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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동전'으로 학교를 세우고 만 명을 살리는 기적: 코인트리 대표 한꽃거지 인터뷰

조회수 2019. 1. 30. 16: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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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100원이라도 모이면 큰 기적이 된다

최: 누구시죠?


꽃거지: 100원을 모아 제3세계에 병원과 학교를 짓는 꽃거지 한영준이라고 합니다.

페이스북 프로필은 아예 한꽃거지(백원만)로 기재되어 있다 (…)

최: 제3세계라면, 어느 나라인가요?


꽃거지: 볼리비아에서 교육사업, 스리랑카에서도 교육사업, 그리고 멕시코에서는 의료사업 진행해요. 현재 병원은 부지만 보는 중이고요, 학교와 도서관 등 교육센터는 잘 운영돼요.


최: 100원을 대체 몇 년 동안 모아야 그게 가능한 건가요…


꽃거지: 2011년부터 했으니까, 총 9년 차 됐네요. 누적 후원자는 5~6만 명 되는 것 같고요, 여태 쓴 금액들은 모두 합쳐 5억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최: 왜 굳이 100원을 모으기 시작하셨죠?


꽃거지: 100원으로 요즘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죠? 거의 없죠? 100원짜리로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그 100원이 외국에 나가면 밥 한 끼가 되기도 하고, 차비가 되기도 하고, 조금 더 모이면 아이들의 학비도 돼요. 그래서 그 100원짜리를 모아보았더니 여태까지 농장이 되고 집이 되고 학교가 되었어요. 지금은 병원을 건축하죠.

2015년 10월 18일 개교한 볼리비아 희망꽃학교의 모습.
참고로 코인트리 스리랑카는 코끼리가 부수고 간(…) 이웃 마을 학교 담벼락 수리도 맡았(…)

최: 우와…


꽃거지: 물론 1만 원짜리 한 장이 훨씬 더 낫겠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건 ‘빨리 건축하는 것’이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모으고 싶은 것이죠. 작은 100원이라도 모이면 큰 기적이 된다는 것, 그걸 보여주고 싶어서 100원을 모으기 시작한 거예요.


최: 병원, 학교를 운영하고 만드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요?


꽃거지: 지금 학교에는 120명 정도 다녀요. 그런데 유지비가 한 6,000달러, 600~700만 원 정도밖에 안 들어요. 물가가 저렴하니까요. 사람을 7명 고용했는데도 그래요. 가성비로 따져도 괜찮은 사업이죠. 병원 프로젝트는 100억 정도 생각해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좀 더 비싸더라고요.


최: 학교 운영이 더 싸네요. 현지 물가 때문에 그런 건가요? 


꽃거지: 그럼요. 현지 최저임금이 보통 200~300달러 선이고, 저희 선생님들은 한 500달러 정도 받으세요. 한국 물가로 생각하면 확실히 싸죠.


최: 그런 교육기관이 현지에 없는 거죠?


꽃거지: 네, 현지에는 아이들을 케어할 만한 공간이 없어요.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할까요? 아직도 스리랑카나 볼리비아 같은 나라의 정부는 교육이나 의료 같은 사회 복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요. 그래서 우리 같은 민간단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거죠.

코인트리 페이스북. 익살스러운 어조로 썼음에도 현지의 열악한 환경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게시물이 많다.

최: 스리랑카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볼리비아나 멕시코는 좀 의외네요.


꽃거지: 아뇨, 볼리비아는 남미 최빈국이에요. 멕시코는 OECD 가입국이지만 빈부격차가 어마어마하고요. 빈곤율로는 세계 탑일 거예요. 멕시코의 제 친구들은 저보다 훨씬 잘살지만, 제가 돕는 친구들의 수입은 저의 1/100도 안 되겠죠.


최: 스리랑카, 볼리비아, 멕시코로 시작된 이유가 있나요?


꽃거지: 보다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으니까요. 한국 친구 1명에게 밥 한 끼 먹일 돈으로 볼리비아나 스리랑카에서 10명 넘게 도울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도 참 착하고 재미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나라,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각한 나라 등의 수식어가 있는 볼리비아.
오랜 내전과 종교 문제로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는 스리랑카. 전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꽃거지’의 시작


최: 여행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꽃거지: 2009년 8월부터요. 이제 10주년 되어가요.


최: 그런데 왜 별명이 꽃거지인가요?


꽃거지: 비주얼을 보면…


최: …….


꽃거지: 처음에 ‘거지’라는 필명으로 활동했어요. 무전여행을 4년 정도 다녔는데 그때 붙은 별명이 ‘국제거지’였거든요. 지금은 믿을 수 없으시겠지만 당시에는 얼굴이 꽃 같았기 때문에 꽃거지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몸이 꽃 같습니다.

출처: 영현대
2013년 활동을 시작하던 즈음의 모습.
2018년 현재의 모습.

최: (…) 그런데 왜 ‘꽃거지’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꽃거지: 어릴 적 꿈이 세계 일주였어요. 그런데 세계의 많은 곳을 다니다 보니, 힘든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정말 너무 터무니없이 가난한 거예요. 한번은 태국에서 성매매하는 친구를 봤어요. 그런데 참 똑똑하고 매력 있는 친구였어요.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집이 가난해서 그렇대요. 자기 부모님은 병원에 있으니 병원비를 대고 싶고, 동생도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걔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는 거죠. 근데 너무 슬픈 거예요. 왜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그래서 이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사회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결심했어요.


그런 상황들이 싫었어요. 화도 났어요. 저도 한국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 친구들은 그저 거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힘들고 아프게 사는 거예요. 억울하고 불공평하다고 느꼈죠. 이 불공정을 바로잡을 방법이 뭘까? 그렇게 해서 생각한 게 ‘공정여행’이었어요. 공정여행이 지속될수록 그들을 돕는 게 즐거워졌죠. 그렇게 해서 사단법인 ‘코인트리’를 만들게 된 거예요.


최: 공정여행은 어떤 건가요?


꽃거지: 여행을 하면서 내가 쓰는 돈이 현지인에게 돌아가게끔 하는 거예요. 잘 생각해 봐요. 우리가 여행 가서 그곳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고 맥도날드를 가고 힐튼 호텔을 가면 그 돈이 어디로 갈까요? 그 기업의 본사로 돌아가요. 그곳에서 최저임금, 또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죠. 그런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지에 가면 현지 레스토랑을 가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집에서 자고. 이런 게 공정하지 않나요? 

출처: 공정여행

최: 원래부터 그렇게 공정한 게임을 선호하셨나요?


꽃거지: 아뇨. 하지만 멋있잖아요. 스웩 있잖아요. 제가 살면서 모든 걸 공정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여행 스타일만큼은 공정할 수 있잖아요. 멋있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여행가 한영준입니다. 이것보다는 ‘공정여행가 꽃거지 한영준입니다’, 이게 더 많은 분에게 먹히더라고요.


최: 그러다 어느 순간 사업자로 변신?


꽃거지: 비영리 사업가로 변한 거죠. 개인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계에 다다랐어요. 불법적인 요소들도 많았고요. 가령 개인이 모금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규모가 크면, 의심을 합니다. (웃음) 그렇게 재정 투명성 문제도 있었고,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그랬어요. 만약 내가 다른 꿈을 좇으면 역시나 지속 가능성이 없어지죠. 그래서 단체를 세워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사단법인 코인트리’다. 비트코인의 코인 말고 (…) /출처: 코인트리 페이스북

기부 전략? ‘빈곤 포르노’가 아닌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최: 본인은 얼마나 받으세요?


꽃거지: 제 월급은 200 후반대예요. 거기에 현지에서 집, 차, 교통비를 지급받아요. 나름 잘 살고 있습니다ㅎㅎ


최: 민간구호단체의 임금은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시나요?


꽃거지: 일반 기업의 임금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한 만큼 줘야죠. 저희 볼리비아 선생님이나 스리랑카 친구들도 그런 말을 해요. 학생 몇 명 늘어서 우리 일이 늘었다. 일을 더 하고 있다. 더 줬으면 좋겠다. 연봉 협상 때마다 그런 말을 해요. 당연한 거예요. 당연한 거니까 그렇게 줘요. 그런데 이게 한국에서는 잘 안 먹히죠.


최: 왜죠?


꽃거지: 따갑게 보는 사회적 시선이 있어요. 생각해 보면 30대 중반에 스페인어, 영어 할 줄 알고 사업개발, 경영, 마케팅까지 해내는 인력을 굴리는 월급이 200 후반이라 생각하면 적은 게 맞거든요. 그런데 막상 민간단체의 월급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괜찮게 받네’라고 말해요.


최: 그러게요, 제가 보기에도 박봉으로 보이는데.


꽃거지: 현지 직원들은 업계보다도 훨씬 많이 줘요. 일을 더 열심히, 많이 하니까요. 하지만 한국 직원들은 아무래도 후원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인건비를 많이 쓰면 공격받기도 해요.


최: 그 정도인가요?


꽃거지: 서울시 조항이 있어요. 운영비는 후원금 대비 15% 이상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권고 조항이에요.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평가되죠.


최: 그러면 단체에게 더 가혹한 것 아닌가요?


꽃거지: 네, 매우 가혹하죠. 그래서 저는 강연도 뛰고 알바도 합니다.ㅎㅎ


최: 왜 그렇게 가혹할까요?


꽃거지: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거죠. 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은 가난하고 헌신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요. TV다큐에 나오는 봉사자 중 풍요롭게 사는 분을 본 적이 있나요? 언론은 가난하고 청렴하고 병들고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성인이라 소개하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죽고 거길 떠나면 그곳 아이들은 다시 빈곤해져요.


재미있는 것 알려드릴까요? 다른 단체들이 관리했던 곳들을 다시 방문해 보니 90% 이상이 5년 안에 망했더라고요. 왜일까요? 후원자들은 일정 기간 기부 후에는 관심을 끊어요. 그러면 관리자들은 생계가 곤란해져서 거길 떠나요. 그러면 그 마을에 전해졌던 모든 후원과 마음들이 사라지는 거예요. 너무 아쉽죠.


최: 음… 공격하시는 분들은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아니죠?


꽃거지: 그런 분들도 있지만, 간혹가다 지원해 주시는 분들 중에서도 있으세요. 자기보다 잘사는 걸 원하지 않는 분들이죠.

이는 일부 단체가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를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 다른 단체에서는 일부러 비극적으로 보이도록 연출도 하지 않나요?


꽃거지: 그렇죠. 그래야 사람들이 후원하는 게 있죠. 눈물이 찡 나야 하고, 가슴이 아파야 하고… 그런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해요.


최: 그렇다면 그걸 안 하는 이유는 뭔가요?


꽃거지: 안 해도 할 만하니까? 농담이고요, 전 역발상으로 승부합니다. 즐거움과 재미있는 것 위주로 접근해요. 카카오 혹은 페이스북의 제 개인 채널을 통해 많이 알리고, 후원자들과도 자주 만나요.


최: 가능한 한 즐거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전략인가요?


꽃거지: 네. 그게 제가 지금까지 버틴 비결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즐겁게 기부하는 거요. 소액 기부다 보니까 저희 후원자들은 2~30대 층이 주를 이루거든요. 이런 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후원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까지 버틴 비결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인지 코인트리 페이스북에서는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훨씬 더 많다.

최: 요즘 2~30대가 상당히 팍팍하게 사는데, 더 많은 도움을 주신다고 해서 의아했어요. 왜 그럴까요?


꽃거지: 일단 저희 단체의 재정 투명도가 괜찮은 것 같고. 저도 제 월급까지 다 까니까. 그다음에 소통,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점을 높게 보시는 것 같고요. 최근 몇몇 비영리 단체 중 투명하지 않은 곳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데, 확실히 문제죠. 저도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면서 이해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소통의 부재는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에요.


결정적으로 즐거운 게 제일 큰 요인이라고 봐요. 비영리구호 활동은 다큐로 풀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전 예능으로 풀어나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다큐멘터리의 스페셜 프로그램 하나가 만들어 낸 기부금과 무한도전 달력, 어느 게 더 많은 기부금을 만들어 냈을까요? 후자죠. 저는 지금 그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봉사나 구호 활동이 숭고해야 한다 그러지만, 뭐든지 숭고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봉사는 먼저 즐거워야 해요. 요즘 많이 유행한 게 빈곤 포르노를 근절하자는 것이었죠. 가난하고 어려워서 도와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들의 희망을 지지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존중해서 기부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즐거워서 기부했으면 좋겠어요. 빈곤 포르노 보면 가끔씩 외면하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근데 저렇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어, 봉사와 나눔이 즐겁네? 멋있네? 핵간지네? 핵인싸가 될 수 있겠네? 그래서 재미있게 할 기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요. 가령 프리허그를 한다거나 미팅을 주선하면서 그 수익금으로 마무리 단계에 다 같이 기부한다거나, 여러 캠프를 연다거나, 콘서트를 한다거나, 파티를 연다거나. 즐거운 시도를 많이 해요.



흔들려도, 괴로워도 ‘즐거운 길’을 갑니다


최: 하지만 본인도 힘든 상황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꽃거지: 맞습니다. 엄청 힘들고 열 받는 상황이 많죠. 첫 번째로 봉사자는 가난해야 한다는 인식과 싸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가난이 자랑은 아니잖아요, 그쵸? 활동가가 청렴해야겠지만 가난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두 가지를 혼동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인식과 싸우는 게 첫 번째로 힘들었고요. 두 번째로 이 일의 현장에서 많은 아픔을 직면해요. 내 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직면하는데 내가 그들을 다 도울 수 없을 때 정말 힘들죠.


최: 아이고…


꽃거지: 선택을 해야 할 때도 힘들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재정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이걸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내 선택에 의해서 이 친구의 미래가, 혹은 목숨이 뒤바뀌게 된다는 거. 그 책임감이 힘들죠.


최: 선택이라…


꽃거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가성비’를 생각해야 해요. 내가 500만 원 있다, 그러면 이 500만 원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릴지 50명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지 매일매일 선택의 기로에 서요. 그 차이가 확연하면 고르기 쉽겠지만 확연하지 않다면 돌아버리겠죠. 가령 전 지금 멕시코에 있어요. 지난달에 총 맞은 친구의 부모님이 오셨어요. 수술비를 좀 보태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왜 총을 맞았냐고 물어보니까, 집이 가난해서 마약 거래를 하다 맞았대요. 그러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죠. 수술비는 400만 원이었어요. 400만 원을 지원해 줄 것인가, 아니면 400만 원으로 몇천 명의 아이에게 구충제를 살 돈을 나누어 줄 것인가. 어떻게 하시겠어요?


최: 으음…


꽃거지: 60초 후에 공개합….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 병원을 찾아가서 일단 병원비를 할인받았어요. 나머지 부분은 다른 모금체계를 통해 다른 사람을 연결해줬어요. 우리 후원금으로는 사회적 물의가 있을 것 같아 그 친구를 후원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연결해 준 거죠. 이처럼 멘탈 흔들리는 일은 쌔고 쌨어요.


최: 그렇군요…


꽃거지: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아픈 친구를 수술시켜 줬는데 이후 관리를 잘 못 해서 덧나고 심해진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다시 왔어요. 이 사기꾼, 우리 애 살려내라고, 니 잘못이라고. 보니까 소독도 따로 안 하고 약도 안 먹고 방치해서 그렇게 된 건데 뭐 어쩌겠어요. 하지만 제가 뒤집어쓰고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병원 데리고 가는 거죠. 그럴 때 정말로 멘탈이 흔들려요.


최: 멘탈 관리는 어찌 하시나요?


꽃거지: 그래서 제 취미생활에 인색하지 않은 편이에요. 낚시도 즐기고 수영도 즐겨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

1월 19일에는 본인을 전시하는 전시회도 했다

최: 지속 가능성…


꽃거지: 이런 구호 활동은 지속 가능성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요. 저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농장도 지어 주고 집도 지어 줬는데… 농장은 거의 다 망했어요. 지속성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죠. 많은 지역들이 도움을 받았지만, 몇 년 뒤에 가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던 것도 결국은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돕는 지속 가능성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가 도움을 줬던 친구 중에 잘 된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여전히 많아요. 잘 된 사례를 들어보자면, 제가 후원했던 올리스라는 아이가 이제 대학을 졸업했어요. 그 친구의 꿈이 저처럼 되는 거래요. 저처럼 잘생기게 된다는 게 아니고(웃음) 봉사를 하고 사람들을 도우면서 즐겁게 여행하는 거. 그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코인트리 스리랑카’를 창설했어요. 거기에서 돈을 벌어서 가난한 아이들을 돕고, 조직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줘요. 그럴 때 많이 뿌듯하죠.


최: 그렇게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꽃거지: 일단 멋지게 사는 걸 보여주는 거고요. 이렇게 살아도 즐겁고 행복하고, 괜찮게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우리 아이들에게 그냥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남에게 나눌 수 있는 부자가 되라고 가르쳐요. 사회와 다른 사람에게 나눠야 한다는 걸 많이 가르쳐요.


최: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시킬 생각이세요?


꽃거지: 나눔을 좀 확산시키고 싶어요. 우리가 실제로 기부하는 게 흔하지 않잖아요? 근데 기부가 쉽고 즐거운 거라고 알려주고 싶고, 특별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도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고. 뭐 큰 능력이 있거나 좋은 대학을 나왔다거나 고스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꿈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재밌게 하면 이뤄 나갈 수 있다는 거, 그다음에 비영리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올해 직원도 더 뽑아야 하고요, 시스템도 더 단단하게 해야 하고요. 다 잘 나가고 멋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여러 고생이 있어요. 이렇게 일이 많은데 전임으로 하는 사람은 두 명밖에 없다는 건, 부실하단 얘기죠. 디테일이 없다는 얘기고요. 그래서 이번 한국 일정에서 함께 하고 싶은 파트너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생고생했어요. 삼고초려 끝에 함께 할 분이 정해졌죠. 이제 함께 메꿔 나갈 거예요.


최: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세요?


꽃거지: 여러 가지 있죠. 개인적인 목표는 사랑하는 아내랑 행복하게, 섹시하게 사는 거고요. 그다음에는 많은 분의 여러 꿈을 이뤄주고 싶어요. 지금은 사단법인하고 학교 세우고 병원 세우지만, 사실 저는 제 행복을 위해 살거든요. 지금 절 제일 행복하게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나누고 희망을 주는 것이라 하는 것이지만, 저는 어부가 되고 싶기도 하고 서핑 강사가 되고 싶기도 해요. 몸짱도 되고 싶고 모델도 되고 싶어요. 여러 꿈이 있죠.

참고로 아내 분도 ‘코인트리’의 사무국장 일을 도맡아 한다.

최: 꽃거지가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런 목표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으신지?


꽃거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희망 없이 아파야 하는 사람들, 죽어야 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교육받아야 하고, 아픈 사람들은 치료받아야 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세상인데, 우리가 나누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불공평이 지속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것들을 근절하고 싶습니다.


나누면 행복해진다는 거죠. 우리 삶 속에서 행복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데, 그걸 가장 쉽게 탈피할 방법으로 웃음도 있고 취미도 있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있겠지만, 나눔도 하나의 레저가 될 수 있어요. 취미가 될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사회가 조금 더 아름다워질 거예요.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교, 이런 얘기하고 다니죠.


그런 취지에서 비영리를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행복을 더 챙겼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서 남을 행복하게 해 준다? 이건 모순인 것 같거든요. 근데 이 일하는 사람 가운데 행복한 사람이 드물더라고요. 그래서 후원하는 분들도 그들의 행복을 먼저 신경 써 줬으면 좋겠고요, 그다음 일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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