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행사와 브금.. 아니 BGM의 상관관계를 알아보자

조회수 2019. 1. 4.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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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들리는 정보의 힘

공포영화를 볼 때 사다코가 튀어나오고 팝핀귀신이 끄억 대면 흔히 눈을 가리잖아요. 그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아니, 오히려 더더더더더더 무서워지게 된답니다. 눈을 가려도 우리는 상상력이란 그림을 그려내거든요.


시각 정보는 실제로 보는 정보보다 두뇌에서 처리하는 상상의 정보가 더 강해요. 더군다나 모든 정보가 차단된 상태가 아니잖아요? 왜일까요? 바로 소리가 들리고 있거든요. 눈이 가려지면 온전히 다른 감각에 의존하여 주변 상황을 파악하게 되는데 당연히 어두운 극장에선 촉각이나 청각 등이 더 예민해질 수밖에요.

소리로 들리는 정보의 힘도 더 강해집니다. 근데 영화에서 음향 작업은 제일 마지막에 이루어져요. 후시녹음이라도 하죠. 물론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종종 동시녹음을 할 때도 있지만요. 공포영화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마지막 카드란 얘기죠.


그러니 대충 넣었겠어요? 그렇죠. '아주 무서워 죽어랏!' 하고 넣었을 거예요. 눈을 가리는 순간 그 마지막 카드가 아주 제대로 반고리관에 꽂혀서 두뇌를 뒤흔들어놓게 되는 거죠. 게다가 상상력까지 동원되면 그날 잠은 다 잔 겁니다.

망했다. 머리도 못 감겠어

몹시 무서울 땐 귀를 막으세요. 아니면 이어폰을 꽂고 별의 커비BGM이라도 틀어놓던가. 확실한 이해를 위해 영상 하나 보겠습니다. 공포영화에서 배경음악을 바꿔버리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느껴보세요.

인간의 청각정보처리는 귀에서 이루어진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기관을 통해 소리를 처리한답니다. 그럼 먼저 대표적인 귀부터 간단하게 설명해봅시다.

귓바퀴가 하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1. 만지작거리고 놀기
  2. 소리를 모으는 역할

그리고 소리는 귓밥이 쌓이는 외이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외이도의 끝에는 고막이 있고 이곳은 스피커의 진동판처럼 얇은 막으로 되어있어요. 고막에 진동이 울리면 그 주파수를 청소골에서 증폭시켜요. 트랜지스터와 같은 역할을 하죠.


더 선명해진 소리는 염증이 자주 생기는 중이를 통해서 달팽이관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달팽이관에 붙어있는 청신경을 통해 두뇌로 전기신호를 보냅니다. 두뇌는 그 신호를 처리해서 이게 고양인지 개인지 사람인지를 분간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귓바퀴에서 모인 소리를 통해 듣지만, 청각기관은 뼈로 둘러싸여있어요. 그래서 얼굴 뼈나 치아를 통해서 전달되는 진동을 인식할 수 있죠. 뼈나 피부로도 소리를 듣는 거예요.


이렇게 전달된 진동은 내이로 직접 인식됩니다. 이걸 골전도라고 해요. 그래서 가끔 비싼 골전도 이어폰을 착용하고 달리는 동네 아저씨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청신경을 통해 전달된 전기신호는 두뇌에서 일정한 처리를 거칩니다.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진동수는 20~20,000Hz예요. 좋은 이어폰일수록 이 가청주파수와 거의 가까운 주파수를 들려주죠. 이 중에서 1,000~4,000Hz의 소리를 가장 잘 인식한답니다. 보통 일상적인 대화에서 나타나는 수준이에요. 음악 이퀄라이저 등을 조절할 때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자 이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귀 공부를 하려던 건 아니니까요. 브랜딩은 물론 경영이론의 일종이 되었지만 그 근원은 심리, 역사, 사회, 문화, 신경정신학적인 내용에 맞닿아 있습니다. 이 중 배경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심리/생물학적인 요소를 포함합니다.


보통 브랜드하면 생각나는게 로고, 슬로건, 브로슈어, 네온사인, 배너, 현수막, 회사소개서 등…시각적인 부분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시각 정보는 굉장히 많이 왜곡됩니다. 정확도면에서는 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시각정보는 '인지' 의 역할이 큽니다.


'이것이 치킨이다!'를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죠. 문제는 치킨을 보는 것만으로 침을 흘리는 이유는 시각의 기억이 아닌 후각―맛있는 냄새!―과 미각―치킨 맛!―, 청각―고추 바사삭!― 이 기억하는 정보들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경험과 감정을 만드는 것은 시각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감각기관들의 정보들이 훨씬 선명한 감정을 만들어내죠. 그 때문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기억합니다.

  • 아줌마가 테이블을 닦았는데 물씬 풍기던 행주의 쉰 냄새
  •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밍밍한 파스타
  • 까슬까슬해서 등을 간지렵혔던 니트
  • 시끄러워서 귀가 먹먹했던 카페
  • 담배 냄새가 가득했던 그 노래방

바로 귀, 코, 입, 피부를 통해서 말입니다. 서론은 이쯤하고, '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음악은 걸음의 속도를 제어한다.


막 그런 음악이 있어요. 이어폰 꽂고 듣으면서 걷다 보면 걸음이 빨라지고 다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은 멋진 곡들. 그건 확실히 기분만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하고 싸우면 집니다….

보통 물건을 천천히 봐야 하는 매장에선 73 bpm 이하의 음악을 선호합니다. 요가나 명상을 하는 곳에선 60 bpm 이하의 음악을 틀죠. 반면 빠른 이동과 회전율을 만들어야 하는 곳에선 93 bpm 이상의 빠른 템포를 선호합니다.


이건 사실 상식에 가깝습니다. 모차르트는 이러한 음악의 속도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 이전까진 일정한 속도의 연주가 관례였으나 모차르트는 개의치 않고 연주속도를 다르게 만들어서 감정을 표현했죠.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엄마 뱃속 태아에게 비트 교육을 시전하는 모차르트 분…


광고영상을 만들거나, 오프라인 행사를 할 때의 배경음악은 어떨까요? 네트워킹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사람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려면 확실히 빠른 비트의 배경음악을 까는 것이 좋겠죠.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은 모두를 너무 편안하게 만들어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수 없게 만들어버리거든요.


2. 음악은 집중력을 제어한다.


논문,「숙명여자대학교 음악치료대학원 : 임상음악치료전공 2016.2 : A meta-analysis of the effects of music activity on attention. p. 63-78」에 따르면 배경음악은 선택적 집중효과, 즉 특정사람의 말에 집중해서 빠져드는 데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다음 지속효과, 그리고 자기통제력 순이었죠. 이때 한 회기당 30~40분 정도의 청취가 최대의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엔 다양한 변인들이 존재하기에 오차를 고려해야 해요. 보통 인간의 시각집중력은 성인 기준 15분 내외라고 하죠. 공부하려면 적어도 15분은 있어야 집중기에 접어들 수 있단 얘기예요. 청력도 마찬가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어떤 행사나 콘퍼런스에 사람들이 충분히 녹아들게 만들려면 BGM에 노출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해요. 그리고 그 BGM은 같으면 더욱더 좋고 비슷한 비트, 같은 장르의 음악일수록 좋아요. 마마무노래 나오다가 갑자기 모차르트 나오면 이상하단 얘기예요.


3. 음악은 추억을 부른다.


90년도 「브루너(Brunner)의 연구」에서 이미 광고 음악과 제품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상관관계는 증명된 바가 있습니다. 거의 정설에 가깝죠.


「방송 광고에서 배경음악이 소비자의 기억과 태도에 미치는 영향 : 배경음악의 친숙도와 메시지 조화도를 중심으로 = (The) Effects of Background Music on Customers' Memory and Attitude toward Television Commercials, 전혜경, 2005」 논문을 보면, 제목은 길고 복잡하지만, 결론은 하나였어요. 브금이 대상과 잘 어울릴수록 긍정적 이미지가 더욱 강해진다!

비운의 게임이지만 아직도 OST 하나만큼은 유저들을 눈물짓게 하는 테일즈위버의 브금(BGM)입니다. 게임산업에서 OST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실제 게임의 톤을 정리할 뿐 아니라 손과 눈이 바삐 움직이는 다양한 정보들을 음악이 연결해줄 수 있거든요. 


배경음악이 삽입될 경우 뉴스, 게임, 상품에 대한 호감도와 기억력이 굉장히 올라간다고 해요. 뉴스 초반에 긴장감 있는 짧은 음악을 넣는 것은 긴장감과 더불어 해당 뉴스에 대한 단기기억력을 높이기 위함이에요.

막 이런 거 나올 때 등장하는 음악 두두두두누두둔두두두누두두눈

우리가 90년대 발라드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거나 휴대전화에  S.E.S 노래가 있는 건 들을 노래가 없어서가 아녜요. 음악에 얽힌 그때의 추억을 재생하는 거죠. 그리고 반복된 기억은 계속 강화됩니다. 잊히지 않죠. 


행사를 운영하거나 오프닝 영상 BGM을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흔히 들을 수 있는, 그리고 듣고 나면 지금 이 현장을 떠올릴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해주는 게 좋아요. 이렇게 음악과 연계된 경험은 기억으로 자리하게 되고, 후에 그 음악만 들어도 현재의 감정을 거의 온전히 되새길 수 있어요.


4. 스피커는 배치가 생명


아까 귀 설명할 때. 귓바퀴가 소리를 모은다고 했잖아요. 이때 사람은 양쪽 귀에 들리는 소리의 속도 차이로 수평적인 거리를 판단해요. 흔히 알고 있는 서라운드 효과가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거죠.


스피커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서로 귀에 도달하는 속도가 달라서 입체감이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수직적인 높이는 음의 강약으로 구별한답니다.


문제는 행사장에서 가끔 층고가 너무 낮거나 스피커의 질이 낮아서 하울링이 화장실 같을 경우예요. 심지어 스피커 위치가 머리보다 낮으면 음이 바닥에서는 튕기고 천장에서는 울리고 사람들에 부딪혀서 소리가 산란됩니다. 결국 '웅웅'으로 마무리되는 사태가 벌어져요.


이런 웅웅댐은 소리가 오는 위치나 크기를 분간하기 어려워서 사람을 굉장히 어지럽게 만들어요. 흔히 말하는 '토 나온다'는 느낌이죠. 두뇌 입장에선 롤러코스터를 오만 번은 탄 듯한 느낌일 거예요.

Tip
  1. 층고가 낮은 곳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요. 어쩔 수 없다면 적어도 스피커 위치를 귀의 위치 정도로 올려주세요. 노래방이 아니니, 에코와 리버브도 제외해주세요.
  2. 사회자가 스피커를 막지 마세요. 사회자에 막혀 소리가 다시 뒤로 반사돼요. 보통 소리는 앞에서 오는 것을 파악하는 게 더 쉽거든요. 그래서 내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니터링 스피커가 앞쪽에 있는 거예요.
  3. 뒷벽과는 적어도 30~60cm 이상 떨어뜨려 놓으세요. 뒷벽에 너무 바짝 붙여놓으면 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온 공간이 웅웅대요.
  4. 청중 기준으로 스피커는 양쪽에 위치하는게 맞지만, 양쪽이 너무 벌어지면 센터포커스, 즉 소리의 집중점이 사라져서 주변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들리지 않아요. 공간의 너비를 4등분해서 1/4지점, 3/4지점에 각각에 위치하는 게 좋아요.
  5. 스피커 간의 직선거리가 100cm라면 청중과의 거리는 110~125cm가 적당합니다.
  6. 물론 2개의 스피커를 활용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앞뒤 양옆에 모두 있는 경우라면 청음을 통해 맞춰야 합니다. 소리를 청음 할 땐 가운데서만 듣지 말고 각 모서리에서도 들어줘야 해요. 모서리에 있는 사람의 귀를 어택해선 안되니까요.
  7. 벽면에 있는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는 벽에 부딪혀 반사된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훨씬 크게 들립니다. 벽에서 반사되는 소리를 직접 들으면 귀가 아주 짜릿하죠. 청중의 위치는 벽에서 충분히 떨어뜨려 주어야 합니다.

5. 배경음악과 어울리는 구성


영상에서는 기본 중에 기본이죠. 행사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의 컨셉과 톤을 잘 나타내주는 음악을 세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음악에는 비트와 멜로디가 있어요. 스피치와 음악이 하나로 딱 연결되면 효과가 대단합니다. 우리가 가끔 영화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건 사실 그 대사보단 브금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답니다.

아기들 보여주려다가 부모님들이 오열하고 나왔다는 짱구 「어른제국의 역습」의 명장면입니다. 처음보는 분들은 볼륨 끄고 먼저 장면만 보세요. 이 장면에서도 음악의 클라이막스와 짱구의 출생 신이 딱 맞춰져 있어요.


짱구 아빠가 피곤하게 퇴근하는 부분에선 잠시 볼륨이 줄어들죠. 아빠와 짱구 짱아가 다 같이 웃는 장면에서 다시 볼륨이 높아지고요. 음악에 스토리가 연결되면 그 효과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강력해져요.


요즘 브랜드 관련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참여자들이 모일 때까지 아무 배경음악도 없이 그냥 조용하고 어색하게 방치하는 곳들을 많이 봤어요.


물론 어색함과 정적도 문제지만,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음악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거든요. 물론 다들 휴대전화만 보고 있겠지만, 그 와중에도 음악은 계속 귀에 맴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정보를 통해 대략적인 행사의 톤과 컨셉을 이해하게 되죠.

…오늘 행사 뭔가 이상한데…

매장도 그러해요. 이런 사례들이 있죠.


  • 들어갔는데 마음이 조급해져서 빨리 나와야 할 것 같은 브금을 틀어놓는다.
  • 조용히 일하고 싶은 카페에서 굉장히 발랄한 음악들이 계속 나온다.
  • 분명 클래식이긴 한데 볼륨이 아주 귀가 터질 것 같다.
  • 강의장인데 너무 스피커가 울려서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브랜딩은 분명 가치와 스토리, 본질이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은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곳은 신체의 오감입니다. 감각을 불편하거나 힘들게 만들면 그 기억은 쉽사리 되돌이킬 수 없어요.


청각 정보 중에서도 음악은 감정과 기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싶은 사람들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죠. 그 찬스를 놓치지 말자구요.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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