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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은 가게들이 '인스타그램'을 공식 홈페이지로 삼게 됐을까?

조회수 2019. 1. 17. 14: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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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대세감'

부산 여행을 준비하면서 갈 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새삼 느끼게 된 건 바로 인스타그램의 ‘대세감’이었습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거의 모든 곳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대표 채널’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서점, 카페뿐만 아니라 요즘 힙하다고 소문 좀 난 곳 거의 모두가 말이죠.


가장 예전에는 네이버 블로그가 보였고, 얼마 전까지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보였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인스타그램’으로 대동단결했습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상호를 검색해보면 모두 대표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등록해놓았죠.


네이버 지도로 들어왔는데 인스타그램으로 모조리 트래픽이 빠져나가는 수모를 요즘의 네이버가 겪고 있습니다.

부산의 ‘힙한 곳’ 거의 모두가 홈페이지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표시해두었다.

인스타그램의 대세는 부산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게 곳곳에는 인스타그램 팔로잉 안내판이 있었고 가게 사장님 명함에는 인스타그램’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한 식당은 간판에 아예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표시해두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고유 특수 기호인 @까지 붙여서 말이죠.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점점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가게가 많아지는구나 생각은 했지만 이처럼 ‘모두’가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왜 많은 가게들이 인스타그램을 ‘공식 홈페이지’로 삼기 시작했는지 말이죠.

간판에 함께 표시해놓은 인스타그램 계정

공수를 크게 들이지 않을 수 있다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 자영업자분들은 가게 운영에 신경 써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습니다. 모든 일이 ‘리소스’ 문제다 보니 마케팅이나 홍보의 필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여기에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수 없습니다. 가게가 돌아가게끔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케팅 채널을 한두 개 늘리는 것이 뭐가 어렵겠어 하지만 그들에게는 정말 어렵습니다. 마케팅 채널 하나만 운영해도 ‘벅참’을 느끼죠.


포털의 블로그는 그야말로 모든 시간을 쏟아야 했습니다. 하나의 글을 예쁘게, 있어 보이게 만들어야 했고 검색 키워드에 잘 걸릴 수 있도록 내용도 잘 정제해서 담아야 했습니다.


검색에 잘 걸리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왜 우리 블로그 글은 검색 결과 페이지 10번째가 넘어가야 나오지, 이 키워드에는 왜 우리 글이 안 나오지, 어떻게 해야 검색 결과에 잘 노출될 수 있지 수많은 고민에 수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 채 콘텐츠 생산은 멈추고 말았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공수가 많이 드는 블로그.

그러다가 페이스북이 대세로 떠오르며 모두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보다는 훨씬 간단하게 포스트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대체할만한 마케팅 채널을 찾은 셈이었습니다.


대다수가 페이스북 회원으로 가입해 있었고 지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덕분에 공유를 통해 가게 소식이 널리 퍼질 수 있었습니다. 팔로워를 모으는 만큼 도달 수는 높아졌고 광고를 통해 더 많은 잠재 고객에게 닿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지도 점차 ‘블로그 화’ 되어 갔습니다. 사진 한 장과 짧은 한 문장의 포스트는 더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내용을 채워야 했고 카드형 콘텐츠, 이미지 섬네일 등의 콘텐츠 포맷 다양화가 오히려 생산의 복잡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은 페이스북에도 ‘허들’을 갖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가게 소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더 이상 그 ‘간단하게’가 통하지 않는 공간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블로그’ 화가 되어 버린 페이스북 페이지. 더는 간단하게 포스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들은 최종 종착지로 ‘인스타그램’을 택했습니다. 결코 긴 글이 아니어도 되고 결코 기술이 들어가는 콘텐츠가 아니어도 되는 공간. 5분 안에 간단하게 포스트 하나 올릴 수 있는 공간. 그럼에도 콘텐츠가 성의 없다고 고객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이 바로 인스타그램이 된 것입니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생산자에게 최적화된 마케팅툴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고 심플하게, 별 기술 없이도 꽤 괜찮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은 오히려 콘텐츠를 ‘있어보이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포맷을 만들게 되면서 가게 주인이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복잡해지자 그 복잡함을 잘 이용해서 ‘특별한’ 콘텐츠를 만들어 눈에 띄는 페이지도 분명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게는 그렇게까지 특별하게 콘텐츠를 만들 여유가 없었죠.


그래서 기존과 같이 평범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특별하게 신경 쓴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고 ‘잘 못 만든 콘텐츠’가 되어버렸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가게 콘텐츠는 카드형 콘텐츠로 예쁘게 디자인해서 보이는 데 반해 우리 가게는 사진 한 장에 짧은 설명 올렸더니 없어 보이게 돼버린 것과 같은 거죠.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글을 ‘예뻐 보이게’ 만드는 가이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가이드에 맞춰 ‘예쁘게’ 콘텐츠를 만드는 것 역시 큰 공수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비교가 인스타그램에서는 필요없습니다. 사진 한 장에 이모지 하나 올려도 그 나름의 콘텐츠로서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오히려 인스타그램에서는 ‘힙’하다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페이스북처럼 예뻐보이기 위해서는 어떤 사이즈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지 가이드가 돌아다니지도 않습니다. 찍고 올리면 끝입니다. 인스타그램이 많은 가게의 선택을 받을 수 있던 건 공수를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도 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타일형 피드’ UI가 보여주는 매력


우리는 가고자 하는 장소를 찾을 때 서치를 우선 해봅니다. 갈만한 곳인지 아닌지 살펴보기 위한 ‘필터링’의 과정입니다. 블로그를 찾아보고 글마다 돌아다니면서 그곳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얻습니다.


텍스트를 자세히 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첫인상’을 보는 것처럼 이미지 중심으로 훑어봅니다. 그곳에 대한 ‘느낌’을 우선적으로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은 타일형 피드로 딱 그 가게를 찍고 들어가면 한 번에 그 가게에 대한 분위기를 볼 수 있습니다. 갈 만한 곳인지 아닌지 단 몇 초 사이에 판단하게 됩니다. 모두 사진(이미지) 모음으로 된 타일형 피드 UI 덕분입니다.


가게 주인도 사진 몇 장으로 가게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번에 부산 여행에서 발견한 한 식당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간판에 걸어 놓으며 가게가 어떤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타일형 피드 UI를 통해 가게의 분위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이에 반해 블로그는 게시판 구조, 페이스북 페이지는 타임라인 구조다보니 단 몇 초 사이에 이곳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얻기 힘듭니다.


블로그에서는 각 글을 들어가 보고 소개를 봐야지만 그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페이스북에서는 타임라인을 아래로 내려봐야지만 가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나의 매력적인 가게를 단 몇 초 사이에 잡지 못하는 마케팅 채널이라면 가게 주인에게도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닙니다.


그렇게 많은 가게는 블로그와 페이스북의 ‘복잡함’에 떠나게 되었고 그들은 쉽게 나의 가게를 소개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프로필 영역’


가게에는 늘 공지사항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고객을 상대로 이벤트가 진행될 수도 있고 개인 사정으로 급한 휴무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재료가 다 떨어져서 저녁 장사를 일찍 마감했다는 이야기도 필요할 때가 있고 작가 강연회가 있으니 몇 시까지만 영업한다는 내용도 알림이 필요합니다. 결국에는 ‘공지사항’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게들의 마케팅 채널에는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아쉽게도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는 이 역할에 미흡했습니다. 포털 블로그의 경우 지금은 공지사항(notice)란이 있어서 이곳에 소식을 올리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이런 공간이 없어서 게시글 형태로 공지사항을 올려야 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지 정보란에 담기에는 공간이 너무 무거웠고 팔로워가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 있었습니다. 게시글로 공지사항을 남기더라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계정에서 제일 잘 보이는 ‘프로필 영역’을 활용해서 가게의 공지사항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달하는 모습.

이에 반해 인스타그램의 계정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영역은 바로 ‘프로필 영역’입니다. 너무 잘 보여서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계정을 찾아온 사람들은 가게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가게에 대한 간략한 설명부터 영업시간, 휴무일 공지로 채우기도 하고 그때그때 바꿔 갑니다. 공지사항을 ‘트위터’처럼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되자 많은 가게는 인스타그램을 마케팅 채널로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죠. “가게 오시기 전에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확인하고 오세요!” 이 말 한마디에서 마케팅 채널의 최종 승자는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시태그와 장소가 갖는 ‘인덱스’의 힘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그곳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어떤 행동을 하게 되나요? 자연스럽게 더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올린 리뷰를 찾아보게 됩니다.


바로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장소를 검색해보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죠. 그중에서도 꽤 괜찮은 리뷰글을 찾기 위한 고난과 역경이 시작됩니다. 탐색은 계속 복잡해지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죠.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수많은 콘텐츠를 하나의 인덱스로 묶어주는 ‘해시태그’ 기능과 ‘장소’ 기능이 있기에 인스타그램 앱 내에서 바로 다른 사용자의 ‘리뷰’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시태그를 입력해서 다른 사용자가 올린 사진과 리뷰를 바로 볼 수 있고 장소를 기반으로 같은 장소에서 리뷰를 남겼던 다른 콘텐츠도 소비할 수 있습니다. 모두 인스타그램이 가진 강력한 ‘인덱스’의 힘 덕분입니다.

인스타그램의 강력한 인덱스 ‘해시태그’와 ‘장소’ 기반으로 다른 사용자가 생산한 콘텐츠도 해당 채널 주변으로 엮이게 된다.

가게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게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재미를 느낍니다. 머물렀다 간 손님의 콘텐츠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길 수도 있고 그들을 팔로잉할 수도 있습니다.


가게 홍보를 위한 마케팅 채널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의 리뷰를 확인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고 고객과 계속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거죠.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의 마케팅 채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인스타그램에서는 강력한 ‘인덱스’ 덕분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4종 세트’가 가능한 곳


가게가 마케팅 채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소통’ 입니다. 지금은 조금 올드해진 단어지만 여전히 팬을 구축하고 가게의 소식을 수신하고 다시 가게를 찾아주는 ‘연결 고리’가 중요하고 또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게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부분에 여전히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런 소통의 채널로 탁원할 마케팅 툴입니다. 일명 IT 서비스에서 ‘커뮤니케이션 4종 세트’로 불리는 모든 기능을 인스타그램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댓글, 좋아요, 팔로잉, DM(Direct Message)가 그 주인공이죠. 고객이 댓글을 남기거나 고객의 게시글에 가게가 댓글을 남길 수 있고 다른 분이 올린 가게 사진에 ‘좋아요’로 감사함을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가게 소식을 계속 받아보고 싶은 경우 ‘팔로잉’으로 관계를 만들고 문의 사항이 있으면 가게의 DM으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계정을 꾸준하게 운영할 ‘맛’도 이 4종 세트에서 나옵니다. 좋아요와 댓글 등의 즉각적인 반응이 있으니 운영할 맛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매일 늘어나는 팔로워를 보면서 채널의 성장을 체감합니다. 더 열심히 운영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동기’가 되기도 하죠. DM을 통해 고객과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때로는 다른 가게에 DM을 보내 가게 운영에 대한 정보도 얻습니다.


나의 채널을 중심으로 다양한 말과 액션이 오가니 운영할 맛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점은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콘텐츠를 아무리 올려도 반응이 없다면 신나서 채널을 운영하는 가게 주인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지속적으로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 인스타그램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왜 많은 가게가 인스타그램을 ‘공식 홈페이지’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주관적으로 생각해본 내용을 적어봤습니다. 결국에는,

  •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공수를 크게 들이지 않고 운영할 수 있고
  • 타일형 UI로 가게의 이미지를 단번에 알릴 수 있으며
  • 프로필 영역을 통해 공지사항을 재빠르게 알리고
  • 해시태그와 장소가 갖는 ‘인덱스’로 채널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묶으며
  • 댓글, 좋아요, 팔로잉, DM 같은 커뮤니케이션 세트로 창작 동기를 만드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대세감은 한동안 지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예전의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처럼 지금의 인스타그램이 ‘한 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널 운영을 가볍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가게 콘텐츠를 올리며 그들과 편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다른 대체재가 있을까 했을 때는 지금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장소’에 대한 DB는 그 어느 곳보다도 인스타그램에 제일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점점 장소를 찾을 때 포털을 외면하게 되는 것처럼요.


원문: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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