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과 목포 시민의 잘잘못과 잘못

조회수 2019. 1. 29. 12: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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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무게는 녹록지 않다.

우리 말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말이 많은데 잘잘못도 그중에 하나다. 모든 일은 다 잘한 것만 있는 것도 잘못한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니 잘한 일은 칭찬을 해주고 잘못한 일은 반면교사로 삼아 고쳐나가자는 취지라고 보면 중용의 미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요 며칠 목포가 뜨겁다. 뉴스메이커 손혜원 의원이 이번엔 목포와 문화재, 그리고 부동산 투기라는 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들은 너나없이 자극적 내용으로 도배를 하지만 목포사람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이 SNS에 올리는 글과 논쟁이 훨씬 더 풍부하게 논점을 끌고 가는 듯하다.



손혜원 의원의 잘잘못과 잘못

출처: 연합뉴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1월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며 질문에 답하는 손 의원

일단 손 의원의 잘잘못은 무엇일까? 손 의원이 주변 지인들을 목포에 초대하고 그들과 함께 방치된 적산가옥들을 매입해 문화적 활용을 하려고 한 일은 잘한 일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와 목포시가 풀지 못하던 숙제에 대한 답안지 하나를 제출한 셈이기 때문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민간영역에서 방치된 문화재를 매입해서 보존하고 활용하자는 제안은 10년도 넘게 주장되어 온 내용이다. 본인도 숙원사업이던 자개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니 이익을 노린 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목포시가 자개 박물관을 유치했다는 보도가 나갔다면 박수를 받았을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럼 손 의원의 잘못은 어떤 것일까? 국회의원은 법과 제도를 다루는 직업이다. 게다가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이다. 그렇다면 이 사안에 더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았어야 했다. 왜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었는지, 행정자산의 취득 절차를 간소화할 수는 없었는지, 역사문화특구 같은 별도의 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었는지, 나아가 근대문화유산 특별법 같은 법을 제정할 수는 없었는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자기 고장의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는 정책과 제도는 없었는지 살폈어야 했다. 국회의원 손혜원과 개인 손혜원의 혼동이거나 멀리 돌아가는 것보다 지름길을 찾다 보니 스텝이 꼬인 셈인데 취지가 좋았다고 넘기기에 국회의원의 무게는 녹록지 않다.


조선내화 일대의 아파트계획을 무산시키고 조선내화를 문화재로 등록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나아가 개별 건물만이 아니라 개항거리 자체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사업은 손 의원만의 힘은 아니었을 것이나 주도적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이 안 하면 누가 나설 것인가? 그런 일을 하라고 뽑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그럼에도 공론화를 통한 여론의 형성보다 문화재청과 전문가, 행정기관의 테이블에만 매달린 것은 잘못한 일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헌법기관이다. 목포시민들의 조선내화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알았다면 가장 먼저 나서서 공론장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 잘못이 지금 잡힌 발목의 원인이다.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후과를 크게 치르는 것이다.



투자냐 투기냐

출처: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전남 목포 문화재거리 내 카페

다음으로 투자냐 투기냐는 논란이 거세다. 이 또한 잘잘못같이 어느 한쪽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쯤에서 현재 목포에서 진행되는 역사문화자산 관련 흐름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 사연이 있지만 몇 가지로 정리를 하자면.

  1. 엔젤 투자자: 빈집을 사들여 청년들에게 장기 제공하는 방식. 요새 가장 핫한 ‘괜찮아마을’의 토대도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꾸준히 늘어난다.
  2. 외부 전략 투자자: 목포 사람은 아니지만 목포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본인의 콘텐츠를 접목하려는 방식. 적산가옥을 주 대상으로 하는데 문화예술계를 중심축으로 진행되며 손 의원도 이 중 하나다.
  3. 내부 전략 투자자: 목포 출신 또는 목포 원주민들이 도시재생의 흐름을 읽고 본인 소유 건물 주변으로 확산하는 방식. 원도심 건물소유주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4. 시민 자산화 추진: 목포의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시민펀드 방식의 자산화 전략을 실행하는 방식. 청년들이 공유주택을 매입하거나 단체들의 협력으로 매입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5. 공공 자산화 추진: 목포시가 문화재로 지정될만한 건물을 사들이는 방식. 소유주와의 협상 단계지만 법/제도의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까지가 투자 개념이라면,
  6. 단기수익형 투기세력: 목포가 주목을 받자 일단 매입해놓고 비싼 값에 다시 내놓는 흐름으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7. 개발이익세력: 가장 우려스러운 흐름으로 여러 필지를 사들여 호텔이나 쇼핑몰 등을 세울 계획이 있다. 심지어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주택도시기금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기세력 또한 만만치 않게 늘어나며,
  8. 그럼에도 아직 가장 많은 역사문화자산을 소유한 분들은 이곳에서 40~50년 사신 ‘원도심 주민’이다. 거의 모든 매물을 거둬들인 상태로 목포시와 투자/투기 세력들의 상황을 보며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투기로 나누기는 했으나 1~8번 모두 두 요소가 있다. 1~4번의 경우 투기적 요소라기보다는 장기적 수익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과 엄밀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 그럼에도 1:9든 51:49든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하는 건 사실이다. 이건 기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목표시민의 잘잘못과 잘못

출처: 프리랜서 장정필

마지막으로 손혜원 논란으로 가려진 목포시민들의 노력과 열망을 되짚어봐야 한다. 목포는 저력 있는 도시다. 국회의원 한 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물론 이들에게도 잘잘못이 있다.


목포의 적산가옥과 역사유산에 대한 논란이 일자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켜야지 하며 건물주는 건물주대로,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청년들은 청년대로 모여 머리를 맞댄 일은 잘한 일이다. 수십 년 토박이 건물주들이 협의회를 만들고, 재주 있는 주민들은 공방을 차렸다. 객지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이 인심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고 청년 사업가들이 밤새워 제품을 개발하며 틈만 나면 목포를 돌며 보석 같은 공간을 찾아내는 이들이 있다. 손 의원은 이들이 애써 차린 전라도 백반에 맛깔난 스파게티 하나 올려놓은 셈이다.


일주일에 2~3일 목포에 내려간 지 1년도 훌쩍 넘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목포는 안 돼!”였다. 순천정원박람회에 여수밤바다에 다 잘나가는데 목포는 뭘 해도 안 될 거라고 했다. 조반장도 못 버틸 거라고 했고, 모난 돌이 정 맞으니 살살하라는 충고도 받았다. 목포시민들의 잘못은 여기에 있다.


목포는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도시다. 실제로는 6위지만 1~5위가 군포·의왕 등 수도권 위성도시라고 보면 요샛말로 콤팩트 시티에 가장 걸맞은 도시다. 그래서 옛부터 무안·신안·해남·영암·진도·강진·완도·함평까지를 아우르며 살아왔다. 개항 이후 바깥을 받아들이면서 커온 도시다. 목포답다는 말은 가장 개방적이거나 가장 긍정적이거나 가장 열성적인 것 중 하나일 것이다. 그 기개와 낭만, 환대와 응원을 잊어버린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국회의원 한 명에서 비롯된 논란을 목포시민이 다양한 관점으로 수준을 높여주는 것 같아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함이고 우리는 그것을 정치라고 부른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성장통이니 너무 아파하지 마셔라. 맘껏 얘기하고 맘껏 싸우고 맘껏 보듬어주는 목포가 되는 계기가 느닷없이 우리 앞에 왔다. 맘껏 즐기셔라!




이 정도로 마무리했지만, 논쟁이 본격화되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그래서 어쩌면 좋겠는지’ 허심탄회한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아무튼 자산화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인 전은호 목포도시재생센터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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