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회고하며, 가격에 대한 이야기

조회수 2019. 1. 16. 12: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영속성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에서는 가격 인하를 최악의 실수로 생각한다. 만약 소매가 10,000원 짜리 제품을 15% 세일했을 때 동일한 마진을 내기위해 더 팔아야할 매출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은 15~20% 아니겠냐고 답하지만, 사실은 200%이다.


매출이익이 3,000원일 때 1,500원을 깎아주면 마진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 깎을 생각일랑 절대 하지 말고 Value Proposition에 집중하라고 한다.


반면 리처드 코치의 무조건 심플에서는 맥도날드처럼 품목 단순하게 줄이고 경쟁사보다 반값에 팔면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의 저자이자 경영학자인 헤르만 지몬

상반된 견해라 정답이 궁금했던 나는 여러 가격 실험을 했고, 윙잇 상품가를 12월 동안 노량진 횟감 수준으로 매일 뒤집어봤다. 결론적으로 재구매율이 높은 상품일 수록 가격변동성, 즉 가격변화에 따른 매출 변화가 크고, 재구매율이 낮거나 소진이 오래걸리는 상품일수록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변동성이 큰 제품은 25% 인하로 매출 신장이 300%까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변동성이 낮은 제품은 30% 인하로 매출이 그대로 30%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상품의 내재된 재구매 성향이 높은지 낮은지 궁금하면 일단 싸게 팔아보면서 서서히 인상해봐야만 알 수 있다. 직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깎기는 쉽지만, 올리기는 어려우니 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고객이 실제로 가격 인상·인하에 반응하는 것을 보면 전혀 비가역적이지 않다.


너무 반응이 안 좋은 것 같으면 얼마든지 가격을 뒤로 돌려도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결제한 후 가격을 잊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쉽게 점심값으로 얼마를 지불했는지도 망각하기 마련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공급가가 저렴한 것은 소매가도 저렴하게 팔고, 비싼 것은 비싸게 파는 게 순리에 맞다. 하지만 식품에서 이른바 대박 상품은 파는 사람이 생각하기에도 정말 맛있고 품질 좋은 것을 합리적 가격에 팔 때 탄생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일지라도 소비자가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가격 Range를 벗어나는 소매가를 세팅하면 중박은 칠 수 있어도 대박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SSG.com를 보자. 90% 이상의 제품이 3,000~7,000원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고서야 1만 원을 넘기지 않는 형태로 간다.


다품종 소포장 제품 중심으로 가고 있지만, 주문 총액은 절대 낮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전자상거래 시장의 Market Penetration이 높아지기 때문에 AOV는 매해 올라간다.


어쩌다가 잔기술이 좋은 회사는 싼 물건을 매우 비싸게 파는 재주를 부리기도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고객은 아무 말 없이 재구매를 안 하기 때문에 회사는 천천히 쇠락한다.


외식업, 도·소매 할 것 없이 식품을 다루는 섹터의 KPI는 어떤 경우에도 고객 생애 가치와 재구매주기일 수 밖에 없다. 후기와 설문을 통해 고객 반응을 아무리 조사해봐도 소용없다. 본질적인 품질 가성비라는 측면이 해결되지 않으면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높은 원가율, 높은 판관비, 낮은 소매가 때문에 대기업이라도 식품을 하면 영업이익률이 낮다. 그나마 마진율 높은 것은 건강·기능식 정도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소매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재료와 첨가물로 향을 내는 등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꾸준히 낮추고 있다. 상품 소싱 할 때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성 제품이 영양가 없는 것을 팔아왔는지 알게 되면서 점점 마트 제품을 멀리하고 있다.

자사는 이런 대기업과 절대 경쟁해선 안 되고 오히려 이런 대기업이 소싱 못할 떡, 즙, 원물 간식 등과 같은 상품을 높은 품질로 개발해서 입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식품유통 대기업과 상품군이 겹치는 모든 온라인 마켓은 빠르게 잠식당할 것이다. 자체 상품 개발력이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


온라인에서 단순 벤더사, 남의 제품을 수수료 받고 유통하는 BM은 서서히 바늘구멍이 될 것이고 앞으로 5년간 임블리나 하늘하늘처럼 자체 브랜드를 가진 전문몰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속성 있는 기업으로 꼭 살아남아야 한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