히 심플하게 설명했어요. 직영으로 운영할 선박을 더 사면 회사가 더 좋아지는 이유를.

마도로스에 30억을 투자한 코어자산운용 노영서 대표



자산운용사가 배를 선택한 이유: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


리: 주로 프리 IPO, 상장 전 주식에 많이 투자하다가 마도로스에 투자했습니다. 왜죠?


노영서: 제가 투자하는 회사는 약 1년 뒤, 길어도 2년 뒤 상장될 회사였어요. 올해 상반기에만 6개가 추가 상장될 예정이에요. 이런 투자에 제일 중요한 건, 상장이 가능할지 밸류가 적절할 지에요. 마도로스는 거꾸로 생각했죠. 투자했을 때 최악의 가능성이 뭘까, 데이터 보니까 나오더라고요. 설령 회사가 망해도 배는 남아있잖아요. 그래서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리: 자동차, 자전거, 킥보드까지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요. 선박은 낯선데 수익률은 어떤가요?


조맹섭: 기본적으로 배낚시 시장이 워낙 좋아요. 점점 다양하게 나오고 있고, 도시어부 방송 이후는 최고의 활황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영업이익률이 굉장히 좋은 사업이에요. 몇 %라고 공개할 순 없지만, 웬만한 오프라인 사업 영업이익률보다 훨씬 높죠.


이승호: 저도 숫자 보고 되게 놀랐어요. F&B,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오프라인에 투자해봤는데, 직장 가진 분들이 퇴직하면, 가게가 아니라 배를 사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데이터가 맞나 싶은 수준으로 좋아요. 실제 마도로스가 지금 돌리는 배의 이익률도 엄청나고요.

첫 번째로 매입한 배 마도로스호의 실적. 이 정도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오프라인 사업은 흔치 않다.

리: 그러면 라이선스나 권리금이 있겠는데요.


조맹섭: 있죠. 라이선스도 있고, 개인택시 매매할 때 일종의 권리금이 있듯 이쪽 시장도 마찬가지예요. 배를 항구에서 맘대로 더 늘릴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 권리, 지대(rent)를 안고 배를 사는 거죠. 감가상각도 30년 기준이라 다른 것보다 현저히 낮고요. 다만 천재지변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리스크로 남아요. 사고가 난다거나, 올해처럼 너무 빨리 추워져서 성수기가 짧아진다거나…


리: 도시어부 보면 굉장히 재밌고 즐거운 여행 같지만, 뱃사람도 배도 험하잖아요. 실제 배도 별로 깨끗하지 않고…


조맹섭: 그걸 해결하고 싶은 게 우리예요. 배낚시 하던 사람들이 이상한 올드패션이 있어요. 화장실 더럽고, 청소 제대로 안 하고, 선장님들 말 거칠게 하고… 즐기러 가는 건데 혼나는 레저인 거죠. 그러다 보니 선장님과 친한 마니아만 노는 것처럼 되어버렸죠.


그래서 우리가 운영하는 배들의 인테리어 포커스는 20~30대예요. 화장실도 깨끗하게, 인테리어는 예쁘게… 배 이름 중 하나가 강백호인데, 슬램덩크와 나이키 모티브로 만든 배예요. 요즘 ‘뉴트로’란 말이 유행하잖아요. 레트로를 재해석한 거. 우리는 배낚시를 아저씨들이 등산복 입고 가서 하는 레저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즐겁게 4시간 동안 낚시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려는 거예요.

두 번째로 매입한 강백호는 TV에까지 등장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배낚시 서비스 마도로스, 10분 만에 30억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리: 배는 한 척 매수하는 데 얼마 드나요?


조맹섭: 영업 비밀이지만 레인지를 넓게 잡으면 1~5억 정도에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개인이 하기엔 만만찮은 금액이죠. 그래서 저희는 30억 투자를 받은 거고요.


리: 하지만 대자본에게는 또 3억 정도는 껌값이기도 한데요.


이승호: 핵심은 노하우에요. 돈만 있다고 배를 잘 굴릴 수 있는 게 아니죠. 예를 들어 포인트 잡는 것도 노하우예요. 바다 사람 아니면 절대 알 수 없죠. 먼바다까지 왔는데 고기 한 마리 못 잡으면 누가 그 배를 타겠어요?


조맹섭: 배를 사는 것부터 문제예요. 사실 우리도 배 사면서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보통 중고 배를 사는데, 자동차야 중고시장이 활발하니 쉽게 체크할 수 있죠. 중고 배는 살 때는 몰랐던 하자를 발견할 때도 있었고, 중간중간 수리하는 노하우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2년간 3척을 굴리는 동안, 맨땅에 헤딩하며 다양한 노하우가 생긴 거죠. 이런 노하우가 계속 쌓이면, 이게 또 기술장벽이 될 것 같아요.


리: 그런 노다지인데 왜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았던 걸까요.


조맹섭: 저희도 배를 늘리기 쉽지 않았어요. 선장님과 기관장님을 직접 고용하면, 이분들 인건비 주고 남겨야 하잖아요. 근데 선주분들은 직접 배를 굴리니까 영업이익률이 2배예요. 여기에 저희는 배 관리하는 기술자, 인테리어 전문가도 고용해야 하죠. 직접 한두 척 굴리면 연 2~3억씩 버는 분들이 굳이 배를 잘 팔려 하지도 않고, 저렇게 부대비용 써가며 배를 기업화하려는 곳도 없어요. 반대로 말하면 이런 전담인력을 두고 매뉴얼화시킨 기업은 건방지게 이야기하면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전국 항구를 돌며 쌓은 경험은 결코 따라잡기 쉽지 않다

리: 하지만 30억으로도 배를 여러 척 사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노영서: 마도로스가 배를 최소 100척까지는 늘려갈 계획이에요. 그러면 30척, 50척 된 후 투자하기보다는 지금 투자하자는 생각이었죠. 제가 하이투자증권 있을 때 선박금융실에서 일했거든요. 현대증권에서도 현대그룹 관련 자금 조달 업무를 할 때 계열사 중 현대상선이 있었고요. 덕택에 선박에 관심이 있었고, 친한 분 중 직접 낚싯배 굴리는 분들도 여럿 있어요. 그분들에게 이미 확인을 마친 상태라 IR 10분도 안 듣고 투자하겠다고 했어요.



정부 정책, 해양의 새로운 스타트업에 큰 도움 될 것


리: 그보다 궁금했던 건, 코어자산운용은 주로 프리 IPO 단계에 투자하잖아요. 왜 마도로스에 투자하신 거죠?


노영서: 지금까지는 시리즈A 단계에 투자 안 했죠. 근데 전 좀 다르게 봐요. 우리나라가 해양업, 조선업 발전시키려고 돈을 많이 써요. 정책자금도 정말 크고요. 그런데 투자할 곳이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어려워진 후 은행이 대출을 안 해주려고 해요. 컨테이너나 벌크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죠. 그래서 마도로스가 커지면 국가 정책에 맞출 수 있는 접점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것까지 생각했어요.


리: 정책자금?


노영서: 마도로스가 좋은 게 고용 창출에 지역 관광업 활성화까지 도움이 돼요. 정부와 지자체가 되게 좋아할 비즈니스죠. 예로 인천 남동항에 마도로스 배들이 잘 나가는 게 알려져 봐요? 이걸 안 다른 지자체 분들께서 '우리도 항구가 있다, 같이 해보자' 할 수 있죠. 역으로 마도로스에 어떤 부대시설이 필요한지 제안할 수도 있고요.

정부도 해양업을 키울 의지는 강하지만, 이쪽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스타트업은 드물다

리: 수산업 펀드 되게 많은데, 왜 여기에 해당하는 펀드가 안 생길까요?


노영서: 농업과 수산업이 비슷해요. 농업펀드 운용하는 분들도 기술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지만, 대부분 그냥 하우스 크게 하는 분들께 투자하죠. 수산업 펀드도 보통 양식하는 데 투자하고요. 양식장 같은 곳은 쉽게 안 망하니 리스크도 별로 없거든요. 수산업이 좀 더 나라에 도움이 되려면 수산업의 발전을 이끌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수산업이 대개 영세하고 지역 단위라서 투자할만한 곳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죠.


리: 대기업은 온갖 거 다하는데 왜 이쪽으로 진출해서 규모 만들려 하지 않을까요?


노영서: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손도 많이 가고, 또 업을 아는 사람을 잘 뽑기도 힘들어요. 지역별로 단위조합이 다 있기에, 대기업이 들어간다고 해도 조합 상대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요. 그 역할은 이미 농협과 수협이 어느 정도 하고 있어요.


이승호: 본인들이 유통 체인 가지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산업인 게 사실이에요. 한번 장악하면 가격결정력을 가질 수 있으니 대기업 입장에서도 좋죠. 그런데 산업을 갈치 산업, 고등어 산업, 오징어 산업 뭐 이렇게 쪼갰다가는 과점이나 규제에 걸리기 딱 좋죠. 전체 수산업 시장은 클지 몰라도 하나하나 따지면 대기업이 들어가기엔 애매하거든요. 이 점이 마도로스에게 기회가 될 거라 보고 있어요. 특정 유통이나 양식하는 회사 밸류에이션을 좀 해봤는데 의외로 싸거든요.



조맹섭전 3. VC, 자산운용사, 스타트업 대표가 말하는 좋은 투자자와 대표의 관계

투자자와 스타트업 대표, 돈이 아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줘야 한다


리: 막상 투자하고 투자받으니 어떠신지요?


조맹섭: 저도 주변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자 많이 만나는데, 투자자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좀 있어요. 마치 사랑하지 않는데 결혼한 느낌이죠. 그런데 이승호 대표님, 노영서 대표님은 비즈니스 구조 이해도가 저보다 높아요. 우리가 잘 성장하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잘 그려주시죠. 저는 그런 이해도는 떨어지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잘 알고요. 이게 잘 맞물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돈을 떠나 제가 복 받은 사람이라 느끼죠.


이승호: 되게 중요한 이야기에요. 다 그런 건 아닌데, 금융 일하는 분들이 훈수 두는 걸 좋아해요. 이건 이런 그림 나와야 한다고… 냉정하게 그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정말 본인이 오프라인에서 떡볶이 가게라도 해본 적 있는지… 문제는 '서로 존중하는가'예요. 그분들은 또 투자자들을 ‘야, 니들이 뭐 알아’, 그렇게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조대표님과는 합이 잘 맞죠.

정작 이승호 대표 본인은 행사마다 훈수를 두고는 한다

리: 다른 투자자들과 차이가 있다면?


조맹섭: 보통 VC들을 만나면 다들 ‘니네 시장 작아 보인다’고 해요. 아니, 수산시장이 10조가 넘고 배 시장만도 1조가 넘는데 이보다 더 큰 시장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 생각만 말씀해주시면 되는데, 너무 기분 나쁜 워딩을 할 때가 있죠.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잘되든 안되든, 매일 살얼음판을 걷잖아요? 그래서 투자해준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해요. 돈 넣은 분들이 이해 못 하면, 누가 이해해요? 와이프나 친구나, 응원은 해도 같이 고민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두 투자자분이 같이 사업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크죠.


노영서: 업을 이해하는 관점이 달랐을 것 같아요. VC가 다 자기 전공이 있어요. 바이오, IT… 수산업 전문 VC라고 해도, 양식업자 중심으로 1차 가공만 봤지, 해운업이나 낚싯배 관련 투자 사례가 없으니 그 부분을 깊이 보기는 힘들었겠죠.


이승호: 투자자 입장을 좀 대변하자면 기회비용 이슈가 있어요. 마도로스 투자해서 10배 벌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다음날 만난 애가 20배 벌 수 있다고 하면 또 다르거든요. 물론 이해도 문제는 저도 동의해요. 해운업이 되게 생소해요. 말이 삼면이 바다지, 1년에 바다 접할 일은 연중행사니 와닿지 않는 거죠. 아이폰은 기자들이 원가까지 알려주지만, 내 식탁 위에 올라와 있는 참치 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익숙함의 차이죠.

사실 참치는 이렇게 탄생한다

리: 그래도 밸류 더 쳐주는 곳 있으면 거기서 받지 않았겠습니까?


조맹섭: 두 투자자분도 알겠지만, 이번에 30억 투자받을 때, 세 군데가 동시 투자하겠다고 했어요. 다른 곳에서 더 높은 밸류에이션 쳐준다고 했지만, 이분들을 택했죠. 제가 솔직히 상황 설명하고 다른 곳 투자받으려 하니, 노대표님이 딱 그러더라고요. “저희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 말에 뻑 갔어요. 저도 끝까지 나를 이해하고 믿어주고, 일이 안 풀려도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투자사가 어딘지 고민해서 이분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거예요.


노영서: 제가 이승호 대표님께 감명받았던 이야기가 있어요. 회사에 투자할 때 3가지를 본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직원이면 아침에 이 회사 가고 싶을까, 다음으로 나보고 이 회사 제품 팔아오라 하면 팔 수 있을까, 그리고 저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리: 그렇게 따지면 마지막 대표는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이승호: 저는 조대표님이 망해봐서 믿음이 가요. 예전 옐로트래블 대표로 있을 때 이야기 들었는데, 아주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가서 가관이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엄청 겸손해요. 또 대표가 욕심이 많은 것도 중요한데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거든요. 어느날 조대표가 다른 사람과 트러블이 있었는데, 제가 그런 말을 했어요. 대표님 그릇이 크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그릇이 작으면 계속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그때 조대표님이 딱 모든 걸 내려놓더라고요.

전혀 겸손해 보이지 않는 자세의 조맹섭 대표

리: 투자한 두 분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가요. 어떤 식으로 마도로스가 성장해서 더 큰 수익을 안겨줄 거라 생각하시나요.


노영서: 먼저 계속 배를 늘려서, 한국의 주요 항구에 가면 마도로스를 접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그다음 단계로는 시너지 날 수 있는 업종으로 확장하는 거죠. 수평적으로는 낚시용품, 먹거리 등을 팔 수 있죠. 수직적으로는 시스템적으로 여러 항구와 배를 관리하며 이익률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테고요.


이승호: 배가 잘된다는 건 트래픽을 몰고 다닌다는 거예요. 트래픽이란 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예요. 사람들이 몰리는 트래픽을 항구와 연결하면 각종 비즈니스가 파생될 거예요. 수산물 양식, 도소매까지도 붙일 수 있는 역량이 언젠가 될 거로 생각해요. 항구가 여럿이면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수산물도 늘어날 거고요. 그렇게 조대표님 표현으로는 ‘해양장부’가 되길 바라요.


조맹섭: 한편으로 배는 거대한 미디어이기도 해요. 예로 40인승 배를 굴리면 연 6천 명이 타요. 출발에서 도착까지 5~6시간 체류하는 미디어죠. 그동안에만 해도 온갖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거라고 봐요.

배는 한 번 타면 4시간은 보내야 하는 미디어이기도 하다

리: 배낚시 예약 플랫폼은 어떻게 할 건가요? 야놀자처럼 플랫폼에서 트래픽 몰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영서: 지금 플랫폼에 돈을 쓸 수도 있지만, 배가 많아지고 접하는 항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배와 항구를 늘리며 자연스럽게 가는 거죠.


이승호: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해요. 투자도 결국은 판 키워서 돈 더 벌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O2O 배낚시 예약과 선박 직영을 비교하면, 후자는 이미 돈 버는 게 검증돼 있어요. 이거 하면 절대 회사가 안 망해요. 반면 O2O 배낚시 예약은 언제 돈을 벌지 알 수 없죠. 그러면 배낚시 직영으로 남기는 잉여 현금으로 플랫폼을 생각해보자는 거예요.


조맹섭: 저도 결론은 같지만, 원인은 좀 달라요. 기업 경영하는 제 입장에서는, 플랫폼보다 현장 들어가서 거기 분들과 같이 비즈니스 일으키는 게 궁극적으로 10년, 20년 가는 비즈니스 될 거라 생각해요. 현장 어촌 사람들과 가까이하며, 같이 사업 키울 수 있는 게 더 오래가는 비즈니스가 될 거라 여기는 거죠.


리: 투자 많이 받은 경쟁업체 물반고기반 때문에 애매한 거 아닙니까?


조맹섭: 솔직히 그런 생각도 있죠. 물반고기반이 재작년에 50억, 작년에 130억 투자받았어요. 그런 데랑 어떻게 맞짱을 떠요? 저는 그때부터 우리가 뭘 잘하느냐, 또 뭘 좋아하냐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현장에서 하는 배 사업을 좋아하고 또 잘했거든요. 뱃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렸고요. 2년간 맨날 찾아가서 옛날 담배 한 보루 사서 인사드리고, 같이 술 마시며 토하고… 그런 게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30억이 들어왔으니 더 적극적으로 그분들과 함께할 수 있겠죠.

마도로스와 달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배낚시 예약 플랫폼 물반고기반

리: 두 회사 플랫폼은 뭔 차이인가요?


조: 앞으로 저희 플랫폼은 단순 배낚시 예약보다는, 우리의 직영 선박과 파트너사 선장님들이 쓰면 되게 편한 시스템 구축에 힘쓰려고 해요. 모든 배낚시 서비스를 다 연결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뱃사람과 함께 만든 매력적인 상품을 연결해주는 곳이 될 겁니다. 나머지는 영업비밀이라…


리: 마지막으로 마도로스가 잘될 확률, 안될 확률을 몇 프로라 생각하는지 알려주세요.


노영서: 반대로 안 될 경우의 수를 계산해봤는데 5%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천재지변으로 우리가 운영하는 선박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난다거나… 근데 사실은 5% 이하인 게, 요즘 배는 설계할 때부터 거꾸로 뒤집혀도 원복될 수 있게 돼 있어요. 배가 전복돼서 사람이 죽거나 하는 건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발생하지 않아요. 다만 다른 곳에서 난 사고 때문에 사람들이 낚시를 꺼리거나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 정도면, 사업 리스크 치고는 적은 편이에요.


이승호: 저는 조대표님이 꺾이지만 않으면 100%라고 생각해요. 보통 경쟁회사가 더 큰 돈 투자받았으면 기죽는데, 전혀 기죽지 않더라고요. 1년 넘는 기간 그걸 검증했고, 잘 될 거란 확신으로 노영서 대표님께 소개해드린 거예요. 한 거다. 1천억 밸류, 1조 밸류 안 가도, 확실히 흑자 나는 회사로 자리 잡힐 것 같아요.

두 번째 배 <강백호>에도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리: 조맹섭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맹섭: 저는 남이 보는 관점보다 제 확신이 중요하고 직원들 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이미 대박친 거죠. 어쨌든 직원들 도움으로 2년 버텨왔으니까요. 그 결과물이 30억이라 생각해요. 30억 받아서 회사가 더 커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중요한 건 이 돈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돈 많이 들어왔다고 딴생각, 딴짓하지 않고 원래 생각했던 길에만 몰두하는 거죠.


노대표님 말씀처럼 매출이 얼마나 오르냐보다, 항구에 들어가서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로서 항구 장악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거기에만 집중하는 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IR 자료에 뜨악 박힌 마도로스의 비전

리: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조맹섭: 저 정말 어려웠어요. 전 사업 시작한 순간부터 망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이승호 대표님이 투자한 돈으로 버텨왔고, 이제 노영서 대표님이 투자한 돈으로 시즌2를 시작하는 거예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밸류 고민 많이 하고 얼마 받았냐 중시하잖아요. 전 그거 하나도 안 중요한 게, 신기하게 30억 받은 날에서야 그 전달 월 단위 BEP 넘은 걸 알게 됐어요.


직원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전 진짜 30억 받은 것보다 흑자낸 게 훨씬 중요해요. 거기에만 집중하면 모든 스타트업이 잘될 거예요. 반대로 투자자들도 밸류에이션 신경 쓰기보다 하루하루 성장하고 흑자 내는 회사를 예뻐할 거고요. 투자사도 스타트업도 다 거기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저 예전에 4.7조 밸류에 1조 투자받은 옐로모바일 있었잖아요. 다 허상이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려서 투자자, 스타트업 대표들이, 매출과 회사 성장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리: 두 투자자분은 어떠신가요?


노영서: 전 스타트업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굳이 제가 조언을 드리자면… 사업이 여러 가지를 잘해야 하는데, 대표님들 보면 자기가 잘하는 분야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 투자자 눈에는 밸런스가 안 갖춰진 것처럼 보이고 불안해 보이죠. 또 투자 밸류로 투자사를 비교-경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본업에 충실한 대표님들을 투자자 입장에서는 좀 신뢰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승호: 저는 스타트업 몇 번 망해본 사람이라 조언이라 할 건 없고… 반대로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투자자들도 약간 그룹이 있어요. 그룹 내 의사결정 맹목적으로 따르고 같이 투자하는 거죠. 또 저 자신조차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보다 KPI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근데 결국 기업은 가치 창출을 해야 해요. 그래야 고용도 창출하고 돈도 버는 거잖아요. 마도로스에 자산운용사 돈 들어온 게 되게 상징적인 게, 정부 칸막이 규제가 다 풀려서 앞으로 투자도 무한경쟁이 될 거예요. 이제는 밸류 깎아서 싸게 사려는 투자사보다, 정말 기업이랑 손잡고 가치 창출 잘하는 투자사가 살아남지 않을까 싶네요.

본인이 스타트업 망해본 사람이라 스타트업 대표를 잘 이해하는 이승호 대표. 묘하게 옛날 소주 금복주를 닮았다는 썰이 있다…

리: 주인공 떠들고 끝냅시다.


조맹섭: 저는 직원들에게도 매일 ‘마도로스는 항구 중심으로 바다를 디자인하는 회사다’라고 이야기해요. 딴 건 없고 항구를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넘버원 회사가 됐으면 해요. 아직도 바다 가면 생각나는 회사가 없잖아요? 배낚시든 해양스포츠든 바다 음식이든, '바다' 하면 생각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그런 회사가 되어갈 테니까 지켜봐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내년에도 잘돼서 이런 인터뷰를 즐겁게 하고 싶어요. ㅍㅍㅅㅅ 첫 인터뷰 한지 1년 반이 넘었는데, 특정 회사가 특정 매체와 그 회사에 기여한 분과 계속 기록을 남기는 건 진짜 의미 있을 것 같네요.


마도로스에서 인재를 모십니다

(개발자 / 마케터 / 항구 지점장 /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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