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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가 온다: 브렉시트, 웨스트민스터 대참사

현실은 '셜록'이 다 해결해 주는 드라마가 아니라서
ㅍㅍㅅㅅ 작성일자2019.01.21. | 122  view

설마 설마 하던 일이 결국 우리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한국 시각으로 15일 치러진 브렉시트 협상안 표결에서 터리사 메이 총리가 제시한 안이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 역시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생명 역시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가 어렵게 되어 버렸다. 찬성 202표 대 반대 432표.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완전한 참패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박빙의 승부를 겨뤄 볼 만하지 않겠냐는 예측들도 모두 빗나간 셈이다.

source : New York Times

FT의 보도에 의하면 제1야당 노동당은 결국 3명을 제외하곤 전원 반대표를 날린 것으로 보이며, 현재 316석을 차지하고 있는 토리당 내부에서도 118표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토리당 찬성파 198명과 연립여당인 아일랜드 민주연합당의 9석 중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식 표현으로 ‘Her Majesty’s Government’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안티 메이' 진영은 실력 행사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다.


투표 후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역시나 ‘여왕 폐하의 야당’을 선두에서 몸소 이끄는 노동당의 코빈 동지였는데, 그는 “이 정부의 무능함은 도무지 참아 줄 수가 없는 수준이다.”라며 메이 총리와 내각을 질타한 후, 수요일에 표결될 메이 총리 불신임안을 꼭 통과시킬 것을 천명한 바 있으나 안타깝게도 코빈이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로 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일단 표결 직후 민주연합당이 메이를 계속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정국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어 갈 때마다 장기를 발휘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한국의 민속 놀이이기도 한 ‘경우의 수’ 놀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브렉시트의 경우의 수'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영향을 끼칠까?



1. 영국 의회 내부에서의 대안 모색


A. 노동당 주도의 불신임 투표 및 조기 총선


: ‘Corbyn Being Corbyn’,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현재 성사 가능성은 가장 낮다.


B. 브렉시트 재투표


: 역시나 성사 가능성은 낮다. 재투표 역시 의회의 표결을 거쳐 결정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투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점점 재투표 지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등은 역시나 이 대안이 강력하게 존속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어 준다.


역시나 가장 큰 장애물은 과연 EU가 리스본 조약 50조의 발동을 뒤엎고 난 이후에도 가만히 넘어가 줄 것이냐인데, 어렵다고 본다.


C. 메이 총리와 노동당의 협력


: 역시나 어렵다. 현재 노동당은 '보다 부드러운' 대안을 모색하라고 메이 총리를 몰아붙이고 있으나,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여당인 토리당을 무시하고 코빈을 동지(...)로 삼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안은 한 가지가 더 필요한데, 메이 총리가 EU에 가서 다시 싹싹 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래에 설명드리겠다.


D. 새 정부 구성을 통한 대안 제시


: 현재 토리당의 하드 브렉시터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이다. 아예 지금부터 No-Deal Brexit를 준비하고 이를 위한 초당적 내각을 짜 위기를 넘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주도권을 쥔 자들은 여전히 No-Deal Brexit에 대해서 거부감이 크다. 메이 총리의 안을 반대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2. 메이 총리가 EU에 다시 가서 싹싹 빈다

A. EU와의 새로운 협상안 도출


: 가능성은 1의 대안들보다는 높으나 여전히 실현은 어렵다. 현재 EU 역시 더 양보할 공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특히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개방 문제), 반대로 메이 총리가 더 양보를 했다가는 영국 의회가 당연히 더 큰 패배를 메이에게 맛보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B. 브렉시트 협상 일정 연기 요청


: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 높은 첫 번째 대안인 셈. EU에 가서 우리 의회 의원들(또는 노동당)을 설득할 시간을 조금만 벌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EU 입장에서도 이것은 그저 도버 해협 건너 불구경을 하면 되는 입장이라 가장 부담이 덜할 것이다. 물론 연기된 기간 동안 영국의 EU 분담금 일할 계산 등은 좀 다른 문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메이 총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 이다.



3. 메이 총리,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다


A.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 조기 총선은 코빈 동지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메이 총리가 더 많은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메이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면 목적은 하나다. 혼란된 영국을 통합하고 브렉시트 협상을 잘 이끌기 위해 소프트 브렉시터와 '메이 지지자' 들을 최대한 하원에서 많이 규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빈 동지의 정치적 패배가 수반된다면 꿩 먹고 알 먹기. 때문에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 높은 두 번째 대안이다.


B. 메이 총리 주도의 2차 국민투표


: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보다는 조금 리스크가 낮은 것이 바로 이 대안이다. 코빈 동지의 노동당보다 아젠다를 먼저 선점할 수 있고, 만약 2차 국민투표가 EU 잔류로 결정된다면 토리당 내 하드 브렉시터들을 적폐로 몰아 축출하고 본인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EU가 이것을 받아 줄까? ECJ는 리스본 조약 50조의 Revoke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긴 했다.



4. NO-DEAL BREXSHIT


: 보아라, 파국이다.

꿈도 희망도 없어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라서


결론적으로 아직 No-Deal Brexit가 닥쳐온 것은 아니며, 영국에게는 몇 가지 대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어쨌든 저 위의 대안들 중 가장 현실적인 대안들을 실현하려면 도널드 투스크와 장클로드 융커의 또 한 번의 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의 두 분은 브렉시트 부결 이후 트윗으로 걱정스러운 멘션을 날리기는 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 앞에 다시 앉았을 때도 그러할까?


참 늘그막에 고생이 많은 여왕 폐하시다. 드라마였으면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이 다 해결해 주었을 텐데 말이다.


원문: 김현성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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