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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제시하는 대기업과 정치권의 뇌물수수 연결고리 끊는 법

조회수 2019. 1. 17.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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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뇌물 관행 근절?

※ The Washington Post의 「This is what helps stop big corporations from bribing politicians」를 번역한 글입니다.


지난 1월 브라질 항소법원은 부패 혐의로 기소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선고됐던 12년형이 맞다며 원심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앞서 전 세계 부패 스캔들의 역사상 적어도 규모 면에서는 역대 최고였던 브라질 사법부의 이른바 “세차 작전”에서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임원들로부터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석유회사 임원들이 시추, 개발 등 각종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뇌물은 우리 돈으로 총 5조 원이 넘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세차 작전”에서 용의 선상에 오른 기업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멕시코 석유회사인 페멕스, 싱가포르의 케펠 O&M 등 11개국 기업들이 조사를 받았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앞두고 건립한 경기장 12곳 공사 계약 체결 과정도 뇌물 없이는 전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의 다국적기업, 대기업들이 각종 조달사업과 대규모 공사 수주, 투자 기회 양도 등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할 때 원하는 바를 얻고자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상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도 아마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뿌리 깊은 뇌물 관행을 국제 협약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 뇌물은 생산업체가 내지 않아도 될 비용이자,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해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업체가 아니어도 일을 맡게 하는 악습이기도 합니다.


결국 생산성이 낮아지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모든 다국적기업이 뇌물을 주고받는 일을 멈추겠다고 동시에 약속하고 모두가 이 약속을 지키기만 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 올 겁니다.

문제는 바로 앞서 언급한 가정이 말 그대로 가정일 뿐이고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모두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뇌물이 사라진 세상이 오더라도 뇌물을 통해 사업권을 따낼 인센티브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즉 뇌물을 써서 사업을 하라는 유혹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뇌물 없는 상태는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케펠 O&M은 브라질에서 980만 달러를 뇌물로 뿌려 원하는 공사 계약을 따냈고, 그 결과 3억 6천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OECD-ABC의 ABC는 반부패 협약(Anti-Bribery Convention)입니다. 1997년 회원국들이 서명했고, 1999년 발효됐습니다. 세계 경제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진국들이 자국 기업의 해외 활동 가운데 뇌물수수와 관련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게 하고 그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협약의 목적이었습니다.


OECD는 회원국들로부터 주권을 양도받지 않았지만, 각국과 협조하며 관련 규정을 운영하고, 반부패 협약을 채택한 나라와 채택하지 않은 나라의 목록을 각각 공개해 압박 아닌 압박을 펴 왔습니다.


협약에 가입한 국가의 기업들에 자국 내에서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뇌물 문제에서만큼은 자국법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OECD 반부패 협약이 직접 가입국의 집행을 관리하고 돕습니다.


2009년 들어서는 협약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 3단계에 돌입했는데, 이제는 가입국끼리 서로 활동을 평가하고 뇌물수수 관련 법을 잘 운용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가려내 발표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게 장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반부패 법안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것, 제정된 법안이 실효를 거두도록 노력할 것이었던 목표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거죠.


과연 보고서를 만들어 정리하는 정도로도 다국적기업의 잘못된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요? 우리는 베트남에서 여러 다국적기업들의 활동을 분석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최근 논문으로 썼습니다.


최근 베트남의 풍부한 성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하고 뛰어든 기업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매우 많은데, 그 가운데는 반부패 협약에 서명한 한국, 일본 같은 나라의 기업도 있고, 중국, 싱가포르, 대만처럼 반부패 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나라 기업도 있습니다.


5개국 기업의 현지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각 회사가 베트남에 진출할 때 뇌물을 썼는지, 썼다면 얼마나 썼는지 측정했습니다.


설문에 얼마나 솔직하게 답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임원들에게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데 뇌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같은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자 응답자의 1/3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민감한 사안을 에둘러가기 위해 직접적인 질문을 피하고, 어떤 것과 관련 있거나 해당하는 행위를 모두 골라 그 수를 세 기재해달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각각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쓸 필요 없이 주어진 보기 가운데 해당하는 일이 있었으면 그 숫자만큼 적어내면 되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질문지였습니다. 또 베트남 상공회의소의 도움을 받아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해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OECD의 반부패 협약이 실제로 뇌물을 줄이는 데 일조했을까요? 먼저 2005~2014년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 네 곳 가운데 한 곳은 투자를 따내고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뇌물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부패 협약 3단계에 들어서기 전인 2008년까지는 협약에 서명한 가입국 기업의 30%가 뇌물을 썼고, 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나라 기업 가운데 뇌물을 쓴 기업은 23%뿐이었습니다. 그런데 3단계가 발효된 뒤 이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어 22% : 27%가 됩니다.


반부패 협약에 가입한 국가의 기업들 사이에서 뇌물 사용이 줄어드는 건 이해가 되지만, 협약 미가입국 기업들 사이에서 뇌물이 오히려 늘어난 점은 이유가 석연치 않을뿐더러 아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에 뇌물 자체가 더 만연했을 수도 있고, OECD 반부패 협약 가입국 기업들의 뇌물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베트남 관료나 기업들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메꾸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반부패 협약 때문에 뇌물을 쓸 수 없다면 베트남처럼 뇌물 없이 사업할 수 없는 곳에서 철수하기로 한 기업이 생겨 상대적으로 기술이 부족한데도 사업을 따내려는 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진출해 더욱 공격적으로 뇌물을 썼을지도 모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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