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당신 온탕이 뜨겁다고 남의 열탕은 차가워 보이느냐

한 달, 아니 일주일이라도 가난해 보면 안다.
ㅍㅍㅅㅅ 작성일자2019.01.04. | 609  view

나는 한때 가계소득이 월 180만 원 이하였던 적이 잠시 있다. 그때 여기저기서 알바를 뛰었으며, 그러던 중 갑자기 기흉이 찾아와 병원에 입원했고, 다행히 부모님께서 어찌어찌 보험료는 납부하셨던 덕에 보험회사의 도움을 얻어 병을 잘 치료했고, 퇴원하자마자 거의 한 달도 되지 않은 2008년 9월 육군에 입대했다.

21세기 군 생활이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나의 복무지는 강원도 철원군이었다. 특기 상 해발 1,000미터 가까운 고지대에서 복무 기간 2년의 절반을 보냈다. 그래서 운이 좋게(?)도 월 180만 원 이하의 가계소득과 군 복무 과정을 연이어 겪어 볼 수 있었는데, 당연히 둘 다 즐거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굳이 더 지옥 같은 시간을 고르라면 나는 무조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당시 나는 최저임금 미만(근로계약서에 찍혔던 시간당 2,710원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는다)을 받고 일했다. 근무지 간 이동 거리가 너무 멀어 끼니를 제때 때우는 것은 사치였다. 창졸간에 집이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늘 머리에 이고 살았다.


물론 군 복무 시절에도 최전방의 혹한과 혹서, 인간 같잖은 선임들의 구타와 폭언/욕설에 늘 시달렸고 병역 의무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하루하루 부서져 가는 구름다리 위에 발을 내딛듯 생계를 위태롭게 유지하는 공포와는 아예 종류가 다른 것이다.


나는 운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다행히 가정이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애당초 장기간 월 소득이 180만 원 이하이면서 입영 대상자가 부양의무가 있는 가정은 시작부터 결손가정일 확률이 높다. 삶을 유지할 권리가 박탈된 곳이란 뜻이다. 

source : 연합뉴스

그래서 국가가 기본적인 삶을 제대로 영위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국민에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맞느냐 이것이다. 게다가 생계 곤란 병역 면제가 없었던 제도도 아니다. 원래 있던 제도에서 경제 여건 변화를 고려하여 기준을 올린 것뿐이다.


물론 포털사이트 댓글이 그렇듯이 프리라이딩 논란이 또 넘쳐흐른다. 늘 같은 모습이다. 기초생활수급으로 돈까스를 먹어서야 되겠느냐 했던 모습, 실업급여 받는 사람이 해외여행 가는 게 말이 되느냐 했던 모습이 또다시 겹쳐 보인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득권의 혈연에 기인한 무임승차에는 참으로 관대하면서도,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도의 기본권 구현이 스스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해주는 혜택에는 굉장히 가혹하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이지만 이는 또한 대부분 그러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최저생계는 자력구제가 된다는 증거 아닌가. 그렇게 다들 앞다투어 약자를 사냥하는 동안 웃음 짓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얼마 전에는 ‘나는 정규직 자리 없어서 고생인데 비정규직들은 운 좋아서 정부 덕에 정규직 되는 건 무임승차 아니냐’는 기가 막힌 댓글을 봤는데, 누군가가 무임승차를 한다고 소리부터 지르기 전에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과연 운이 좋은지 만만한지 객관화가 안 되면 매양 그런 소리나 하게 되어 있다.

source : KBS

가난한 사람이 병역 면제받는다고 안보가 어쩌니 부르짖는 사람들은 어디 한 달, 아니 일주일이라도 가난해 보시기를 빈다. 그게 만만한가. 내 온탕이 뜨겁다고 남의 열탕은 차가워 보인다면 이는 시민 자격 상실이다. 특히 남의 군 생활로 자기 군 생활 보상받으려 하시는 분들 말이다.


원문: 김현성의 페이스북


해시태그

Recommended Tags

#뉴스에이드

    Top Views 3

      You May Like

        more